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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식왕 클리어러-194화 (194/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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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독식왕 : 클리어러 194화

    “흠…….”

    나는 생각보다 저돌적인 그들의 계획을 듣고 침음을 흘렸다.

    하긴 실력에 자신감이 있는 놈들이니 속전속결이 최선이라고 여기겠지.

    ‘그나저나 금방 알았네.’

    한국에 오기 전부터 이미 OG의 주거지를 알고 있었다는 뜻이다.

    물론 위치를 계속 숨길 수는 없다고 생각했다.

    노아의 정보력만 해도 보통이 아닌데, 그가 나왔다고는 해도 피스&호프도 못지않은 정보력이 가지고 있을 테니까.

    내가 아쉬운 것은 그들을 던전으로 유인할 기회가 사라졌다는 사실이었다.

    이제껏 몇 번 그런 것처럼 던전으로 유인하여 몬스터들과 협공을 한다면 좀 더 쉬운 싸움이 될 테니까.

    흔적을 남기지 않는다는 점에서도 던전은 싸움을 하기에 최적의 장소라고 할 수 있었다.

    “내일 카일과 캐미도 그쪽으로 보내겠습니다. 제가 동원할 수 있는 인원이 얼마 되지 않는 게 안타깝네요.”

    “아니요. 카일은 그냥 저희 가족을 지키도록 해주세요. 캐미도 카일 쪽에 붙여주시고요.”

    “네? 한 명이라도 싸울 전력이 많은 게 낫지 않나요?”

    “그래도 가족을 위험에 노출시키는 것은 마음에 걸려서요. 무슨 짓을 할지 모를 놈들이라…….”

    물론 가족을 지킬 경호원이야 다른 루트로도 구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카일만큼 실력 있는 경호원을 구하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가브리엘을 물리치고도 가족이 볼모로 잡히는 실수를 범해서는 안 된다.

    게다가 이번 싸움에서는 나와 파티원들의 능력을 백 퍼센트 드러내야 할 텐데, 아무리 아군이라도 모든 정보를 노출한다는 것은 꺼려지는 일이었다.

    눈치 빠른 노아가 나와 파티원들이 어떻게 싸우는지 듣는다면 아마 모든 걸 설명해야 할지도 모른다.

    몇 초간 침묵했던 노아는 이해한다는 투로 대답했다.

    “알겠습니다. 그리고 이건 다른 이야기인데, 후발대로 한국에 온 게이머가 누구인지 알아냈습니다. 마이클과 앰버, 둘 다 A급 게이머이고 길드에서도 요직을 맡고 있죠. 그들까지 보냈다는 것은 역시 니콜라스가 마음을 단단히 먹었다는 뜻입니다.”

    노아는 마이클과 앰버까지 가브리엘과 합류하면 싸움이 훨씬 어려워질 것이므로 그들을 분리시키기 위한 계획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가 말하는 계획이란 마리아를 가브리엘로 변신시켜 마이클과 앰버 쪽에 투입하는 것이었다.

    “어제 보니 마리아는 정신적인 충격을 많이 받은 것 같던데, 그런 일을 할 수 있을까요?”

    “제 생각이 아니라 마리아가 직접 꺼낸 계획입니다. 꼭 자기 몫을 하고 싶다면서요.”

    “그랬군요…….”

    나는 문득 계획을 보완할 수 있는 한 가지 생각이 떠올라 그에게 이야기했다.

    “그렇다면 OG 멤버 중에서도 한 명을 마리아에게 붙이도록 하죠.”

    “그럴 여유가 있겠습니까? 게다가 마리아도 변신 스킬을 사용하는 건데 한 명 더 투입하게 된다면 적이 눈치챌 확률이 커집니다.”

    “그런 거라면 걱정하지 마세요. 전투 쪽으로는 큰 도움이 되지 않는 멤버니까요. 은신 스킬이 뛰어난 녀석이라 눈에 띄지도 않을 겁니다. 숨어서 몰래 낌새를 보다가 여차하면 마리아를 데리고 도망치도록 하는 거죠.”

    “그런 멤버가 OG에 있었나요?”

    “최근에 들어온 멤버가 한 명 있거든요.”

    “알겠습니다. 마리아에게도 그렇게 전해두죠.”

    전화를 끊고 나자 마음이 분주해졌다.

    언제든 싸움이 터질 수 있다고 생각했지만 당장 내일이 될 줄은 몰랐다.

    게다가 상대의 움직임을 감안해 이쪽이 준비할 여지가 어느 정도는 있을 줄 알았는데 곧장 주거지로 침입해 온다니…….

    나는 일단 마요르를 불러 역할을 일러주었다.

    “알겠습니다, 형님.”

    도둑질과 관련된 일이 아니라 실망한 것도 같지만 어쨌거나 그에게도 역할을 부여할 수 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클래스가 도둑이라서 전투 때 가장 활용하기 애매한 멤버가 바로 마요르였다.

    물론 가상현실 게임에서는 종종 예상치 못한 활약을 펼쳐 놀랄 때가 있기도 했지만.

