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데스트로이어-6화 (7/158)
  • 1. 운명을 거역하는 것이기에 …… (6)

    비린내가 풍겨왔다. 그다지 좋은 향기라고는 하기 힘든, 꽤 고약한 냄새다.

    뭐… 당연한 일이다. 생선비린내 정도야. 이곳은 어업도시니 만큼 말이다.

    "아아…. 이런 냄새, 별로예요."

    니리아가 작은 소리로 불만을 토했다. 그 말에, 에이드는 고개를 돌려 니리아를

    바라보았다.

    "그러십니까? 이 정도라면… 괜찮다고 생각합니다만."

    에이드는 자신의 윤기흐르는 금발을 쓸어넘기며 주위를 둘러보았다.

    프리네리아 왕국 최남단의 도시, 나이에 시. 지금 에이드 등이 있는 곳이다. 나이

    에 시는 바다에 접해 있었는데, 덕분에 어업이 발달해 있었다. 그리고 어업도시의

    특성상, 도시 전역에는 비린내가 풍겨나고 있었고, 도시 자체가 그리 깨끗하지 않

    았다.

    깨끗한 것을 좋아하는 엘프인 니리아로서는 견디기 힘든 일일 지도 모른다.

    "하아…. 조금 불쾌한 냄새예요. 약간은."

    "아아. 그렇군요. 하긴 니리아 님은 엘프이시니까요.

    느껴지는 감각이 인간들과는 다르겠지요."

    에이드가 말했다.

    "엘프라서…라."

    그러나, 니리아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 녀석 같았으면 잘 견뎠겠지만…."

    "……그 녀석, 이라니요?"

    에이드가 의아해하며 물었고, 니리아는 슬쩍 미소지으며 가볍게 고개를 저었다.

    "…아니. 아무것도 아니예요.

    그보다…,"

    니리아는 허리를 돌려 뒤를 돌아보았다.

    "넷샤 님?"

    "…예?"

    그녀의 뒤에서 걷고 있던 여성, 프리스티스 넷샤가 왜 그러냐는 얼굴로 니리아를

    바라보았다. 니리아는 가볍게 얼굴을 굳히며 말했다.

    "저기… 정말로 리네 산맥에서인가요?…"

    "아, 예…."

    넷샤는 고개를 끄덕였다.

    "다하난께서 직접 내리신 신탁이니까요. 틀림없어요."

    넷샤는 확신에 찬 어조로 말했다. 다하난. 7주신 중 하나로, 빛을 관장한다는 신.

    니리아는 살며시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군요…. 그런데…."

    니리아는 자신들의 뒤를 따르고 있는 성기사단원 200여 명을 바라보며 말을 이었

    다.

    "성기사단 이백 명이나 필요할까요…, 이런 일에…?

    조금 궁금하네요."

    "그만큼 이 일이 중요하다는 것이겠지요."

    에이드가 말했다.

    "예…. 정말입니다. 휴우,"

    약간 떨어져서 걷고 있던 성기사, 아디즈가 끼어들었다.

    "그나저나 사람들의 환영, 정말 대단하군요."

    "확실히. 지나친 환영이라고 생각될 정도입니다."

    에이드가 동의했다.

    나이에 시의 거리. 그리 크지는 않지만, 어쨌든 도시라는 이름을 달고 있는 만큼

    거리는 그런대로 적당하게 넓었고, 그 거리 한가운데에서는 성기사들이 일사정연하

    게 갑옷 소리를 내며 진군(?)하고 있었다. 그리고, 거리 바깥쪽에서는 사람들이 구

    름처럼 몰려들어서 쭉 늘어서서는 이들을 선망의 눈길로 바라보고 있었다. 사람들

    은 마구 열광하며 외쳤다.

    "위대하신 다하난의 축복이!!"

    "성기사님들 만세!!"

    "후우…."

    에이드는 왠지 쓸쓸한 듯한 미소와 함께 한숨을 내쉬었다.

    "…지나치긴요."

    넷샤가 싱긋 웃으며 방금의 에이드의 말을 반박했다.

    "생각해 보세요, 에이드 님.

    보통 사람들에게 있어서 성기사들은 선망과 존경의 대상이라고요. 그런 성기사들

    이 이백 명이나 자신들의 도시를 지나고 있는데 기분이 어떻겠어요?"

    "아아…."

    그녀의 말을 듣고, 에이드는 일리 있는 말이다… 라는 생각을 하며 새삼스레 뒤를

    돌아다보았다.

    처벅처벅처벅처벅.

