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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식왕 클리어러-216화 (216/245)

# 216

독식왕 : 클리어러 216화

틴테는 매우 기뻐하는 얼굴로 고개를 숙였다.

“감사합니다, 주인님!”

“오랜만에 만났으니 파티에 합류해야겠지?”

“네! 고대하고 있었습니다.”

[NPC ‘틴테’를 파티에 합류시키겠습니까?]

“그래.”

이름 : 틴테

성향 : 주인의 성향에 따름

스킬 :

은신 – 낮이든 밤이든 몸을 숨기는 데는 최고 수준의 능력을 발휘한다.

은밀 기동 – 은신을 깨뜨리지 않고 기동할 수 있다. 속도를 높여도 호흡이 흐트러지거나 집중력이 깨지지 않는다.

암살 – 근접 무기술, 원거리 암기술, 독을 다루는 능력까지 암살에 관한 모든 능력을 마스터했다.

이력 : 전 대륙에서 가장 오랜 역사를 가진 암살자 집단 아픽스 출신의 어쌔신. 또래 암살자 중에서 발군의 자질을 보여 집단으로부터 특별 관리를 받는다. 그의 성장을 질투한 동료들에 의해 모함을 받고 암살자들에게 쫓기는 몸이 되었지만, 조성오의 도움으로 위기에서 벗어난다. 이후 아픽스에서 완전히 탈퇴하여 조성오의 그림자가 된다.

‘역시.’

A급 던전에서 나온 동료답게 엄청난 능력을 가진 NPC를 만났다.

가상현실 게임에서는 메인 스토리 후반부에서나 합류할 수 있는 캐릭터로, 암살에 관해서는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능력을 발휘한다.

[‘동료’ 퀘스트 ‘NPC를 1인 영입하라’를 달성했습니다.]

[보상으로 히든클래스 ‘정령왕의 전령’을 얻었습니다.]

‘정령왕의 전령?’

나는 처음 보는 클래스의 이름에 고개를 갸웃했다.

정령사 클래스를 마스터한 뒤에 얻은 클래스이기 때문에 반갑기도 하고, 당장 특징을 들여다보고 싶은 욕구가 치솟았지만 아쉽게도 지금은 그럴 여유가 없었다.

틴테가 물러나 동료들 사이에 섞이더니, 어느 사이엔가 모습이 보이지 않게 되었다.

“기분 나쁜 여자다옹.”

암젤이 두리번대더니 혀를 차며 말했다.

박재환은 이 같은 과정을 찡그린 얼굴로 지켜보았다.

열심히 이해해 보려고 애쓰는 것처럼 보이지만 당연히 이해할 수 있을 리 없다.

결국 어금니를 으득 소리가 나도록 깨문 그가 무기를 꺼냈다.

“어차피 살아서 돌아갈 생각은 없다.”

나는 그가 발하는 마나의 질이 조금 달라진 것을 느꼈다.

불쾌하고 이질적인 느낌은 그대로지만 그것이 좀 더 날카로워졌다고 할까?

박재환의 정보창을 들여다본 나는 금방 이유를 알 수 있었다.

[★56위 군주 루트론의 대리인]

‘역시 그 길을 택한 건가?’

박재환은 이미 세 번의 대리인의 청구를 거부했다.

이유는 악마의 산 던전에 있는 군주의 대리인이 되기 위해서였는데, 상황이 이 정도까지 꼬이게 되자 계속 그것을 고집할 여유가 없어진 것이다.

박재환 같은 타입이 목표를 수정하다니, 그야말로 최악의 상황까지 내몰린 것이 확실하다.

‘나야 고맙지만.’

달성해야 할 퀘스트 중에 ‘대리인 한 명을 물리쳐라’가 있다.

지금 확보한 대리인의 정보로는 일본까지 가야 할 상황이었는데, 박재환이 직접 대리인이 되어 나타났으니 쉽게 퀘스트를 달성할 수 있게 된 것.

“고맙다.”

“개소리하지 말고 닥쳐!”

나는 굳이 공간 생성 스킬을 사용하지 않기로 했다.

56위 군주라면 지금까지 정복한 결투의 탑 층수로 볼 때 꽤 멀리 떨어져 있기 때문에.

거기 도달하기 전에 다른 카오스 군주에게 자리를 뺏길 가능성이 높다.

‘일부러 두 번 일 할 필요는 없지.’

흥분한 상태의, 그리고 어울리지 않게 상당히 긴장하고 있는 박재환에게 말했다.

“너의 의지를 존중해 일대일로 싸워주마.”

“뭐?”

박재환은 슬쩍 놀라는 듯했지만 곧 코웃음을 쳤다.

