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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식왕 클리어러-212화 (212/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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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독식왕 : 클리어러 212화

    이틀이 지났을 때 기다리던 메시지가 나타났다.

    [64위 군주 자리에 오더 성향의 군주 플루스가 올랐습니다.]

    [63위 군주 자리에 오더 성향의 군주 플로스가 올랐습니다.]

    [이미 정복한 층수의 군주들과는 바로 결투를 할 수 있습니다.]

    [‘차원문의 열쇠×1’를 얻었습니다.]

    ‘플루스, 플로스?’

    딱 봐도 한 쌍인 것 같은 이름이다. 이름에 대한 비밀은 로치온과 대화를 나누고 풀렸다.

    -플루스와 플로스는 쌍둥이 형제야. 그들의 아버지는 내 아버지와 함께 카오스 군주들과 싸웠었지. 개개인의 능력이라면 몰라도 둘이 합체를 하면 나도 당해내지 못해.

    “합체를 한다고?”

    -말 그대로 물리적인 합체야. 두 사람이 하나가 되어 변형을 하니까 합체라고 하는 게 맞겠지. 나도 그 이상은 설명을 잘 못하겠군.

    “……네가 그렇다니 그런 거겠지. 아무튼 알았어.”

    나는 차원문의 열쇠를 써서 결투의 탑으로 갔다. 이번에는 변수가 있을 수 없으니 동행한 것은 암젤 혼자였다.

    “요즘 스케줄이 너무 빡빡하다옹.”

    “바쁘면 좋은 거지. 진행에 거침이 없다는 거니까.”

    “주인님은 나에 대해서 너무 모른다옹. 묘족은 하루에 열다섯 시간은 자야 한다옹.”

    “열다섯 시간은 너무하잖아.”

    “나 정도 되는 능력이면 안자도 상관이 없지만 그래도 컨디션에 지장이 있다옹.”

    “그럼 자지 뭐 하러 따라왔어.”

    “바늘 가는 데 실이 안 따라갈 수 있냐옹?”

    9층에 도착하고 대기 시간이 흐르자 새로운 군주가 모습을 드러냈다.

    플루스는 가죽 갑옷을 입은 검사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나이는 이쪽 세상의 기준으로 하면 10대 정도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그래도 나보다 나이가 많겠지?’

    로치온이 몇백 년을 살았고 그의 아버지와 플루스의 아버지가 같이 싸웠다니까 아무리 적어도 몇백 살은 된다고 봐야 할 것이다.

    ‘엄청 동안이구나!’

    “말씀은 많이 들었소. 당신이 조성오군요.”

    “네. 저도 로치온에게 당신에 대해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63위 군주가 된 플로스와는 형제라고요?”

    “그렇소. 정확히 말하면 형제가 아닌 남매지. 우리는 아버지의 정수를 똑같이 나누어서 물려받았소. 어린 우리들이 아버지의 정수를 몸에 담기에 벅찼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가문의 비전인 합체 변신술을 완성하기 위해서이기도 했지. 쌍둥이라는 게 그리 자주 나오는 게 아니라서 가문의 비전은 늘 미완성이었어. 그랬던 것이 나와 누이 대에 와서 완성된 셈이지.”

    “합체 변신술…….”

    “마나 소모가 너무 커서 자주는 못 써먹는 기술이야. 그래도 당신에겐 한 번쯤 보여주고 싶은데 그러지 못해 아쉽군.”

    “네, 거짓말이 아니라 꼭 한번 보고 싶네요.”

    [64위 군주 플루스와 동맹이 되었습니다.]

    [전언을 나눌 수 있게 설정되었습니다.]

    63위 군주 플로스와는 곧바로 만남이 성사되었다. 플로스라는 이름이 여자에게는 어울리지 않지만 어쨌든 그녀는 여자였다.

    플루스처럼 외모가 앳되지만 분위기만큼은 성숙했다.

    “반갑습니다.”

    “네, 앞으로 잘 부탁드려요.”

    “당신이 아니면 아버지의 숙원을 풀 길이 없었을 것입니다. 그 기회가 주어진 것만으로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모릅니다.”

    “아직 기뻐하긴 일러요. 앞으로가 더 중요하니까요.”

    플로스는 주술사 클래스를 가지고 있었다. 플루스처럼 의상이 소박하지만 평범한 장비는 아닐 거라고 여겼다.

    가문 대대로 전해져 내려오는, 정수가 담긴, 뭐 그런 물건이겠지.

    플로스는 떠나기 전에 나와 암젤에게 가벼운 주술을 읊어주었다.

