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데스트로이어-31화 (32/158)
  • 1. 운명을 거역하는 것이기에 …… (31)

    "다들, 오래간만이군."

    세라린은 싱긋 웃으며 입을 열었다.

    숲 속― 공터. 울창한 숲이라 해도, 나무가 완전히 빽빽히 들어찬 것은 아니어서,

    그 사이사이에 공간이 있는 법이다. 지금 세라린이 있는 곳도 그런 곳으로, 약 20

    제곱예즈 정도 되는 크기의 꽤 큰 공터였다.

    그 공터 안에, 여섯 존재가 원을 그리고 둘러서 있었다. ―여섯 악신의 대리자,

    마왕들이었다.

    "그럼… 이야기를 시작해 볼까."

    그렇게 말하며 세라린은 오른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착 달라붙는 흑색의 옷 위에 백색의 망토를 걸친 미모의 여성― 퓨어린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는 자신의 흑색 눈동자를 반짝이며 입을 열었다.

    "자아…, 그 때 이후로 모이는 건 처음인 것 같은데.

    그동안 있었던 일이라도 이야기할까?"

    "지금 우리가 놀려고 모인 건 아니라고 생각하는데."

    퓨어린의 맞은편에 선 여성이 입을 열었다. 약 23세∼24세 정도로 보이는 얼굴이

    었는데, 날카로운 눈매와 턱선이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어딘지 거리감을 주는 모습

    이었다.

    머리칼은 붉은색―, 주황빛이 섞인 붉은색이었다. 단발머리였는데, 단발 치고는

    약간 길게 기른 편이었다. 생머리와 단발의 중간 정도랄까. 백색의 천과 은색의 링

    으로 이루어진 옷을 입고 있었는데, 어딘지 모르게 요염한 분위기였다.

    퓨어린은 가볍게 미간을 찌푸렸다.

    "뭐야, 디드라. 그렇다고 그렇게 신경질적으로 말할 것은 없다고 생각하는데."

    "별로 신경질적이지 않아."

    디드라가 차갑게 응수했다.

    "아니, 퓨어린의 말이 맞아."

    디드라의 왼편― 퓨어린의 오른쪽 옆에 서 있던 청백색 코트의 남자가 입을 열었

    다. 연녹색 머리칼을 약간 짧게 커트하고 있었는데, 서글서글해 보이는 눈매와 부

    드러운 얼굴선이 선량하다는 느낌을 주었다.

    그의 말에 퓨어린은 다시 한 번 미간을 찌푸렸다.

    "헤이라스 넌 끼어들지 말아 줘."

    "헉. 너무해."

    퓨어린은 차갑게―아까 디드라가 했던 것보다 더욱― 말했고, 헤이라스는 앓는 소

    리를 냈다. 세라린이 피식 미소지었다.

    "여전하군, 헤이라스."

    "어. 너냐?"

    헤이라스가 퉁명스럽게 대꾸했다. 고개를 돌려 세라린을 쏘아보며 그는 입을 열었

    다.

    "분명히 말해두겠는데, 난 퓨어린을 양보할 생각 없어. 네가 물러서."

    "…내가 무슨 물건이냐?"

    퓨어린이 불만스럽게 중얼거렸다. 그 소리를 들은 헤이라스가 당황해하며 말했다.

    "아. 아니 그게 아니고…,"

    "…쓸데없는 소리는 이제 그만 좀 해두지 그래."

    헤이라스의 맞은편―디드라와 세라린 사이―에 있던 남자가 입을 열었다.

    "사랑 싸움은 다른 데에 가서나 해주길 바래."

    "으응?…"

    그의 말에 헤이라스가 고개를 들었다.

    "…뭐냐, 데어드레인. 질투하는 거냐?"

    "웃기지도 않는군."

    데어드레인은 피식 조소하며 자신의 회백색 머리칼을 쓰다듬었다. 그는 길게 기른

    머리칼을 올백으로 뒤로 넘기고 있었는데, 이지적인 눈매와 나름대로 잘 어울렸다.

    "아아. 이제 그만 들 좀 해줘."

    짜증스런 기색을 그대로 얼굴에 드러내며 디드라가 입을 열었다.

    "…후훗."