    그래서 티코이처럼 내치지 않고 끝까지 함께했던 것이다.

    변수가 많은 NPC라고 할까?

    싸움에 앞서 내가 가장 신경 쓴 것은 최대한 많은 포션을 구비하는 것이었다.

    인벤토리 공간이 허락하는 대로 빽빽하게 포션을 채워 넣었다.

    지금 하고 있는 것이 리셋이 되지 않는 게임이라는 것은 나뿐만이 아니라 멤버들에게도 똑같이 적용되는 이야기이다.

    누구 한 명이 죽는 것은 물론이고 치명상을 입는 일도 없길 바랐다.

    6

    마이클과 앰버가 있는 시크릿 하우스로 향하는 마리아의 마음은 무거웠다.

    그녀 역시 과거 카오스 게이머 닷컴에 속해 있었기 때문에 그 둘의 능력이 어느 정도인지 잘 알고 있었다.

    A급 게이머인 것은 물론이고, 각성하기 전에도 국제경찰에 수배가 되었을 만큼 거물급 범죄자들이었다.

    각성 전에 했던 일은 암살.

    원래부터 사람 죽이는 일에 전문가였던 이들이 탈인간 급의 능력을 갖게 되었으니 얼마나 많은 악행을 저질렀을지 쉽게 짐작할 수 있는 일이다.

    니콜라스의 의뢰를 받아 사람 죽이는 일을 하다가 본격적으로 카오스 게이머 닷컴에 가담하게 된 케이스였다.

    ‘아무리 그래도 가브리엘에 비하면 새 발의 피지.’

    그들이 이성을 지닌 악인이라면 가브리엘은 악마 그 자체다.

    사이코패스와 소시오패스의 경계를 뛰어넘는 순수한 악마.

    마리아는 지금도 자신이 당한 정신공격을 떠올리면 몸이 떨렸다.

    머릿속을 가득 채웠던 것이 단순한 상상이 아님을 알았기 때문에 더욱 두려운 것이었다.

    가브리엘은 자신이 행할 수 있는-혹은 행하고 싶은- 살인의 방법을 직접 머릿속에 주입했다.

    ‘그걸로 나를 주박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마리아는 어금니를 깨물었다. 오히려 끔찍한 비전을 보았기 때문에 더욱 가브리엘을 죽여야 한다고 생각하게 된 그녀였다.

    “왜 그렇게 무서운 표정이야? 지금 만나러 가는 놈들 강해?”

    아작아작.

    마리아의 옆을 걷고 있는 마요르가 과자를 씹으며 물었다.

    “음…….”

    마리아는 눈을 가늘게 뜨고 파란 머리의 앳된 청년을 바라보았다.

    조성오가 이번 작전에 투입하라고 OG 멤버를 한 명 보냈다기에 어떤 대단한 게이머일까 했더니 겉으로 보아서는 전혀 의지가 되지 않는 사람이었다.

    나이는 고작 십 대 후반 정도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정체를 들켰을 때 자신을 커버할 능력자라고 하던데 보이는 대로만 판단하면 오히려 자신이 보호를 해주어야 할 것 같았다.

    “흥! 안 줄 거다!”

    마요르가 마리아의 시선을 오해하고 과자봉지를 옆구리 쪽에 싹 감추었다.

    “새로 들어온 OG 멤버라고?”

    “맞다. 형님이 우리 파티를 OG라고 명명하셨다고 했다. 그러니까 나도 OG의 일원이다.”

    “나이는?”

    “스물한 살이다. 형님이 그렇게 말하라고 하셨다.”

    “후……. 아무튼 오늘 우리가 만날 놈들은 아주 강한 놈들이야. 나도 조심할 거지만 너도 조심해.”

    “걱정하지 마라. 난 다른 사람 말은 안 들어도 형님 말은 듣는다. 여차할 땐 널 옆구리에 끼고 도망갈 거다.”

    그렇게 말한 마요르가 문득 호기심이 가득한 눈으로 마리아를 쑥 훑었다.

    “근데 너 남자로도 변신할 수 있다고 했냐? 그럼 혹시 그…… 고추도 생기는 것이냐?”

    “그게 궁금해?”

    끄덕.

    “응, 생겨.”

    “우와! 너 대단한 능력자구나! 역시 형님이랑 친구 먹을 만하다.”

    “고추가 생긴다고 대단한 능력이라고? 그건 그렇고 형님이랑 친구인 나한테 왜 반말을 하는 건데? 누나라고 불러.”

    “누나? 어디서 개수작을 부리는 거냐. 내겐 형님이 있을 뿐이다. 누나는 안 키워.”

    “…….”

    마리아는 쓸데없는 대화에서 신경을 거두고 전방을 응시했다.

    어느새 시크릿 하우스가 코앞까지 가까워졌다.

    그녀는 스킬을 사용해 가브리엘로 변신했다.

    옆을 보았더니 방금 전까지 있었던 마요르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걱정하지 마라. 가까운 데 있을 거니까.”

