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데스트로이어-29화 (30/158)
  • 1. 운명을 거역하는 것이기에 …… (29)

    "물론이지."

    퓨어린은 가벼이 미소지으며, 손을 들어 세라린의 얼굴을 어루만졌다. 세라린이

    슬쩍 미소지었고, 퓨어린은 마주 눈웃음을 지었다.

    "네가 웃는 걸 보니까… 좋다."

    "후훗…. 그래?…"

    세라린이 피식 웃자, 퓨어린이 고개를 끄덕였다.

    "응. 너… 그 때 이후로 웃음이 없어졌었잖아.'

    "아아…. 그 때."

    세라린은 씁쓸하게 미소지었다.

    "그 때의 넌…, 정말 무서웠어."

    "그랬던가…."

    "응."

    퓨어린은 생긋 웃어 보였다.

    "음… 뭐랄까, 인간들을 상대할 때의 넌…. 왠지 네가 아닌 것 같아."

    "물론… 당연하지."

    언뜻 세라린의 얼굴에 노기가 스쳤다.

    "그 버러지같은 것들…. 우리를 배신한 것들을…. 그 때, 모두 죽여 버리려고 했

    는데. …후우. 게다가 내가 이해할 수 없는 것은…,"

    세라린은 가볍게 한숨을 내쉬었다.

    "사라딘… 그 분의 태도. 인간들… 그들의 의지를 인정한 것이라고… 하자. 그럼,

    왜 나의 의지를… 꺾어 버린 거지? 앞뒤가 맞지 않아."

    "글쎄…. 그 쪽이 더 합리적이라고 생각하신 모양이지."

    "…합리적? 쿠쿳…."

    세라린은 나직히 광소를 터뜨렸다.

    "…그래, 하긴 난 그분의 대리자일 뿐이지."

    "세라린."

    짐짓 질책하는 투로 퓨어린이 말했다.

    "그렇게 자신을 비하해서 좋을 건 없어."

    "……."

    세라린은 입을 다물었다. 퓨어린은 세라린의 가슴에서 얼굴을 떼더니, 잠시 세라

    린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문득 퓨어린의 얼굴에 장난스런 미소가 떠올랐다.

    "키스해 줄까?…"

    "…푸훗."

    세라린이 웃음을 터뜨렸다.

    "변한 게 없구나, 넌…."

    "물론이야."

    퓨어린이 미소지었다.

    "난 널 배신하지 않을 거야. 영원히."

    그렇게 말한 퓨어린은 슬쩍 얼굴을 들어올려 세라린의 이마에 입을 맞추었다. 세

    라린은 가볍게 미소지었다.

    "…고맙군."

    "응. 그럼, 나 잠깐 가 볼게.

    헤이라스 녀석에게만 맡겨둘 순 없으니까."

    "아아…. 그러도록 해."

    세라린은 고개를 끄덕였다. 퓨어린은 생긋 웃더니, 손을 흔들어 보였다.

    "조금 있다가 다시 올게∼."

    "그래."

    "그럼,"

    퓨어린의 모습이 희미해지더니, 사라졌다. 퓨어린이 사라지고 난 공간을 잠시 바

    라보고 나서, 세라린은 가볍게 한숨을 내쉬었다.

    "…영원이라……."

    "오늘은… 달이 뜨지 않는군요."

    세이어는 방 안에서 창을 통해 밤하늘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밤하늘…. 쏟아져

    내릴 듯한 별빛이 땅을 비추고 있었다. 구름 하나 없는 맑은 하늘이었으나, 달은

    보이지 않았다.

    <당연하지…. 내일은 30일. 그믐인걸.>

    이니아가 말했다.

    "…그렇군요."

    세이어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너…, 아까…….>

    "말씀하십시오."

    이니아가 뭔가 심각한 이야기라도 하려는 듯 말꼬리를 길게 늘이자, 세이어가 입

    을 열었다. 이니아는 가볍게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7월 1일에, 레이아다 시로 출발하겠다고 했지?>

    "그랬지요."

    잠시 고개를 돌려, 침대에서 곤히 자고 있는 린을 바라보며 세이어가 고개를 끄덕

    였다.

    <결국 뭐야? 그분에게 대항하겠다는 거야?>

    "글쎄요…."

    세이어는 가만히 고개를 저었다.

    "어떤 것이라고 생각되십니까?"

    <뻔하잖아.>

    이니아는 당연하다는 투로 답했다.

    <넌 내일 그분에게 흡수당하는 거였잖아. 그런데 모레 그녀와 함께 가겠다는 것은

    흡수당하지 않겠다는 뜻이고, 결국 그분에게 대항하겠다는 말이 되는 거지.>

    "…대항이라."

    세이어가 슬쩍 한차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것일 지도 모르겠군요."

    <하아?>

    이니아가 탄성을 내질렀다.

    <결국, 너….>

    "글쎄요."

    세이어는 씁쓸한 미소와 함께 이니아의 말을 끊었다.

    "내일이 되면… 확실해지겠지요."

    <…뭐가?>

    이니아가 물었고, 세이어는 가볍게 한숨을 내쉬며 그 말에 답했다.

    "제가 어떻게 될 지 말입니다."

    <헤에?>

    "부딪혀 봐야 알 수 있는 일이겠지요…."

    세이어는 문득 자조적인 미소를 지었다.

    "…후훗…. 우습군요."

    <…뭐가?>

    이니아는 궁금하다는 듯 물었고, 세이어가 낮게 웃었다. 어딘지 허탈하다는 느낌

    이 드는 그런 웃음을 웃은 후 세이어는 피식 조소하며 말했다.

    "자기 앞가림도 제대로 못 하는 주제에… 다른 사람을 비웃는다니, 우습지 않습니

    까?…"

    <…으응?…>

    "그래요. 당신의 말이 맞았습니다."

    세이어는 힘없이 웃었다.

    "전… 제게 화를 내고 있었습니다."

    <……?>

    이니아는 약간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세이어의 태도가… 예전과 상당히 틀렸

    다. 예전의 그 오만하다고까지 생각되던 태도와 비교하면… 주눅이 든 것 같다는

    생각마저 들 정도다.

    세이어는 손을 들어 슬쩍 가볍게 앞머리를 넘기며 중얼거리듯 말했다.

    "이… 운명…에 순응해야만 하는 저였기에… 저와 비슷해 보이는 다른 존재들을

    비웃어 스스로를 위안해 보고자 한 겁니다. 후훗…. 바보같은 일이지요….

    …그래요…, 제가 비웃고 있던 것은… 제 자신이었습니다."

    - To be continued...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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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이어는… 어떤 녀석인지…, 스스로도 잘 모르겠군요….(알다가도 모를 놈이란

    말야…. -_-;;;)

    Neissy였습니다.

    번 호 : 6670 / 21139 등록일 : 2000년 04월 30일 21:57

    등록자 : NEISSY 조 회 : 309 건

    제 목 : [연재] ◈ 데스트로이아 ◈ # 30

    데스트로이아 DestroiA

    Fa-las de sy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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