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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식왕 클리어러-240화 (240/245)

# 240

독식왕 : 클리어러 240화

뉴스를 보면서 나는 마른침을 꿀꺽 삼켰다.

“시작됐군.”

뉴스의 내용은 이러했다.

백악관 뒤에 솟은 정체불명의 던전을 조사하기 위해 특별히 선정된 길드가 팀을 꾸려-그것은 분명 던전의 규모에 비해 대대적인 준비작업이었다-던전에 들어갔다. 그들의 일차적인 목표는 새로 솟은 던전의 수준을 평가해 백악관의 이전이 필요한지에 관한 자료를 획득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그들은 3일째 돌아오지 않았다.

애초에 떠들썩했던 분위기에 비해 막상 팀이 꾸려지자 소요는 어느 정도 가라앉는 양상을 보였었다-나는 이 대목에서 노아가 했던 말을 떠올렸다. 백악관을 지킨다는 명분은 대단한 사업적 기회이고 그것을 위한 로비가 벌어지고 있을 거라는. 언론에서 매일 뉴스를 만들어낸 것은 이 사업을 확장시키기 위한 이유도 있었던 것이다-하지만 일이 이렇게 되자 미국의 분위기는 갑자기 썰렁해졌다.

던전에 들어간 게이머들이 돌아오지 않는 것은 사망 이외에 합리적인 이유를 댈 수 없다. 분명히 그들은 던전 안에서 사망했을 것이고, 이 던전이 겉보기와는 달리 무서운 비밀을 품고 있을 거라는 불안감이 미국인들을 덮쳤다.

하필이면 백악관 뒤에……. 이것은 강렬한 신호로 작용한다. 미지의 어떤 힘이 어쩌면 미국을 전복시키고 세상을 집어삼킬지 모른다는.

물론 이것은 일부에서 흘러나오는 확대해석에 지나지 않는다. 적어도 90퍼센트의 사람들은 아직 그렇게 믿었다.

‘하지만 그게 사실이란 말이지.’

나는 이번에 나타난 던전이 S급일 거라는 심증을 굳혔다.

그리고 하루 뒤 미국은 일명 화이트 하우스 던전에 들어간 20명의 게이머가 전원 사망했음을 발표했다.

그들은 세계 최고는 아니더라도 적어도 미국에서는 톱클래스에 속하는 게이머들이었다.

그들이 전원 사망했다는 것은-게다가 어느 던전에 들어갈 때보다 완벽한 준비를 갖추고 있었는데-단순히 백악관을 옮겨야 한다는 의미를 뛰어넘었다.

미국 내에서는 반드시 던전을 공략해서 안정화해야 한다는 말이 나왔다.

국가의 모든 관심을 화이트 하우스 던전이 빨아들였다. 당연하게도 미국의 최대 관심은 전 세계인들의 관심거리이기도 했다.

다음엔 어떤 게이머들이 화이트 하우스 던전에 도전할 것인가?

이 대답은 생각보다 빨리 나왔다.

누구도 돈과 명예보다 목숨을 앞에 놓지 않는다. 설령 그런 사람이 있다고 하더라도 불필요한 일에 굳이 나서지는 않는다.

세계 최고의 게이머는 따로 있으니까.

약속처럼 미국 행정부는 내게 연락을 해왔다.

“몇 번 튕기시는 게 좋습니다.”

노아는 출진 준비를 하려는 내게 말했다.

“네? 왜요?”

“어차피 정답은 길드장님으로 정해져 있습니다. 지금은 길드의 가치를 높일 때입니다.”

“하지만 그럴 문제가 아니잖아요?”

“이 일이 심대한 의미를 가지고 있다는 것은 아주 소수만이 알고 있습니다. 미국은 지금 매우 불안한 상황입니다. 그리고 섣불리 다른 지원자가 나서지도 않을 거고요. 조금만 기다린다면 우리에게 훨씬 유리한 조건이 갖춰질 겁니다.”

“음…… 네.”

나는 경험으로 노아의 말은 항상 옳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리고 나 역시 사회경험이 아주 없는 것은 아닌 터라-가상현실게임 안에 있었던 것도 경험이라고 친다면 나는 어렸을 때부터 누구보다 혹독한 경험을 치렀다-때로는 약간의 인내심이 엄청나게 유리한 결과가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리고 당연하다는 듯 상황은 노아가 말했던 대로 흘러갔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미국은 언론의 압박과 국회의원들의 요구에 밀려 몇 시간 단위로 새로운 조건을 제시했다.