    은신 능력이 뛰어난 능력자라더니. 어떻게 한순간에 감쪽같이 모습을 감출 수 있는지.

    마리아는 경이롭다는 생각을 했다.

    목소리가 똑똑히 들리는 걸 보면 아주 가까운 곳에 있는 것 같은데.

    형체가 보이지 않는 것은 물론이고 기척마저도 싹 사라졌다.

    마요르가 미덥지 않다는 생각은 은신 능력을 보는 순간 잊혔다.

    심호흡을 한 차례 하고 가브리엘의 거만한 걸음걸이를 흉내 내 건물 입구로 걸어갔다.

    7

    “내일로 미루자고? 왜지?”

    마이클이 미간을 찡그리고 되물었다.

    “그냥, 오늘은 내키지 않아.”

    가브리엘로 변신한 마리아가 다리를 흔들며 대답했다. 그럴듯한 핑계를 대면 오히려 가브리엘답지 않은 짓이다.

    이유 없이 그냥.

    그것이 마리아가 내세운 오늘 조성오의 주거지로 쳐들어가지 않는 이유였다.

    “음…….”

    마이클과 앰버는 불편한 기색만 띨 뿐 이렇다 할 대꾸를 하지 않았다.

    그것을 보고 마리아는 이들 역시 가브리엘을 두려워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생각보다 쉽게 흘러가는군.’

    솔직히 마이클과 앰버를 찾아가 습격 날짜를 미루자고 말한다는 것은 어설프고 빈틈이 많은 작전이었다.

    그럼에도 이 계획을 주장한 건 선발대보다 후발대의 숫자가 적은 점, 그리고 가브리엘의 성격을 고려할 때 선발대와 후발대의 관계가 긴밀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감안한 것이었다.

    지금까지 반응만 보면 자기 생각이 틀리지 않았던 셈이다.

    “전화로 얘기해도 될 텐데 왜 굳이 찾아와서 말을 하는 거지?”

    “전화를 하면 노아란 놈이 도청을 하지 않을까?”

    “훗, 내가 자네를 너무 무시했나 보군. 완전히 막 나가는 타입은 아니라 다행이야.”

    “무시?”

    마리아는 인상을 썼다. 입가에는 웃음을 띤 채 조용히 노려보면서 미간을 찡그린다.

    그러면서 살짝 살기 어린 마나를 내보내는 것도 잊지 않았다.

    마리아의 변신 능력은 완전히 동일한 수준이 될 수는 없어도 어느 정도 마나의 질이나 스킬까지 흉내 낼 수 있을 만큼 수준 높은 것이었다.

    마리아의 표정을 본 마이클이 움찔했다.

    “말이 그렇다는 거지, 내가 자넬 어떻게 무시하겠나. 만약 자네보다 내 능력이 더 뛰어났다면 길드장님이 자네 아닌 내게 지령을 내렸겠지.”

    “안다니 다행이군.”

    마리아는 장난스러운 표정을 지었지만 여전히 위협적인 분위기는 유지했다.

    그녀의 변신 능력은 완벽에 가까운 것이라 마이클과 앰버는 감히 가짜일 거라는 생각을 하지 못했다.

    거기에는 그들이 품고 있는 가브리엘에 대한 두려움도 한몫했다.

    마이클은 헛기침을 하고 화제를 돌렸다.

    “자네 부하들은 어떻게 하고 혼자 왔지?”

    “걱정하지 마. 아무리 멍청해도 경거망동하면 안 된다는 정도는 아는 놈들이니까. 호텔에서 여자를 불러 술을 마시고 노는 중이야. 섹스와 음주는 살인 전에 즐기는 가장 좋은 애피타이저니까.”

    “음, 그 말은 부정 못 하겠군.”

    마이클은 가브리엘이 여간해선 돌아갈 것 같지 않자 몸을 일으켜 술을 한 병 들고 왔다.

    가브리엘 앞에 잔을 놓고 술을 따랐다.

    “우리도 한잔하지. 여자는 없지만 술이라면 얼마든지 있으니까.”

    “여자가 왜 없어?”

    마리아가 비릿한 시선으로 앰버를 바라보았다.

    앰버는 소름 끼친다는 듯 흠칫 몸을 사렸다.

    “하하! 농담이야! 겁먹을 것 없어.”

    한편 마요르는 귀만 열어놓은 채 은신한 상태로 이 방, 저 방을 돌아다니는 중이었다.

    물론 이런 행동은 훔쳐 갈 것은 없나 살피는 도둑으로서의 습관이다.

    ‘뭐, 형님이 도둑질까지 하지 말라고 한 것은 아니니까.’

    그런 그의 눈에 문득 심상치 않아 보이는 상자 하나가 들어왔다.

    자물쇠가 없는 상자였기에 당장 다가가서 뚜껑에 손을 댔다.

    하지만 아무리 힘을 줘도 뚜껑은 열리지 않았다.

    그것이 마나로 봉인되어 있다는 사실을 깨달은 그가 눈을 빛내며 생각했다.

    ‘무슨 귀한 게 들었길래 이렇게 꽁꽁 숨겨놨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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