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데스트로이어-3화 (4/158)

1. 운명을 거역하는 것이기에 …… (3)

"그럼…… 갑니다."

세이어는 휙 고개를 돌려 뒤쪽의 오우거에게 시선을 주었고, 다음 순간 세이어의

주위를 맴돌던 순백색의 발광체들이 그에게로 날아갔다.

팡! 파팡! 파파팡! 파팡! 파파팡!

강렬한 파열음. 전신에 충격을 받은 오우거는 잠시 비틀거렸고, 그 오우거에게 세

이어가 대쉬해갔다.

"하아압!!"

우웅―!

세이어가 짧게 기합을 질렀고, 동시에 이니아에서 흑기가 내뿜어지기 시작했다.

세이어는 오우거에게로 달려들며 그대로 검을 내질렀다.

푸푸푹!…

오우거의 어깨에 검이 박혀들어갔다. 세이어가 외쳤다.

"파이어 볼 Fire ball!"

콰쾅!

검이 박혀 있는 그곳― 오우거의 몸 속에서 강렬한 화염의 폭발이 일어났고, 이번

의 것은 오우거로서도 견딜 수 없었던지 비명이 튀어나왔다.

"크어어어―!!"

오우거는 부들부들 떨다가 오른손에 들린 곤봉을 떨구고는, 주춤주춤 뒤로 물러섰

다. 냉소를 띄운 채 그것을 바라보던 세이어가 이니아를 치켜올렸다.

"자아…, 죽어 주십시오!…"

그렇게 외치며 세이어는 검을 쭉 내뻗었다.

퍽!!…

내뻗어진 검은 정확히 오우거의 심장을 꿰뚫었다.

"크… 으… 어……."

심장이 꿰뚫렸음에도 불구하고 아직 몸을 움직이고 있는 오우거…. 세이어는 그런

오우거에게 냉소를 보내며 오우거의 가슴에서 검을 회수했다.

"그래 보아야… 고통의 시간만 길어질 뿐입니다."

휙.

세이어는 검을 횡으로 휘둘러 오우거의 목을 베어버렸고, 목이 날아가버린 오우거

는 맥없이 쓰러져 버렸다.

―쿵.

"……."

세이어는 고개를 돌려 주위를 살폈다.

"크어어어―!!!"

동족에 죽음에 분노한 오우거들이 자신에게로 돌진해오고 있었다. 세이어는 슬쩍

미소지었다.

"분노… 라는 것입니까."

문득 세이어의 입가가 조소를 띠었고, 세이어는 천천히 오른팔을 들어올리며 입을

열었다.

"…리버스 그래비티 Reverse gravity."

순간, 세이어를 향해 달려오던 오우거 여섯이 공중에 떠올랐다. 단지 떠오른 것

뿐 아니라, 맹렬한 속도로 위로 솟아오르고 있었다. 팔을 마구 휘둘러대며 이 이상

한 현상에 대항해보려 애쓰는 오우거들을 바라보며 세이어가 가볍게 미소지었다.

"소용없는 몸부림입니다."

세이어는 가만히 고개를 들어 하늘을 바라보았다. 하늘로 치솟으며 마구 발버둥치

는 오우거들이라…, 어쩐지 우스운 광경이다.

오우거들이 약 60예즈 정도 상공으로 상승했을 때 쯤, 세이어는 들었던 오른팔을

내렸다.

중력 역전, 정상화.

"크아아아아아아아아――"

약간의 시간이 지나자, 하늘 높이 올라갔던 오우거들은 다시 지상으로 떨어졌다.

퍽!! 쿠쿠쿵!!

한 오우거가 나무에 부딪혀 꽂혀버렸고, 그 충격에 나무가 무너졌다. 나무는 잎사

귀를 흩날리고, 오우거는 피를 흩뿌리며 땅으로 쓰러졌다. 세이어는 그것을 피해

두어 발짝 뒤로 빠졌다.

퍼퍽, 파파팍, 쿠쿠쿵!!

요란한 소리와 함께 다른 오우거들도 지상에 격돌했다.

"……."

세이어는 가만히 그들을 바라보았다. 이쪽에 있는 놈은 머리가 박살나 형체도 남

아 있지 않다. 떨어지다 나무에 찢겨 내장이 흘러나온 녀석도 있고, 몸의 전면이

지상과 격돌해 피떡이 되어버린 녀석도 있다.

약간은 처참한 광경이다.

"후…, 약하군요……."

세이어는 피식 냉소를 지었다.

<…참 간단하게도 처리한다, 너.>

"후훗."

이니아의 말에 세이어는 고소를 지었다.

"불만이십니까, 간단하게 처리한 것이?…"

<아니…… 하지만.

이렇게 간단하게 처리해 버리다니 말야. 저 녀석들은 너한테 공격 한 번 제대로

못 해버린 거잖아? 특히 나중의 여섯 녀석은… 가까이 오지도 못했고 말야.

왠지 저녀석들이 불쌍하다는 생각이 드네.>

"불쌍하다라……. 글쎄요."

스릉… 찰칵.

세이어는 가볍게 웃으며 이니아를 검집에 집어넣었다.

