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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식왕 클리어러-203화 (203/245)

# 203

독식왕 : 클리어러 203화

Chapter 50 - 대리인 사냥

1

이계의 변방.

아라돈이 슬라둠을 해치우며 시작된 오더 군주들의 세력 넓히기는 67위 군주 발리아까지 쓰러지며 상당 영역을 확보하는 데 이르렀다.

16위 군주 크레도가 파라얀을 놓친 일로 후발대를 내보냈지만 피오리오와 아르바난이 무난하게 막아내며 대립이 소강상태에 빠지게 되었다.

원래 크레도의 능력이라면 현재 오더 군주들을 모두 짓밟아버리기에 충분했지만 계속 공격을 하기에는 영지가 너무 멀리 떨어져 있다.

그들은 연이은 패배 소식이 라이벌 군주의 귀에 들어가는 일도 염려해야 했기에 대립을 너무 길게 이어갈 수 없었다.

고작 파라얀 하나를 얻기 위해서라기엔 이미 너무 많은 희생을 치렀으니까.

이러한 상황을 감지한 오더 측 군주들은 이번이 영역을 넓힐 수 있는 기회라고 여겼다.

로치온을 비롯해 아라돈, 파라얀 등이 피오리오와 아르바난과 합류하며 기세는 오를 대로 오른 상태였다.

조성오의 말에 따르면 68위 군주 자리에 오더 군주인 베루니가 올랐다고 했지만 양 영역 사이에 카오스 군주들이 끼어 있어 직접 영지를 맞닿을 수 없었다.

이에 오더 측 군주들의 리더라고 할 수 있는 로치온이 결단을 내렸다.

“매번 조성오에게 기댈 수는 없습니다.”

67위 군주가 마지막이었으니 조성오가 다음에 싸울 군주는 66위인 보테츠이다. 그다음은 65위 군주인 휘루스.

다행스럽게도 그 둘의 영지가 베루니의 영지 사이에 놓여 있었다.

“나도 그렇게 생각하네.”

로치온이 꺼낸 영지 정복 계획을 아루돈이 찬성했다.

다만 둘이 의견을 합쳤다고 해서 바로 실행에 옮길 수는 없었다.

뒤늦게 합류했지만 이계 군주들의 오랜 조상이자 전설이기도 한 피오리오와 아르바난의 발언권을 존중해야 했으니까.

“나도 찬성이야.”

“기회가 왔는데 움직이지 않으면 겁쟁이라 불려도 할 말 없지.”

의견이 모아진 뒤 가용한 병력을 한군데로 모았다.

보테츠와 휘루스는 각각의 영지를 통치하는 영주이지만 핏줄이 이어진 친척이기도 하다.

병력을 둘로 나누어 각각 쳐들어가는 것보다 보테츠의 영지부터 밀어붙이는 것이 유일하고도 효과적인 전술이 될 터였다.

그리고.

조성오가 던전 공략의 여파로 쿨쿨 잠에 빠져 있는 동안 영지 정복 계획은 실행에 옮겨졌다.

2

“으음~”

긴 잠에서 깨어난 나는 눈앞의 흐릿한 잔상 때문에 팔을 휘저었다.

“뭐야, 이게.”

잠기운이 완전히 물러난 뒤에야 그것이 시스템 메시지임을 알아보았다.

[66위 군주 보테츠가 사망했습니다.]

[65위 군주 휘루스가 사망했습니다.]

[결투의 탑을 8층까지 공략한 것으로 인정됩니다.]

[70위 군주 자리에 오더 성향의 파로나가 올랐습니다.]

[66위 군주 자리에 오더 성향의 로치온이 올랐습니다.]

[65위 군주 자리에 오더 성향의 아르바난이 올랐습니다.]

“으응?”

분명 페이즈 6의 퀘스트를 모두 공략한 대가로 차원문의 열쇠를 얻었고 그걸 통해 66위 군주와 싸울 차례였다.

그런데 66위 군주가 쓰러졌다니. 그게 끝이 아니라 65위 군주까지 죽었단다.

나는 가만히 메시지를 뜯어보고 나서야 이게 된 일인지 깨달았다.

‘이계 군주들이 움직였나 보구나.’

두 개의 영지를 차지하고 아르바난과 로치온이 그곳의 군주 자리에 올랐다.

로치온이 맡고 있던 70위 군주 자리는 파라얀의 동생인 파로나가 이어받은 모양이었다.

“오, 좋은데?”

나로서는 쓰러뜨려야 할 두 명의 군주가 줄어든 셈이다.

지난번에 파라얀을 만났을 때 돌아가는 상황이 좋지 않아 보였는데 뜻밖의 희소식이 들려온 것이기도 했다.

