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데스트로이어-28화 (29/158)
  • 1. 운명을 거역하는 것이기에 …… (28)

    린은 처연하게 웃었다. 한참을 그렇게 가만히 침대에 앉아 있던 그녀는, 이윽고

    손을 들어 침대 위에 놓여 있는 속옷을 집어들었다. 린은 가볍게 입술을 깨물었다.

    "…세이어 님."

    린은 옷을 갈아입기 시작했다. ―라고는 해도, 사실 그 전에 걸쳤던 것이 세이어

    의 망토뿐이었으니… 갈아입는다는 말이 그다지 적절하지 않긴 하지만.

    옷을 다 갈아 입은 그녀는, 조용한 목소리로 문 밖에 있을 세이어를 불렀다. 방

    안으로 들어온 세이어는 린의 모습을 잠시 바라보더니, 진지한 얼굴로 물어왔다.

    "…마음에 드십니까, 그 옷."

    "아… 예."

    린은 고개를 끄덕였다. 세이어는 길게 한숨을 내쉬고는, 방 한켠의 의자를 끌어당

    겨 앉았다. 세이어는 린을 바라보며 말했다.

    "…앞으로, 어떻게 하실 생각이십니까."

    "예?"

    언뜻, 세이어의 말을 제대로 알아듣지 못한 린이 반문했다. 세이어는 가만히 고개

    를 돌려 저 편에 놓인 의자를 눈짓하며 말했다.

    "일단 앉으십시오."

    "아… 네."

    린은 의자를 끌어와 앉았고, 세이어는 아까 했던 말을 다시 한 번 반복했다.

    "앞으로, 어떻게 하실 생각이십니까. 레이아다 시로 돌아가고 싶으시다면 그렇게

    해 드리겠습니다."

    "에…."

    린은 침을 삼켰다.

    "그 말 뜻은…."

    "린 씨께서 하고 싶으신 일을 말씀하십시오."

    린은 눈을 깜빡였다. 린은 잠시 고개를 갸웃하더니, 세이어를 향해 입을 열었다.

    "제가 원하는 일을 할 수 있게… 도와주시겠다는 건가요?"

    세이어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습니다."

    "…어째서…?"

    린이 이상하다는 듯이 물었다.

    "어째서… 갑자기 그러시는 것이죠?… 세이어 님은…"

    "글쎄요."

    세이어는 길게 숨을 내쉬더니, 이윽고 가볍게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속죄… 라고 해두겠습니다."

    "속…죄…?"

    린이 세이어의 말을 되뇌었다.

    "…앞으로, 어떻게 하실 생각이십니까."

    세이어는 가볍게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하고 싶으신 일을 말씀하시면… 도와 드리겠습니다."

    "…하고 싶은 일…?"

    린은 생각에 잠겼다.

    무슨 뜻일까…. 세이어의 이러한 말은? 솔직히 말해, 예전과는 너무도 확연히 틀

    려진 그의 이러한 태도에 린은 약간 의구심이 들었다. 디간과의 그 일… 이전에는

    어딘지 방관적인 태도를 가지고 있던 그였는데, 지금은 그다지 그런 느낌이 들지

    않았다.

    "일단… 레이아다 시로 돌아가겠어요."

    린이 입을 열었다. 세이어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습니까…."

    "그리고, 세이어 님을 따라 다니겠어요."

    린이 한 마디 덧붙였고, 그녀의 말에 세이어는 약간 의외라는 표정을 지었다. 세

    이어는 이상하다는 듯이 물었다.

    "어째서입니까?… 그대로 레이아다 시에 계시는 것이….

    …아니, 그보다, 왜 저를……?"

    "… 어차피,"

    린이 처연하게 미소지어 보였다.

    "버린 몸이니까요."

    "……."

    세이어가 씁쓸하게 웃었다.

    "…그렇군요."

    세이어는 무겁게 한숨을 내쉬었다. …자신의 실수인 것은 확실하다. 세이어 자신

    의 실수로, 이 여자의 인생을 망쳐 놓았다. 세이어는 가만히 고개를 저었다.

    세이어는 알 수 있었다. 린은 지금 미소짓고 있지만… 사실은 미소짓고 있는 것이

    아니다. 그녀는… 울고 있는 것이다. 절규…하고 있는 것이다. 세이어는 자신의 어

    리석음을 다시 한 번 탓했다.

    '이런 결과를… 원한 것이 아니었는데….'

