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데스트로이어-8화 (9/158)

1. 운명을 거역하는 것이기에 …… (8)

이대로라면 '말살'에 문제는 없을 것 같았다. 그렇지만…

그 때였다.

"월… 오브 라이트닝 Wall of lightning!!"

'인도자'의 목소리와 함께 에이드의 눈앞에 전기 장벽이 생성되었다.

"?!"

에이드는 깜짝 놀라며 황급히 뒤로 물러섰고, 그것은 아디즈나 넷샤, 니리아도 마

찬가지였다. 아디즈는 흥미롭다는 듯이 말했다.

"이런 것을 숨기고 있었나…? 하지만, 뭐, 상관없겠지만.

니리아 님!"

아디즈는 오른편의 니리아를 불렀고, 니리아는 고개를 살짝 끄덕이고 나서 앞으로

나섰다.

"예…, 제가 해결하죠."

그렇게 말한 니리아는, 양 팔을 지직거리는 전기의 장벽을 향해 들어올린 후, 곧

주문을 중얼거리기 시작했다.

'…왜, 이런 것이 있으면서 처음부터 쓰지 않았을까?

왜 지금에야 쓴 것일까…? 적어도 사람들이 죽는 시간을 좀더 늦출 수 있었을 텐

데…. 이제 그들의 수는 기껏해야 7명? 혹은 8명? 그 정도 밖에는 남지 않았는데

…. 모르겠어…….'

에이드는 푸르게 빛나는 월 오브 라이트닝을 바라보며 잠시 생각에 잠겼고, 그 사

이 니리아는 주문을 발동시켰다.

"디스펠 매직 Dispell magic!"

마법을 해제시키는 하얀 빛이 번뜩였고, 아디즈는 앞으로 나갔다.

빠지지직!

"큭?!"

그러나 순간, 아디즈는 팔에 느껴지는 찌릿한 충격과 함께 뒤로 움찔 물러서야만

했다. 아디즈는 황당해하며 월 오브 라이트닝을 바라보았다. …소멸되지 않았다.

"…이것, 어떻게 된 일입니까?"

"이런…."

니리아는 잠시 당황하더니, 고개를 한번 내젓고 나서 앞으로 나섰다.

"9레벨의 디스펠 매직이었는데…. 고레벨이었나? …그럼…,

디스펠 매직!"

니리아는 다시 한 번 주문을 발동시켰고,

파챵…!

이라는, 마치 유리가 깨지는 듯한 소리를 동반한 하얀 섬광과 함께 이번에야말로

월 오브 라이트닝이 소멸되었다. 그리고 그 월 오브 라이트닝의 소멸된 그 너머로

'지도자'가 보였다.

"아니?"

월 오브 라이트닝이 소멸되기가 무섭게 달려나가던 에이드가 놀라며 외쳤다. 그 외

침에 '지도자'는 스윽 고개를 쳐들어 에이드를 바라보았고, 에이드는 그 눈에서 강

렬한 적의를 느낄 수 있었다. 에이드는 그를 쳐다보며 외쳤다.

"무슨… 짓을 하려는 겁니까!"

그는 피식 냉소지었다.

육망성…….

아까 보았던, 동굴 안쪽의 정체모를 연녹색 빛은 마법진의 것이었다.

동굴 깊숙한 곳, 그 바닥에는 마법진이 그려져 있었다. 그 육망성의 정점에 사람

들이 각기 한 명씩 전부 6명이 서 있었고, '지도자'가 그 중앙에 서 있었다. 무언

가 의식을 치루려고 한다는 것 정도는 한눈에 알아볼 수 있었다.

'지도자'는 입을 열었다.

"이런 일. 예측하고 오신 것이겠지요….

하지만, 방해받을 수는 없습니다."

"대체 무슨 일을…?!"

따지듯 물은 에이드였으나, 그 목소리는 작았다. 어느새 다가온 니리아가 가라앉

은 목소리로 말했다.

"마법진…. 오망성은 소환, 저주시에, 육망성은 생성, 해제, 봉인시에 사용합니다

. 저것은 육망성…. 이런 상황에서 무언가를 봉인할 리는 없고…, 또한 무언가를

생성시킨다 해도 큰 도움은 아니겠죠. 그렇다면 무언가…, 봉인되었던 것을 해제

하는 것…"

"지금 이야기하고 있을 때가 아니잖습니까?!"

