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데스트로이어-13화 (14/158)
  • 1. 운명을 거역하는 것이기에 …… (13)

    왕성 제 3회의실.

    비공식적인 안건을 처리할 때에 이용되는 곳이다. 일반인에게, 외부에 알려져서는

    곤란한 일을 처리할 때에… 말이다.

    "그럼, 에이드는 전하께 보고를 올린 그 날 이후, 주로 그 정원에서 시간을 보냈

    던 거군."

    "조금… 휴식이 필요했으니까요."

    로빈의 말에 에이드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과연, 대단한 상대이긴 했나보군."

    "예……."

    로빈은 씨익 웃었다.

    "아아, 미안. 너무 그렇게 어두운 얼굴 할 것 없어.

    어쨌든 이번의 회의에서 어떻게든 해결책이 나올 테니까. 그래, 제시할 의견은

    있는 거야?"

    "글쎄요…."

    "이봐. 그런 어정쩡한 대답이라니. 에이드답지 않은데."

    "죄송합니다."

    에이드는 고개를 숙여 보였고, 로빈은 푸욱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내저었다.

    "이런이런….

    나에게 사과할 필요는 없잖아? …뭐, 좋아. 어쨌든…."

    덜컹.

    그 때, 문이 열리며 일단의 사람들―이라고 하지만, 실은 두 사람―이 들어왔다.

    "…아."

    그들을 확인한 로빈의 눈이 크게 떠졌다.

    "와아. 이거 스트루데 현자님 아니십니까? 정말 굉장한데요… 현자님까지 오시다

    니. 아레레? 이분은 또… 하이 프리스트 크레슨트 님이신데? 야아… 이거 정말

    대단하군요."

    "허허…. 자네는 변한 게 없군, 나이트 로빈."

    스트루데는 그의 긴 하얀 수염을 쓰다듬으며 허허 웃었고, 로빈은 예를 표하고 나

    서 씨익 웃어 보였다.

    "아니죠… 변하지 않은 거라면 저보다는 에이드가, 아차차…, 나이트 에이드가 있

    습니다만?"

    로빈의 말에 스트루데는 고개를 돌렸다. 그의 시야가 닿은 곳에서는, 어느새 에이

    드가 무릎을 꿇고 예를 표하고 있었다.

    "슈니체르 기사단장. 제 32람베르티, 나이트 에이드가 슈바네 스트루데 님, 그리

    고 하이 프리스트 크레슨트 님께 인사 올립니다."

    "……."

    스트루데와 크레슨트는 잠시 조용히 에이드를 바라보았다. 에이드는 무릎을 꿇은

    채 그대로 고개를 숙이고 있었고, 이윽고 크레슨트는 빙그레 웃으며 에이드를 일으

    켜 세웠다.

    "그런 인사는 공식적인 자리에서도 충분하다네. 자, 이만 일어나게나, 나이트 에

    이드."

    "예. 크레슨트 님."

    스트루데는 크레슨트에게 고개를 숙이는 에이드를 바라보며 인자하게 웃었다.

    "그 일에 관해서는 슈나로드 13세 전하에게서 이미 들었네.

    괜찮겠나?"

    "아, 예…. 이젠 괜찮습니다."

    스트루데는 가볍게 미소지었다.

    "전하께서는 심려가 크신 모양이네. 마왕의 부활이라는 것만 해도 이미 힘든 상황

    인데 거기에 자네까지 문제가 생긴다면 어떻게 될지…. 알지 않겠나, 자네도?"

    "예…. 심려를 끼쳐드려서 죄송합니다."

    에이드는 고개를 숙였다. 그 옆에 같이 일어서 있던 로빈은 빙긋 웃으면서 에이드

    의 어깨를 툭툭 쳤다.

    "그렇게 생각한다면 힘내도록. 나이트 에이드.

    아…, 참. 스트루데 님?"

    "왜 그러나?"

