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데스트로이어-10화 (11/158)

1. 운명을 거역하는 것이기에 …… (10)

"구…구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시체가 널린 광경에…, 아니, 그보다… 세이어의 거리낌없는 살인에… 공포를 느

끼는 것인지… 린은 약간의 두려움을 담은 눈동자로 세이어를 바라보며 감사를 표

했다. 세이어는 피식 웃었다.

"당신을 구하려고 했던 것이 아닙니다.

당신이 제게 감사해야 할 이유는 어디에도 없습니다."

"그… 그렇지만…."

린이 머뭇거렸고, 세이어는 망설임없이 뒤돌아서 걸어갔다.

"그럼, 이만."

"저… 저기, 잠깐만요!"

린은 세이어를 불러세웠고, 세이어는 천천히 린을 돌아보았다.

"왜 그러십니까?"

"저, 저기…, 지… 지금 가시려는 곳이 어디인지…."

"흐음. 무슨 필요라도 있으십니까?

그것을 알아서 무엇을 하시려고…?"

비꼬는 듯도 한 세이어의 말이었으나, 린은 그에 개의치 않고 말을 계속했다.

"전… 시도아 시까지 가야 해요."

"그래서, 제게 무엇을 바라십니까?"

시큰둥하게 세이어가 물었다. 린은 세이어를 바라보며 간절하게 말했다.

"혹시 검사님께서도 시도아 시까지 가신다면… 바, 방해가 되지 않는다면 절 그곳

까지…"

"방해됩니다."

세이어는 딱 잘라 말했다.

"제 목적지도 시도아 시이기는 합니다만, 괜히 짐을 늘리고 싶지는 않군요."

"지… 짐이라고요?…"

린이 물었고, 세이어는 망설이지 않고 대답했다.

"당신은 제가 하려는 일에 그 어떠한 도움도 되지 않습니다. 그저 귀찮은 존재일

뿐. 전 사서 고생을 자초할 생각은 없습니다."

"그… 그런…"

린은 떨리는 목소리로 말하며, 손을 내밀어 세이어의 망토를 붙들었다. 지금 이

사람이 도와 주지 않는다면, 자신은 이 숲에서 하루도 버티지 못하고 몬스터의 식

량이 되어 버릴 것이다.

설령 시도아 시로 가지 않고 지금 당장 발걸음을 돌려 돌아간다고 해도, 무사히

돌아갈 수 있으리라고는 생각하기 어렵다. 그런데다, 시도아 시까지 걸어가려면 아

무리 빨라도 일주일이 넘게 걸린다. 무사할 수 있을 리가… 없는 것이다.

"부… 부탁이예요. 제발… 절… 도와주세요….

호의를… 베풀어 주세요…. 저 혼자선… 그 곳까지 갈 수 없어요…."

세이어의 눈썹이 찌푸려졌다.

"혼자서는 아무 것도 할 수 없단 말입니까? 그럼 이곳에서 죽으십시오."

"……!!"

신랄한 세이어의 말에 린은 넋나간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았고, 세이어는 지겹다는

표정을 지으며 망토를 붙든 린의 손을 떼어냈다.

"놓으십시오. 방해됩니다."

"…시…싫어요."

린은 다시 세이어의 망토를 붙들었고, 세이어는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분명히 말씀드리지요."

세이어는 린의 눈동자를 똑바로 응시했다. 자신을 꿰뚫어보는 듯한 느낌에 린이

움찔했다. 세이어는 귀찮음의 감정을 그대로 얼굴에 드러내며 말을 이었다.

"자기 스스로의 힘으로 살아가려 하지 않는 이에게 줄 호의 따윈 없습니다.

이 손 놓으십시오."

린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주륵…, 눈물을 흘리며 그녀는 외쳤다.

"다… 당신이 뭘 알아요!!…"

"당신이 나약하다는 것 정도는 압니다."

표정 하나 바꾸지 않은 채 세이어가 여상스럽게 대답했다.

"저… 저도, 시도아 시 같은 곳에 가고 싶지 않단 말이예요!!…"

린이 소리쳤다. 세이어는 피식 웃었다.

"그러다면 가지 않으면 되잖습니까."

"가고 싶지 않아요… 저도, 가고 싶지 않아요… 하지만, 가야만 한단 말이예요….

그러지 않으면… 그러지 않으면 모두 무사하지 못해요…."

