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데스트로이어-25화 (26/158)
  • 1. 운명을 거역하는 것이기에 …… (25)

    "…뭐라고 하셨습니까?"

    세이어가 말했고, 디간은 히죽 웃었다.

    "나한테 죽어 줘야겠어."

    허리춤에 차고 있던 샤벨을 뽑으며 디간은 세이어를 바라보았다. 세이어가 피식

    조소했다.

    "진담이십니까?"

    "물론, 진담이지."

    디간이 키득키득 웃으며 샤벨을 흔들었다. 자신의 눈앞, 약 10센티예즈 정도 앞에

    서 흔들리는 샤벨의 검끝을 바라보며, 세이어는 무심한 어조로 말했다.

    "납득할만한 이유를 말씀해 주시겠습니까?…"

    "이유?"

    디간이 조소했다.

    "내가 그것을 원하니까. 되었나?"

    "그렇습니까?…"

    카칵!!

    세이어는 무표정한 얼굴로 이니아를 올려쳤다. 날카로운 금속음이 울려퍼지고, 다

    음 순간 샤벨의 검끝이 잘려나가 버렸다. 디간의 얼굴에 당혹감이 떠올랐다.

    "!!… 뭐, 뭐야?"

    "그런 실력으로… 말씀이십니까?…"

    세이어의 얼굴에 천천히 살기가 떠올랐다. 디간은 주춤하며 세이어를 바라보았다.

    "네… 네 녀석, 내게 대항하려는 거냐?"

    "…그래서 어쨌단 말입니까?"

    세이어는 눈을 가늘게 뜨며 디간을 바라보았다. 디간은 미간을 찌푸리며 세이어에

    게 말했다.

    "크… 네 녀석, 감히 내게…. 날 해치기라도 하면, 넌 무사할 수 있을 것 같나?

    난 이 시도아의 영주다, 너 따위가 감히……"

    휙.

    세이어가 한차례 이니아를 휘둘렀다. 순간 디간의 앞머리가 잘려나가 바닥에 흩어

    졌다. 디간의 얼굴색이 하얗게 변했다.

    "네… 네놈?"

    "시도아의 영주… 라. 당신께서 의지하는 것은 그것입니까."

    세이어가 조소했다.

    "그런 것에 의지하는 자를… 전 두려워하지 않습니다."

    세이어가 비릿한 웃음을 지었고, 디간이 뒷걸음질쳤다. 디간은 방문을 열고서는

    빠져나가며 외쳤다.

    "네… 네 녀석, 무사하리라고는 생각하지 마라!"

    "…글쎄요."

    세이어가 냉소했다.

    "…세이어… 님…."

    린이 조그맣게 말했고, 세이어는 천천히 뒤를 돌아보았다.

    "…왜 그러십니까?"

    "디간… 그는… 이대로 물러서진… 않을 거예요…. 분명히, 성 안의 모든 병사들

    을 동원해서 세이어 님을 죽이려고 들 게… 확실해요."

    "그렇습니까."

    세이어는 무표정한 얼굴로 디간이 나간 문을 바라보았다. …하긴, 디간이라는 남

    자는 꽤나 제멋대로의 성격인 것 같다. 애초에 말이 통할 것 같지가 않는 상대다.

    이쪽에서 확실한 힘의 우위를 보이지 않는 이상, 태도를 바꿀 생각은 없을 게다.

    …약한 자에게는 강하고, 강한 자에게는 약한 타입…, 그러나….

    "…크윽."

    세이어는 거칠게 고개를 흔들었다. …애초에 무리였을 것이다. 린의 힘 만으로는.

    세이어는 자신의 어리석음에 혀를 찼다.

    이래서야 자신은 디간에게 도움을 준 꼴이 되는 것 뿐이다. 결국 자신이 한 일이

    라고는, 린을 디간에게 데려다 준 것 밖에 없잖는가.

    "…이런 대답을 원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세이어는 이를 악물었다.