    성기사단의 상징인 은백색 갑옷과 붉은색 망토. 그것을 완벽히 갖춰입은 절도있는

    태도의 성기사 200여 명이 대열을 갖추여 일사불란하게 진군하는 모습이란… 확실

    히 장관이다.

    "이백 명이라…."

    에이드가 중얼거렸다.

    "확실히, 대단한 숫자입니다."

    "예, 그래요."

    넷샤는 힘차게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이 일은 단순히 페이룬드교―어둠의 악신인 사라딘을 모시는 종교―의 집회를 기

    회로, 그들을 척살하라… 는 것이 아닌 것 같아요. 다하난께서 아무 이유 없이

    성기사단을 이백 명이나 보내라고 하시지는 않았을 것 아니예요? 뭔가, 우리가

    알 수 없는 이유가 더 있는 것이겠지요."

    "음. 그렇군요. 무슨 돌발사태라도 일어난다…, 그런 것일지도 모르죠."

    니리아가 그렇게 말했고, 넷샤는 그런 니리아를 돌아보며 대답했다.

    "그럴지도 모르지요. 하지만, 그런 일은… 되도록이면 일어나지 않아 주었으면 싶

    네요."

    "동감이예요."

    "……신전입니다. 도착했군요."

    에이드가 말했다.

    일행은 앞을 바라보았다. 다하난의 신전. 나이에 시가 그다지 부유한 도시는 아니

    라 그리 큰 건물은 아니었지만, 그들이 잠시 묵기에는 충분해 보였다.

    "자, 그러면 이제…,"

    태양빛을 받아 희게 빛나는 대리석의 신전을 바라보며 에이드가 말했다.

    "일단 이곳에서 좀 쉬었다가, 저녁에 리네 산맥으로 가도록 하겠습니다. 물론, 장

    소는 확실히 알고 계시겠지요, 넷샤 님?"

    "물론이죠."

    넷샤는 지도를 만지작거리며 생긋 웃어 보였다.

    밤…. 보름달은 그 광채를 자랑하기라도 하듯, 휘영찬란하게 빛을 발하고 있었다.

    그랬기에, 비록 밤이기는 했으나 사물을 꽤 또렷하게 알아볼 수 있었다. 그리고 그

    덕분에, 에이드 등 일단의 사람들은 비교적 수월하게 산을 오를 수 있었다. 뭐, 어

    디까지나 '비교적 수월하게' 이긴 했지만.

    리네 산맥이 워낙에 험악한 곳이니만큼. 계속된 절벽에, 암벽, 엄청난 경사. 조금

    이라도 발을 헛디디면 그대로 추락사하기 쉽상이었다. 실제로 성기사 중 몇은 발을

    헛디뎌 20예즈 정도를 굴러떨어졌다. 다행히 죽지는 않았지만. 뭐…, 어쨌든, 마음

    놓고 오를 수 있는 산은 아니다.

    산을 계속 올라가는 가운데, 약간 평탄한 지형이 나타났다.

    "후우…."

    가볍게 숨을 돌리며, 에이드는 중얼거리듯 말했다.

    "그들은 왜 하필 악신 같은 것을 섬기는 것일까요…."

    "하아…, 하아…. 그런 것, 알수 있을 리가 없잖아요…, 하아…, 하아….

    그보다… 하악, 저 좀 도와 주세요."

    둔덕 아래쪽에서 거칠게 숨을 몰아쉬며, 지친 기색이 완연한 목소리로 넷샤가 말

    했다. 에이드는 슬쩍 미소를 지었다.

    "아, 죄송합니다."

    에이드는 손을 내뻗어 넷샤의 손을 붙들었고, 팔에 힘을 주어 넷샤를 끌어당겼다.

    넷샤는 낑낑거리며 둔덕 위로 올라섰고, 잠시 자신의 모습을 살폈다.

    "…하아, 하아….

    …히잉…, 사제복이 다 찢어졌잖아…."

    울상을 지으며 넷샤가 말했고, 에이드는 가볍게 웃었다.

    "그렇군요."

    "악신들을 섬기는 이유라."

    뒤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에이드는 뒤를 돌아보았다.

    "뭐… 악신들이 그들에게 뭔가 해 줄 수 있다고 생각하는 모양이지요."

    어드세 둔덕 위로 올라온 니리아가 말했다. 에이드는 그녀를 바라보며 고개를 끄

    덕였다.

    "아, 니리아 님이로군요."

    "간단한 일이죠…."

    고개를 들어올려 밤하늘에서 밝게 빛나는 달을 바라보며, 니리아는 가볍게 머리를

    저었다. 에이드가 물었다.