울먹울먹이며 린이 말했고, 세이어는 가볍게 표정을 굳혔다.

'…가야만 한다, 라?…'

<―매정하게 굴지 말고 도와 주지 그래?>

이니아가 웃음기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세이어는 가볍게 고개를 저었다.

'…내키지 않습니다.'

<왜, 저 여자가 널 해치기라도 할까봐서?>

'그런 것이 아니라는 것, 아시지 않습니까.'

짤막하게 한숨을 내쉬며 세이어는 린을 바라보았다. 린은 훌쩍이면서 자신을 바라

보고 있었다.

"제발…, 부탁드려요…. 제가… 제가 귀찮은 줄은 알아요. 하지만… 하지만, 제발

부탁드려요. 뭐라도… 드릴게요. 제게 있는 것이라면 무엇이든지…, 제 몸이라도

… 드릴 테니…."

세이어의 표정에 변화가 생겼다.

"…진담이십니까."

"…예?"

린은 세이어를 바라보았다. 세이어는 얼굴에 가볍게 미소를 띄우고 있었다. 그는

천천히 린의 어깨 위에 손을 올려놓더니, 낮게 깔린 목소리로 말했다.

"몸이라도 주겠다는 말, 진담이십니까."

"……!"

린의 얼굴이 붉어졌다. 린은 머뭇거리면서 말했다.

"그… 그게…"

…이미 이 도적들에게―지금은 시체들이지만― 당했어야 했을 몸이다. 어쨌든…

이 사람이 '구해 주지' 않았다면 지금쯤 자신은 어떻게 되어 있었을까….

그래, 그리고…, 어쨌든 어차피 그곳에서 버려질 몸이다…. 이렇게 되든, 저렇게

되든…… 어차피….

린은 눈을 질끈 감으며 대답했다.

"…예……."

"그렇군요."

세이어는 슬쩍 미소지으며 오른손을 들어 린의 왼뺨에 갖다대었다. ―아까, 케루

베란 자에게 맞았던 뺨이다. 린은 움찔 하며 눈을 떴다.

"……."

세이어의 얼굴이 아까보다 가까이 다가와 있었다. …린은 다시 눈을 감았다. 이미

각오는 되어 있었다. 아무래도 좋았다. 자신은 시도아 시까지 가야 했고, 이 사람

은 시도아 시까지 가는 동안 자신을 지켜줄 힘이 있었다.

그의 숨결이 느껴졌다. 린은 침을 꿀꺽 삼켰다. 그리고― 직후,

…….

그가 멀어지는 것이 느껴졌다.

"…?"

린은 의아해하며 눈을 떴다. 어느새 세이어는 조금 떨어져서 자신을 바라보며 가

볍게 미소짓고 있었다. 린이 입을 열었다.

"왜……?"

"여자의 몸 따위에는 흥미 없습니다."

세이어가 피식 웃으며 대답했다. 린이 당황해하며 외쳤다.

"하…하지만, 그럼 왜…?"

"아아."

세이어는 눈을 가늘게 뜨며 말했다. 왠지, 무언가 비웃는 듯한 느낌이다.

"단지 조금 확인하고 싶었을 뿐입니다. 그리고… 듣고 싶어졌습니다. ―당신이 그

렇게 하면서까지 시도아 시에 가려고 하는 이유에 대해서."

"…예?"

린이 반문했고, 세이어는 슬쩍 시체가 널린 주위의 풍경을 둘러보며 말했다.

"이야기하기에는 그다지 적당하지 못한 장소 같군요.

일단 치우고 이야기합니다."

일단 치우고…, 이야기라. 혹시….

"저, 그럼…."

"일단, 당신의 이야기를 조금 듣고 싶습니다."

린의 얼굴이 밝아졌다.

- To be continued...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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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아…. 인물의 감정 표현이 제대로 되지 않는 것 같습니다. 나름대로는 열심히

썼습니다만…, 더 이상은 어떻게 할 수가 없군요. 하하. 무책임한 말 같습니다만

…….

즐겁게 보아 주신다면 더 바랄 게 없겠군요. 하하하.

Neissy였습니다.

번 호 : 6322 / 21148 등록일 : 2000년 04월 12일 00:17

등록자 : NEISSY 조 회 : 368 건

제 목 : [연재] ◈ 데스트로이아 ◈ # 11

데스트로이아 DestroiA

Fa-las de sy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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