    스트루데는 인자한 미소를 띄운 채 로빈을 바라보았다. 로빈은 가볍게 웃으며 스

    트루데에게 말했다.

    "오늘 회의에 혹시 전하께서는 오시지 않으십니까?

    사실 전하께서 오시리라고는 생각하지 않고 있었습니다만, 스트루데 님이나 크레

    슨트 님까지도 오셨고 하니…."

    "아, 폐하께서는 참석하지 않으시겠다 하셨네."

    크레슨트가 입을 열었다. 로빈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습니까? 하긴… 전하께서 직접 오시기는 조금 힘들겠군요."

    "대신 지든 왕자님께서 참석하신다 하셨네."

    "지든 왕자님께서… 말씀이십니까?"

    그렇게 물은 것은 에이드였다.

    "아아…. 전하께서 지든 왕자 전하께 그렇게 말씀하신 모양이네.

    하기는, 전하께서 그리 말씀하시지 않았다 하더라도 왕자님께서는 참석하려 하셨

    을 테지만 말이네. 뭐니뭐니해도 마왕의 부활 아닌가. 허허허."

    크레슨트는 그렇게 답하고 나서는 허허 웃었다. 에이드는 그러는 크레슨트를 잠시

    바라보다 무겁게 입을 열었다.

    "다하난께서는… 이렇게 될 것을 아시고 저를 그곳으로 보내셨던 것일까요…?"

    크레슨트는 빙그레 웃었다.

    "자네는 인간이네."

    "……?"

    "내 이미 프리스티스 넷샤에게서 이야기는 들었네."

    그렇게 말한 크레슨트는 다시 한 번 빙그레 웃어 보였다.

    "마왕이라는 것은 제 1급 마족 중에서도 고르고 고른 존재. 인간의 힘으로는 감당

    하기 힘든 것이 당연한 일이겠지."

    "그렇습니다만…"

    "아. 내 말을 계속 듣게나."

    크레슨트는 손을 들어 보이며 에이드의 말을 끊었다.

    "다하난께서는 인간에게 무한한 애정을 품고 계시네. 그러한 그분이 우리에게 해

    가 되는 일을 하시리라고 보는가?…

    나이트 에이드."

    "예."

    "다하난께서 신탁을 내려주셨었지."

    "예…. 그러했기 때문에 제가 그곳에 간 것입니다만…."

    "오늘 아침, 그분께서는 또다른 신탁을 내려주셨네."

    "!"

    "신탁이라니, 무슨 말씀을 하셨습니까?"

    로빈도 궁금했는지, 호기심을 숨기지 않은 얼굴로 다가와 크레슨트에게 물었다.

    그러나, 크레슨트는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

    "그것은 조금 후… 회의 때에 말하겠네.

    미리 말하기에는 그다지 적절하지 않은 내용이기 때문이네."

    "그래도…"

    "기다리게나."

    궁금해진 로빈은 계속 크레슨트를 닥달했으나, 크레슨트는 그저 허허 웃을 뿐이었

    다.

    '신탁…. 다하난… 그분의 뜻….'

    에이드는 조용히 고개를 흔들었다.

    정확히 10시 정각에, 회의는 시작되었다.

    "그럼, 현재의 상황을 보고드리겠습니다."

    "으음."

    궁중서기관 빌헤론드의 말에 지든 왕자는 무겁게 고개를 끄덕였다. 빌헤론드는 예

    의에 어긋나지 않을 정도로 제 3회의실에 들어찬 좌중을 둘러보다가 이윽고 들고

    있던 두루마리를 펼쳐 읽기 시작했다.

    "정확히 8일 전, 프리네리아력 193년 6월 14일. 나이에 시에서 마왕 세라린이라

    추정되는 존재가 부활했습니다. 이 때에 그에 대적했던 사람은, 나이트 에이드

    카알, 나이트 아디즈 크롭, 프리스티스 넷샤 하이리, 프로나드 니리아 메디시스,

    그리고 슈니체르 성기사단원 200명이었습니다.