    "……린 씨."

    "…예?"

    린이 움찔 놀라며 물었고, 세이어는 짤막하게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아직, 저를 따라올 생각이 있으십니까?"

    "…네."

    린은 세이어가 무슨 의도로 그런 질문을 하는지 몰라 잠시 머뭇거리다가, 곧 고개

    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세이어는 가볍게 한숨을 내쉬고는 린을 일으켰다.

    "…따라오십시오. 이곳에서 나가겠습니다."

    이니아가 휘둘러졌고, 병사는 피를 뿜으며 쓰러졌다. 세이어는 가볍게 한숨을 내

    쉬며 계속 앞으로 발걸음을 옮겼고, 그 뒤를 망토로 몸을 감싼 린이 따랐다. 세이

    어가 중얼거렸다.

    "…이것으로 열 세 명째."

    워프를 사용하면 들어올 때와 마찬가지로 간단히 나갈 수 있었다. 충돌을 피하기

    에는 적절한 마법이니까. 그러나, 그것은 도망인 셈이고, 세이어가 바라는 식의 결

    말은 그것으로는 나오지 않았다.

    세이어는 디간에게서 도망칠 생각 따위는 없었다. 세이어는 디간에게 맞서는 쪽을

    택했고, 그 결과가 바로 복도에 널린 이 시체들이었다. 디간이 무슨 명령을 내렸는

    지, 병사들은 세이어를 보자마자 공격해 들어왔고, 세이어는 검을 휘둘러 그들을

    시체로 만들었다.

    사실, 이것은 보통 사람들의 시각에서 보자면 거의 미친 짓이었다. 한 도시의 영

    주를 상대로 검을 휘두르다니. 이 도시 내의 모든 병사들을 상대로 한판 하자는 것

    이나 다름없는 것이다. 세이어가 택한 방법은 상당히 극단적인 방법이었다. ―자신

    의 앞을 막는 존재는 베어 버린다. 그것이 몬스터이든 시도아의 영주이든 세이어에

    게는 상관될 바가 아니었다.

    "자의든 타의든… 당신들은 제게 덤벼 온 것이고…,"

    날아든 롱 소드를 살짝 몸을 비켜 피하며 세이어가 중얼거렸다.

    "대가는, 죽음입니다…."

    세이어는 이니아를 휘둘렀고, 병사의 목이 날아갔다.

    "…거슬립니다."

    문득 세이어가 중얼거렸다. 복도를 꽉 메운 채 길을 막고 서 있는 수십의 병사들

    을 바라보며 세이어는 냉소했다. 세이어는 가만히 이니아를 치켜들었다.

    …즈즈즉.

    마나가 주입됨과 동시에, 이니아에서 흑기가 뿜어져나왔다. 차디찬 미소와 함께,

    세이어는 그대로 이니아를 내려쳤다.

    콰콰콱!!

    이니아에서 뿜어져나온 마나는 그대로 복도 한가운데를 갈랐다. 복도 한가운데에

    있던 병사들은 그대로 반으로 갈려나가 버렸고, 뿜어져나온 피가 복도를 장식했다.

    곧이어 세이어가 이번엔 횡으로 이니아를 휘둘렀다.

    퍼퍽…!!

    복도를 가로막고 섰던 병사들의 몸이 가로로 양단되었다. 무력하게 쓰러지는 병사

    들의 모습을 지켜보며 세이어가 중얼거렸다.

    "…무의미합니다."

    "이렇게…까지… 하실 필요는… 없는데요…."

    린이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고, 세이어는 자조적인 미소를 지어 내보이며 말했다.

    "린 씨를 위해서가 아닙니다."

    세이어는 차디찬 냉소와 함께 병사들의 시체를 걷어차 길을 만들었다. 무서울 만

    치 냉혹하게 보이는 그 모습에 린이 가볍게 얼굴을 굳혔다.