    그녀의 입술을 떠난 주문이 룬 문자로 상형화되고, 그것이 나와 암젤에게 축복으로 이어졌다.

    축복이라고 해도 원기가 북돋아지는 효과 그 이상은 아니었지만.

    집에 돌아온 암젤이 핏발선 눈으로 말했다.

    “그 여자 나한테 무슨 짓을 한 거냐옹. 기운이 넘쳐서 잠이 안 온다옹.”

    “피곤하다면서. 잘 됐잖아.”

    “묘족은 하루의 열다섯 시간은 자야 한다옹.”

    “너무 매뉴얼에 집착하지 마. 사람이 융통성이 있어야지.”

    “난 사람이 아니라 묘족이다옹.”

    8

    ‘부’ 퀘스트가 완료되었으니 이제 남은 퀘스트는.

    PHASE 7

    [특수 퀘스트] - 오더 대리인을 1인 이상 영입하라.

    PHASE 8

    [명예] - 카오스 대리인을 1인 이상 물리쳐라.

    [영토] - A급 이상의 던전을 획득하라.

    [동료] - 동료를 1인 이상 영입하라.

    [특수 퀘스트] - 오더 대리인을 1인 이상 영입하라.

    이상과 같은 다섯 가지다.

    군주 두 명을 죽였으니 의외의 소득이 있었다고 할 수 있지만 아직도 갈 길이 멀었다.

    마음 같아서는 박재환이 던전에서 기습이라도 해줬으면 좋겠지만 그렇게까지 멍청해 보이지는 않으니, 본인이 함정을 파지 않는 한 스스로 함정으로 기어들어 오지는 않을 것 같다.

    ‘악마의 산’을 15층까지 공략한 현재 동료를 만날 기미는 아직 보이지 않았다.

    특이하게도 코어를 탐색해 봐도 반응이 없었다. 지금으로선 처음 탐색할 때 나타났던 미미한 반응을 믿고 따라갈 수밖에.

    오더 대리인을 찾는 일은 박재환의 케이스가 있기 때문에 티코이 쪽에서 신중을 기하고 있었다.

    이번에 추가된 플루스, 플로스 남매의 데이터까지 더해 열심히 조건을 맞추고 있다.

    ‘박재환 같은 경우가 또 있을 것 같진 않은데 말이지.’

    내게 복수를 꿈꾸는 지하 경제의 제왕 따위가 계속 나온다면 이 게임의 난도는 급격히 올라갈 것이다.

    이래저래 현재로서는 교착상태에 빠진 상황이다. 뭔가 하늘에서 뚝 떨어지는 이벤트라도 있으면 좋겠는데.

    빡센 A급 던전 공략만 하고 있자니 아주 지친다.

    9

    김재용은 일성 길드의 길드장이었다. 하지만 표면상으로만 그러할 뿐 배후에는 박한도가 있고 또 그의 아들 박재환까지 버티고 있다.

    길드의 모든 직원이 그 사실을 아는 것은 아니지만 전력의 핵이라고 할 수 있는 게이머는 모두 알고 있었다.

    실제로 그를 길드장이라고 부르는 멤버도 존재하지 않는다. 회사로 치면 과장이나 부장과 같은 중간관리직쯤으로 인식하고 있는 것이다.

    ‘내가 원래 이 정도 대우받을 사람이 아닌데 말이야.’

    박재환이 강하다는 것은 인정하지만 전력을 다한다면 비등하게 싸울 자신이 있었다.

    다만 이곳을 떠날 수 없는 것은 다른 멤버들과 마찬가지로 발목이 잡혀 있기 때문이다.

    박한도의 도움으로 전과를 지우고 게이머로 활동할 수 있었기 때문에.

    그것도 고만고만한 게이머가 아니라 이 나라에서 꽤 명망 있는 게이머로.

    벌어들이는 돈도 다른 길드의 길드장과 비할 바가 아니니 크게 불만을 가질 사항도 아니었다.

    ‘그래도 불안해…….’

    불안의 원인은 당연히 이 길드의 실질적인 주인이 자신이 아니기 때문이다. 박한도와 박재환의 눈 밖에 나면 언제든 잘릴 수 있는 위치니까.

    박한도의 케어가 없다면 전과가 드러날 수 있고, 그렇게 되면 잘나가는 인생도 끝장이다.

    얼마 전에 이학돈이 죽은 것은 비록 개인행동이기는 했어도 일단 자신이 길드장 직함을 가진 한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다.

    게다가 이학돈이 누구란 말인가?

