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데스트로이어-37화 (38/158)
  • 1. 운명을 거역하는 것이기에 …… (36)

    이니아가 수평으로 휘둘러졌다. 순간 쳐올려진 롱 소드가 이니아의 궤도를 바꾸었

    다. 세이어는 싱긋 웃으며 중얼거렸다.

    "훌륭한 실력입니다."

    "크윽…."

    어깨까지 저려오는 강렬한 충격에 에이드가 신음을 내뱉었다. 그런 에이드의 옆에

    서서 아디즈가 외쳤다.

    "그대는… 대체 누구냐?"

    "세이어입니다. 단지 그 뿐."

    짤막하게 답하며 세이어는 이니아를 가슴께로 회수했다. 그의 입가에 서늘한 미소

    가 맺혔다.

    "…당신들에게 제 생각을 강요할 생각은 없습니다."

    "들을 생각도 없습니다! …큭!"

    챙!

    다시 한 번 날아든 이니아를 힘겹게 받아쳐내며 에이드가 외쳤다. 세이어는 가볍

    게 미소지었다.

    "그렇습니까?…"

    세이어는 작게 중얼거리며 왼손을 들어 에이드―정확히 말하면 그의 옆에 있는 아

    디즈―에게로 향했다.

    "…매직 미사일."

    순간 생성된 18개의 매직 미사일이 아디즈를 향해 쇄도해갔다.

    "…큭!…"

    그 수에 놀란 아디즈였으나, 어차피 매직 미사일이란 것은 1서클의 마법, 못 막을

    것은 없다고 판단하고 아디즈는 검을 쳐들었다. 그러나, 그것은 오판이었다.

    팡! 채채챙!

    첫 발에 아디즈의 브로드 소드가 튕겨나간 것이었다. 매직 미사일의 위력이 아디

    즈의 예상을 훨씬 상회하는 위력이었던 것이었다. 그리고 검이 날아가 무방비 상태

    가 된 아디즈의 몸에, 나머지 17발의 매직 미사일이 격돌했다.

    "크훅!!…"

    파파파파파파팡!!…

    강렬한 타격음과 함께 아디즈의 몸이 튕겨나가 나무에 처박혔다. 에이드는 당황하

    며 뒤를 돌아보았다. 볼썽사납게 쓰러져 있는 아디즈의 모습이 보였다. 갑옷에 심

    한 균열이 가 있는 것이 언뜻 보였다. 에이드는 식은땀이 흐르는 것을 느꼈다.

    '아디즈 님께서… 검을 놓칠 정도의 위력이라니. 그것도… 단지 1서클의 매직 미

    사일일 뿐인데!!"

    세이어가 여유 있게 미소지었다.

    "…글쎄요. 당신들에게 개인적인 원한은 없습니다. 단지… 당신들께서 제가 가려

    는 길에 방해가 될 뿐이지요."

    "…?"

    에이드는 의아한 기색을 얼굴에 드러냈다.

    "신탁이나… 운명이나… 그런 것은 아무래도 상관없습니다."

    세이어는 약간의 조소를 띤 얼굴로 말을 계속했다.

    "중요한 것은 저의 의지…. 당신들은 다하난의 의지를 맹종할 뿐이겠지요?…"

    "그것이 어쨌단 말입니까?…"

    에이드가 외쳤고, 세이어는 차갑게 웃었다.

    "인형."

    "…?"

    "당신들은 인형일 뿐입니다. 자신의 의사 따위가 없는."

    세이어는 가볍게 왼손을 털었다.

    "인형…이라니요! 분명 전 다하난의 뜻에 따르는…"

    "당신은 다하난의 종이 아니었습니까?…"

    세이어가 에이드의 말을 끊으며 말했다.

    "종에게 어떠한 의지가 있다는 것입니까? 자신의 의지대로 행동하지 못하는 생에

    그 어떠한 의미가 있다는 것입니까?"

    "그런…!"

    "그러한 삶…. 무의미합니다."

    세이어가 미소지었다. 그 미소는, 시리도록 차가운 미소였다. 에이드는 문득 등줄

    기가 서늘해지는 것을 느꼈다. 세이어는 이니아를 쳐들며 나직하게 말했다.

    "여기에서 끊어 드리겠습니다. 그러니… 자아,… 죽어 주십시오…."

    "……!!"

    세이어에게서 살기가 폭사되었다. 에이드는 그 기운에 몸을 움찔했고, 다음 순간

    세이어는 어느새 에이드의 눈앞에 다가와 있었다.

    "큭!!"

    에이드는 급히 브로드 소드를 쳐들었다. 강렬한 충격과 함께 팍 하고 스파크가 튀

    겼다. 내리쳐진 이니아가 되튕겨졌고, 세이어는 그 반동을 억제하며 다시 한 번 이

    니아를 내리쳤다.

