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데스트로이어-27화 (28/158)
  • 1. 운명을 거역하는 것이기에 …… (27)

    "다녀왔습니다."

    방문을 닫으며, 프렌테이즈가 입을 열었다. 방 안의 탁자에 모여 앉아 있던 에이

    드와 로빈, 그리고 아디즈의 얼굴이 프렌테이즈를 향해 돌려졌다. 아디즈가 물었다

    .

    "알아오셨습니까?…"

    "예."

    "그렇군요. 무엇 때문에 밖이 이렇게 소란한 겁니까?"

    "영주가 사망했다는군요."

    프렌테이즈가 대답했다. 에이드와 로빈, 아디즈의 얼굴에 의아하다는 빛이 떠올랐

    다. 에이드가 물었다.

    "아니, 갑자기 무슨 일로? 이곳의 영주는 아직 삼십 세도 되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만."

    "살해입니다."

    무표정한 얼굴로 프렌테이즈가 말했다.

    "더불어 성 안의 병사들도 모두 몰살당했다는군요."

    "그런!!… 대체 누가?…"

    로빈이 외쳤다. 프렌테이즈는 가볍게 고개를 저었다.

    "그런 것까지 알 수는 없지요. 어쨌든, 목격자가 한 명도 없으니까요."

    "어떻게 그런…?"

    로빈의 말에, 프렌테이즈는 가만히 냉소했다.

    "민간인 중에서는 모르겠고…, 그를 봤으리라 추정되는, 병사들이 모두 살해당했

    으니까 목격자가 없는 것이지요.

    아마도 일을 저지른 자들의 수는 소수일 것이라 생각됩니다만."

    "확실하진 않다는 것입니까?"

    아디즈가 물었고, 프렌테이즈는 고개를 끄덕였다.

    "정히 궁금하시다면, 직접 가 보시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아… 그게 좋겠군요."

    "성 안으로의 출입은 통제되고 있습니다만, 아마 에이드 님들도 막지는 않을 것입

    니다."

    몸을 일으키는 에이드에게 프렌테이즈가 한마디 덧붙였다.

    시끌시끌.

    거리는 꽤나 떠들썩한 분위기였다. 역시, 영주의 사망이란 소식 때문일까. 에이드

    는 그렇게 생각하며 여기저기에 모여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사람들을 살폈다. 제

    법 진지한 얼굴로 이야기를 나누는 부류도 있고, 무슨 농담이라도 하는지 가끔 폭

    소를 터뜨려가며 이야기를 나누는 부류도 있다.

    …문득, 에이드는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사람들의 표정이 상당히 밝았던 것이었다. 영주가 죽었는데도 표정이 밝다니. 영

    주의 사망에 애도한다기보다는… 마치 영주의 죽음을 기뻐하는 것 같았다. 아무래

    도 이건 뭔가 이상하다고 생각한 에이드는 프렌테이즈에게 그에 대해 물어 보았다

    .

    "당연합니다."

    프렌테이즈가 대답했다.

    "이곳의 영주는 상당한 폭정을 저질렀으니까요. 영주가 왜 죽었든, 누가 죽인 것

    이든 말입니다, 사람들은 그다지 신경 쓰지 않을 겁니다. 오히려 그 살인자에게

    감사하겠지요."

    "예에?"

    믿을 수 없다는 듯 에이드가 눈을 크게 떴다.

    "아니,… 대체 어떤 폭정을 저질렀기에…?"

    "이런 곳에서의 폭정이란 것이 뻔하지 않습니까?"

    프렌테이즈는 비웃는 듯한 미소를 입가에 띄웠다.

    "뻔하…다니요?"

    에이드가 그렇게 물었고, 프렌테이즈는 피식 웃었다.

    "전혀 모르시는 모양이군요. 하기야 수도의 성기사님이시니, 모를 수도 있겠지요.

    간단한 일입니다. 이런 곳에서 영주의 자신의 영지에 대한 권한은 실로 막강하지

    요. 어떻게 보자면 소국의 왕이라고 할 수도 있을 정도로."

    "물론… 그런 것은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것이 대체…?"

    "그것입니다. 특히 이곳의 영주는 조금 심했지요."

