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데스트로이어-26화 (27/158)

1. 운명을 거역하는 것이기에 …… (26)

"계속… 갑시다…."

한차례 고개를 가로저은 후, 세이어는 계속해서 앞으로 나아갔다. 뒤에 따라붙은

린이 떨리는 목소리로 말을 걸어왔다.

"세… 세이어 님….'

"…왜 그러십니까?"

고개를 돌리지 않은 채로 세이어는 그렇게 물어왔고, 린은 머뭇거리며 말했다.

"계… 계속 이렇게 사람들을 죽이실 건가요?…"

"그렇습니다."

일말의 머뭇거림도 없이 세이어는 그렇게 답했다. 린은 착잡한 표정을 지으며 세

이어에게 말했다.

"하지만… 꼭 죽일 필요까지는 없잖아요…, 그냥 기절시키는 정도로도…,"

"그것으로는 적절한 대가가 되지 못합니다."

세이어는 고개를 저었다.

"이들은 제 목숨을 노린 자들. 때문에… 제게 그들에게서 받아낼 대가는 죽음입니

다."

"하, 하지만, 이들은…"

자의로 덤벼든 것이 아니잖아요… 라고 말하려던 린은, 세이어의 싸늘한 눈빛에

밀려 입을 다물었다. 어느새 세이어가 차가운 눈빛으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세이어가 냉소했다.

"스스로가 원해서 한 일이 아니라고 하고 싶으신 겁니까."

"……."

"아니오. 틀립니다. 이것은 이들의 선택입니다. 영주의 명령을 무시하느냐, 저를

죽이느냐. 이 두 가지 가운데서 저를 죽이는 것을 선택한 것입니다."

세이어는 이니아를 흔들어 검에 묻은 피를 털어냈다.

"그것이 그들이 선택한 길. 그러니 책임도 그들이 지는 겁니다."

"하… 하지만,…"

"이것이 그 결과. 죽음입니다."

세이어는 싸늘하게 미소지었다.

지하실로 내려가는 계단. 상당히 협소한 공간이었다. 몇번이고 꺾어 내려가는 이

계단은, 벽 곳곳에 구멍이 파져 있고 그곳에 램프가 놓여 있어 그다지 어둡지는 않

았다. 그 계단을 세이어와 린은 한참이나 내려갔다.

그리고 이윽고 나타난 쪽문을 보며 세이어가 냉소했다.

"이런 곳에 숨어서… 안전하리라고 생각하시는 것입니까."

세이어는 쪽문을 밀어젖혔다.

지하실의 모습이 드러났다. 약 10제곱예즈 크기의 지하실. 높이는 3예즈 정도였는

데, 꽤 큰 방인 셈이다. 가구 같은 것은 아무 것도 놓여 있지 않았고, 안에는 단지

디간과 그를 호위하는 병사 열 명 정도가 있었을 뿐이었다.

일렬로 늘어선 병사들 두에서 디간이 창백한 얼굴로 외쳤다.

"네…네놈, 여기까지 어떻게…!!"

"간단하지 않습니까?…"

세이어가 싱긋 미소지어 보였다.

"이 성 내의 모든 방 안을 뒤져보았지요. 물론 시간이 약간 걸리긴 했습니다만.

어쨌든 다시 만났으니… 상관없겠지요."

"미… 미친 녀석!"

디간이 소리쳤다. 세이어는 고개를 갸우뚱했다.

"미친 녀석… 이라. 저에게 하신 말씀이십니까?…"

"그, 그래! 지금 네놈은…"

"흐음."

세이어는 눈을 가늘게 뜨더니, 이니아를 빼들었다.

"피차 마찬가지겠지요."

"자, 잠깐!"

디간이 소리쳤다. 막 돌진하려던 세이어는 그 말에 발을 멈추고 디간을 바라보았

다. 세이어가 물었다.

"할 말이 있으십니까?…"

"네, 네 녀석, 뭣 때문에 이러는 거지? 린 때문이냐?!"

디간은 세이어 뒤쪽에서 가만히 서 있는 린을 가리키며 소리쳤다. 그 소리에 린은

움찔하며 약간 뒤로 물러섰다. 하기야, 그녀의 디간에 대한 두려움은 상당히 큰 것

일 터였다.

