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데스트로이어-19화 (20/158)
  • 1. 운명을 거역하는 것이기에 …… (19)

    "…여기인 것 같군요."

    에이드는 그렇게 말하고 타고 있던 말에서 내려섰다.

    "……."

    푸르릉.

    말이 투레질을 했고, 에이드는 가볍게 두어 번 말잔등을 다독였다. 로빈은 고개를

    끄덕이며 왼손에 들고 있던 쪽지를 품 안에 집어넣었다.

    "회색의 프렌테이즈… 라. 과연 어떤 사람일까?…"

    "글쎄요."

    에이드는 한차례 무겁게 숨을 내쉬었다.

    시도아 시―.

    말을 달려 시도아 시에 도착한 에이드들은, 신탁에 따라 '회색의 프렌테이즈'를

    찾았다. 물론, 단지 그것만 가지고 사람을 찾을 수는 없었기 때문에 특별히 크레슨

    트가 쪽지를 하나 건네주었다. 그가 거처하고 있는 곳에 대한 정보가 적힌 쪽지였

    다.

    그 쪽지대로라면―.

    시도아 시의 남쪽 외곽, 여관이 밀집해 있는 거리. C급 여관 '빛나는 태양' 305호

    실에 그가 묵고 있었다.

    '빛나는 태양' 이라는 여관을 찾는 것은 그다지 어렵지는 않았다.

    목조 건물로, 떨어져나간 회반죽이 엉성하게 외관을 덮고 있는 5층짜리 건물이었

    는데, 근처의 여관보다 훨씬 낡은 건물이라 눈에 띄었다.

    "음… 일단은. 여기서 묵어야 하는 걸까요?"

    말을 다독이며 아디즈가 말했다.

    "글쎄?…, 굳이 그럴 것까지는 없겠지."

    로빈은 고개를 가볍게 저으며 여관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섰다.

    "……."

    잠시 머뭇거리는 에이드와 아디즈. 로빈은 둘이 따라들어오지 않자 뒤돌아보며 외

    쳤다.

    "어이. 안 들어올 건가?"

    "아… 아닙니다. 갑니다."

    "예…."

    에이드와 아디즈는 말을 어디에 두어야 하나 고민하는 표정으로 서로를 바라보았

    고, 로빈은 그런 둘의 모습을 잠시 바라보더니 고개를 갸웃거렸다.

    "뭐 해?"

    "아, 아닙니다…. 단지, 말들을 좀…."

    "아아."

    로빈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군. 그러고 보니 여기 마굿간이 어디지?

    여봐요, 주인 없어요, 여기?!!"

    로빈은 안쪽으로 곧게 뻗은 복도를 둘러보며 외쳤다.

    두리번두리번.

    어두컴컴한 복도. 양쪽으로 문들이 늘어서 있었고, 저 끝에는 계단이 보였다.

    "흐음…. 그냥 들어가는 건 아닐 테고."

    "손님이십니까?"

    "!!"

    갑자기 옆에서 들려온 소리에 로빈은 움찔하며 고개를 돌렸다.

    "…왜 그러십니까?"

    고개를 돌린 곳에는, 30대 후반으로 보이는 남자가 서 있었다. 짙은 녹색 머리칼

    에 군데군데 흰머리가 섞여 있었고, 광대뼈가 튀어나오고 주걱턱이라 그다지 잘생

    겼다고는 말하기 힘든 인상의 남자였다.

    '…어디서 나타난 거지?…'

    로빈은 고개를 갸웃거리며 그 남자를 바라보았다.

    "아뇨. 아무것도 아닙니다.

    여기, 사람을 좀 찾으러 왔습니다만."

    "그러십니까."

    남자는 공손한 태도로 고개를 끄덕였다.

    "몇 호실에 묵고 계시는 분인지 알고 계십니까?"

    "아, 물론이죠."

    로빈은 씨익 웃으며 자신있는 태도로 품 안에서 쪽지를 꺼냈다.

    "어디 보자….

    그러니까… 305호실의 프렌테이즈라는 사람입니다. 있습니까?"

    "그렇습니까."

    남자는 고개를 끄덕끄덕이며 뒤로 돌아 걸음을 옮겼다.

    "아아. 저런 곳에 책상이 있었군…."

    로빈은 책상으로 다가가 서랍을 열고 뒤적거리는 남자를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어

    두침침한데다 구석이라 아까는 잘 보이지 않았던 모양이었다.

    남자는 뭔가 뒤적이는 듯 싶더니 장부 하나를 꺼냈다.

    "음… 305호실이라….

    305호실이라면 한달 전부터 프렌테이즈라는 분이 묵고 계십니다. 아마 찾는 분이

    이분인 것 같은데, 맞습니까?"

    "그런 것 같군요."

    로빈은 고개를 끄덕였다.

    "흐음…. 그 사람을 찾는 건가. 꽤나 난폭한 사람이던데……."

    남자는 쩝 입맛을 다시며 중얼중얼거리더니 로빈을 바라보았다.

    "그럼… 들어가 보십시오.

    계단은 저 쪽입니다."

    "그렇습니까. 아… 참,"

    로빈은 갑자기 생각났다는 듯이, 손가락을 튕기더니 남자를 바라보며 물었다.

    "여기 마굿간 있습니까? 말들을 좀 두었으면 하는데."

    "마굿간… 말씀이십니까?…"

    남자의 얼굴에 피곤하다는 듯한 기색이 떠올랐다. 로빈은 씨익 웃으며 가볍게 손

    가락을 흔들었다.

    "아아. 귀찮으실 지도 모르겠습니다만.

