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데스트로이어-18화 (19/158)
  • 1. 운명을 거역하는 것이기에 …… (18)

    너무나 갈망하기에 얻을 수 없는 꿈이기에

    그것을 소망합니다

    꿈이기에 결코 이루어질 수 없는 것이기에

    나는 그것을 원합니다

    받아들여주실 수 없는가요

    저를 보아 주실 수 없으신가요

    그대 아래 나는 그 아무것도 아닌 존재일 뿐인가요

    비통의 한 조각 연이 눈물이 되어 바람에 흩뿌려지듯

    저의 모든 것이 그대로 부질없어지는군요

    알고 있어요

    불가능하리라는 것은 저도 잘 알고 있어요

    하지만……

    저만을 보아달라고는 하지 않겠어요

    단지 그대의 눈길이 잠시라도 저를 향해주셨으면을 바랄 뿐이예요

    그것조차 단지 꿈일 수밖에 없는가요?…

    세네챠 라 메르나노아 데네지르

    쟈이레느 디 세이어

    모든 것이 헛된 것으로 변하고

    처음부터 있지 않았어야 할 그것도 무로 되돌아가는군요

    포말로 부서지듯……

    무너져내려야만 하는 꿈이기에

    그대여

    나의 그대여

    소망하는 것조차 허락하지 않으시는 나의 그대여

    갈구합니다

    그대가 바라보는 그거을 함께 바라볼 수 있기를 갈구합니다

    기쁨과 사랑을 슬픔과 분노를 함께할 수 있기를 갈망합니다

    그대를 원합니다……

    절망 속에서도 무너지지 않음은 오로지 그대가 있기 때문…

    그대가 있음으로 내가 있기에 그대가 없으면 나는 없는 것

    그러나… 그것은 혼자만의 생각일 따름인가요?

    결코 상상해서도 안될 그런 것인가요?

    세네챠 라 메르나노아 데네지르

    쟈이레느 디 세이어

    너무나 갈망하기에 얻을 수 없는 꿈이기에

    그것을 소망합니다

    꿈이기에 결코 이루어질 수 없는 것이기에

    나는 그것을 원합니다

    린은 한숨과 함께 노래를 끝마쳤다.

    이 노래의 이름은 메르나노아(회한). 음유시인들이 많이 부르는 곡으로, 원래 이

    노래를 지은 사람은 알 수 없지만, 예전부터 애창되어진 노래였다. 상당히 구슬픈

    분위기의 곡으로, 어딘가 애절하다는 느낌이 드는 곡이었다.

    마음을 달래보고자 부른 노래였으나…, 린은 오히려 가슴이 텅 비어버린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더욱 서글퍼질 뿐이었다.

    "하아……."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린은 세이어를 바라보았다. 평온한 얼굴. 평온해 보이는… 얼굴. 문득 린의 눈가

    에 눈물이 맺혔다.

    "…세이어 님…."

    린은 젖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행복하다. 지금 이 순간이 좋다. 그러나… 시도아 시에 도착하면 지금의 이 작은

    행복은 깨지게 될 것이 분명했다. 그녀가 원하건, 원하지 않건.

    그러나, 어떻게 해야 할까.

    "도와 주세요…."

    그녀는 손을 들어 눈물을 닦아내며 말을 이었다.

    "절… 지켜주신다고 하셨죠….

    ……언제까지라도…… 지켜… 주세요…."

    자고 있는 세이어. 자신의 말을 들었을 리는 없다. 린은 조용조용히 세이어에게

    속삭였다. 만약, 세이어가 깨어 있었다면 린은 이런 말을 하지는 못했을 것이다.

    "디간… 그는…"

    린은 훌쩍였다.

    새삼스럽게 느껴졌다. 결코, 그 같은 사람과 있고 싶지 않다. 자신이 함께 하고

    싶은 사람은….

    "하아…아아…."

    린은 한숨을 내쉬며 서글프게 미소지었다. 린은 다시 나무에 몸을 기대며 아련히

    세이어를 바라보았다. 지금 이렇게 혼자 중얼거려봐야…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자신을 다시 한 번 확인하게 되는 것 뿐이다.

    린은 눈을 감으며 잠을 청했다.

    그리고―.

    새근새근…. 부스럭.