    이 때에 나이트 에이드께서는 마왕의 부활을 막으려 하였으나, 결국 성공하지 못

    하였고 마왕은 부활했습니다. 당시에 마왕이 입은 피해는 전무한 것으로 추정되

    며, 아군의 피해는 다행히도 나이트 에이드의 중상, 나이트 아디즈의 경상 뿐으

    로, 가벼운 편입니다. 물론, 지금은 두 분 다 완전히 회복되었다는 것을 포함한

    결론입니다.

    왜 마왕이 사라졌는지는 확인되지 않았으며, 현재 마왕이 어디에 있는지도 또한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빌헤론드는 잠시 주위를 둘러보았다.

    "이상입니다."

    "…으음, 잘 들었습니다."

    지든 왕자는 입을 열었다.

    "자아…, 여기에 모인 공들께서도 잘 아시다시피, 마왕이 부활했습니다. 현재 우

    리의 피해는 경미한 상태이고, 그쪽의 별다른 활동은 없는 상태입니다. 적어도

    아직까지는 대책을 세울 만한 여유가 있는 셈이지요.

    일단 확실한 것은, 마왕이라는 존재는 제 1급 마족 중에서도 특별히 세워진 존재

    이니만큼, 그 힘이 성년의 드래곤과도 맞먹을 것이라는 사실입니다. 공들께서는

    그 사실을 염두에 놓기 바라고….

    혹 의견이 있다면 제시해 주기 바랍니다. 물론, 의견이 없다면 만들어서 해 주었

    으면 합니다."

    말을 끝마친 지든 왕자는 좌중을 둘러보았다.

    "…아아. 슈바네 스트루데."

    스트루데는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예…. 몇 가지 말씀드릴 것이 있습니다.

    우선, 마왕에 관한 인식입니다."

    "…?"

    스트루데는 가만히 주위를 둘러보았고, 곧 자신을 둘러싼 의문 가득한 시선을 발

    견해낼 수 있었다. 스트루데는 가볍게 미소지었다.

    "여태까지의 마왕에 대한 인식은 잘못되어 있었습니다."

    "…?"

    사람들은 더더욱 의문에 가득찬 시선으로 스트루데를 바라보았다. 마왕에 대한 인

    식이 잘못되어 있었다니, 대체 그것이 무슨 소리란 말인가?… 스트루데는 사람들의

    그런 생각을 눈치챘는지, 빙그레 웃음을 지으며 말을 이었다.

    "여러분께서도 잘 아시리라 생각되는 일입니다만… 2400여년 전에 '사신 전쟁'이

    있었습니다."

    ―사신 전쟁 死神 戰爭.

    2400여년 전. 세계를 존속시키려는 주신과 세계를 파괴시키려는 악신 사이에 일어

    난 대전쟁이었다. 이 세계의 사람이라면 여섯 살바기 코흘리개도 다 아는 이야기로

    , 주신과 천사들은 인간을 위하여 악신과 마왕, 마족들을 상대하여 싸웠고, 300여

    년 전 결국 악신들은 봉인당했다―라는 이야기였다.

    "저희들이 알기로는, 그 당시 마왕은 천사장과 같은 것이었다고 이해되고 있었습

    니다."

    천사들을 통솔하는 존재가 천사장이듯이, 마족들을 통솔하는 존재는 마왕이다. 천

    사장이 천사 가운데에서 뽑혔듯이, 마왕도 마족 가운데에서 뽑힌다. 적어도 여태까

    지 알려지기로는 그랬다.

    "하지만, 그 생각은 잘못된 것이었습니다.

    마왕은 단순히 제 1급 마족 정도로 알려져 있었습니다만, 실제로는 그들은 악신

    의 '힘'을 부여받아 특별히 창조된 존재였다고 합니다. 제가 알기로는, 마왕은 1

    급 마족의 세 배 이상의 힘을 지니고 있었다고 합니다."