그렇게 말하며 마법진으로 달려든 것은 아디즈였다.

"의식이 다 끝날 때까지 기다려줄 생각들이십니까!"

아디즈는 그렇게 말하며 '지도자'를 향해 브로드 소드를 휘둘러갔다. 지금 행하는

의식이 무엇이든간에, 마법진의 중심에 서 있는 사람은 의식의 주체일 것이고, 그

주체를 쓰러뜨린다면 의식은 깨어질 것이라는 계산이었다. 아디즈의 검은 빨랐고,

그의 검이 '지도자'의 목을 베는 데에 그리 오랜 시간이 필요하지는 않을 터였다.

그러나.

"조심하세요!"

갑자기 넷샤가 큰 소리로 외쳤다.

"?"

아디즈는 무엇을 조심하라는 것인지 궁금했으나, 그것에 대해 그렇게 궁금해 할

필요는 없었다. 마법진의 정점에 서 있던 사람 중 하나가 갑자기 왠 두루마리를 펼

치며 외친 것이었다.

"매직 미사일!!"

벨 수 있다―라고 생각하는 순간 급작스레 나타난 순백색의 구체 세 개는, '지도

자'의 목을 베려던 아디즈의 움직임을 잠시나마 멈추게 하기에 충분했다.

파카칵!

"큭… 이건, 스크롤?!"

아디즈는 황급히 몸을 빼내며 브로드 소드를 쳐들어 매직 미사일을 방어했고, 그

사이 '지도자'가 크게 외쳤다.

"잊혀졌던 이름이여!!"

우우웅.

순간, 그의 말에 반응이라도 했는지 마법진의 연녹색 빛이 더욱 환해졌다.

"멈춰야만…!!"

무언가 약간 자신감이 결여된 듯한 목소리와 함께 에이드가 달려들었다.

'월 오브 라이트닝… 5서클의 마법이다. 꽤 뛰어난 마법사라야 사용할 수 있는 마

법…. 아까 니리아 님께서 9레벨의 디스펠 매직이 통하지 않았다 하셨으니….

최소한 5레벨 이상이었다는 건데…….'

"매직 미사일!"

스크롤로 발동된 매직 미사일. 에이드는 작게 기합을 내지르며 브로드 소드를 세

로로 곧추세우고 그것들을 막아내었다.

'아무래도 이 사람들은 마법사는 아닌데… 혹 그 월 오브 라이트닝도 스크롤이었

던 걸까?'

"―지금 그대의 힘을 이곳에 되돌림은,"

'인도자'는 계속해서 외쳤다.

'하지만, 이런 일반 평민들이 무슨 돈으로 그런 물건을 구했을까?

…아니, 지금 그런 것을 생각할 여유가 없지.'

"션트, 이노지카 티아의 뜻이니!"

에이드는 엄청난 속력으로 무언가 외치고 있는 '인도자'를 향해 검을 찔러들어갔

다. ―늦지 않았다!

"플라마, 에인티, 르테!"

우우우우웅…!!!

"하아아――!!"

육망성의 위쪽―, 공중에 또 다른 마법진이 나타났다. 상황이 급박해짐을 안 에이

드는 급히 브로드 소드를 휘둘렀다. 그러나 브로드 소드는 주인의 의지대로 끝까지

휘둘러지지 못했다.

텅―! 이라는 왠지 듣기에 허무한 소리와 함께 검은 되튕겨져나왔다. 마치 철판을

내리친 듯한 충격에 에이드는 움찔하며 다시 한 번 마법진을 바라보았고, 아래쪽의

마법진과 위쪽의 마법진이 서로 연결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아니, 연결이라

기보다는… 마치, 저 연녹색의 막으로 둘러싸인― 뭐랄까, 원기둥의 모양을 형성한

이것은…

"결계…?"

옆의 니리아가 놀라는 기색을 숨기지 못하고 드러냈다. 에이드는 그녀를 돌아보았

다.

"결계?"

에이드의 말에 니리아는 당황한 기색을 감추지 않은 채 황급히 대답했다.

"원래 마법진 발동시 결계는 생기지 않아요. 그런데 결계가 생겼다는 건… 무언가

다른 힘이 개입되었다는 거죠. 게다가 저건 이중 마법진…!!!"

"홀리 버스트 Holy burst!!"

