소설리스트

데스트로이어-38화 (39/158)
  • 1. 운명을 거역하는 것이기에 …… (37)

    에이드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무슨 근거로 그런 말을 하시는 것입니까! 다하난께서 우리의 절멸을 원하신다니,

    그러한 거짓말을 하시는 이유가 무엇입니까?!…"

    "믿지 못하겠다면, 다하난에게 물어 보십시오."

    세이어는 피식 웃으며 검을 날렸고, 이어 한 마디를 덧붙였다.

    "아, 하긴 제대로 된 대답을 기대할 수는 없겠지만 말입니다."

    "거짓말 마십시오!!"

    카칵!!…

    또 한번 검이 얽혔고, 둘은 잠시 힘을 겨룬 후 펄쩍 뛰어 서로에게서 멀어졌다.

    에이드는 거칠게 숨을 몰아쉬고 있었고, 세이어는 여전 여유있는 모습이었다.

    "크아아아악!!!"

    숲 속에 신음성의 고함소리가 울려퍼졌다.

    "큭… 크윽… 네 놈이!!…"

    목소리의 주인공― 프렌테이즈는 오른팔이 떨어져 나간 채 바닥에 한쪽 무릎을 꿇

    고 앉아 있었다. 왼손으로는 오른 어깨를 잡고 있었는데, 팔이 떨어져 나간 어깨죽

    지에서 붉은 피가 쏟아져나오고 있었다. 얼굴을 일그러뜨리고 이를 꽉 다문 것이,

    고통이 상당히 심한 모양이었다.

    "네 놈이!!…"

    프렌테이즈가 외쳤다. 세라린은 피식 웃더니, 오른손에 들린 프렌테이즈의 롱 소

    드를 가볍게 흔들었다.

    "…쓸 만한 검이군."

    "큭… 쿠쿠쿡…. 이대로… 질 것 같으냐!!"

    "검을 빼앗긴 검사라. 네게 승산은 없다고 보는데."

    세라린이 조소했다. 프렌테이즈가 어금니를 악물었다.

    "크으…우으으…."

    스슥….

    프렌테이즈의 오른쪽 어깨― 절단면에 불투명한 막이 덮어씌워졌다. 희미한 흰 빛

    을 내뿜는 그 막은, 마치 살아 있는 것처럼 꿈틀거리고 있었다. 끓는 물에서 기포

    가 일어나는 것처럼 막에서 거품이 일어났다.

    세라린이 피식 비웃음을 흘렸다.

    "결국은 다하난의 의지냐."

    "크우우…아아아앗!!…"

    파샷.

    막을 찢고, 붉은 색의 덩어리가 튀어나왔다. 팔…? 팔이라기에는 약간 형태가 일

    그러진 그것은, 마치 화상이 일그러지기라도 한 것처럼 문드러져 있었다. 대강의

    형태는 있었으나, 여기저기 기묘하게 문드러지고 녹아내려 있는 것이 정상적인 팔

    의 모습은 아니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크아아아아―!!!"

    프렌테이즈의 고함과 함께 백색의 빛이 그것을 감쌌다. 그리고 잠시 후 빛이 사라

    지자, 그곳에는 정상적인 모습의 팔이 존재하고 있었다.

    프렌테이즈는 그 팔을 이리저리 돌려보며 만족스럽게 웃었다.

    "크…크큭…. 이대로 질 것 같으냐…."

    "결국 네가 택한 것은 그것인가."

    어느새 세라린이 프렌테이즈의 눈앞으로 다가왔다. 프렌테이즈는 깜짝 놀란 듯한

    표정을 짓더니, 곧 입가를 일그러뜨렸다.

    "익스프로전 블레이즈."

    콰쾅!

    세라린의 손에 프렌테이즈의 얼굴이 붙들렸고, 흑염과 함께 강렬한 마나의 폭발이

    일어났다. 프렌테이즈의 몸이 공중으로 튕겨나갔다. 그러나, 아까와는 달랐다. 프

    렌테이즈의 얼굴에는 냉소가 떠올라 있었다.

    즈즈즉… 투툭!!

    공중에서 프렌테이즈의 몸이 숙여지더니 단번에 쫙 펴졌고, 동시에 그의 등에서

    흰빛의 날개가 펼쳐졌다. 프렌테이즈는 광소하며 외쳤다.

    "크훗… 크크크… 크하하하하하!!

    내가 이 힘을 얻은 이상, 네게 승산은 없어!!"

    "그렇게 생각하나."

    낮게 조소하며 세라린이 입을 열었다.

    "넌 그 힘에 굴복한 것 뿐이다."

    "뭐?"

    "거기까지냐…."

    인상을 찌푸려 보이는 프렌테이즈에게, 세라린은 무표정한 얼굴로 말했다. 세라린

    은 천천히 왼손을 들어올리더니, 거기에 '힘'을 주입했다.

    즈즈즉….

    기분 나쁜 소리와 함께 '존재하지 않는 것'이 소환되었다. 마치 검은 색의 구체처

    럼 보이는 그것은, 세라린의 왼손 위에 떠 있는 채 불안정하게 흔들리고 있었다.

    "무 無…."

    히죽, 세라린이 비릿한 미소를 지었다.

    "다하난이 거짓된 창조라면, 사라딘은 차라리 진실된 무.

    '선'으로 일컬어지는 악보다는 '악'으로 일컬어지는 선이 되는 거다."

    냉소한 세라린이 왼손에 힘을 주어 가볍게 '무'를 쥐어짰다. 순간 사라진 '무'는,

    프렌테이즈의 몸 안에 나타났다.

    "!? 커…커헉?!"