    "그런!!"

    경악한 로빈이 일어서며 외쳤으나, 곧 로빈은 자신을 쳐다보는 사람들의 시선을

    의식하며 다시 자리에 앉았다.

    "… 결례를 범했습니다."

    "아니오. 괜찮습니다."

    지든 왕자는 가볍게 미소지으며 손을 저었다.

    "그런데…,"

    지든 왕자는 다시 고개를 돌려 스트루데를 바라보았다.

    "그 사실은 어떻게 안 것입니까, 슈바네 스트루데? 또한, 그리고… 그런 사실을

    알고 있었다면 왜 진작에 말하지 않았지요?"

    스트루데는 고개를 숙였다.

    "진작에 알리지 않은 것 죄송하게 생각드립니다, 왕자 저하.

    실은, 신이 이 사실을 안 것은 불과 며칠 전의 일로, 실은 신의 사소한 용무로

    인해 왕성 도서관에 출입하였다가 한 책을 발견하였습니다."

    "책…?"

    "'비전의 서'라는 책으로…. 슈바네 안트페르펜께서 집필하신 책입니다."

    "슈바네 안트페르펜?"

    현자, 안트페르펜. 프리네리아 왕국 200여년의 역사 가운데 가장 뛰어났다고 알려

    져 있는 현자.

    스트루데는 공손히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예…. 한 권밖에 발행되지 않은 책으로, 이 책이 어떻게 해서 왕성 도서관에 있

    었는지는 신도 잘 모르겠습니다."

    "호오… 그렇습니까?"

    "예."

    그렇게 대답한 스트루데는 가볍게 미소지으며 주위를 둘러보았다.

    "여러분께서도 아시리라 믿습니다만…. 슈바네 안트페르펜 님께서 집필하신 책이

    니만큼 그 신뢰도는 확실하리라 사료됩니다. 그러한 이유로…"

    "하지만, 그래서는 곤란하지 않습니까, 스트루데 님!"

    그렇게 말하며 스트루데의 말 중간에 끼어든 것은 궁중마법사 다리알폰이었다.

    "그것이 확실하다면, 그렇다면 말입니다만….

    그… 마왕, 세라린이라는 존재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강하다는 것이 아

    닙니까? 그것을 전혀 좋은 일이 아니지 않습니까?"

    "그렇기도 하겠군요."

    스트루데는 빙긋 미소지었다.

    "하지만, 사실은 사실이고…. 더 중요한 것은.

    그 '비전의 서'에 마왕에 대항할 무기도 쓰여 있었다는 것입니다."

    "대항… 이라 하셨습니까?"

    "그렇습니다."

    스트루데는 다리알폰에게 가볍게 미소지어 보이고 나서 크레슨트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이 건에 대해서는 이미 하이 프리스트 크레슨트 님께 말해둔 바 있습니다.

    말씀해 주십시오, 크레슨트 님."

    "예…. 허락해 주시겠습니까, 왕자 저하?"

    크레슨트는 지든 왕자를 바라보았다. 지든 왕자는 싱긋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고,

    ―거부할 이유가 없잖은가― 크레슨트는 고개를 숙여 예를 표하고는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

    크레슨트의 입이 천천히 열렸다.

    "신탁이 내려왔습니다."

    - To be continued...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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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3의 인생이여… 아아…. 실로 힘든 일이 아니라 할 수 없습니다. 일단 대학은

    가긴 가야 할텐데…. 궁시렁궁시렁.

    즐거운 시간 되시길……(우…-_-;;)

    Neissy였습니다.

    번 호 : 6395 / 21148 등록일 : 2000년 04월 15일 00:00

    등록자 : NEISSY 조 회 : 351 건

    제 목 : [연재] ◈ 데스트로이아 ◈ # 14

    데스트로이아 DestroiA

    Fa-las de sy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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