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독식왕 클리어러-192화 (192/245)

# 192

독식왕 : 클리어러 192화

Chpater 48 - 격돌 (2)

1

[……히든 클래스 ‘로열 블러드’를 얻었습니다.]

[업적 초고속 클리어의 효과로 클래스 숙련도가 Max가 되었습니다.]

“오…….”

“응? 왜 그러십니까? 형님.”

내가 새로 얻은 보상을 확인하고 감탄을 터뜨린 줄 모르는 마요르가 주위를 두리번 대며 물었다.

“아무것도 아니야. 나가자.”

나는 마요르를 데리고 감금 시설에서 나가며 ‘로열 블러드’ 클래스 정보를 터치했다.

이름 : 로열 블러드

숙련도 : Max

효과 : 파티, 혹은 그에 준하는 아군의 전체 능력치 10% 상승. 아군 간의 케미스트리 50% 상승. 적에게 공포, 경직 효과(아군의 수가 많을수록 효과 커짐)

적용 반경 : 1킬로미터 이내

특징 :

‘혈통이 재능을 결정한다’라는 말은 고대로부터 많은 의심과 호기심을 자아냈다.

최초로 대륙을 일통한 황제 쿠티스마는 권위와 자의식에 취해 마법사들에게 자신에게 진짜 황제의 피가 흐르는지 물었다.

사실대로 말했다가는 목이 떨어질 것을 걱정한 마법사들은 자신들의 재능을 녹여내 거짓 피인 ‘로열 블러드’를 만들어냈다.

이 피는 천만 분의 일의 확률로 거부반응 없이 인체에 녹아들며, 이를 주입받은 인간은 황제의 품격을 지니게 된다. 크티스마는 죽기 전까지 이 로열 블러드가 자신의 진짜 피라고 믿었다.

이 히든 클래스는 가상현실 게임에서도 얻은 적이 있다.

그래서 얼마만큼 효용이 높은지 잘 알고 있었다.

아군 전체 능력치 10퍼센트 상승이라고 하면 별것 아닌 것 같지만 실전에서 피부로 느끼는 상승감은 그보다 훨씬 크다.

케미스트리 또한 50퍼센트 높아지기 때문에 아군 간의 전술적인 움직임이 훨씬 효율적으로 바뀌게 된다.

결정적으로 로열 블러드는 패시브 스킬처럼 자동 적용된다.

아군에게는 긍정적인 영향을, 적에게는 부정적인 영향을 주기 때문에 피아의 식별이 쉬워지고 파티의 결속력이 강해진다는 장점이 있었다.

‘괜찮네.’

어쩌면 마요르가 파티에 합류한 것보다 로열 블러드를 얻었다는 것이 더 큰 소득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이런 생각을 마요르가 안다면 섭섭해하겠지만.

2

노아에게 연락이 온 것은 게네아를 물리친 바로 다음 날이었다.

-가브리엘이 오늘 한국에 옵니다.

“오늘이요?”

-네, 브라질 지부가 워낙 특이한 곳이기 때문에 정보를 얻어내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전용기로 측근들과 같이 온다고 합니다.

“음…….”

어쩌면 예상했던 것보다 더 늦어진 감이 있었다. 셰릴을 통해 가브리엘이 한국에 온다는 얘길 들은 게 몇 주 전이니까.

물론 그 덕분에 레벨을 올리고 마법도 추가로 습득할 수 있었다.

“가브리엘이 어떻게 나올 거라고 보나요?”

내 물음에 노아는 짧은 침음을 삼켰다.

-마리아에게 들었겠지만 가브리엘은 상식선에서 이해할 수 없는 인물입니다. 최악의 상황을 가정해야겠죠.

“최악이라면……. 바로 이쪽으로 공격해 올 수 있다는 뜻인가요?”

-그 정도로 막 나가지는 않을 겁니다. 일단은 적당한 시간과 장소를 선별하겠죠. 가브리엘이 워낙 통제가 되지 않는 인물이다 보니 본부에서도 감시원을 붙인 모양입니다. 오늘 A급 길드원 두 명이 다른 루트로 한국에 들어온다는 것을 알아냈습니다.

“감시원이요?”

-가브리엘이 길드에 해가 가는 행동을 하지 않도록 통제하는 역할을 하겠죠.

“그런 임무를 맡을 정도면 그 자들도 실력이 상당하겠네요.”