    피 섞인 기침을 토해내며 프렌테이즈가 믿을 수 없다는 듯한 눈동자로 세라린을

    노려보았다. 세라린은 가볍게 조소하더니 오른손에 들린 프렌테이즈의 검을 땅에

    떨어뜨렸다.

    "……?"

    무슨 의미인가 하고 세라린을 바라보는 프렌테이즈. 세라린은 차갑게 냉소하더니

    오른팔을 위로 들어올렸다. 손바닥을 위로 향하게 하며, 세라린이 나직히 중얼거렸

    다.

    "넌익지스트… 스웜 Nonexist swam."

    파칙.

    순간, 프렌테이즈의 온몸을 '검은 무언가'가 덮었다. 당황하는 프렌테이즈에게 세

    라린이 조용히 말했다.

    "이것이 너의 운명….

    어리석은 스스로에게 절망하며 고통 속에서 천천히 죽어가라…."

    "……!! …!"

    프렌테이즈가 무어라 외쳤으나, 무로 돌아가버린 음파가 퍼질 리는 없었다. 세라

    린이 미소지었다.

    "운명에 파묻히는 거다."

    "――!!"

    '무'가 프렌테이즈의 몸을 잠식해 들어왔다. 프렌테이즈는 몸 안의 마나를 끌어올

    려 결사적으로 반항했으나, 전혀 소용이 없었다. 천천히… 사라져 갈 뿐이었다.

    '결국 이런 것이었나?'

    프렌테이즈는 절망감에 고개를 거칠게 저었다.

    '대체… 무엇 때문에!?…'

    고통은 없었다. 고통을 전해야 할 그 신경마저도 '무'로 돌아가기 때문이리라. 이

    대로… 존재하지 않게 되는 건가…. '무'로 돌아가 버린다는 건가?…

    그러나… 그러나.

    존재한다는 것은 무엇입니까

    무엇을 가리켜 존재한다고 말하는 것입니까

    스스로의 의지로 스스로 행동하지 않으십니까

    그렇다면 살아가는 데에 어떠한 의미가 있습니까

    그러한 존재에 의미가 있습니까

    당신의 삶은 당신이 결정하는 것입니다

    스스로가 결정하지 않는 삶에 그 어떠한 의미가 있습니까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 것입니까

    지금 당신이 이곳에 있는 것은 무엇을 위함입니까

    다른 존재의 뜻에 의해, 다른 존재의 의지에 의해

    그렇다면 '당신'은 어디에 있는 것입니까

    당신이란 존재에 어떠한 의미가 있습니까

    부속품에 불과한 것입니다…

    당신이 사라진다 해도, 누군가가 당신을 대신하겠지요

    그렇다면 당신이란 존재에 어떠한 의미가 있는 것일까요

    "그만!!…"

    에이드가 외쳤다. 에이드의 검을 가볍게 받아내며, 세이어가 살짝 조소했다.

    "무의미한 것입니다. 당신이란 존재는."

    "더 이상… 더 이상 듣고 싶지 않습니다!!…"

    에이드가 절규하듯 소리쳤다.

    "전… 다하난의 성기사! 다하난의 종인 겁니다!… 더 이상 이상한 소리는 그만 두

    어 주십시오!!…"

    "…믿고 있던 것을 부수고 싶지 않다는 것입니까."

    세이어는 가볍게 한숨을 내쉬었다.

    "어리석군요… 모두."

    세이어는 천천히 이니아를 들어올렸다. 이니아에서 흑기가 뿜어져나오기 시작했다

    . 에이드는 가볍게 흠칫 하더니, 자신의 브로드 소드에 홀리 버스트를 걸었다. 그

    것으로 이니아의 흑기에 대항하려는 생각인 모양이었다.

    세이어가 뛰었다.

    "―!"

    에이드는 자신을 향해 돌진해오는 세이어를 바라보며 방어자세를 취했다. 순간 세

    이어의 눈동자가 빛나는 것이 보인 듯 했다.

    "…주무십시오."

    호선을 그리며 이니아가 날아들어왔다. 에이드는 그에 대항해 브로드 소드를 쳐올

    렸다. 그러나…

    카칵!!…

    에이드의 브로드 소드는 너무도 간단하게 부러져 버렸다. 그리고 이어, 이니아가

    무방비 상태가 된 에이드의 목을 향해 들어왔다.

    "……."

    풀썩.

    에이드 옆을 스쳐지나간 세이어가 이니아를 천천히 검집에 집어넣는 것과 동시에,

    에이드가 맥없이 쓰러졌다. 세이어는 고개를 돌려 쓰러진 에이드를 바라보더니 씁

    쓸하게 웃었다.

    "…무의미합니다."

    문득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로빈의 모습이 세이어의 눈

    에 띄었다. 세이어는 로빈을 향해 고개를 돌리며 쓰게 웃어 보였다.

    "기절시킨 것 뿐이니… 데려가십시오."

    문득 정신을 차린 로빈이 퍼득 고개를 들어 세이어를 바라보았을 때, 어느새 그는

    몸을 돌려 숲속 저 편으로 걸어가고 있었다. 로빈의 귀에 중얼거리는 듯한 세이어

    의 말이 들려왔다.

    "…무르군요…, 저도…."

    - To be continued...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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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실… 저것은 시가 아닙니다^^;;; 저것은 그냥 세이어가 한 말에 불과합니다.

    같지도 않은 시를 올렸다고 절 욕하진 말아주세요…^^;;

    Neissy였습니다.

    번 호 : 6989 / 21081 등록일 : 2000년 05월 16일 22:31

    등록자 : NEISSY 조 회 : 291 건

    제 목 : [연재] ◈ 데스트로이아 ◈ # 38

    데스트로이아 DestroiA

    Fa-las de sy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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