“허세 부리지 마라. 이렇게 같은 편이 많은 상황에, 설령 너를 죽인다 해도 내가 무사히 빠져나갈 수 있다는 보장이 없잖아!”

“허세는 네 캐릭터에나 어울리는 거지, 나는 그딴 거 부릴 필요 없어. 왜냐면 있는 그대로 잘났으니까.”

“크으~ 우리 주인님 말씀하시는 거 보소!”

수보타가 엄지를 치켜세우며 소리쳤다.

“네가 우려하는 그런 일은 없을 거니까 걱정하지 말고 들어와라.”

나는 의상을 소달루스 세트로 바꾸었다.

그리고 인벤토리에서는 활로도 변형이 가능한 절대자의 창을 꺼냈다.

“그 말이 진짜든 아니든 네 목숨을 내가 끊어놓겠다.”

나와 박재환을 중심으로 둥그렇게 공간이 확보되었다.

물론 내가 위기에 처하면 하지 말라고 해도 NPC들이 나설 거지만 당연히 그럴 일은 없을 거라고 생각한다.

박재환은 군주의 대리인이 되면서 능력치가 올라 현재 레벨이 202이다.

그리고 나는 196.

5씩이나 차이가 나지만 나는 평범한 196레벨이 아니니까.

박재환은 지난번과 달라진 내 분위기에 흠칫 놀랐다.

다소 여유가 생겼던 그의 얼굴에 삐질삐질 땀이 맺히기 시작한다.

“흥!”

그가 손에 쥐고 있는 검에 마나를 흘려 넣었다. 동시에 온몸으로 광포한 기운이 솟구쳤다.

‘업적 효과로군.’

군주의 대리인 청구를 세 번 거절하여 갖게 된 도도한 심장. 그 효과는 전투 개시 후 10분간 모든 스탯을 30퍼센트 올려주는 것이다.

박재환의 입가에 비웃음이 번졌다.

“재능의 벽은 네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높다. 그리고 대개 재능 있는 자들에게 행운도 따라붙게 마련이지.”

“그 말에 백 퍼센트 동의한다.”

나도 스킬을 발동시켰다.

로또.

주변 공기 흐름이 느려지고, 일곱 개의 공이 나타나 파각파각 소리를 내며 열린다.

[축하합니다! 로또 3등에 당첨되었습니다!]

[모든 스탯이 일 분간 추가 150퍼센트만큼 상승합니다!]

‘운도 좋지.’

추가 150퍼센트면 평소의 2.5배 능력을 발휘할 수 있다는 의미다. 박재환의 30퍼센트와는 비교도 안 된다는 말이지.

“……!”

박재환의 동요가 훤히 드러날 만큼 전해졌다. 부정하고 싶어도 그럴 수 없을 것이다.

이 정도 힘 차이가 나면 현실 부정이나 자기 위안도 도움이 안 되니까.

로또의 지속 시간은 단 일 분이지만 그가 그것을 알 리가 없다.

“안 들어오면 먼저 간다?”

나는 바닥을 박차고 박재환에게 뛰어들어 갔다. 동시에 발동시키는 S급 만렙 스킬!

‘백 개의 창!’

쿠과과과광!

손이 보이지 않을 만큼 빠르게 공간을 뒤덮는 창끝의 위력에 박재환이 쭉쭉 밀려나며 괴로워했다.

결국.

꽝-!

방어에 실패한 박재환이 뒤로 나가떨어졌다.

나는 휙 점프한 상태로 절대자의 창을 활로 바꾸었다.

‘연사!’

퓩! 퓩! 퓩!

바키움보다도 한 단계 위의 능력을 발휘하는 활이 묵직한 화살을 토해냈다.

쾅! 쾅! 쾅!

박재환은 숨을 고를 여유도 없이 바닥을 굴렀다.

바닥에 착지하자마자 달려드는 내 쪽으로 검을 크게 그어 스킬을 발사했다.

‘문 커터!’

반월 모양의 검기가 공간을 잠식하며 밀려들어 왔다. 나는 뒤쪽에 동료들이 있음을 감안해 창을 들어 정면으로 그것을 받아냈다.

키이잉-!!

날카로운 소리를 내며 절대자의 창에 부딪쳤지만 검기는 두 갈래로 갈라져 양쪽 벽을 향해 뻗어갔다.

쿠앙! 쾅!

‘오랜만에 무기로 싸우는 것도 기분 좋네.’

악마의 산 던전을 공략하는 내내 소환술만 사용했기 때문에 새로 얻은 무기를 활용한 싸움이 상당한 쾌감을 선사했다.

‘문제는 이 싸움이 길어지지 않을 거라는 거지만.’

몸을 일으킨 박재환이 검 끝을 내 쪽으로 하고 밀고 들어왔다.