튕기기를 시전한 것이 채 하루가 지나기 전에 협상은 우리 쪽에 완벽하게 유리한 형태로 마무리되었다.

“던전 공략으로 인한 수입은 전액 OG가 취하기로 했습니다. 이것은 당연한 거니까 굳이 특별하게 언급할 필요가 없는 것이고요. 공략에 관한 데이터를 공유하는 조건으로 향후 던전 공략으로 인한 수입의 50퍼센트를 받기로 했습니다. 물론 공략을 해주는 대가는 따로 받을 거고, 향후 재공략이 필요할 경우에 그 조건은 계속 상향될 겁니다. 그밖에 미국 행정부로부터 명예훈장, 명예시민권 등을 받게 되겠지만 뭐 이것도 크게 중요한 것은 아니죠.”

노아는 사업에 정통한 인물답게 돈과 관련한 성과를 줄줄 읊었다. 하지만 돈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그보다 중요한 것은 미국도 함부로 처리하지 못한 일을 OG가 해낸다는 것이다. 미국은 이 협상에 굴욕적으로 임할 수밖에 없었고, 이는 많은 의미를 지닌다.

“이번에는 반드시 대통령과 사진을 찍는 것이 필요합니다.”

지금 미국의 대통령은 공화당 출신의 대표적 보수주의자로 강한 미국을 상징하며 다른 나라들에 소위 갑질을 해온 인물이다.

커다란 풍채를 자랑하며 다른 나라의 정상과 만날 때 일부러 힘을 주어 악수하곤 한다.

“악수를 할 때 힘을 살짝 주십시오.”

그것이 노아의 지침이었다. 그가 이번 일로 이루고자 하는 것은 더이상 미국이 세상이 중심이 아니라 OG 특히 조성오가 세계 제일이라는 것을 보여주자는 것이었다.

지금껏 거둔 사회적, 사업적 성과만으로도 충분히 세상을 울리고도 남지만, 미국 대통령을 비굴하게 만드는 그림이 뉴스와 기사로 전파된다면 훨씬 상징적인 의미가 있을 것이다.

‘대단하네.’

나는 노아의 설계에 감탄했다. 그리고 새삼스럽게 생각했다. 그와 만나게 된 것도 최종적으로 이런 그림이 완성되게 하기 위함이 아니었을까 하고.

이쪽 세상과 저쪽 세상 양쪽에서 왕으로 군림한다.

그것을 위한 최종적인 한 걸음이 이번 화이트 하우스 던전 공략이 될지도 모른다.

“알았어요, 노아. 그렇게 할게요.”

3

나는 이번이 최종 페이즈의 최종 퀘스트라는 사실을 감안해 만반의 준비를 갖추었다. 말 그대로 만반의 준비!

앞선 퀘스트로 모든 NPC 동료들을 모은 덕분에 전력이 급상승했다.

내 레벨 업도 가상현실게임의 후반부에 그랬던 것처럼 현저히 느려진 탓에 내 성장도 거의 한계에 이르렀음을 알 수 있었다.

S급 던전이 얼마큼 위험할지 모르겠지만 지금이 아니면 어차피 공략할 수가 없다. 그리고 나는 그 어느 때보다 흥분이 되었다.

지금까지 공략한 모든 던전은 모두 가상현실게임의 연장이라고 할 수 있다. 그때의 경험을 바탕으로 다른 게이머들보다 쉽게 공략을 하고 쉽게 성장을 했다.

하지만 이번에 공략할 S급 던전은 내게도 새로운 경지였다.

몬스터들은 새롭지 않을지라도 새로운 조합과 새로운 난도가 나를 맞을 것이 분명하다.

누누이 말했지만, 나처럼 타고난 게이머는 이런 상황에 본능적으로 흥분하기 마련이다.

그전에 먼저 악수부터 하고.

나는 거만한 인상의 미국 대통령 제임스가 내민 손을 살짝, 아주 살짝 힘을 주어 잡았다.

처음에 조카를 대하는 듯 여유만만이던 제임스의 표정이 미묘하게 일그러졌다. 참으려고 애를 쓰는 것 같지만 속으로는 ‘Omg!’를 외치고 있는 표정이 틀림없다.

의도가 보이지 않게끔 은근히 힘을 주었기 때문에 날르 탓하지는 못할 것이다.

‘어떠십니까, 대통령 각하?’

