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운명을 거역하는 것이기에 …… (30)
이니아는 이상하다는 듯이 물었다.
<너… 어디 아픈 거 아냐? 오늘따라 또 왜 이래?>
"왜 이러냐…고요?…"
세이어가 피식 웃었다.
"모르겠습니다. 저도 제가 왜 이렇게 되었는지."
<…뭐야…, 그게?…>
이니아가 물었고, 세이어는 조용히 고개를 저었다.
"글쎄요…. 저 자신을 저 스스로도 이해할 수가 없으니까요….
한 가지 확실한 것은…,"
<…것은?>
세이어는 문득 조소하며 말했다.
"린 씨…. 그녀를 대하는 데 있어서… 예전과 느낌이 다르다는 것입니다…."
세이어는 피식 웃으며 창문에서 몸을 떼어냈다. 가볍게 한숨을 내쉬며, 세이어는
창문을 닫았다. 이니아가 입을 열었다.
<뭐가… 다르다는 건데?>
"글쎄요,"
세이어는 씁쓸하게 미소지었다.
"왠지… 가련하게 생각된다고 할까요?"
<하아?>
이니아가 탄성을 내질렀다. 세이어는 가만히 고개를 돌려 이니아를 내려보았다.
세이어는 한차례 가볍게 한숨을 내쉬고는 입을 열었다.
"이상합니까?…"
<아… 아니. 단지…,>
이니아가 놀랍다는 듯이 말했다.
<네게도 그런 감정이 있다는 게 신기해서.>
"그렇습니까…."
세이어가 씁쓸하게 웃었다.
프리네리아력 193년 7월 30일, 저녁. 7시 30분경.
시도아 시 안의 한 여관.
"…어디를 가시려고…?"
린이 불안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입을 열었다. 세이어는 가만히 린을 바라보더니,
천천히 입을 열었다.
"린 씨는 가실 수 없는 곳입니다."
"예?…"
린은 가볍게 입술을 깨물며 세이어를 바라보았다.
"대체… 어디를 가시려는 거예요…? 오늘 하루종일 어딘지 불안해 보이시던데…."
걱정스럽다는 듯이 린은 말꼬리를 길게 늘였고, 문득 세이어가 씁쓸하게 웃었다.
"…그렇게 보였습니까?…"
"네…."
린은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습니까…."
세이어는 잠시 가만히 생각에 잠긴 듯한 표정을 짓더니, 곧 한차례 고개를 가볍게
저었다. 그리고는 살짝 미소를 지으며 린을 바라보았다.
"아니요…. 별 일은 없습니다."
"하, 하지만…."
양손을 모아 가슴 위에 올려놓으며 린은 입을 열었다.
"왠지…, 세이어 님…"
"아니오. 대단한 것은 아닙니다."
…꼭 죽으러 가는 사람처럼 보인다는 것이겠지. 세이어는 쓰게 웃으며 린의 말을
끊었다.
"저, 저도 따라갈 수 없나요?…"
린이 외쳤고, 세이어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린 씨는 가실 수 없는 곳입니다."
"…왜…. 왜죠?"
린은 굳어진 얼굴로 이어 말했다.
"제가… 방해가 되기 때문…인가요?"
어딘지 서글픔을 담고 있는 듯한 린의 말에, 세라린은 슬쩍 가볍게 고개를 저어
보였다. 세이어는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글쎄요……, 그렇게 생각하십니까?…"
세이어는 씁쓸하게 미소지었다.
어째서, 린은 항상 자신에게 이런 태도를 취하는 것일까? 어딘가 자신을 두려워하
는 듯하면서도… 뭐랄까, 그러면서도 무언가 가까워하려고 하는 듯한…. …역시,
약간 이상한 느낌이다.
세이어는 고개를 저었다.
"…린 씨께서 좋을 대로 생각하십시오."
"네……."
린은 슬픈 듯한 표정을 하며 고개를 숙여쏙, 그런 린에게 세이어는 한숨과 함께
이어 말했다.
