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데스트로이어-7화 (8/158)
  • 1. 운명을 거역하는 것이기에 …… (7)

    "그것을, 믿으십니까."

    약간 날카롭다 생각되어지는 목소리가 동굴 안에 울려퍼졌다.

    스무 명 가량…. 동굴 안에 옹기종기 앉아 있는 사람들의 수효는, 대략 스무 명

    정도였다. 적다면 적고 많다면 많을 수 있는 수다. 동굴은 꽤 깊은 편이었고…, 그

    정도 사람들을 수용하기에는 넉넉했다, …아니, 넉넉하고도 남았다.

    그리고… 동굴 더 깊숙한 곳에서 무언가 연녹색으로 빛나고 있었는데, 그것은 이

    쪽에서는 잘 보이지 않는 곳에 있었기 때문에 그것이 무엇인지 정확히 확인할 수는

    없었다.

    에이드는 동굴 입구에서 머리만 내민 채, 계속해서 그들을 바라보았다.

    사람들 앞에 서 있는 남자―후드를 덮어 쓰고 있었는데, 분위기상 아무래도 이자

    가 '지도자'인 듯 싶었다―가 다시 입을 열었다.

    "스스로 빛을 관장한다 일컫는 다하난…. 그 신이 해온 일이 무엇이라 생각하십니

    까?

    '모든 이들에게 평안을'…. 그것이 기본적인 교리라고 주장합니다. ―하지만! 그

    것이 진정 그의 뜻입니까?"

    그는 잠시 군중들을 둘러보고 나서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습니다. 평안… 그런 것은, 위장입니다.

    그런 것은 다하난의 시커먼 속을 위장하기 위한, 허울 좋은 가면에 불과한 것입

    니다. 다하난이 어떻게 그런 말을 할 수 있습니까? 다하난에게 그럴 자격이 있습

    니까? 틀렸습니다. 틀립니다. 다하난이 해온 모든 일은, 모두 틀려먹었습니다!!"

    그는 마치 무엇가를 털기라도 하듯 팔을 휘저으며 말을 계속해갔다.

    "자신의 뜻과 맞지 않는다고 생각되면, 그것을 말살시킵니다. 반론의 여지도, 조

    금의 여유도 주지 않습니다.

    이미 그들에게 죽은 우리 형제들의 수는 엄청납니다."

    '말살'… 이라는 대목에서 에이드는 잠시 몸을 움찔했다.

    "그런 신 따위, 사라져야 합니다! 어리석음으로 점철된 이 세계도! 모든 것이! 그

    리고, 사라딘께서 모든 것을 재창조하실 것입니다! 진정한 평안입니다! 그렇습니

    다!"

    "오오오오오!!!'

    남자의 말에 군중들은 모두 동의의 환호성을 질러댔다.

    "…모든 것을…이라."

    에이드는 한차례 고개를 내젓고는, 천천히 몸을 빼내어 절벽에 몸을 기댔다. 안에

    서는 계속 뭔가를 말하고 있었으나, 더 이상 듣고 싶지 않았다.

    한숨을 내쉬었다.

    '그들은, 대체 무엇이 그렇게 억울한 것일까…?'

    에이드는 눈을 감으며 상념에 빠져들었다.

    '왜, 그렇게 다하난에 대해, 이 세계에 대해 증오의 시선을 보내는가? 그들은, 보

    통 흔히 볼 수 있는 그런 평민… 노예도 아닌 평민이 이 세계에 그런 증오를 보

    내야 할 이유가 있을까…?'

    ―툭툭.

    그 때, 누군가가 자신의 갑옷을 가볍게 두어 번 두드렸고, 에이드는 약간 움찔하

    며 눈을 떴다. …부단장 아디즈였다.

    "…아디즈 님, 무슨 일입니까?"

    에이드는 그렇게 물었고, 아디즈는 가볍게 미소지으며 답했다.

    "성기사단의 배치가 끝났습니다.

    들어갈까요?"

    "아…."

    에이드는 주위를 둘러보았다.

    마치 깎아낸 것 같은 절벽…. 그 절벽에 동굴의 입구가 있고, 절벽을 등지고 바라

    보면 비교적 완만한 경사의 비탈이 있다. 뭐… 물론 산이니만큼, 그 비탈에는 나무

    가 꽤나 있어서, 비탈이라고 하기에는…. 보통 생각하는 '비탈'의 이미지와는 조금

    다르긴 하다.