    혹시 이 여관에 묵게 될 지도 모르는데, 조금만 수고해 주시죠."

    그렇게 말하며 로빈은 10실짜리 동전을 건넸고, 남자의 얼굴에 미소가 떠올랐다.

    남자는 만면에 웃음을 띄우며 과장스런 몸짓으로 고개를 주억거렸다.

    "아, 예, 물론입니다 손님!"

    남자는 밖으로 뛰어나가 에이드들이 들고 있던 말고삐를 건네받았다.

    "예, 마굿간에 매어두겠습니다. 혹시 편자를 갈아야 할 말을 없습니까?"

    "아니… 없습니다."

    갑자기 친절해진 남자의 태도에 고개를 저으며 에이드가 답했다.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문을 열고 나온 사람은, 붉은색의 냉혹해 보이는 눈동자를 지닌 20대 초반의 청년

    이었다. 회백색 머리칼을 산발하고 있었고, 약간 갸름하나 날카로운 얼굴선에 튼튼

    해 보이는 몸을 가지고 있었다.

    "당신이… '회색의 프렌테이즈'입니까?"

    로빈이 말했다.

    "…회색의 프렌테이즈?"

    로빈의 말에 그는 잠시 눈썹을 찌푸리더니, 곧 무표정한 얼굴을 하며 대답했다.

    "제 이름은 프렌테이즈 신디라이클입니다."

    "아아. 신디라이클 씨로군요."

    에이드는 고개를 끄덕였다.

    "여기 이분은 로빈 스피트. 그리고 이쪽은 아디즈 크롭입니다. 아, 그리고 제 이

    름은 에이드 카알 입니다."

    "이름 같은 건 아무래도 상관없습니다."

    프렌테이즈는 냉막해 보이는 눈으로 에이드를 응시하며 그렇게 답했다.

    "어쨌든…. 여기에 계속 서 계시지 말고, 들어오십시오."

    로빈은 가볍게 미소지었다.

    "그러지요."

    프렌테이즈는 무표장한 얼굴로 잠시 모두를 바라보더니, 곧 몸을 돌려 안으로 들

    어갔다. 로빈과 에이드, 아디즈도 그를 따라 들어갔고, 방 안에 놓여진 의자에 각

    각 자리를 잡고 앉았다.

    방 안은 그리 크진 않았다.

    한켠에는 책상이 놓여 있었고, 그 위에 약 60제곱센티예즈 정도의 거울도 놓여 있

    었는데, C급의 여관답게 거울은 깨져 있었고, 책상에는 흠집이 심하게 나 있었다.

    그리고 안쪽에는 침대가 놓여 있었는데, 나무판을 짜집기해 허술하게 만들어진 그

    리 좋다고는 말할 수 없는 침대였다.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은 모양인지, 바닥에는

    나무 쪼가리 같은 것들이 흩어져 있었다.

    에이드가 입을 열었다.

    "일단… 단도직입적으로 말씀드리겠습니다.

    저희는 다하난의 신탁을 받고 온 성기사들입니다."

    "알고 있습니다."

    무표정을 유지하며 프렌테이즈가 말했다.

    "솔직히 말씀드려, 마왕과 싸운다는 데 대해 불안이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신디라이클 씨께서는 어떤 대책이라도 있으십니까?"

    "대책?…"

    프렌테이즈는 가볍게 고개를 저었다.

    "무슨 신탁을 듣고 오셨는지는 모르겠습니다만, 대책 같은 것은 없습니다."

    "에?…"

    로빈이 의외라는 듯 입을 열었다.

    "하지만, 신탁을 보아서는…."

    "저희는 다하난께서 당신에게 무언가 '힘'을 부여하셨으리라 생각하고 왔습니다만

    …."

    아디즈가 끼어들었다. 프렌테이즈의 입가에 비웃음이 맺혔다.

    "'힘'… 이라고요?"

    프렌테이즈는 고개를 숙이며 냉소했다.

    "힘이라…. 글쎄요. 힘이라면 힘이랄 수도 있겠군요.

    어쨌든, 일단 저는……,"

    프렌테이즈는 가볍게 쿠쿡… 하고 웃으며 손가락으로 머리를 헝크러뜨렸다.

    "다하난께서 선택한 자. 다하난의 대리자…니까요."

    "아아."

    "과연, 그렇군요."

    "그럼, 역시?"

    에이드와 로빈, 아디즈가 각기 탄성을 질러댔다. 그리고 프렌테이즈는 다시 무표

    정한 얼굴로 돌아가, 기뻐하는 그들을 바라보며 나직히 중얼거렸다.

    "그, 빌어먹을 놈의 다하난….

    그 개자식의 대리자라… 그거지."

    "에? 지금 뭐라고 하셨습니까?"

    로빈이 물었고, 프렌테이즈는 고개를 저었다.

    "…아무 말도."

    "그렇습니까? 뭐….

    자, 그럼. 일단 앞으로 어떻게 하면 되는 겁니까?"

    로빈은 들떠서 질문했고, 프렌테이즈는 피식 냉소지었다.

    "글쎄요…."

    - To be continued...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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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2편―비축분입니다―을 쓰면서 느끼는 겁니다만…, 세이어란 녀석… 정말 인간

    성이 더럽군요…. 차라리 프렌테이즈 쪽이 훨씬 낫다는 생각이 드는 게….-_-;

    Neissy였습니다.

    번 호 : 6485 / 21148 등록일 : 2000년 04월 20일 23:38

    등록자 : NEISSY 조 회 : 326 건

    제 목 : [연재] ◈ 데스트로이아 ◈ # 20

    데스트로이아 DestroiA

    Fa-las de sy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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