    린이 잠이 든 것을 확인한 세이어는 감고 있던 눈을 떴다. 세이어는 가볍게 고개

    를 들어 린을 바라보았다.

    "……."

    린의 눈가에 맺혀 있는 눈물. 세이어는 훗 하고 냉소지었다.

    "아무 것도 변하지 않습니다. 스스로 바꾸려 하지 않는 한."

    세이어는 고개를 저었다.

    "어리석군요…. 린 씨."

    <그들이 오고 있다.>

    목소리가 들려온다.

    <명령의 전달을 시작하겠다.>

    명령…. 그런가.

    나는 명령에 따라야 하는 존재였지.

    <그들을 파멸시키는 것이 너의 임무다.>

    임무…. 임무라?

    잘도… 지껄여대는군.

    <증오스러운가?>

    …증오스럽냐고? 당연하지 않나?

    그걸 왜 묻는 거지, 이 나에게? 이미 종속된 존재에 불과한, 이 나에게 말이다!

    <그것은 무엇을 위한 증오인가.>

    "시끄러…."

    나는 귀를 막는다. 그러나 음성은 계속 머리 속에서 울린다.

    저주…스럽군. 이 빌어먹을 현실이.

    <그것은 네가 선택한 현실이 아니었던가.>

    "그만 해!!"

    콰당.

    나는 앉아 있던 의자를 박차며 거칠게 몸을 일으킨다. 증오스럽다. 증오스럽다―.

    <선택받은 존재여… 왜 자신의 운명을 거부하는가?>

    "선택받은 존재? 운명?"

    나는 조소한다.

    "그런 것 따위 개나 줘버려!

    운명? 웃기고 있군. 그래서, 그들이… 모두 죽어 버린 것이 겨우 운명 때문이었

    다는 건가? 그래서 난 그들을 죽여야만 했나? 그 빌어먹을 운명 때문에?!!…"

    왜 운명을 거부하느냐고?

    이런 개같은 운명르 받아들이라고? 집어치우시지!

    <그것이 너의 선택이었다.>

    "선택?!! 강압에 의한 선택도 선택이냐?!"

    의자를 집어던진다. 날아간 의자가 벽에 걸린 거울과 부딪힌다.

    쨍그랑!!…

    산산히 깨어져 흩어지는 유리파편. 박살나는 의자. 나는 거칠게 숨을 내쉬며 다시

    한 번 외친다.

    "같잖은 소리 집어쳐!"

    <어리석은 자여….>

    "어리석다고, 내가?"

    <아직도 과거에 사로잡혀 있는가….>

    "…크… 크후훗…."

    나는 웃는다.

    박살난 의자, 아니, 이젠 의자라고 할 수도 없는 그것을 집어 아무렇게나 내던진

    다.

    투각.

    책상과 부딪힌 나무의 조립체는 아예 박살이 나버린다. 조각조각 흩어지는 나무

    조각. 그러나… 겨우 이런 것으론 부족하다.

    나는 냉소한다.

    "억압에 의한 강압에서 복종을 기대하는 건가?"

    <작은 것에 사로잡혀 의를 거역한 것이 옳은가?>

    "쿡…. 작은 것? 의?

    궤변 늘어놓지 마라, 다하난!"

    나는 격분한다.

    그래…. 신이여. 위대하신 빛의 주신 다하난이여. 나의 연인, 나의 친구, 나의 가

    족, 나의 친지… 그 모두가 죽어 버렸는데, 당신에게는 그것이 고작 '작은 것'에

    불과하다는 건가?

    "대답해 봐라!"

    <그것은 너의 운명….>

    운명이라는 말로 미화시키지 마라.

    한 사람의 인생을 그런 것 따위로 결정짓지 마라.

    <선택된 자… 프렌테이즈 신디라이클이여….>

    닥쳐… 웃기지 마….

    "집어쳐!!"

    더럽다.

    기분이 더럽다.

    기분이 빌어먹게도 더럽다.

    - To be continued...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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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즐거운 시간 되시길.

    Neissy였습니다.

    번 호 : 6470 / 21148 등록일 : 2000년 04월 19일 23:35

    등록자 : NEISSY 조 회 : 320 건

    제 목 : [연재] ◈ 데스트로이아 ◈ # 19

    데스트로이아 DestroiA

    Fa-las de sy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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