그런데.

[55위 군주 자리에 카오스 성향의 토르도가 올랐습니다.]

“이건 또 뭐야?”

55위 군주라면 분명 가브리엘을 대리인으로 삼고 있던 오이누스가 차지하고 있던 자리이다.

그가 죽은 사실이 알려지고 카오스 군주가 잽싸게 그 자리를 차지한 모양이었다.

토르도가 누구인지는 몰라도 그야말로 어부지리를 한 셈이다.

“어휴…….”

물론 지금 이계 상황을 감안하면 55위 군주 자리를 오더 성향의 군주가 차지한다는 것이 어려운 일이기는 하다.

아르바난이나 피오리오를 그 자리에 앉힌다고 해도 카오스 군주들의 영지에 둘러싸이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으니까.

‘아쉽지만 별수 없지.’

[메인 퀘스트 PHASE 7, PHASE 8이 열렸습니다.]

[메인 퀘스트를 모두 달성하기 전에는 결투의 탑 9층에 도전할 수 없습니다.]

‘이건 또 무슨…….’

차원문의 열쇠를 가지고 있지만 이걸로는 64위 군주와 싸울 수 없다는 뜻인 것 같다.

물론 메인 퀘스트를 달성하면 레벨을 올리고 보상을 얻을 수 있기 때문에 이득이기는 하다.

이계에서 울려온 승전보가 반갑기는 해도 내가 할 일은 꼭 해야 한다는 의미였다.

“분발해야겠네.”

그동안은 내가 주도적으로 카오스 군주를 쓰러뜨려 왔지만 단숨에 역전당해 버렸다.

물론 아군이 분발하고 있다는 것은 긍정적인 신호이다.

내가 가상현실게임에서처럼 막강 먼치킨이 아닌 한 그들의 도움은 필수적이니까.

애초의 계획과 다르긴 하지만 우선 새로 열린 퀘스트가 무엇인지 확인했다.

PHASE 7

[부] - 사업 매출 1,000억 원을 달성하라.

[명예] - 카오스 대리인을 1인 물리쳐라.

[특수 퀘스트] - 오더 대리인을 1인 이상 영입하라.

PHASE 8

[부] - 사업 매출 2,000억 원을 달성하라.

[명예] - 카오스 대리인을 1인 이상 물리쳐라.

[영토] - A급 이상의 던전을 획득하라.

[동료] - 동료를 1인 이상 영입하라.

[특수 퀘스트] - 오더 대리인을 1인 이상 영입하라.

‘많기도 하네.’

메인 퀘스트의 가짓수가 다섯 개임을 감안하면 각각 두 개, 네 개니까 꽉 채워지지는 않은 셈이다.

그래도 각각 한 개씩의 특수 퀘스트가 붙어 있어 체감상으로 매우 많게 느껴졌다.

특수 퀘스트를 놓칠 마음이 없기 때문에 굳이 메인 퀘스트와 구분 지을 필요성도 못 느꼈다.

이번에 주어진 퀘스트들은 여러 면에서 전과 차이가 있어 보인다.

먼저 ‘부’ 퀘스트.

사업 매출을 1,000억, 2,000억 원씩 달성하라는 것은 의외의 지령이었다.

전의 주거지 마련 퀘스트도 그렇고 이미 준비된 퀘스트라기보다는 내 사정을 잘 알고 거기에 맞춰 지령을 내리는 느낌이다.

뭐 그런 느낌은 일관성 있게 쭉 받아오긴 했지만.

‘매출이 얼마였지?’

사업 쪽은 노아가 전담하고 있어서 매출 현황이 어떤지는 잘 모른다.

그 매출이 단순히 아이템을 판 매출을 말하는 건지, 모든 사업을 총괄한 매출인지도 모르겠다.

나는 기본적으로 게임만 하는 사람이지 사업에는 크게 관심이 없으니까.

단순히 돈은 부족하지 않을 정도로 많이 있고 초 단위로 자산이 불어나고 있다는 것만은 알고 있었다.

노아가 전담한 사업은 물론이고 티코이도 내 자산을 불리는 데 열중하고 있으니까.

‘이따 물어봐야지.’

티코이가 노아와 공조를 하고 있으니 그에게 물으면 자세한 수치를 들을 수 있을 것이다.

페이즈 7과 8에 각각 하나씩 있는 ‘명예’ 퀘스트는 카오스 게이머를 죽이라는 것이었다.

정말 시의적절한 퀘스트가 아닐 수 없다.

가브리엘과의 싸움에서 카오스 대리인이 있다는 사실을 알았고 그에 대비해야겠다고 생각하자마자 이런 퀘스트가 주어졌다.

