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데스트로이어-14화 (15/158)

1. 운명을 거역하는 것이기에 …… (14)

"신탁…?"

지든 왕자는 궁금증을 가득 품은 눈으로 크레슨트를 바라보았다.

"다하난의 신탁이 계셨습니다. 빛의 다하난께서 말씀하시길…."

크레슨트는 잠시 말을 멈추고는 가볍게 숨을 들이켰다.

"'태초로부터 존재하지 않는 존재. 그에 대적됨은 이미 내려졌나니.

존재의 멸망을 부여받은 것으로 그 역이 됨은 존재의 창조를 부여받은 것. 존재

의 강림이기 때문이라.

무릇 모든 것을 잠식하여 무로 화함은 어둠의 몫. 어둠을 무로 화함은 빛의 몫.

세이크나드, 시도아로.

회색의 프렌테이즈가 존재함이니.'… 라고 하셨습니다."

"시도아 시로 가서 프렌테이즈라는 자를 만나라… 라는 것입니까?"

지든 왕자가 물었다.

"예…. 그것이 다하난의 뜻입니다.

그러한 연유로, 그곳에 갈 사람을 뽑았으면 합니다."

"으음."

지든 왕자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것은 슈바네 스트루데의 뜻과 일치하는 것입니까?"

스트루데는 고개를 끄덕였다.

"예. 신이 '무기'라는 표현을 사용했었던 것을 기억하십니까, 왕자 저하."

"물론 기억하고 있지요."

"'비전의 서'에 쓰여 있던 그 내용대로라면….

악신의 대리자, 마왕에 대항할 수 있는 존재는 주신의 대리자, 인간입니다."

"대리자…,"

로빈은 나직히 중얼거렸다.

"주신의 대리자…, 인간, 인가?…"

"과연 그렇군…."

지든 왕자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더니 미소지으며 좌중을 둘러보았다.

"자아…. 그럼 다들 잘 들었으리라 믿습니다.

일단 이 말이 신탁이니만큼…, 확실한 의견이기는 하지만 우선 이 의견에 따라

실행하기에 앞서 혹 또다른 의견은 없는지 들어 보고 싶은데…. 혹 다른 의견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없습니까?"

"……."

"다른 의견이 있다면 손을 들어 보십시오."

"……."

다른 의견 같은 것은 없었다.

"그렇다면, 이 의견을 그대로 실행하는 데에 이견이 없는 것입니까?"

"……."

물론 이견 같은 것은 없었다.

"흐음."

가볍게 숨을 내쉰 지든 왕자는 천천히 오른손을 들어올리며 말했다.

"좋습니다. 그렇다면, 누가 시도아 시로 가는 것이 좋으리라 생각합니까?

다들 알겠지만, 이 일은 극히 위험한 일입니다. 악신의 대리자와 직접 상대해야

만 하게 될지도 모르는 일이니만큼, 확실한 적임자를 뽑아야만 합니다."

지든 왕자는 천천히 좌중을 둘러보았다.

"추천이라도 좋고…, 자원이라도 좋습니다. 적임자다 생각되는 사람을 뽑아 주길

바랍니다."

"……."

장내의 사람들은 침묵한 채 잠시 말이 없었다.

사실, 그렇다. 어쨌든 신탁이 내려온 덕분이 일단 결정이 빠르게 내려지기는 했지

만, 이 일이 극히 위험한 일이라는 것은 전혀 변하지 않았다.

적어도 상대는 마왕이라는 존재다. 그런 존재와 싸우기 위해 보내지어지는 사람일

진대, 간단하게 결정내릴 수 있을 리가 없는 것이다. 이미 알고 있듯이, 프리네리

아 왕국 최강자라 알려진 저 에이드조차도 상대조차 못한 존재이다. 추천 같은 것

을 할 수 있을 리가 없지 않는가?

"…슈니체르 성기사단장 에이드 카알. 지원합니다."

에이드는 무겁게 팔을 들었다 내리며 말했다.

"아아…, 나이트 에이드."

지든 왕자는 고개를 끄덕였다.

"또… 누군가 없습니까?"

"슈니체르 성기사단 부단장 아디즈 크롭. 지원합니다."

회의가 진행되는 내내 묵묵히 침묵을 지키고 있었던 아디즈가 몸을 일으키며 말했

다. 지든 왕자는 그러한 아디즈를 바라보며 어느 정도는 짐작했다는 듯 고개를 끄

덕였다.

"나이트 아디즈도….

또, 지원할 사람은 없습니까?"

지든 왕자는 한차례 장내에 들어앉아 있는 좌중을 둘러보았다.

"……."

그러나, 더 이상 지원할 사람은 없는 듯 했다.

하긴 그렇지만. 이미 나이트 에이드와 나이트 아디즈 두 사람이 지원한 이상 반드

시 지원해야만 한다는 법도 없다. 어쨌든, 신탁에서도 '시도아로' 라고만 되어 있

지, 시도아로 몇 사람 이상 오라― 라고는 쓰여 있지 않으니까, 말이다.

그러하기는 하나…….

