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데스트로이어-17화 (18/158)
  • 1. 운명을 거역하는 것이기에 …… (18)

    하늘은 이제 완전히 어두워졌다. 해가 진 모양이었다.

    거세게 내리고 있는 소나기― 비는 그칠 생각이 없는 듯, 계속해서 세차게 내려대

    고 있었다. 세이어는 옆에서 잠들어 있는 린의 모습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이해할 수 없군요…."

    세이어는 고개를 저었다.

    <뭘 이해할 수 없다는 거야?>

    이니아가 말을 걸어왔다. 세이어는 훗 하고 웃으며 떨어지는 빗방울들로 시선을

    돌렸다.

    "린 씨… 말입니다."

    <응? 이 여자 말이야?

    왜, 그녀가 어때서?…>

    "이해할 수가 없습니다. 어째서 이렇게 미소짓고 있는 거지요?…"

    이니아는 어리둥절해했다.

    <그게 무슨 소리야?>

    "어째서 처음 보는 사람을 의지하려 드는 것이지요?…"

    세이어는 가볍게 한숨을 내쉬었다.

    "저로서는 이해할 수가 없군요.

    어차피 믿을 수 있는 것은 자신 뿐인데… 왜 다른 사람에게 의지하려 드는 것인

    지…."

    <글쎄. 그게 그렇게 궁금하면 직접 물어 보지 그래?>

    이니아가 말했고, 세이어는 가만히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러고 싶지는 않습니다…."

    <흐∼음.>

    이니아는 피식 웃으며 말했다.

    <너, 두려운 거지?>

    "…예?…"

    단정짓듯 묻는 이니아의 말에 세이어는 눈쌀을 찌푸렸다. 이니아는 키득키득 웃으

    며 말을 이었다.

    <너…, 린이 네게 호감을 갖게 되는 걸 두려워하는 거 아냐?>

    "…그렇게 생각하십니까?…"

    세이어는 린을 바라보았다. 나무에 기대앉은 채 편안하게 자고 있는 린. 편안한

    듯이… 미소지으면서 자고 있다.

    세이어는 짤막하게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그럴지도… 모르겠군요."

    <음… 내가 보기론 말야,>

    이니아는 킥킥 웃으며 말했다.

    <분명 린은 네게 호감을 가지고 있어. 내기해도 좋아.>

    "그렇습니까?…"

    세이어는 곤란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같은 '여성'으로서 판단하건대, 린은 널 의지하고 있어. 여기서 네가 좀 따뜻하

    게 대해 주면, 너한테 홀딱 넘어올 거야.>

    이니아는 음흉하게 웃었다.

    <그 때 확실하게 잡아버리는 거야. 그러니까 말야?…>

    "흥미없습니다."

    세이어는 고개를 저었다.

    "그보다… 이상하군요. 린 씨와 제가 동행하기 시작한 지 겨우 열흘밖에 지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도…"

    <'밖에'라니?>

    이니아는 세이어의 말을 끊었다.

    <열흘이면 사랑이 싹트기엔 충분한 시간이라고. 그런데다 너 말야. 강하겠다, 생

    기기도 꽤 괜찮게 생겼겠다. 좀 차가워서 그렇지, 나름대로 인기있을 타입이란

    말야.>

    "그렇습니까…."

    세이어는 씁쓸하게 미소지었다.

    "무의미한 일입니다…. 감정을 낭비하고 싶은 생각은 없습니다."

    <…낭비라. 뭐, 좋을 대로 해.

    내가 간섭할 일은 아니지.>

    이니아가 말했다.

    <그런데 한 가지는 물어 보고 싶은데. 너, 대체 린을 어떻게 할 셈인 거야?>

    "시도아 시까지 무사하게 보호해 줄 생각입니다."

    세이어는 시큰둥하게 대답했고, 이니아가 재차 물었다.

    <…그것 뿐이야?>

    "그럼 그것 외에 또 무엇이 필요합니까?…"

    도리어 이상하다는 듯이 세이어가 물었고, 이니아는 가볍게 입맛을 다시며 대답했

    다.

    <아니… 난 그냥….>

    "그녀가 어떻게 행동할 지, 그것이 궁금한 것 뿐입니다.

    혹시, 무언가 착각이라도 하신 것입니까?…"

    <…별로.>

    이니아는 한숨을 내쉬었다.