    박한도로 하여금 영감을 갖게 하여 모든 계획을 세우도록 이끈, 없어서는 안 될 필수 멤버였다.

    박재환은 그를 대체할 멤버를 찾으라고 했지만 솔직히 어디에 가서 또 ‘대리인’을 찾을 수 있겠는가.

    그래서 그는 계획하기에 이르렀다.

    일성 길드 내에서 본인의 입지를 회복하기 위한 프로젝트를.

    나아가 박한도와 박재환으로 하여금 자신이 대체할 수 없는 우수한 자원임을 확인시켜 줄 만한 방책을.

    그것을 위해 멤버들을 끌어들이고 설득했다. 돈도 많이 쓰고 지켜지지 않을 공수표도 남발했다.

    ‘큰일을 하려면 희생을 각오해야지.’

    희생이라고는 해도 이 일이 실패할 가능성은 별로 없어 보인다.

    확률로 치면 80퍼센트 이상 된다고 할까?

    OG의 전투 멤버는 숫자가 얼마 되지 않는다. 이학돈이 당한 건 심리적으로 몰린 상황에서 확실한 계획 없이 덤벼들었기 때문.

    게다가 지금 OG는 연일 계속된 악마의 산 던전 공략으로 지칠 대로 지친 상태다.

    자신도 들어가 본 적이 있지만 악마의 산은 한 층을 공략하면 최소 3일은 쉬어야 한다. 그걸 거의 휴식 없이 하고 있으니.

    지금은 몸도 마음도 너덜너덜해져 있을 것이 틀림없다.

    ‘기회는 지금밖에 없어! 역시 나는 운빨 하나는 끝내준단 말이야.’

    살인을 저질렀을 때도 박한도와 같은 귀인을 만나 기사회생했고, 지금과 같은 상황에도 최선의 결과를 낳을 찬스를 만났다.

    “하하하!”

    길드장실에 앉아 만족스러운 웃음을 터뜨린 김재용은 술잔에 술을 채워 미리 축배를 들었다.

    10

    “우와, 이놈의 악마의 산은 레벨이 올라도 쉬워지질 않네.”

    세이프 에어리어에 도착한 내가 평소답지 않은 푸념을 하자 멤버들도 저마다 한마디씩 했다.

    “제가 원래 이런 말은 잘 안 하지만 죽을 것 같습니다요.”

    “오빠. 오늘은 더 이상 도끼 들 힘도 없어.”

    “사람이 할 짓이 아니다옹.”

    암젤이 한 말에는 태클을 걸 수밖에 없었다.

    “넌 사람이 아니라 묘족이라며?”

    지칠 대로 지친 우리는 집에 가기 전에 일단 원기 회복부터 하기로 했다.

    워낙 장시간 공략을 하기 때문에 마나와 체력이 떨어지는 것도 문제지만 배가 고픈 걸 참는 것이 상당한 고행이었다.

    중간에 음식을 섭취하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맘 놓고 편하게 먹을 수가 없으니 배부르게 먹는 호사는 누릴 수가 없다.

    때문에 수보타가 자신의 인벤토리에 음식을 가져왔다.

    여느 때처럼 집사 세트를 완벽하게 갖추어서.

    다행히 A급 던전은 세이프 에어리어도 상당히 넓었다.

    포션을 마시고, 맛있는 음식을 배부르게 먹고, 여유 있게 차까지 한 잔했다.

    ‘이 정도면 한 층 더 올라가도 되겠는데? 물론 그럴 시간은 안 되지만.’

    그 정도로 기운을 많이 회복했다. 카오스 게이머 몇십 명쯤은 가볍게 해치울 수 있을 정도로.

    ……그리고 그것이 실제로 일어났다.

    어지럽게 빛이 번뜩이더니 상당한 숫자의 게이머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가장 앞에 선 자가 입을 열자 놈들의 정체가 대번에 드러났다. 바로 박재환이 통화하는 영상에서 들었던 목소리였기 때문에.

    “하하하! 조성오! 오늘이 네 제삿날이다!”

    김재용이 가용 가능한 모든 인원을 데리고 OG를 기습하러 왔다.

    이학돈이 했던 것에 비하면 방법도 타이밍도 나쁘지 않았지만 중요한 사실은 그래도 결과가 바뀌지 않을 것이라는 것.

    “빙고!”

    하늘에서 이벤트가 뚝 떨어졌구나!

    배부르게 포식하고 원기를 회복한 나와 OG 멤버들은 단 삼십 분도 되지 않아 일성 길드의 주 멤버들을 황천에 보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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