    카카칵!!

    에이드의 검과 세이어의 검이 허공에서 맞부딪혔다. 날카로운 금속음과 함께 검은

    서로를 밀어내고 있었다. 대치상황. 세이어는 에이드의 얼굴을 바라보며 싱긋 웃었

    다.

    "살고 싶으신 것입니까?"

    "…."

    "소용 없습니다."

    세이어는 이니아를 든 손의 힘을 뺐고, 그러자 다음 순간 에이드의 검이 거세게

    밀고 들어왔다. 세이어는 빙긋 웃었다.

    퍽!

    에이드의 상체가 휘청였다. 어느새 세이어가 에이드의 턱을 차올린 것이었다. 세

    이어는 냉소하며 말했다.

    "당신은 운명에 순응하는 것을 택하지 않았습니까?"

    "큭…, 죽는다고는 하지 않았습니다! 전 다하난의 뜻에 따르는 것 뿐입니다!"

    왼손을 들어 턱을 맞추며 에이드가 외쳤다. 세이어가 피식 조소했다.

    "맹종이겠지요.

    그런 것을 일컬어 운명에 순응한다고 하는 것입니다."

    "궤변입니다!"

    에이드는 강하게 고개를 저으며 소리쳤다.

    "글쎄요…,"

    세이어는 입가를 치켜올리며 가볍게 이니아를 흔들었다.

    "당신은 지금 왜 이곳에 있습니까?…"

    "다하난께서 내리신 신탁이 있었기에…!"

    "신탁. 거부할 수 없는 것이겠지요. 그러니… 당신에게는 당신의 의지가 없다는

    것입니다."

    단호한 어투로 세이어가 말했다. 에이드의 미간이 찌푸려졌다.

    "…더 이상 듣지 않겠습니다!!"

    에이드가 검을 휘둘러왔다. 세이어는 피식 조소하며 이니아를 들어 에이드의 검을

    막았다. 카칵… 하는 소리와 함께 허공에서 검이 되튕겨졌다.

    "…알 수가 없군."

    로빈은 가볍게 고개를 가로저었다. 저 세이어라는 남자에게서 적의가 느껴지지 않

    고 있었다. 이상한 일이었다… 살기는 느껴지는데 적의는 없다.

    아니, 그리고 그보다도… 살기에 비해 공격이 너무 둔하다. 예리함이 없다. 저 남

    자의 실력은 아마도 이 정도가 아닐 터였다. 느껴지는 분위기만 하더라도― 보통

    말하는 '강함'의 수준을 이미 넘어서 있다. 아마 그가 원하기만 한다면 단 일검에

    에이드를 죽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가지고 논다? …아니, 그런 것은 아니다. 그렇다고 보기엔 저 남자의

    태도가 너무 진지하다. 그리고 하는 말들도…. 하는 행동도….

    역시,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남자다.

    적이라고 생각하면 간단하지만…. 문제는 그것이다. 왠지 로빈에게는 이 남자가

    적이라는 느낌이 들지 않았다.

    "역시 이상해…."

    로빈은 미간을 찌푸리며 가볍게 한숨을 내쉬었다.

    "스스로 바라고 있는 것입니까?"

    세이어가 말했다.

    "당신의 의지는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 것입니까?"

    "―나는,"

    에이드는 이를 악물었다. 그의 브로드 소드가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횡으로 휘둘

    러졌다. 세이어는 검을 세로로 곧추세워 그 공격을 막아냈다. 에이드가 외쳤다.

    "다하난을 위해 존재합니다!!…"

    "다하난이 당신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해도 말씀이십니까?"

    "…그럴 리가 없지 않습니까!"

    "아니오, 있습니다."

    세이어는 이니아에 힘을 주어 에이드의 검을 튕겨냈다. 에이드가 주춤하며 뒤로

    물러섰고, 그런 에이드에게 세이어가 검을 날렸다.

    "다하난의 의지가 무엇인 줄 아십니까?"

    챙!

    번쩍 하고 불꽃이 튀었다. 에이드가 외쳤다.

    "그분은 언제나 우리를 위하십니다! 우리 인간은…"

    "다하난의 의지는 인간의 절멸입니다."

    조소와 함께 세이어가 말했다.

    "그리고 그것이, 당신이 택한 자신의 운명입니다."

    - To be continued...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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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냠…. 즐거운 시간 되세요. 싱그긋.

    Neissy였습니다.

    번 호 : 6969 / 21081 등록일 : 2000년 05월 15일 23:05

    등록자 : NEISSY 조 회 : 294 건

    제 목 : [연재] ◈ 데스트로이아 ◈ # 37

    데스트로이아 DestroiA

    Fa-las de sy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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