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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식왕 클리어러-234화 (234/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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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독식왕 : 클리어러 234화

    Chapter 57 ? Road to 독식왕(2)

    1

    OG 멤버들은 한국으로 돌아가면 주거지 인근의 던전을 통해 이계로 보낼 생각이었다.

    그 사실을 이번 원정에 따라나선 DOOM의 멤버 세 명에게도 이야기했다.

    “그래?”

    유진이는 내 말을 듣더니 심각한 표정이 되었다.

    의외의 반응이었기에 나는 그녀가 다음 말을 하길 기다렸다.

    잠시 후 그녀가 입을 열었다.

    “NPC들은 네 분신이나 다름없잖아. 그렇지?”

    “응, 그렇다고 볼 수 있지. 오랫동안 같이 지냈으니까.”

    “나는 이 말을 그냥 하는 게 아니야. 이번에 같이 던전을 공략하면서 더 확실히 알았어. 너는 NPC들이랑 같이 있을 때 능력이 극대화돼.”

    유진이의 말은 당연한 것이었다.

    NPC 파티원들은 나와 같이 사냥을 한 세월이 길기 때문에 호흡이 잘 맞는 차원을 넘어 거의 서로 생각을 읽는 수준으로 케미가 잘 맞다.

    ‘그런데 이 말을 왜 하는 거지?’

    내가 궁금한 표정으로 마주 보자 유진이가 조심스럽게 본론을 꺼냈다.

    “이건 아직 내 개인적인 생각일 뿐이라는 것을 전제하고 말할게. 나는 이계에 가는 것은 OG 멤버가 아니라 DOOM의 멤버들이어야 한다고 생각해.”

    “뭐?”

    나는 그런 식으로는 전혀 생각하지 않았다.

    이계는 지금 격렬한 전쟁이 벌어지고 있으니까.

    그곳에 간다는 것은 말 그대로 목숨을 잃을 각오를 해야 한다.

    OG 멤버들의 목숨을 아깝게 생각하지 않는다는 의미가 아니라 그들과 나는 생사고락을 함께한 만큼 신뢰가 쌓여 있었다.

    유진이의 말마따나 마치 내 분신처럼 여긴다고 할까?

    이계에 가라는 명령을 내릴 때도 걱정이 되기는 했지만 마치 나 자신이 직접 가는 것처럼 거리끼는 마음은 없었다.

    “너는 너 혼자서 모든 걸 해결하려는 경향이 있어.”

    “…….”

    유진이의 말대로다. 나는 솔플을 선호하기 때문에 사고도 그쪽으로 고착화된 경향이 있다.

    NPC는 엄밀히 말해 솔플의 요건을 깨는 요소가 아니니까.

    그들을 이계로 보낸다는 것도 전략의 일환이라고만 생각해서 거부감이 일지 않았던 것이다.

    하지만 DOOM의 멤버들을 이계로 보낸다는 것은 여러 가지로 큰 부담이 따랐다.

    가만히 듣고만 있던 조은영이 유진이의 말을 거들고 나섰다.

    “맞아요! 길드장님은 혼자서 세상을 구해야 한다는 강박이 있어요. 뭐든지 서로 나누면 가벼워지는 거잖아요? 제 생각에도 이번엔 DOOM이 나서야 한다고 봐요.”

    이한호도 고개를 끄덕였다.

    “전략적으로 봐도 그게 더 효율적이야. 네가 이곳에서 하는 일은 단지 동료를 모으는 것만이 아니잖아. 우리가 이계에 가고 OG 멤버들은 이곳에서 너를 돕는 게 맞는 것 같다. 이 싸움을 그르치면 우리는 전부를 잃게 돼. 내 한목숨 아낄 때가 아니라는 거지.”

    뭐라고 반론을 하지 못할 분위기가 되어버렸다.

    확실히 이한호가 한 말이 맞기는 하다.

    내가 이곳에서 하는 일은 비단 A급 던전을 공략하고 동료를 모으는 것만이 아니니까. 그다음으로는 S급 던전을 공략해야 한다.

    다소 뜬금없는 퀘스트처럼 보여도 베그리프가 아무 의미 없이 퀘스트를 주었을 리 없다.

    S급 던전의 공략이 얼마나 어려울지는 장담할 수 없으므로 함께 싸울 때 전투력이 상승하는 OG 멤버들을 남기는 것이 전략적으로 옳은 선택이었다.

    내가 러시아에 함께 온 DOOM의 멤버는 세 명이 전부이다.

    아직 나머지 멤버들의 의견은 어떨지 몰랐다.

    더구나 합류한 지 얼마 안 되는 외국의 게이머들에게는 더욱 하기 어려운 이야기였다.

    내 생각을 읽은 듯 유진이가 말했다.