유치한 행동이지만 미국 대통령은 같은 짓을 각국의 정상들에게 해왔다. 가끔은 이런 유치한 힘자랑이 실질적인 힘의 우위를 은유하는 것이다.

사진을 찍어야했기 때문에 제임스는 함부로 자기 손을 빼지도 못했다.

그리고 노아가 예견한 대로 사진은 아주 잘~ 나왔다. 이 사진은 당장 전 세계 헤드라인을 장식해 세상에서 가장 힘 센 사람이 누구인지를 보여줄 것이다.

나는 더 손을 잡고 있으면 제임스가 울 것 같아서 그의 손을 놓아주었다. 몸을 돌린 그가 ‘fucX’이라고 중얼거리는 것을 청력 좋은 게이머는 나는 똑똑히 들었다.

세계의 관심을 한몸에 받으면서 바야흐로 OG의 게이머들이 S급 던전에 들어갔다.

***

처음 이쪽 세상에 던전이 출현한 이래로 이토록 많은 관심을 받은 공략은 없었다. 입구 오백 미터 밖까지 카메라가 따라붙었다.

물론 그 카메라들에 모두 순수한 의도가 있었던 것은 아니다. 좀처럼 매스컴에 몸을 드러내지 않는 OG의 미녀 게이머들!

그들의 수요를 만족시키기 위해 열심히 셔터가 눌러졌다.

항간에는 이번 공략이 만에 하나 잘못될 경우 세기의 미녀들을 한꺼번에 잃는다는 사실에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미소녀 마니아들의 입장에서는 내 생사여부는 별로 관심 사항이 아닌 듯하다. 오히려 질투의 대상일지도 모르지.

좀 좋아해 주면 안 되나? 나는 그들을 대리만족시켜주는 것인데. 물론 그들의 머릿속 망상처럼 OG의 미녀들과 야한 짓을 매일 밤 벌이는 것도 아니다.

“아……. 이 던전은 뭔가 다르다옹.”

아직 인간의 모습을 유지하고 있는 암젤이 말했다. 꼭 그녀의 말을 빌리지 않더라도 나 역시 던전 입구에 이르러 형언할 수 없는 요기를 느꼈다.

어쩌면 이것은 요기라는 것보다 더 구체적인 언어로 표현할 수 있을 것이다. 내 생각에 이 던전은 급조된 느낌이 들었다. 던전 자체가 거대한 마나로 이루어진 것 같은. 거기에 강력한 마력도 느껴진다. 그것도 한 사람의 것이 아니라 수백, 수천의 마력이.

‘역시 의도적인 건가?’

생성 장소가 노골적이었던 만큼 이 던전은 누군가의 의도로 만들어진 게 아닐까 싶었다. 그리고 그럴 만한 존재라면 이제 딱 하나 남은 적인 헤레디투스밖에 없다.

수보타의 말에 따르면 헤레디투스는 마법사가 아닌 것 같지만 그의 지위를 감안하면 수백, 수천의 마법사 정도는 쉽게 동원할 수 있었을 것이다.

‘괴물의 아가리로 들어가는 기분이네.’

물론 나는 고래의 몸속을 찔러 탈출한 피노키오처럼 괴물에게 잡아먹히지 않을 것이다-피노키오를 삼킨 것이 고래가 아니라 상어나 고래상어라는 말도 있지만 아무튼-

카메라 플래시와 미국 정치인들의 환호를 등뒤로 받으며 나와 OG 멤버들은 S급 던전 안으로 들어갔다.

‘시발, 장난이 아니긴 하네.’

던전에 들어가 불과 십 분이 되지 않아 나는 그런 말을 내뱉을 수밖에 없었다.

나는 늘어난 NPC와 높은 레벨, 그리고 보유하고 있는 여러 개의 히든 클래스, 스킬, 아이템, 최고급 장비와 무기로 전투력이 막강한 상태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던전은 1층부터 사람을 숨막히게 했다.

나는 이처럼 치열한 전투를 가상현실게임에서도 치러보지 못했다. 기본 수십 마리의 몬스터들이 한꺼번에 공격을 해오며 놈들은 개체 하나하나가 다른 던전의 던전 마스터급이었다.

우우우웅~

정신이 없는 와중에 내 손안에 백옥보만이 기쁨의 비명을 질렀다.

“……너는 이 상황이 기쁘냐?”

훗.

그래 나도 기쁘다.

피할 수 없으면 즐겨야지. 이제 곧 이런 전투도 끝일지 모르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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