    그 비탈에서, 성기사단은 물샐 틈 없이 동굴을 둘러싸고 있었고, 동굴 안에 있는

    사람들이 그 포위를 뚫고 빠져나갈 가능성은 거의 없어 보였다. 아니…, 전무하다

    고 확신할 수 있었다.

    에이드는 다시 고개를 돌려 자신의 옆에 서 있는 넷샤, 니리아, 그리고 아디즈를

    바라보았다. 에이드의 입가에 엷게 미소가 배어나왔다.

    '어찌 되었든 그들은 악인…. 우리는 옳은 일을 하고 있다.'

    에이드는 한차례 고개를 끄덕였다.

    "들어갑시다."

    동굴 안의 분위기는 아까보다 한층 뜨거워져 있었다.

    "그렇습니다! 때가, 바로 그 때가 온 것입니다!!!"

    남자의 말에 군중들은 연신 오오오, 하는 탄성을 질러대었고, 동굴 안쪽의 정체모

    를 연녹색 빛은 한층 더 그 빛을 발하였다.

    열광…, 그리고 환성.

    그 분위기 속에서, 남자는 덮어쓴 후드 속에서 안광을 빛내며 말을 이었다.

    "그가, 우리가 바라는 그분이 강림하실 것입니다!

    그것입니다, 바로, 재림인 것입니다!!"

    "와아아아!!"

    …후우.

    "……강림…이라니, 무슨 일이라도 하려는 것일까요…?"

    넷샤가 작은 목소리로 속삭였고, 에이드는 고개를 돌려 그녀를 바라보았다.

    "글쎄요…. 단지, 희망일 것입니다."

    "…희망?"

    넷샤는 그렇게 반문했고, 에이드는 다시 대답했다.

    "비록 지금은 그들이 소외받고 있으나… 아…, '소외'라는 말이 적절한지는 모르

    겠군요…, 음…, 언젠가는 악신이 강림하여 그들을 세워줄 것이다… 그런 것이겠

    지요."

    "흐음… 그럴까요?"

    그렇게 말한 것은 아디즈였다.

    "…예? 그럼, 다른 뜻이…?"

    에이드는 그렇게 물었으나, 아디즈는 에이드를 돌아보며 씨익, 하고 웃어 보였다.

    아디즈는 몸을 일으켜 엄폐물―바위 같은…(이 동굴에는 바위가 많아서, 몸을 숨기

    기에 좋았다)―에서 빠져나가며 말했다.

    "아아, 전 에이드 님의 생각을 반박한 것이 아닙니다. ―그보다,"

    그렇게 말하며 아디즈는 '지도자'를 바라보았고, 동시에 아디즈를 발견한 '지도자

    '가 놀라며 외쳤다.

    "…?! 누, 누구입니까?"

    "후후훗…."

    놀라며 자신을 돌아보는 군중들… 을 향해 아디즈는 살기 어린 미소를 지으며 말

    했다.

    "안녕하십니까, 여러분."

    "무… 무슨 일입니까…?"

    "몰라서 물으십니까?"

    아디즈는 지도자를 향해 비웃음에 가까운 미소를 지었다. 성기사단의 순백색 갑옷

    . 장님이 아니고서야 알아볼 수 있을 것이다.(이 동굴 안은 적어도 그 정도를 구별

    할 수 있을 만큼은 밝았다) 성기사가 페이룬드교의 집회에 오다. 그 이유라면… 뻔

    한 것 아닐까?

    "글쎄…, 여러분이 누가 오는 것을 기다리는지는 모르겠지만…, 여기에 우리들이

    온 것은 확실한 것 같군요."

    "후우…."

    에이드는 몸을 일으켜 아디즈가 서 있는 곳으로 나갔다. 그리고, 그 뒤를 따라서

    넷샤와 니리아도 몸을 일으켜 아디즈의 앞뒤에 섰다.

    아디즈는 마치 환희하듯 밝게 미소지으며 외쳤다.

    "위대하신 빛의 신 다하난의 이름으로!!"

    "…말살, 시작하겠습니다."

    에이드는 그렇게 말하고 자신의 브로드 소드를 움켜쥐고 군중들에게 달려나갔다.

    그리고 그에 비례하여, 사람들의 얼굴은 사색이 되었다. '지도자'는 당황해하며 외

    쳤다.

    "마… 막아야 합니다!!"

    …어떻게?

    평범한 평민들이, 성기사의 검을 막아낼 수 있을까?

    에이드는 그렇게 생각하며 눈앞의 청년에게 검을 꽂아넣었다.

    푸욱.

    "커…커허어억…."