"어쨌든…, 위험하니까… 이곳에 있어 주십시오.
내일까지는 돌아오겠습니다."
"예…."
린은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였다.
"꼭… 돌아와 주세요."
"그러겠습니다."
불안한 기색을 자신을 쳐다보는 린을 향해 세이어는 가볍게 미소를 지어 보였다.
"조금만 기다려 주십시오."
세이어는 여관을 나섰다. 밤공기는 쌀쌀했다.
"후우…."
세이어는 가볍게 한숨을 내쉬며 주위를 둘러보았다. 텅 빈 거리는… 한산하다 못
해 음산하기까지 했다. 아마 달이 떠 있지 않은 것도 이런 분위기에 일익을 담당했
을 것이다. 30일… 그믐. 달은 떠 있지 않았고, 밤하늘에는 드문드문 별들이 빛나
고 있을 뿐이었다. 가끔 어디선가 컹컹 하는 개 짖는 소리가 들려왔다.
인적 하나 없는 거리를, 세이어는 계속해서 걸었다.
문을 닫은 상점. 불이 꺼진 술집. 오늘따라 유난히 거리는 조용했다.
"조용하군요…."
세이어는 중얼거리듯 말했다. 이니아가 긍정의 뜻을 표했다.
<그래. 조용하네.>
"적당한 분위기로군요…, 지금부터 하게 될 일에."
문득 세이어가 자조적인 미소를 얼굴에 띄웠다. 얼마나 걸었을까. 거리를 빠져나
와, 세이어는 숲 속으로 들어갔다. 사실, 다른 도시 같았다면 외성 때문에 밤에 이
렇게 자유롭게 밖으로 나갈 수 없었겠지만, 시도아 시에는 외성이 없었다.
어두운 숲 속. 울창한 잡목림이다. 세이어는 천천히 이니아의 검집을 치켜들며 입
을 열었다.
"…컨티뉴얼 라이트 Countinual light."
파앗.
검집 전체에서 백색의 빛이 뿜어져나오기 시작했다. 컨티뉴얼 라이트. 일정 장소
에서 빛을 발하게 하는 마법으로, 세이어는 이것을 검집에 사용했다. 일종의 훌륭
한 횃불이 되는 셈이다.
"어두워도 보는 데에 그다지 큰 지장은 없지만…, 아무래도 이 몸은 '그'에 비해
서는 제한이 심하니까요…."
세이어는 나직하게 중얼거렸다.
"…후우.…"
한숨을 내쉬며 세이어는 계속해서 숲 안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가야 하는 곳이
어디인지 이미 잘 알고 있는 듯, 세이어의 발걸음은 거침이 없었다.
- To be continued...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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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주부터 중간고사입니다. 4일, (5일 쉬고) 6일, (7일 쉬고) 8, 9일. …말이
쉬워 쉬는 거지, 이런 베라머글 악독한 녀석들 같으니라고!! 카악!!
…아무튼, 그런고로 전 다음주 동안 천랸 접속을 끊습니다. 아마 다다음주 화요
일 쯤에는 다시 올 수 있겠지요. 그러하니 데스트로이아는 한동안 올라오지 않게
되는 것이지요. 하하하. 다다음주 화요일부터는 다시 매일연재를 재개하게 될 터
이니 너무 슬퍼하지 마시길.(예? 하나도 안 슬프다고요? 헉, 그러면 곤란하지요.
제발 슬퍼해 주세요)
뭐… 즐거운 통신 되시고, 즐거운 생활 되세요.(즐거운 생활? 어째 초등학교 교
과서 이름 같군…^^;;)
Neissy였습니다.
번 호 : 6814 / 21081 등록일 : 2000년 05월 09일 20:27
등록자 : NEISSY 조 회 : 308 건
제 목 : [연재] ◈ 데스트로이아 ◈ # 31
데스트로이아 DestroiA
Fa-las de sy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