‘카오스 게이머를 죽이면…….’

가브리엘 때 그랬던 것처럼 카오스 군주도 딸려 오려나?

가능성이 없을 것 같진 않지만 자세한 것은 닥쳐 보지 않으면 모르니까.

카오스 게이머를 어떻게 찾아야 하는지는 알고 있다. 가브리엘을 쓰러뜨리면서 달성한 업적 ‘대리인 살해자’가 있으니까.

대결의 탑에서 정복한 층수의 다섯 층 위까지 군주 대리인을 확인할 수 있다고 했다.

66위 군주와 65위 군주가 죽음으로써 8층까지 공략한 것으로 인정됐으니까 70위 군주의 대리인까지 확인할 수 있는 것이다.

‘이것도 이따 확인하기로 하고…….’

페이즈 8의 ‘영토’ 퀘스트와 ‘동료’ 퀘스트는 지금까지와 크게 다를 것이 없으니 그렇다 치더라도 각각의 페이즈에 하나씩 있는 특수 퀘스트는 의외였다.

오더 대리인 영입하기.

‘퀘스트가 며칠만 빨리 주어졌어도 이미 달성한 거잖아…….’

바꿔 말하면 조은영의 영입을 며칠 미루었다면 쉽게 달성했을 수도 있는 퀘스트다.

‘어쩔 수 없지.’

유진이가 대리인 후보 중 한 명을 만나기로 했다니까 그쪽을 기대해 봐도 될 듯했다.

페이즈 두 개의 퀘스트들이 한꺼번에 주어졌으니까 순서대로 달성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쉬워 보이는 것부터 차근차근.

확인을 했으니 이제 움직일 차례다.

3

“사업 매출 말씀이십니까?”

티코이는 안경을 쓱 올리며 반문했다.

“응, 이번 퀘스트 중 하나가 사업 매출 올리기거든.”

“전체 사업의 매출 말씀인가요?”

“거기까진 모르겠어. 아이템 판매 매출만 말하는 것일 수도 있고.”

“그렇군요.”

티코이는 노트북을 열고 키보드를 두드렸다.

“아이템 전체 예약 매출은 2,870억 원입니다.”

“뭐? 그렇게 많아?”

“그렇긴 해도 상품 대금의 10퍼센트만 선금으로 받고 나머지는 발송 직전에 입금받기로 돼 있으니까요. 현재 상품 매출은 287억 원이 되겠네요.”

“발송은 언제 하는데?”

“지금은 정식 런칭 전에 홍보하는 단계입니다. TV 광고도 하고 있는데 혹시 못 보셨나요?”

“TV는 잘 안 봐서.”

“아이템 사업 런칭은 일주일 뒤에 합니다. 그때 나머지 예약 대금을 수금할 거고요.”

“그럼 일주일 뒤에는 퀘스트가 완료되겠구나.”

“네, 그리고 제가 말씀드렸던 사업도 허가 신청을 해놓은 상태입니다.”

“네가 말했던 거?”

“결정석 판매 대행 사업이요.”

“아아~”

티코이는 전에 게이머들의 결정석을 판매 대행 해주는 사업을 구상해 내게 알려주었다.

그것은 티코이가 던전에서 수거한 결정석을 팔 때 사용하던 방법으로, 던전 관리소에서 바로 판매하지 않고 결정석 시장의 시세를 감안해 가능한 비싸게 파는 방식이다.

지금은 세금 혜택을 미끼로 정부가 오히려 시세보다 싸게 결정석을 매입하고 있었다.

어찌 보면 훤히 들여다보이는 사기이지만 정부에서도 언론에서도 이 일을 굳이 언급하지 않기 때문에 사정을 알고 있는 게이머가 드물기도 하다.

“그런데 사업 허가가 쉽게 나오지 않고 있습니다.”

티코이의 얼굴에 불만이 드리웠다.

나는 그 이유를 즉각 알 수 있었다. 정부에서 이런 사업을 하겠다는 걸 달가워할 리 없으니까.

정부는 물론이고 정부로부터 결정석을 매입하는 기업들도 반발할 것이다.

“음…….”

나는 현재 대한민국에서 내 이름값이 어느 정도 되는지 시험해 보고 싶어졌다.

“다음에 사업 신청 할 때는 김영호 말고 내 이름으로 해봐. OG 길드장 조성오.”

티코이의 눈이 반짝였다.

“알겠습니다. 만약 이번에도 사업 허가를 내주지 않으면 저도 가만있지 않겠습니다. 감히 일개 국가의 행정부 주제에 주인님의 이름을 거역하다니요.”

“오버하지 마. 여기는 우리가 있던 세상이 아니잖아. 대화로 풀어야지. 대화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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