    “나머지 멤버의 연락과 설득은 내가 할게. 일단 우리 세 명은 마음을 정했으니까 그렇게 알아.”

    두려운 마음이 클 텐데도 얼굴에는 미소를 짓고 있다. 그것은 이한호와 조은영도 마찬가지.

    나는 그들에게 고마움과 미안함을 동시에 느꼈다.

    2

    러시아에서 두 번째 동료를 만나는 일도 성공적으로 마무리되었다.

    로치온의 전언에 따르면 이미 카오스 군주들 측의 전선이 완성되어 이번 영지 공략은 아예 엄두를 내지 못했다고 한다.

    오더 측이 군세는 더 클지 몰라도 영지가 워낙 넓어서 병력을 한데 모으는 일이 쉽지 않다.

    더구나 병사들이 혼란을 느끼고 사기가 떨어진 것도 함부로 군사를 일으키지 못하는 원인이 되었다.

    내가 대리인들을 이계로 보낼 예정이라고 하자 로치온이 말했다.

    -이곳 전쟁을 위해 목숨을 걸고 건너온다니 참 고마운 일이군. 그들은 각자가 군주들과 맞먹는 실력을 가지고 있다. 반드시 큰 도움이 될 거야.

    나는 로치온의 말이 충분히 수긍이 갔다.

    전투력이 일 대 일로 대응하는 것은 아니지만, 대리인들이 이계로 건너간다는 것은 군주급 능력자들이 그만큼 늘어난다는 뜻이니까.

    당연히 큰 전력 상승을 기대할 수 있다.

    더구나 대리인들은 각자 군주들과 정신적으로 연결이 되어 있어서 그에 따른 케미도 기대해볼 만했다.

    한국으로 돌아온 뒤 본격적인 DOOM 멤버들의 이계 파견이 시작되었다.

    앞서 중국과 아랍에미리트, 그리고 러시아에서 영입한 게이머들도 연락을 받는 즉시 호응을 해왔다.

    그들은 이번 파견이 세상을 구하기 위한 당연한 임무라고 생각하는 듯했다.

    나는 설득할 필요도 없었다는 데에 적잖이 놀랐다.

    ‘그래서 오더(Order)인 건가?’

    기본적으로 세상을 구하고 질서를 수호하려는 마음을 가지고 있는 이들.

    지금까지 카오스 게이머들과 자주 부딪쳤던 나는 근본적인 성향의 차이가 얼마나 큰지 실감했다.

    외국의 게이머들이 한국에 들어오고, 다시 이계로 건너가는 데는 최소 며칠이 소요되었다.

    내 입장에는 그 며칠이라도 마냥 쉬고만 있을 수 없으므로 다음에 잡힌 해외 방문에 나섰다.

    게이머들의 이계 파견은 티코이가 국내에 남아 진행하기로 했다.

    김유진과 이한호 등 믿음직한 인물들이 있으므로 걱정할 필요는 없었다.

    “몸조심해.”

    나는 불과 며칠 전 OG 멤버들에게 했던 인사를 유진이에게 건넸다.

    다른 DOOM 멤버들에게도 같은 내용의 인사를 전했다.

    이한호가 웃으며 말했다.

    “만약 네가 이계로 건너가라고 명령을 해도 군말 없이 거기 따랐을 거다. 책임감은 너만 가진 게 아니니까 우리를 더 믿고 의지하도록 해.”

    대리인은 아니지만 수보타와 칼리타도 파견 멤버에 포함시키기로 했다.

    수보타는 누구보다도 이계의 역사와 정보에 박식하다.

    칼리타가 가진 능력은 전쟁을 수행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동료 찾기’ 메뉴가 있었으므로 그녀의 길찾기 스킬이 당장 필요하지도 않았다.

    네 번째 해외 방문지인 프랑스로 가면서 암젤이 물었다.

    “주인님, 왜 그렇게 표정이 어둡냐옹? 나랑 함께 있을 수 있어서 기쁘지 않냐옹?”

    그녀의 애교 섞인 표정을 보자니 피식 웃음이 나왔다.

    암젤에게는 그 무엇보다 나랑 함께 있는 것이 중요하다.

    그것은 다른 NPC들도 마찬가지였다. 그들은 나와 함께 있어야 편안함을 느낀다.

    나는 마음속에 깃들었던 무거운 마음을 떨쳐내기로 했다.

    이한호의 말마따나 나는 대리인들을 더 믿어야 한다.

    내가 혼자 모든 것을 책임지려고 해서도 안 된다.

    지금까지의 공략도 결코 나 혼자 한 것이 아니니까.

    3

    프랑스에서 일정을 마무리하고 또 한 명의 동료를 찾았을 때, 기대치 않은 메시지가 눈앞에 떠올랐다.

    [대리인 김유진이 군주 미리스와 합류했습니다!]