그가 가진 S급 스킬 중 하나인 ‘돌격’이다.

불과 0.1초에 불과한 시간 동안에 밀고 들어오는 강력한 공격!

하지만 피할 수 없으면 누군가에게 대신 맞게 하면 된다.

‘나와라! 테오루마 킹 쓰리!’

일일이 이름을 붙일 수 없어 아홉 마리 소환수에게는 넘버만 매겼다.

소환수 중 가장 덩치가 크고 맷집도 강한 악마의 기사가 모습을 드러냈다.

카앙-!

동귀어진의 마음으로 뛰어든 박재환의 검이 꿰뚫은 것은 테오루마 킹의 가슴팍이었다.

“크르르르…….”

어찌나 강력한 공격이었는지 테오루마 킹 쓰리가 단번에 허물어지고 말았다.

하지만 돌격 같은 스킬은 위력이 센 반면 늘 커다란 빈틈을 노출한다.

나는 테오루마 킹 쓰리의 머리를 타고 넘어 창끝을 아래로 뻗었다.

‘건 샷 스피어!’

쾅-!

창끝이 길어지며 포탄처럼 강력한 스킬이 터졌다.

결국 박재환은 검을 놓치고 데굴데굴 굴러 바닥에 대자로 뻗어버렸다.

‘이 정도로 끝은 아닐 거고.’

나는 상대가 마지막 마나를 쥐어짜 잠재력을 발휘하길 기다려 주었다. 그러는 동안 로또의 발동 시간이 끝났다.

물론 또 한 번 사용하면 그만이지만.

파각파각파각-!

[축하합니다! 로또 4등에 당첨되었습니다!]

[일 분간 모든 스탯이 40퍼센트 상승합니다.]

“에이~”

연이어서 3등 이상이 당첨되길 바란다면 그게 욕심이겠지.

정신을 잃은 듯 보였던 박재환에게서 푸쉭 푸쉭 연기가 피어올랐다.

일견 가브리엘의 변신 장면을 연상하게 했지만 그것과는 많이 다르다.

바깥을 향해 발산되던 마나가 그의 신체로 수렴했다. 응축된 붉은 에너지가 코팅되듯 피부를 감싼다.

“후우우…….”

한숨과도 같은 낮은 음성을 토해내며 박재환이 몸을 일으켰다.

피부를 덮은 마나 색과 동일하게 눈빛이 새빨갛게 물들고 흐느적대는 몸동작은 마치 유령과 같았다.

박재환의 시그니처라고 할 수 있는 스킬 ‘버서커’.

이 스킬을 사용하는 적을 처음 만난 것은 아니지만 200대 레벨의 능력자가 사용하니 꽤 그럴듯했다.

“으아아악!”

악다구니를 쓰며 달려드는 박재환.

‘네 손에 검이 있었더라면 좋았을 텐데.’

맨몸으로 달려드는 기사의 돌격은 자살행위라고 봐도 무방하다.

나는 절대자의 무기를 활로 변형시키고 신중히 급소를 겨냥했다.

S급 궁술 스킬 ‘하트 브레이커!’

피잉-!

시위를 떠난 화살이 빙글빙글 회전하며 적의 심장을 향해 날아갔다.

퍼억-!

미친 사람처럼 달려오던 박재환의 움직임이 정지했다.

잠시 후, 태엽이 다 돌아간 장난감처럼 힘없이 무너졌다.

[‘명예’ 퀘스트 ‘대리인 일 인을 물리쳐라’를 달성했습니다!]

[보상으로 ‘랜덤 보상 상자(넘버링 아티팩트 전용)×1’를 얻었습니다.]

[레벨이 197로 상승했습니다!]

‘이제 남은 것은 영토 퀘스트뿐인가?’

그것도 이제 한 층밖에 남지 않았다.

마음 같아서는 빨리 해치워 버리고 싶지만 다음 층은 다름 아닌 던전 마스터가 있는 층이니까.

효율적인 공략을 위해 내일 하루쯤은 휴식을 취하고 올라가는 것이 나을 것이다.

“주인님, 여깄다옹.”

암젤이 박재환이 죽으면서 남긴 결정석들을 모아 왔다.

아쉽게도 S급 스킬인 ‘버서커’와 ‘돌격’은 떨어뜨리지 않았다. A급 스킬 ‘문 커터’와 스탯 스톤 두 개를 남겼다.

[스킬 ‘문 커터’를 흡수했습니다.]

[업적 ‘초고속 클리어’의 효과로 스킬 숙련도가 만렙이 되었습니다.]

[근력 31을 흡수했습니다.]

[체력 29를 흡수했습니다.]

일과를 마쳤으니 이제 슬슬 집에 돌아가 보기로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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