-네, 저도 아는 인물들이라 능력이 어느 정도인지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가브리엘을 능가할 정도로 강하지는 않을 겁니다. 가브리엘을 통제하기 위해서 단순 무력보다도 다른 수단을 가지고 있을 가능성이 큽니다.

“다른 수단?”

노아의 말을 들은 나는 신기한 생각이 들었다.

가브리엘 정도의 능력자를 제압할 다른 수단이라니, 그게 뭘까?

만약 그 수단을 이쪽에서 가로챈다면 가브리엘을 쉽게 제압할 수 있지 않을까?

내 생각을 읽은 노아가 말했다.

-그 수단이 무엇인지는 저도 잘 모릅니다. 그걸 알기 위해서는 감시원 측에 먼저 접근을 해야 하는데, 그랬다가는 긁어 부스럼을 만들 가능성이 큽니다. 그래도 이왕이면 대안은 없는 것보다 있는 것이 나으니까 그들의 움직임은 제가 쫓도록 하겠습니다.

“네…….”

나는 심호흡을 한 차례 했다.

가브리엘과의 싸움.

피스&호프 길드장인 니콜라스조차 두려워하는 상대.

직접 만나기 전까지는 구체적인 능력을 알 길이 없지만 이제까지 싸워왔던 게이머들과는 기준 자체를 달리 잡아야 할 것이다.

게이머 한 명을 상대한다기보다는 차라리 최고 난이도 퀘스트의-현재의 기준에서- 보스 몹을 잡는다는 기분으로 접근해야 한다.

이 게임을 시작하고 나서 가장 긴장이 되는 순간이었다.

침묵의 의미를 읽은 노아가 차분하게 말을 했다.

-성오 씨, 저는 당신을 믿습니다.

“…….”

미소를 지은 나는 그에게도 같은 말을 해주었다.

“저도 당신을 믿어요, 노아.”

전화를 끊은 나는 나름대로의 준비를 시작했다. 극악한 싸움에 대비한, 지금 할 수 있는 최상의 준비를.

3

전용기로 한국에 들어오기로 했던 가브리엘은 돌연 일정을 취소했다.

그를 비롯한 열다섯 명의 게이머는 다른 사람의 이름으로 예약된 열다섯 석의 좌석을 차지하고 일반 여객기로 반나절 일찍 한국에 도착했다.

물론 그러한 페이크는 노아를 의식한 것이었다.

피스&호프 본사에서는 무력은 약하지만 세계 최고 수준의 브레인 게이머인 노아를 이번 일 최대의 변수로 꼽고 있었다.

가브리엘이 가장 먼저 찾은 곳은 피스&호프 한국 지부였다.

예상치 못한 방문객을 맞은 데스크 직원은 겁을 집어먹었고, 떨리는 목소리로 셰릴의 대리 역을 맡고 있는 마리아에게 연락했다.

“지부장님, 손님이 오셨습니다.”

“손님이요? 누구?”

“브라질 지부장님이라고 하십니다.”

“네?”

마리아는 심장이 덜컥 내려앉을 정도로 놀랐다.

노아에게 연락을 받은 바로는 오늘 밤 늦게야 한국에 도착할 예정이라고 했으니까.

자신은 그 전에 병가를 내고 이 일이 모두 마무리될 때까지 숨어 있을 예정이었다.

‘왜 여기로 온 걸까…….’

머릿속으로 바쁘게 계산을 했다.

니콜라스라면 진짜 셰릴은 죽었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니콜라스가 알고 있다면 당연히 가브리엘도 알 것이다.

‘나를 죽이러 온 걸까?’

마리아는 고개를 내저었다.

과거의 가브리엘이라면 막 나가는 행동도 서슴지 않았겠지만 지금은 피스&호프의 지부장 자리를 맡고 있다.

한국에 온 이유도 니콜라스의 지령을 받고 온 것인데, 대낮부터 눈에 띄는 범죄를 저지르진 않을 것이다.

“저, 지부장님?”

“응접실로 모시세요.”

마리아는 몸을 일으킨 뒤 길게 심호흡을 했다.

창가로 걸어가 거리를 내다보았다. 지부 건물 바로 앞에 대형 세단 한 대와 승합차 두 대가 세워져 있었다.

승합차 문이 열려 있어서 그 안에 빽빽이 사람이 들어차 있는 것이 보였다.

차 밖에 나와 있는 몇 명의 인물이 차 안에 있는 사람들과 시시덕대며 대화를 나누는 중이었다.

대부분 익숙한 얼굴들이다. 자신도 브라질에서 게이머 생활을 했으니까.