    세이어는 씁쓸하게 미소지었다. 린은 왜 자신을 따라오겠다고 하는 것일까. 린의

    입장에서 보자면, 세이어 자신도 증오스러운 존재가 아닐까. 그런데도 왜…, 자신

    을 따라오겠다고 하는 것일까.

    "알겠습니다…."

    세이어가 입을 열었다.

    "린 씨께서 원하시는 대로… 해드리겠습니다."

    "…고마워요."

    린이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세이어는 고개를 저었다.

    "고마워 하실 것… 없습니다."

    "아니요…. 고마워요."

    린은 처연히 미소지었다.

    "절… 버리지 않으셔서… 고마워요……."

    "……."

    세이어는 가만히 한숨을 내쉬었다.

    "…그럼, 모레… 7월 1일에, 레이아다 시로 출발하겠습니다. 그동안… 쉬십시오."

    세이어가 몸을 일으켰다.

    "내일인가?…"

    세라린이 입을 열었고, 퓨어린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내일이야."

    "헤이라스는… 잘 했겠지."

    "글쎄… 그 녀석, 워낙에 변덕이 심하니까."

    퓨어린은 피식 웃으며 검지 손가락을 까닥였다.

    "게다가 그 녀석, 너와 사이가 좋지 않았잖아."

    "아아… 사실이긴 하지."

    세라린이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신탁을 거부할 수는 없으니까."

    "흐음… 그런가?"

    퓨어린이 고개를 갸우뚱하더니, 벽에 기대선 몸을 움직여 바위에 걸터 앉아 있는

    세라린 가까이로 다가왔다. 세라린은 가만히 고개를 들어 퓨어린을 바라보았고, 퓨

    어린이 피식 웃었다.

    "그리고… 내일은 네가 세이어, 그 녀석을 만나기로 한 날이기도 한데. 어쩔 생각

    이야?"

    "어쩔 생각이냐니."

    세라린이 반문했고, 퓨어린은 의미 있는 미소를 지어 보였다.

    "후훗…. 어떤 식으로 흡수할까를 묻는 거야.

    이제 너, 원래의 힘을 되찾게 되는 거잖아. 난 그것만 생각하면 기분이 좋아진다

    구."

    "그런가…?"

    세라린은 피식 미소지었다.

    "글쎄…. 그건 놈의 하기에 다라 다르겠지."

    "응?…"

    퓨어린이 퍼뜩 고개를 쳐들었다.

    "너… 혹시, 그를 흡수하지 않으려는……?"

    "그럴 지도 모르지."

    세라린이 고개를 끄덕였고, 퓨어린이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어째서? 무엇 때문에?"

    "글쎄…. 아마 사라딘께서도 그 쪽을 더 좋아하시겠지."

    문득, 세라린이 낮게 웃었다.

    "그 잘나신 사라딘께서는 말이지… 어차피 나 같은 녀석은…,"

    "세라린."

    퓨어린이 세라린의 말을 끊었다. 세라린은 고개를 들어 퓨어린을 바라보았고, 어

    느새 세라린의 눈 앞으로 다가온 퓨어린이 세라린의 가슴에 얼굴을 묻었다.

    "너무 그렇게… 자신을 비하할 필요 없어."

    "…후훗. 그래?"

    세라린은 조소하며 퓨어린의 머리칼을 매만졌다. 퓨어린이 생긋 웃었다.

    "적어도, 너한텐 내가 있잖아?…"

    "…푸훗."

    세라린이 실소를 터뜨렸다. 가볍게 퓨어린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세라린이 입을

    열엇다.

    "그런데… 넌 왜 굳이 나와 함께 있는 거지? 너 덕분에 헤이라스 녀석이 날 꽤나

    싫어하게 되어 버렸는데 말이지."

    "하아. 헤이라스 그 녀석?"

    퓨어린이 냉소했다.

    "그런 얼간이보다야 네가 훨씬 낫지. 아니, 너하고 그런 놈을 비교한다는 것 자체

    가 불가능한 일이라구."

    "후후훗…. 그런가?…"

    세라린이 가볍게 웃음을 터뜨렸다.

    - To be continued...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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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냠…. 잘 써집니다. 소설은 잘 써지는데… 카악!! 이놈의 시험이! 크아아악!!

    말아먹을 놈의 중간고사가! 크아아아아아∼∼!! -_-+

    Neissy였습니다.

    번 호 : 6655 / 21139 등록일 : 2000년 04월 29일 21:56

    등록자 : NEISSY 조 회 : 301 건

    제 목 : [연재] ◈ 데스트로이아 ◈ # 29

    데스트로이아 DestroiA

    Fa-las de sy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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