    "무슨…?"

    에이드는 심각한 표정으로 프렌테이즈를 바라보았다. 프렌테이즈가 조소에 가까운

    미소를 지어 보였다.

    "마음에 드는 것은 뺏는 것이지요…. 이유 없이 폭력을 가하기도 하고."

    "그런?…"

    에이드가 놀랍다는 듯이 외쳤고, 프렌테이즈는 피식 웃었다.

    "뭐…, 그런 것들이 있고. 또… 아마 이곳의 여자들 중, 제법 예쁘다 싶은 사람들

    은 모두 그가 한번쯤은 범했을 겁니다. 쉬쉬하고들 있기는 하지만, 뻔한 것이지

    요."

    "그런 일을… 용납한다는 말입니까?!…"

    에이드가 이해할 수 없다는 듯이 외쳤다.

    "죽는 것보다는 낫겠지요."

    프렌테이즈는 간결하게 답했다.

    "여하간, 그런 사정이다보니… 이곳의 영주를 누가 죽였다 해도 이상한 일은 아닙

    니다. 워낙에 원한 쌓인 게 많으니 말이지요."

    "그렇…습니까."

    에이드가 한숨을 내쉬었다.

    "입으십시오."

    툭.

    세이어가 옷 한 벌을 던져 주었다. 린은 그 옷을 받고는, 약간 멍한 표정으로 세

    이어를 바라보았다. 세이어가 씁쓸하게 미소지으며 말했다.

    "언제까지나 제 망토를 걸치고 다니실 수는 없지 않습니까….

    양장점에서 사 온 것입니다. 그것으로 갈아입으십시오."

    "……."

    린은 가만히 자신의 손에 들린 옷을 바라보았다. 세이어는 가볍게 한숨을 내쉬더

    니, 몸을 돌이켜 방에서 나가며 말했다.

    "잠시 나가 있겠습니다. 오을 다 갈아 입으면 말씀해 주십시오."

    "……."

    달칵.

    작은 소리와 함께 문이 닫혔다. 린은 잠시 물끄러미 문을 바라보다가, 다시 시선

    을 옷으로 돌렸다.

    연녹색의 원피스였다. 예전에 자신이 입었던 옷과 비슷한 디자인이었으나, 좀 더

    고급스러웠고, 무엇보다 천이 상당히 고급의 재질이었다. 린은 가만히 손가락을 움

    직여 옷을 만지작거렸다.

    …부드럽다.

    린은 가볍게 한숨을 내쉬며 시선을 나무 침대 위로 돌렸다.

    세심하게도 세이어는 어느 새 속옷까지 새로 마련해 왔다. 속옷을 어디에서 구해

    왔는지는 모르겠지만… 뭐.

    문득 린이 미소지었다.

    "배려… 인가요…?"

    린은 고개를 숙이며, 낮게 웃었다.

    "배려… 배려…인 건가요… 후… 후훗….

    세이어 님은…."

    린의 눈이 그렁그렁해졌다. 린은 눈을 깜빡여 눈물이 나오지 않게 하려 애쓰며 중

    얼거렸다.

    "모르겠어요… 전….

    세이어 님께서 무슨 생각을 하고 계시는지…."

    린은 천천히 침대 위에 엉덩이를 걸쳤다. 약간 거친 나무결의 느낌이 전해져왔다.

    린은 자조하듯 미소지었다.

    "알고 싶어요… 세이어 님을…."

    어느새 눈물이 뺨을 타고 흘렀고, 그녀는 손을 들어 눈물을 닦아냈다.

    "전… 알고 싶어요…."

    - To be continued...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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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음주면 시험입니다. 시험… 후하하하! 어린이날 끼고, 주일(Sunday) 끼고, 크

    악!!… 무슨 생각을 하는 거야, 교장이란 인간!! 크오오오옷!!

    Neissy였습니다.

    번 호 : 6643 / 21139 등록일 : 2000년 04월 29일 00:23

    등록자 : NEISSY 조 회 : 307 건

    제 목 : [연재] ◈ 데스트로이아 ◈ # 28

    데스트로이아 DestroiA

    Fa-las de sy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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