"잘 모르겠군요. 어쨌든… 이 정도 일도 간단히 해결하지 못한다면, 앞으로 닥쳐

올 일은 감당하지 못할 테니까요."

<…흐음. 그런 거야?>

"그런 셈이지요."

세이어는 천천히 오우거들에게서 몸을 돌렸다.

"저런 녀석들이라면……. 적어도 스스로의 의지가 없는 녀석들에게는 당해 줄 생

각이 없습니다."

<흐음?>

이니아가 피식 웃는 것이 느껴졌다.

<그러는 너는 스스로의 의지란 게 있어?>

세이어가 눈썹을 찡그렸다.

"……말이 좀 심하시군요, 이니아."

<그렇잖아. 사돈 남말할 때가 아닌 것 같은데?

너 이제부터 시도아 시에 가서……,>

"정해진 것은 아닙니다."

약간 흥분된 어조로, 세이어는 이니아의 말을 끊었다. 이니아는 놀랍다는 듯이 말

을 계속했다.

<정해진 것이 아니라니, 흐음…. 너 그렇다면 그분과 싸우기라도 하겠다는 거야?>

이니아는 그렇게 말했고, 세이어는 씁쓸하게 미소지었다.

"글쎄요……. 일단. 정신의 문제입니다."

<정신?… 헤에.>

이니아는 뭐가 재미있는지 키득키득거렸다. 세이어는 가만히 한숨을 내쉬더니, 발

걸음을 옮겨 앞으로 걷기 시작했다. 물론, 오우거들의 시체는 그냥 놔둔 채로다.

세이어는 고개를 저었다.

"어쨌든, 누구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만… 제게 불만이 많은 모양입니다.

이렇게 친절하게 몬스터들을 보내주시니 말입니다."

<…음, 그럴지도 모르지.>

이니아가 쿡쿡 웃었다.

<그런 의미에서, 앞으로도 몬스터들을 계속 만나게 될 것 같은데. 열심히 해 봐.>

"열심히… 라."

세이어는 씁쓸하게 웃었다.

"어디까지 할 수 있을지는 저도 잘 모르겠지만.

어쨌든 이 '몸'을 시도아 시까진 잘 가져가야 하니……."

<헤에. 그게 그렇게 불만이면 지금 죽어버림 되잖아? 간단하네. 아님 도망이라도

쳐 보든지. 소용 없겠지만.

암튼, 어느 쪽이든, 네 미래는 바뀔 테잖아? 징징거릴 것 없을 텐데?>

이니아가 키득거렸다. 세이어는 손을 들어 앞을 가리는 나뭇가지들을 거둬내며 가

벼이 한숨을 내쉬었다.

"글쎄요……. 어쨌든 도망친다고 해결될 문제는 아닌 데다가…….

어차피 언제 소멸되느냐의 차이…이니."

<풋.>

이니아가 조소했다.

<언제 소멸되느냐의 차이라니. 그건 누구나 마찬가지일걸. 그 동안 어떻게 사느냐

의 차이인 거잖아?

아님 소멸되는 시기를 늦추려 애써보기라도 하든가. 뭐, 하긴 이런 거, 내가 할

말은 아니지만.>

"……글쎄요, 어떤 것이 좋은지는 잘 모르겠군요."

세이어는 가볍게 미소지었다.

"어쨌든, 이런 생이나마나, 조금이라도 더 연장하고 싶은 것이 사실이긴 합니다만

말입니다."

세이어는 계속해서 숲 속을 나아갔다. 더 이상 주변에서 이상한 기운 같은 것이

느껴지진 않았고, 그저 가끔 세이어의 기척에 놀란 토끼나 다람쥐 따위가 찔끔해서

도망칠 뿐이었다.

"…어쨌든,"

가볍게, 세이어는 한숨을 내쉬었다.

"어떻게 될 지는 그 곳에서 결정되겠지요."

- To be continued...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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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정되어 있는 미래라. 상당히 웃기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미래를 미리 안다

는 것, 그리 좋은 일만도 아니라는 생각이 들곤 합니다만.

그나저나, 이거 보시기에 어떤지 모르겠군요. 누구도 리메이크판에 대해 한마디

말도 해 주시질 않으니…….(과연… 비인기 소설은 어쩔 수 없는 모양입니다) 제

가 보기로는 그다지 문제는 없는 것 같아 보입니다만….(문제가 보이면 고치죠)

지금의 저로서는 심혈을 기울여(?) 쓴 소설이니까요…. 즐겁게 봐주신다면 감사

하겠습니다.

아, 그리고 오늘부터 이제 매일연재를 하려고 합니다. 그동안 기다리신 분들…

(……있을까?) …암튼, 그동안 기다리신 분들… 이제 계속 꾸준히 올릴 테니 즐

겁게 봐주시길…^^;;

Neissy였습니다.

번 호 : 6181 / 21135 등록일 : 2000년 04월 06일 00:25

등록자 : NEISSY 조 회 : 430 건

제 목 : [연재] ◈ 데스트로이아 ◈ # 4

데스트로이아 DestroiA

Fa-las de sy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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