브라질을 떠난 뒤에도 가브리엘에 대한 마크를 놓지 않았다.

지금 보이는 인물들은 가브리엘이 동원할 수 있는 최상위 전력이었다.

“Shit……!”

조성오와 노아를 죽이는 일을 피스&호프에서 얼마나 중요하게 여기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었다.

가브리엘은 아마도 엄청난 보상을 받기로 하고 이 일에 동원되었을 것이다.

마리아는 거울 앞에 서서 옷매무새를 가다듬었다.

거울 안에 있는 것은 셰릴이지 마리아가 아니다.

진짜 셰릴이 죽었다는 사실을 알더라도 그 대역을 맡은 것이 자신이라는 것을 가브리엘은 모를 것이다.

‘진정하자…….’

마리아는 미치도록 뛰는 심장을 가라앉히기 위해 노력했다.

자신이 이제껏 스킬을 연마하는 데 가장 큰 동기가 되었던 것은 바로 가브리엘이었다.

고작 그를 마주하는 일로 겁을 먹었다가는 지난 세월의 의미가 무색해진다.

마지막으로 심호흡을 한 차례 한 뒤 응접실로 향했다.

문손잡이를 잡기 전에 마리아는 다시 한번 몸이 떨리는 것을 느꼈다.

이 안에 가브리엘이 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심장이 옥죄는 기분이지만 그것 말고도 긴장이 되는 이유는 또 있었다.

게이머로서의 위기감.

아주 강한 몬스터와 가까워졌을 때나 느낄 수 있을 법한 경계심이 문밖에서도 또렷이 느껴졌다.

지금이라도 도망치고 싶지만 건물 밖에는 가브리엘의 부하들이 있다.

그들의 추격을 뿌리치는 게 힘든 일일뿐더러 만약 붙잡히기라도 한다면 자비를 바랄 일말의 가능성마저 사라져 버린다.

표정을 굳히고, 잠시 동안 흩어졌던 집중력을 끌어올려 연기 스킬을 가다듬었다.

응접실 안으로 들어가자 산발을 한 덩치 큰 남자가 의자에 앉아 있는 게 보였다.

“가브리엘.”

도도한 성품의 셰릴로 빙의해 자신만만한 음성으로 남자의 이름을 불렀다.

가브리엘이 가만히 고개를 들어 이쪽을 쳐다보았다.

생각을 읽을 수 없는 무심한 눈동자.

그것을 마주하는 것만으로 심장이 얼어붙는 것 같았다.

마리아는 불현듯 오래전 일이 떠올랐다. 금방이라도 무너져 버릴 것 같은 마음을 추스르고 가브리엘의 맞은편에 앉았다.

“한국까지 오느라 수고했어. 연락을 했더라면 마중 나갔을 텐데.”

“크크.”

가브리엘은 대답을 하지 않고 웃음만 흘렸다.

“길드장님은 노파심이 너무 강하셔. 너를 부르지 않아도 조성오나 노아 정도는 나 혼자 해결할 수 있는데.”

“그래?”

가브리엘은 의자에 몸을 더욱 깊숙이 묻었다.

몸집이 큰 데다가 근육이 많아서 의자는 금방이라도 찌그러져 버릴 것 같았다.

“조성오와 노아는 어디 있지?”

“모른다.”

“모른다고?”

“조성오는 최근에 주거지를 옮겼는데 철저히 흔적을 지워서 정확한 위치를 알기 어렵다. 노아 역시 주거지가 특정되어있지 않지.”

“무책임하군.”

“노아가 터뜨린 스캔들 때문에 나 역시 조사에 많은 제약이 따르고 있다. 그런 이유가 아니라면 네가 한국에 불려올 일도 없었겠지.”

“크크.”

대화가 오가는 양상으로 마리아는 조금 안심을 하게 되었다.

아마도 가브리엘은 자신이 진짜 셰릴이 아니라는 사실을 모르는 모양이었다.

가슴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순간.

훅-

공기가 흔들리는 느낌과 함께 정전이 된 것처럼 시야가 어두워졌다.

하지만 방 안에 전기가 나간 것은 아니었다. 차갑고 커다란 손이 눈을 가린 것이다.

소름 끼치도록 축축한 감각이 얼굴을 핥고 지나갔다.

가브리엘이 귓가에 속삭였다.

“역시 너였군……. 마리아.”

영어로 대화했던 지금까지와 달리 그것은 브라질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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