    세라린이 나직히 웃음을 터뜨렸다.

    "이런 게 '마왕'들의 회합이라니. 왠지 우습군."

    "그렇군."

    세라린의 말에 긍정을 표하는, 갸날프지만 울림이 있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세라

    린은 고개를 돌려 목소리의 주인공을 확인했다.

    "―아, 디스트리아."

    디스트리아. 약간 창백한 얼굴에 길게 기른 푸른색의 머리칼을 뒤로 넘겨 한 갈래

    로 묶은 그녀는 얼굴에 가볍게 조소를 띄우며 말했다.

    "뭐하려고 모인 건지 의심스러운데."

    "아, 그래. 자자. 다들 주목!"

    퓨어린이 소리 높여 외쳤다.

    "우선, 모인 이유부터 확실하게 해두자고!"

    "…데스트로이아께서 내리신 신탁 때문에."

    "…아아, 사라딘께서 신탁을 내리셨으니."

    "헤트리아께서……,"

    디스트리아가 짤막하게 말했고, 뒤이어 다른 마왕들도 그와 대동소이한 대답을 했

    다. 각자의 창조주가 내린 신탁 때문이라는 것이다.

    "맞아."

    퓨어린은 고개를 끄덕였다.

    "매개체인 아세이델을 회수하기 위해서 모인 거지."

    "……덕분에 귀찮게도 시도아 시까지 와야 했지."

    세라린이 중얼거리듯 말했다. 헤이라스가 뒤이어 말했다.

    "아직 시간이 되지 않았어. 24시 00분까지 기다려야 하니까."

    "그래…."

    세라린은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어쨌든, 슬슬 느껴지긴 하는군. 마나의 응집이."

    세라린은 피식 조소하더니, 몸을 나무에 기대었다. 데어드레인이 입을 열었다.

    "늦지 않았으면 좋겠는데.

    '주신'… 다하난의 눈치를 챈 것 같은데 말이야."

    "아아."

    세라린이 가볍게 미소지었다.

    "기껏해봐야 내가 부활한 것을 눈치챈 정도일 거다. 별로 걱정할 것 까진 없어."

    "흐음. 그래…?"

    데어드레인이 미심쩍다는 듯이 중얼거렸고, 세라린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그러니 너희들까지 그에 신경쓸 필요는 없겠지.

    내가 처리한다."

    "어련하시겠어."

    빈정거리듯 헤이라스가 중얼거렸고, 퓨어린이 그런 헤이라스를 한차례 매섭게 쏘

    아보았다. 헤이라스는 식은땀을 흘리더니 고개를 돌렸다.

    "…녀석이 오는군."

    문득 세라린이 나직하게 중얼거렸다. 퓨어린이 고개를 돌려 세라린을 돌아보며 말

    했다.

    "세이어… 그녀석 말야?"

    "아아."

    세라린은 한차례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 녀석과… 더불어, 다하난의 개들도 오는군."

    "흐음… 내가 도와줄까?"

    "아니, 됐어."

    세라린은 슬쩍 조소를 얼굴에 띄우며 몸을 돌렸다.

    "이런 일로 너까지 귀찮게 하고 싶지는 않으니.

    …아, 그리고 다들."

    발걸음을 옮기다 말고 세라린은 고개를 돌려 모두를 바라보며 말했다.

    "이 일에 끼어들지 말아 주었으면 하는데. 내가 처리할 테니까 말이지."

    "…어련하시겠어."

    작은 목소리로 헤이라스가 중얼거렸다. 세라린은 그 말을 못 들은 척하고 피식 웃

    으며 모두를 돌아보았고, 다른 마왕들은 그런 세라린에게 고개를 끄덕여 주었다.

    "빨리 처리하고 와."

    퓨어린이 살짝 눈웃음을 지으며 말했고, 세라린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지."

    - To be continued...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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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래간만이로군요. 후핫. 시험도 끝났겠다, 매일연재 재개!! 캬핫!

    Neissy였습니다.

    번 호 : 6838 / 21081 등록일 : 2000년 05월 10일 23:43

    등록자 : NEISSY 조 회 : 302 건

    제 목 : [연재] ◈ 데스트로이아 ◈ # 32

    데스트로이아 DestroiA

    Fa-las de sy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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