고요.

침묵….

정적…….

"굳이 사지로 가고 싶지는 않은 거지."

로빈은 피식 웃으며 중얼거렸다.

"왜 지원하신 겁니까?"

에이드는 로빈을 똑바로 바라보며 말했다.

"응? 왜, 뭐 잘못됐나?"

잘 구워진 스테이크를 입에 넣으며 로빈이 말했다.

"저희 둘만 가도 되는 일이었을 것입니다. 굳이 로빈 님까지 오실 필요는 없지 않

습니까? 아시다시피…"

"뭐, 알고 있어."

로빈은 빙그레 웃으며 손을 저었다.

"죽으러 가는 거나 마찬가지라는 거지?

하지만 그렇게 단정지어서야 곤란하잖아. 이기러 가는 거지 죽으러 가는 게 아니

니까 말이야."

"그렇습니다만…."

"아무리 에이드가 일합에 당한 상대라고는 해도 말이지…. 처음부터 포기해서는

아무것도 되지 않아."

로빈은 씨익 웃으며 접시에 놓인 스테이크에 포크를 찔러넣었다.

"그보다 에이드야말로 꼭 죽으러 가는 것 같아. 우물우물….

이 스테이크 맛이 꽤 괜찮은데."

"아, 예… 즉석에서 굽는 것이니까요. 왕성 식당이니만큼…….

……잠깐만요. 이 말을 하려던 것이 아니잖습니까?"

"왜, 그럼 무슨 말을 하려던 건데?"

싱긋 웃는 로빈. 에이드는 정색하며 로빈을 바라보았다.

"당연한 것 아닙니까.

시도아 시에는 저희들만 가도 충분하니까, 로빈 님은 남으시라고요. 내일 나오시

지 않고…. …어제 회의에서의 일은 없던 것으로 치는 겁니다."

"에엥?"

로빈은 어처구니없다는 듯이 에이드를 바라보았다.

"지금 그걸 말이라고… 허걱?"

스테이크를 또 한 점 입에 넣던 로빈은 갑자기 고기를 다시 뱉어내며 투덜댔다.

"크윽…. 이거 너무 뜨겁잖아. 후우욱….

거기 물 좀 줘."

"아, 예. 여기."

"고마워."

로빈은 물컵을 받자마자 단숨에 들이킨 후 고개를 흔들었다.

"후욱…. 이 스테이크는 뭐가 이리 뜨거워?

뭐, 그건 그렇다 치고 말이지. 나보고 남으라는 건가, 지금?"

"그렇습니다."

"왜?"

"말씀드렸다시피, 굳이 로빈 님까지 갈 필요가 없기 때문입니다."

"하."

로빈은 풋 코웃음을 쳤다.

"뭐가 갈 필요가 없어, 인가. 한사람이라도 아쉬울 판인데.

잔소리말라고. 어쨌든 이미 결정된 것. 번복할 수 없다는 것 잘 알면서 자꾸 왜

그러는 건가, 에이드. 기사라면 한입으로 두말하지는 않아. 그것도 성기사라면

더더욱."

"……."

"충격, 회복했다는 건 역시 과장이었군?"

"……."

로빈은 에이드를 바라보며 가볍게 미소지었다.

"두려운 건가?"

"……아니오… 그런…"

"솔직하게 말해도 좋잖아. 에이드.

마왕을 상대로 즐겁다는 녀석이 이상한 거지. 너무 그렇게 자신을 억압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인정할 것은 인정하고 싸워도 좋아."

"…그러나…,"

"인정하기 싫다, 그건가?"

"……."

"뭐, 아무래도 좋아. 그건 내일부터 생각해도 늦지 않으니까."

로빈은 빙긋 웃고 나서는 다시 스테이크를 먹기 시작했다.

"자자. 그럼 에이드는… 엘피 왕녀님이라도 만나보는 게 어때?"

"예?"

"엘피 왕녀님 말이야. 그새 잊어버렸나? 음…, 내가 알기로는 가장 최근에 만난

것이 1년 전이라고 들었는데, 괜찮겠어?"

"뭐가… 말씀이십니까?"

에이드는 짐짓 침착해 보이려 애쓰며 입을 열었다. 그러나, 로빈은 피식 웃으며

말을 계속했다.

"청춘은 좋은 거라고. 나도 이 점심 다 먹고 나서 에아네스를 만나러 갈 생각인데

말이지….

설마 혼자 궁상떨고 있을 생각은 아니겠지, 에이드?"

"아, 예…."

"잘 해보라고. 이거든, 저거든."

로빈은 가볍게 미소지었다.

- To be continued...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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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력이 딸립니다……. 우어어…… 잠을 보충해야 해……. 어어…….(좀비…냐?)

즐거운 시간 되시길…… 흐허허허허허……….

Neissy였습니다.

번 호 : 6406 / 21148 등록일 : 2000년 04월 15일 23:11

등록자 : NEISSY 조 회 : 339 건

제 목 : [연재] ◈ 데스트로이아 ◈ # 15

데스트로이아 DestroiA

Fa-las de sy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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