    <너란 놈도… 참 메마른 녀석이네….>

    "감정을 낭비하고 싶지 않은 것 뿐입니다."

    세이어는 그렇게 대답했고, 이니아는 침묵했다.

    린은 눈을 떴다. 주위는 완전히 어두워져 있었으나, 모닥불이 피워져 있어서 그리

    어둡지만은 않았다. 아마도 세이어가 피운 것이리라. 린은 세이어를 바라보았다.

    세이어는 옆에서 나무에 몸을 기댄 채 자고 있었다. 평온한 얼굴이었다.

    린은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보았다. 어느새 비는 거진 그쳐 있었다. 그래도 아직은

    구름이 잔뜩 끼어 있어서 하늘은 어두컴컴했지만, 언뜻언뜻 구름 사이로 달빛이 내

    비쳤다.

    어디선가 이름모를 풀벌레 소리가 들려왔다.

    "하아…,"

    린은 가볍게 한숨을 내쉬었다.

    평온하다. 평온하지만… 오히려 그래서 약간 답답하다. 린은 다리를 모으곤 양손

    을 깍지껴 무릎 위에 얹었다. 자고 있는 세이어를 깨우지 않으려 조심하며, 그녀는

    나무에 몸을 기대어 앉았다.

    나지막하게, 세이어의 숨소리가 들려온다.

    "…세이어 님…."

    린은 낮게 중얼거렸다.

    "당신은… 지금의 제가 의지할 수 있는 유일한 분…."

    린은 가볍게 고개를 흔들었다.

    그 누구도… 자신에게 도움 같은 것을 주지 않았었다. 디간… 그의 부름에, 그녀

    는 싫다는 내색도 제대로 할 수가 없었다. 아무런 사정도 모르는 가족들은 오히려

    린이 영주의 아내가 된다는 것을 기뻐했을 뿐이다. 물론, 좀더 정확히 말하자면 린

    이 영주의 아내가 됨으로 인한 자신들의 지위 상승을 기뻐한 것이겠지만….

    그들은 디간의 본모습을 모른다. 아니, 알고 있지만 무시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어차피 상관없다고 생각했다. 어차피 자신의 의지 따위는 상관 없는 것이었기에…

    , 그대로 따르기만 하면, 그것으로 인해 적어도 가족들은 행복해 할 것이라고 생각

    했다.

    그러나….

    "가고 싶지 않아… 그런 곳…."

    싫다. 디간― 그에게로 가는 것, 죽는 것이 나을 만치 싫다.

    하지만 왜… 대체, 왜일까. 전에는 이런 느낌은 아니었는데….

    린은 세이어를 바라보았다.

    "…하아…."

    의지할 수 있는 사람. 자신을 보호해 주는 사람. 냉정하게 말하지만… 자신을 배

    려해 주는 사람. 그랬다. 어느새 자신은, 이 남자를 좋아해 버리게 된 것 같다. 이

    남자와 함꼐 다니게 된 지 열흘…,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시간.

    확실하다고 생각한다. 분명 자신은 이 사람에게 호감을 가지고 있다. 다만, 자신

    할 수 없는 것은…, 그는 자신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가… 하는 것이다.

    그가 자신을 싫어하지 않는다는 것은 확실하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자신을 좋

    아하고 있다는 것은 아니다. 확신할 수는 없는 것이다.

    "너무나…"

    린은 조용히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갈망… 하기에…"

    착 가라앉은 목소리. 서글픈 곡조.

    "얻을 수 없는… 꿈이기에…. …"

    린은 잠시 고개를 돌려 세이어를 바라보았다. 그는 여전 눈을 감은 채 잠을 자고

    있었다. 린은 가볍게 한숨을 내쉬고는, 다시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 To be continued...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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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음…. 열심히 쓰겠습니다. 아, 리메이크는 결코 안할테니!! 마음놓고 보시길^^;

    (……믿을 수 있을까?)

    Neissy였습니다.

    번 호 : 6457 / 21148 등록일 : 2000년 04월 18일 23:58

    등록자 : NEISSY 조 회 : 325 건

    제 목 : [연재] ◈ 데스트로이아 ◈ # 18

    데스트로이아 DestroiA

    Fa-las de sy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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