    "디간 씨는… 어디에 계십니까?"

    아직 의식이 남아 있는 린에게 얼굴을 가까이하며 세이어가 말했다. 병사는 쿨럭

    거리며 대답했다.

    "큭… 네…놈은… 대체…"

    "세이어라고 합니다."

    세이어는 그렇게 대답했고, 병사는 숨을 헐떡였다.

    "큭… 커헉… 네놈은… 악마……, 악마야…"

    "…악마라."

    세이어가 조소했다. 병사는 몇번 더 피 섞인 기침을 하더니 그대로 숨이 끊어졌고

    , 세이어는 그에게서 얼굴을 떼었다.

    "악마라… 후후후훗…."

    세이어는 낮게 웃었다.

    "과연 그런지도 모르겠군요…."

    세이어는 린을 돌아보았다. 리은 약간 두려운 듯이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세이

    어는 피식 웃으며 아까 했던 질문을 다시 한 번 던졌다.

    "…아직, 저를 따라올 생각이 있으십니까?"

    …끄덕.

    린은 고개를 끄덕였고, 세이어는 자조하며 고개를 돌렸다. 세이어는 눈을 가늘게

    뜨며 중얼거렸다.

    "역시…, 이해할 수 없습니다…."

    "…?"

    그의 이러한 말에 린은 의아한 눈으로 세이어를 쳐다보았으나, 세이어는 복도 저

    편으로 시선을 돌린 채 린을 바라보지 않았다.

    "있다! 저 쪽이다!"

    "해치워!!"

    돌연, 복도 저 편 꺾어진 갈림길에서부터 너댓 명의 병사들이 나타났다. 제법 큰

    소리를 치는 그들이었으나, 복도에 널린 동료들의 시체들을 보고서도 계속 그럴 수

    는 없는 모양이었다. 그들은 순간 주춤하더니 천천히 브로드 소드를 꺼내들었고,

    세이어는 냉소하며 천천히 발걸음을 옮겼다.

    …철퍽. 철퍽.

    피에 젖은 발자국이 세이어가 걷는 길에 잔상을 남겼고, 병사들은 움찔하며 세이

    어를 바라보았다. 세이어와 그들과의 거리가 약 5예즈 쯤 되었을 때, 세이어가 입

    을 열었다.

    "…비키지지 않으신다면 베겠습니다."

    그의 말에 병사들은 다시 한 번 주춤했으나, 세이어의 요구대로 길을 비키지는 않

    았다. 명색이 영주를 지키는 병사다. 설령 죽게 된다고 해도, 막는 것이 임무다.

    세이어는 낮게 한숨을 내쉬며 이니아를 치켜들었다.

    "…무의미…합니다…."

    그렇게 말하며 세이어는 한 발짝 발걸음을 앞으로 내딛었다. 동시에 이니아가 앞

    으로 쭉 내뻗어졌고, 한 생명이 목숨을 잃었다.

    세이어는 고개를 저었다.

    지금, 자신은 대체 무엇을 하고 있는 것일까…? 이런 일반 병사들을 죽여 보아야

    … 의미가 없다. 자신이 상대해야 할 존재는 이들이 아니다.

    "… 모르겠습니다."

    다시 한 번 검을 휘두르며 세이어는 중얼거렸다.

    "생각이… 정리되지 않는군요…."

    고통에 신음하며 쓰러지는 병사들을, 세이어는 무감정한 눈으로 쳐다보았다.

    - To be continued...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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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데스트로이아 SD(?) 그림을 잡담란에 올립니다. 보실 분은 보세요(…뭐야, 이

    건방진 어투는?)

    Neissy였습니다.

    번 호 : 6616 / 21139 등록일 : 2000년 04월 26일 23:32

    등록자 : NEISSY 조 회 : 346 건

    제 목 : [연재] ◈ 데스트로이아 ◈ # 26

    데스트로이아 DestroiA

    Fa-las de sy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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