니리아의 말을 끊은 것은 아디즈의 외침이었다. 아디즈는 왠지 멍청히 서 있는 동

료들을 바라보며 외쳤다.

"멈추게 해야잖습니까! 담론할 때가 아니지 않습니까?!"

홀리 버스트―.

성기사, 혹은 성직자들이 쓸 수 있는 마법―신의 기적… 이라는 표현이 조금 더

정확할지도 모르겠지만―으로, 무기에 성력을 부여하는 마법이다. 예리함, 강도를

강화시켜주며, 더불어 무기에 성스러운 기운을 감돌게 해 주었다.

아디즈는 희게 백열된 브로드 소드로 결계를 후려치기 시작했다.

지직. 지지직.

흰색의 스파크가 튀었으나, 결계 안의 사람들은 전혀 불안해하는 기색이 없었다.

'지도자'는 계속 무언가 주문을 외치는 듯 했으나, 결계 밖까지 들리지는 않았다.

이 결계라는 것이 꽤나 강력한 모양이었다.

"홀리 버스트!"

이번의 것은 에이드의 외침이었다.

"다하난…, 성스러운 다하난의 이름으로!!"

에이드는 그렇게 외치며 결계를 검으로 후려쳐댔다. 하지만, 아디즈가 하는 그것

과 그리 큰 차이는 없었고, 그저 좀더 강렬하게 스파크가 튄다는 것 정도였다.

의식은, 멈춰지지 않았다.

"울컥!!"

'지도자'는 휘청하며 마치 활이 휘듯 몸을 꺾었다. 숙여진 그의 몸―. 입을 가린

그의 손 사이로 피가 흘러나왔다. 고통으로 몸을 떠는 그였으나, 그의 입은 오히려

미소를 띄고 있었다.

"마나의 역류……."

'지도자'는 큭큭거리며 웃었다. 메마른 웃음이다.

"강림… 아니, 재림의 시작…."

결계를 뚫어보려 애쓰는 에이드, 아디즈, 니리아, 넷샤가 보였다. '지도자'의 눈

동자에 환희의 감정이 차올랐다.

"이 저주받은 세상을 정화하실, 그분의 대리자께서 오십니다."

우우우우우우우웅!!!

마법진 주위로 마나가 세차게 휘몰아쳤다. 피부로 느낄 수 있을 정도로 극명한 소

용돌이었다.

"크, 크윽!!"

아디즈가 절규하듯 부르짖었다. 느낄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무언가 나타날 거다

… 그 때가 가깝다― 라는 것을 말이다.

쿠쿠쿠쿵.

동굴이 흔들렸다. 돌가루가 우수수 소리를 내며 동굴 곳곳에 떨어져내렸다. 에이

드는 진전없이 브로드 소드를 들어 계속 결계를 후려치는 행동을 되풀이하며 절규

하듯 외쳤다.

"니리아 님, 넷샤 님! 마법으로 어떻게든 할 수 없는 것입니까?!!"

"이제 누구도 막을 수 없습니다…."

'지도자'는 부들부들 떨리는 몸을 가누며 환희가 섞인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어떻게든 막아야 합니다!

이들이 하려는 것이 무엇이든, 그것은 거룩하신 다하난의 의지에 반하게 되는 일

일 터, 다하난의 종으로서 우리는 그것을 막아야만, 막아야만 합니다!!"

에이드는 그렇게 외쳤다. 하지만, 그가 무슨 말을 하든 어쨌든간에 지금 그들에게

이 의식을 바꿀 능력이 없다는 것은 자명한 일이었다.

'다하난께서는 이런 일이 생길 것이라는 것을 아시고 신탁을 내리신 것일까…?'

넷샤는 그렇게 생각하며 절망적인 시선으로 마법진… 결계를 바라보았다.

- To be continued... -

===========================================================================

HYUN0816님, 추천 & 감상 감사합니다.

냐하핫. 힘을 내자! 힘을! 냐하하핫!! 열혈 집필 모드, 체인지 온!! 우랴우랴!

Neissy였습니다.

번 호 : 6273 / 21135 등록일 : 2000년 04월 10일 00:31

등록자 : NEISSY 조 회 : 379 건

제 목 : [연재] ◈ 데스트로이아 ◈ # 9

데스트로이아 DestroiA

Fa-las de syent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