세이어가 조소하며 말했다.

"왜 그렇게 생각하시지요…?"

"그… 그거야,"

디간이 머뭇거렸고, 세이어는 비릿한 웃음을 지으며 이니아를 치켜올렸다.

"어느 쪽이든 상관없지 않습니까."

세이어는 린을 힐끗 쳐다보았다.

"당신이 린 씨를 범했기 때문이든."

세이어는 다시 고개를 돌려 디간에게로 시선을 향했다. 동시에 내뿜어지는 살기에

, 디간은 자신도 모르게 몸을 떨었다.

"당신이 절 죽이려 했기 때문이든."

세이어가 땅을 찼다. 디간을 지키는 병사들이 순간 긴장하며 브로드 소드를 움켜

쥐었고, 세이어는 그런 그들에게 조소를 보냈다.

휙.

이니아가 검광을 발했고, 다음 순간 병사들 반수의 목이 날아갔다. 세이어는 입술

의 한쪽 끝을 치켜올리며 다시 한 번 이니아를 휘둘렀고, 그것으로 나머지 병사들

의 상체를 단번에 양단했다.

병사들은 맥없이 바닥에 널부러졌다. 이제 남은 사람은 디간 뿐. 덜덜 떨며 자신

에게 샤벨을 겨누고 있는 디간을 바라보며 세이어가 피식 조소했다.

"…그 어느 쪽이든, 당신이 죽어야 할 이유로는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자, 잠깐, 잠깐!"

이니아를 치켜올리는 세이어를 향해 디간이 소리쳤지만, 세이어는 디간의 말을 무

시했다.

"자…, 죽어 주십시오…."

퍼억!!…

내뻗어진 이니아가, 디간의 심장을 관통했다. 디간은 믿을 수 없다는 감정을 드러

내며 세이어를 바라보았다. 세이어는 그런 디간의 눈동자를 정면으로 바라보며 말

했다.

"안녕히."

세이어는 이니아를 디간의 몸에서 뽑아냈다. 이니아의 검신에 디간의 피가 묻어나

왔다. 세이어는 가만히 이니아를 털었고, 디간이 서서히 무너져내렸다. 쓰러진 디

간의 가슴에서 천천히 피가 번져나와 바닥에 흥건하게 고였다.

"끝… 입니다……."

세이어가 조용히 말했다.

"…이것…으로."

끝이라…. 정말 이것으로 끝인 것인가…. 그렇게 생각하는가… 세이어?

'…이런 식의 결말을 원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이런 식의… 결말은….'

"……훗…후…후후후."

문득 세이어가 웃기 시작했다. 이니아를 한 손에 늘어뜨린 채로, 그는 다른 한 손

을 들어 얼굴을 가리며 음울하게 웃었다.

"후후후훗…. 후…후후후후… 그렇군요… 그런 것이….

쿡… 쿠후후후훗…."

"세… 이어 님?…"

"훗…후후후……."

그런 세이어를 불안하게 바라보던 린이 말을 걸었다. 세이어는 한참이나 그렇게

웃더니, 이윽고 고개를 돌려 린을 바라보았다.

"…아직도… 저를 따라올 생각이 있으십니까?"

세 번째로 묻는 질문이다. 린은 세이어와 시선을 마주하더니, 진지한 얼굴로 고개

를 끄덕였다. 세이어는 무겁게 한숨을 내쉬더니 린에게 손을 내밀었다.

"…잡으십시오.

이곳에서 나가겠습니다."

- To be continued...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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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우…. 힘들군요. 누가 격려메일 한통이라도 안 보내 주시나……? 그럼 힘이

날 것 같은데^^;; (…쯧, 그렇게 메일을 받고 싶냐, Neissy…. 처절하군. -_-)

Neissy였습니다.

번 호 : 6631 / 21139 등록일 : 2000년 04월 28일 00:00

등록자 : NEISSY 조 회 : 305 건

제 목 : [연재] ◈ 데스트로이아 ◈ # 27

데스트로이아 DestroiA

Fa-las de sy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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