    "괜찮으십니까?"

    "예? 뭐가요?"

    뜬금없는 그의 질문에 니리아는 눈을 동그랗게 뜨며 에이드를 보았고, 에이드는

    가볍게 미소지었다.

    "힘들지 않으신지…."

    "아, 전 괜찮아요."

    니리아는 생긋 웃었다.

    "이래 보여도 꽤 단련된 몸이니까요…. 그렇게 힘들 것은 없어요.

    그보다 넷샤 님? 목적지는 아직인가요?"

    "후우… 목적지… 말씀이신가요?"

    나무에 몸을 기댄 채 잠시 숨을 돌리고 있던 넷샤가 입을 열었다. 부스럭부스럭

    품 속에서 지도를 꺼내들며, 그녀는 말을 이었다.

    "나이에 시에서 이동하여 약 12킬로예즈…. 그리고 리네 산맥에 접어든 후 약 3킬

    로예즈. 신탁에 따르면 동굴의 위치는… 대략… 여기 쯤…,"

    손가락으로 지도를 짚으며 넷샤는 말했다.

    "금방―, 약 30분…? 그 정도만 더 가면 될 것 같네요."

    "그렇군요."

    에이드가 고개를 끄덕였다.

    "자… 모두들, 힘냅시다!…"

    에이드는 뒤에서 힘들게 올라오고 있는 성기사들을 바라보며 그렇게 말했고, 성기

    사들은 땀을 뻘뻘 흘리면서도 싱긋 미소지으며 그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에이드는 그들에 대한 신뢰의 미소와 함께 다시 앞장서 산을 오르기 시작했다.

    '이번 임무는….'

    나뭇가지를 헤치며, 앞으로 나아간다.

    '사라딘교도들의 집회에 잠입, 200명의 성기사들로 주위를 포위시킨 후 한 사람도

    남기지 않고 말살, …한다.

    ……모르겠어. 왜지?'

    에이드는 가볍게 한숨을 내쉬었다.

    '다하난이시여…. 정말 그것뿐입니까?

    또한… 말살이라니요….'

    에이드는 성기사로서 지금까지 여러 임무를 완수해왔다. 이번의 임무도, 그런 여러

    임무들 중 하나―. 의문 따위 가져서는 안 되었다.

    사실 그렇다. 고결한 성기사로서, 어찌 신의 뜻을 의심한단 말인가?

    …그런데 의문이 생기고 있었다. '빛'의 다하난…. 그 기본 교리는 '모든 이에게

    평안을'―이었고, 에이드 자신도 그것을 언제나 실현시키려 애쓰며 살아왔다. ―그

    런데, 이번의 임무는….

    '그들에게 조금도 틈을 주지 않고…. 조금도 망설이지 않고….'

    에이드는 나무를 붙잡고 몸을 위쪽으로 옮기며 속으로 되뇌었다.

    왜, 일까…?

    용납의 의사가 전혀 없는 완벽한 말살…. 단지 페이룬드교의 신자들을 상대하기

    위해서의 성기사 200명. 말이 쉬워 성기사 200명이지, 실로 엄청난 전력이다. 이

    정도의 전력이라면…, 충분히 그들을 말살할 수 있을 것이다.

    '돌발사태….'

    에이드는 아까 낮에 니리아가 했던 말을 돌이켜보았다.

    '무언가 다른 일이 일어나기라도 하는 것일까. 혹… 그들이 무언가 의식이라도 행

    하고 있는 것일까…?'

    왠지 불안했다.

    무언가가… 이상했다.

    '단지 그들을 말살하기 위해서라면… 굳이 우리들을 보내실 이유는 없지 않습니까

    , 다하난이시여…. 말씀해 주십시오….'

    하지만…, 불안할 이유가 없잖은가?

    자신은 대체 지금 무엇 때문에 불안해하고 있는 것인가?

    '모르겠어…….'

    에이드는 왠지모를 불안감을 느끼며,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

    - To be continued...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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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아…. 요즘 감기에 걸려 고생하는 중입니다. 날씨가 좀 따뜻해지나 싶더니 어

    느 새 도로 추워졌더군요. 아하하. 덕분에 감기가 떨어질 날이 없습니다.

    환절기에 건강 조심하시길.

    Neissy였습니다.

    번 호 : 6239 / 21135 등록일 : 2000년 04월 08일 22:02

    등록자 : NEISSY 조 회 : 384 건

    제 목 : [연재] ◈ 데스트로이아 ◈ # 7

    데스트로이아 DestroiA

    Fa-las de sy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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