    [군주와 대리인의 능력이 각자 30퍼센트씩 상승합니다!]

    [대리인 조은영이 군주 파라얀과 합류했습니다!]

    [군주와 대리인의 능력이 각자 30퍼센트씩 상승합니다!]

    [대리인 이한호가…….]

    ‘이게 뭐지?’

    나는 상상도 하지 못한 메시지를 보고 깜짝 놀랐다.

    ‘능력이 30퍼센트 상승했다고?’

    대리인의 존재. 나는 지금까지 그 존재를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다.

    카오스 군주들이 대리인을 통해 이쪽 세상을 오염시킨 것처럼 그 반대의 개념이라고만 생각했다.

    하지만 뜻밖에도 대리인이 군주와 합류를 했을 때 대단한 상승효과가 일어났다.

    ‘이런 시스템이 있었다니.’

    미리 언질이라도 좀 주지.

    나는 자연스럽게 베그리프를 원망했다.

    어쨌든 덕분에 오더 측은 엄청나게 전력이 상승하게 되었다.

    군주와 대리인 어느 한쪽만 능력이 상승한 것이 아니라 둘이 한꺼번에 강해진 것이니까.

    이계 쪽에 건너간 대리인들과도 전언을 하는 것이 가능했으므로 나는 유진이에게 물었다.

    “잘 도착했어?”

    -응! 여기는 엄청 나. 마치 판타지 게임 속에 들어온 것 같아!

    기대와는 다른 응답이었지만 충분히 그런 느낌을 받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나는 10년 동안 게임 속에 갇혀 있었기 때문에 다른 사람보다 감흥이 적은 것이다.

    이계는 확실히 판타지 소설의 배경과 많이 닮았다.

    “그것 말고 뭐 없어? 뭔가 달라진 느낌이라든가.”

    -달라진 거? 잘 모르겠는데? 중력도 비슷하고, 능력도 그대로인 것 같고…….

    거기까지 말한 유진이가 말끝을 흐렸다.

    능력이라는 말을 하면서 뭔가 감을 잡은 모양이다.

    -어? 갑자기 강해진 느낌이 드는데? 다른 공기를 마셔서 기분이 그런 건가?

    “아니야, 실제로 너는 강해졌어. 너뿐만이 아니라 대리인을 포함해 그들과 만난 군주들도 전부 다 강해졌어. 수치로는 30퍼센트. 다른 사람들에게도 이 사실을 알려줘.”

    -우와! 30퍼센트나?

    유진이는 나만큼이나 게임을 좋아한다. 기대치 않은 폭업을 했으니 당연히 뛸 듯이 기분이 좋을 것이다.

    결과적으로 DOOM 멤버들을 이계로 보낸 것은 OG 멤버들을 보낸 것 이상으로 긍정적 효과를 낳았다.

    만약 그들 대신 OG 멤버들이 갔더라면 오히려 마이너스였을 것이다. OG 멤버들은 나와 함께 있어야 전투력이 상승하니까.

    ‘오케이!’

    극적인 반전은 안 되겠지만 이로써 위기를 극복할 기회를 잡았다.

    * * *

    며칠이 지났을 때 로치온에게 반가운 전언이 날아들었다.

    -조성오, 우리가 카오스 군주 한 명을 쓰러뜨리고 영지를 정복하는 데 성공했다!

    “그게 정말이야?”

    -대리인들의 전투력은 정말 큰 도움이 되고 있다. 게다가 수보타의 지식, 칼리타의 지형을 파악하는 능력은 우리가 전략을 세우는데 엄청난 기여를 하고 있어.

    “그것참, 듣던 중 반가운 소식이네!”

    아닌 게 아니라 지금 같은 상황에서 카오스 군주의 영지를 장악했다는 것은 엄청난 낭보였다.

    커다란 세력권을 형성한 카오스 군주 연합이 흔들리기 시작했다는 뜻이니까.

    오랜만에 입가에 미소가 지어졌다.

    4

    “뭐! 아블라가 당했다고?”

    디아테타는 벼락같이 화를 내며 몸을 일으켰다.

    그녀가 내뿜는 흉폭한 마나에 당장 곁에 있던 신하 하나가 졸도를 했다.

    보고를 한 신하는 부들부들 떨면서 말을 이었다.

    “오더 진영의 전력이 갑자기 큰 폭으로 상승했습니다. 아마 상당한 숫자의 실력자들이 새로 가담을 한 듯합니다.”

    “이제 와서 무슨 실력자가 더 있다고!”

    디아테타는 이를 악물었다가 곧 생각을 바꾸었다. 전력을 상승시킬 수 있는 요소라면 이쪽에도 있다.

    택하고 싶지 않은 선택지이지만 상황이 이쯤 되면 이 이상 아낄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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