    일어서려던 자세 그대로 어정쩡하게 배에 검을 맞아버린 청년은 자신에게 일어난

    현실을 믿을 수 없다는 듯 눈을 크게 떴다. 동시에, 에이드의 눈과 청년의 눈이 마

    주쳤고, 에이드는 죽음에 마주한 사람의 눈을 볼 수 있었다.

    "……."

    에이드는 애써 그 시선을 외면하며 검을 다시 빼내었다.

    경직…, 그리고 잠깐 동안의 침묵….

    풀썩―.

    그런 소리와 함께 청년은 그 자리에 그대로 널부러졌고, 곧이어 찢어질 듯한 비명

    이 들려왔다.

    "꺄아아아아아아아악――!!!"

    그리고, 그 소리와 함께 경직에서 풀려난 사람들은 어떻게든 이곳을 벗어나려 허

    둥거렸다. 하지만, 물론… 이곳에서 벗어날 방법 따위가 있을 리 없었다.

    "월 오브 파이어 Wall of fire!!"

    니리아의 주문과 함께, 넓이 3예즈의 불의 벽이 동굴 입구에 올려쳐졌다. 그 불의

    세기란, 지금 에이드들이 입구에서 약 6예즈나 떨어져 있었는데도 그 열기로 이곳

    까지 달궈질 정도의 세기였다. 즉, 그곳으로 뛰어든다는 것은 곧 자살 행위…인 셈

    이다.

    도망갈 길이 없음을 깨달은 사람들은 공포에 빠지기 시작했다.

    "불의 벽… 까지 쳐놓으시다니. 우리들이 할 일은 없겠군요."

    동굴 바깥에서 대기하고 있던 성기사 중 한 명이 그렇게 중얼거렸고, 그 옆에 있

    던 또 다른 성기사 하나가 그 말에 응수했다.

    "하긴 그렇지요. 그분들이 어디 보통 분들입니까?

    그분들이라면 마왕도 상대할 수 있을 겁니다."

    "하하하…. 그렇군요."

    …안의 분위기와는 정반대로, 이들은 꽤나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유지하고 있었

    다. 뭐…, 하긴 자기가 죽는 게 아닌데 무슨 상관이랴.

    검을 횡으로 휘두른다.

    살이 잘리는 소리―, 뼈와 검이 부딪히는 소리―.

    양단된 고깃덩어리는, 곧 피를 쏟는다. 한때 인간이라는 이름으로 불렸던 고깃덩

    어리 안에 들어 있는 혈액의 양은 꽤 많은 편이라, 원하기만 한다면 온몸을 적실

    수도 있다.

    하지만 에이드에게 그런 취미는 없었으므로, 에이드는 피로 온몸을 적시는 대신

    빠르게 몸을 뒤로 빼내 분출되는 피를 피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분출되는 피

    로부터 완전히 벗어난 것은 아니어서, 피 몇 방울 정도는 에이드의 얼굴에 튀었다.

    따뜻하다―. 뜨겁다고 생각될 정도다.

    어쨌든 한때는 살아 있던 생명체… 살아 있는 생명체를 죽인다는 것은 그리 마음

    내키는 행동은 아니다. 특히나 검으로 베는 그것은 더더구나 그렇다. 일단, 벨 때

    의 그 느낌이 고스란히 손에 전해져온다. 더불어 붉은 피, 그리고 쏟아져나오는 내

    장 구경도 할 수 있다. 그것이 짐승이라 해도 그리 유쾌한 기분은 아닐 터인데….

    하물며 죽인 그것이 인간이라면 어떠하겠는가?

    많이 해봐서 익숙해졌다고는 해도… 인간을 죽인다는 것이 말처럼 간단하게 되는

    것은 아니다. …뭐, 하긴 어차피 제정신으로는 인간을 죽일 수 없긴 하다.

    "우리는…, 나는…. ……옳은 일을 하고 있다."

    에이드는 그렇게 중얼거리며 계속해 사람들을 베어 나갔고, 그들은 반항 하나 변

    변히 하지 못한 채 베여져 나갔다.

    - To be continued...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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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은 조금 일찍 올리게 되는군요…. 하하. 즐거운 주말 되시길.

    아, 그리고 1장은 계속 세이어와 에이드가 번갈아가며 등장할 겁니다. 참고해

    두세요.

    Neissy였습니다.

    번 호 : 6252 / 21135 등록일 : 2000년 04월 09일 13:19

    등록자 : NEISSY 조 회 : 380 건

    제 목 : [연재] ◈ 데스트로이아 ◈ # 8

    데스트로이아 DestroiA

    Fa-las de sy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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