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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식왕 클리어러-139화 (139/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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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식왕 : 클리어러 139화

“저희가 미르에서 할 일은 이제 딱 하나 남았습니다. 게이머가 하는 일 중 가장 기본이 되는 것은 뭐니 뭐니 해도 던전을 공략하는 일이죠. 다른 부분이 아무리 우수해도 길드원들의 사냥 실력이 부족하다면 높은 평가를 얻기 어렵습니다.”

회의는 이미 시작하기 전과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져 있었다.

처음에 제니에게 무슨 일로 소집한 것이냐고 물었던 멤버가 아까와는 전혀 다른 태도로 또 질문을 했다.

“게이머의 등급은 하루아침에 올릴 수 있는 것이 아닌데요. 사냥 실력을 높인다는 것은 결국 길드원 수를 늘리는 것밖에 방법이 없는 것 아닌가요?”

그 말에 제니가 미소를 지었다.

냉정한 표정만 짓고 있을 때는 몰랐는데, 미소를 머금는 것만으로 특유의 미모가 확 살아났다.

때문에 미르 멤버들은 자기도 모르게 그녀가 하는 말에 더 집중을 하게 되었다.

“꼭 그런 것만은 아닙니다. 물론 지금 가진 능력을 단기간에 신장시킨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죠. 하지만 대외평가라는 것은 여러분의 평균 등급이 어떻게 되는지와 크게 관련이 없습니다. 요는 얼마나 효율적으로 던전 공략을 하느냐, 그리고 얼마나 도전적으로 공략을 하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던전 공략으로 높은 평가를 받는 길드 유형에는 두 가지가 있습니다. 하나는 등급이 높은 게이머들로 이루어져서 적어도 B급 이상 되는 던전만 중점적으로 공략하는 유형, 또 하나는 개개인의 등급이 낮더라도 던전 공략을 자주, 그리고 도전적으로 하는 유형입니다.

현재 미르 멤버들의 평균 등급은 그리 높은 편이 아닙니다. 전체 길드 수준으로 보면 딱 중간 정도라고 볼 수 있죠. 하지만 평균 등급이 같다고 모든 길드가 똑같은 평가를 받는 것은 아닙니다.

제가 미르에 있는 동안 가장 크게 느낀 점은 이곳에 있는 멤버들이 서로 유대감이 매우 높다는 사실이었습니다.

물론 최근 적지 않은 멤버가 이탈하기는 했지만, 조금 변화가 찾아왔다고 해서 떠나는 멤버들은 언제가 됐든 떠날 사람들입니다. 그들이 장기적으로 길드의 안정성과 팀워크에 기여할 수 있는 부분은 크지 않다는 얘기죠.”

제니의 말에 회의실 안에 있는 미르 멤버들의 얼굴이 조금씩 붉어졌다. 많든 적든 누구나 길드를 떠날 생각을 하고 있었고, 그게 그리 나쁜 일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따지고 보면 길드에 남기 조금 불편해졌다고 해서 금방 이탈할 생각부터 했다는 것 자체가 부끄러운 일이다. 이런 생각을 파견 멤버인 제니를 통해 하게 될 줄은 추호도 몰랐다.

제니는 계속 말했다.

“미르가 추구해야 할 방향은 장점인 유대감을 살리는 쪽입니다. 몬스터를 사냥할 때 손발이 잘 맞는다는 게 얼마나 중요한지 모두 아시리라고 믿습니다.

그래서 저희 파견 멤버들은 미르 소속의 게이머들의 프로필을 고려하여 새로 팀을 구성했습니다.

물론 가장 크게 고려한 사항은 서로간의 유대죠. 친한 멤버들끼리 사냥을 하면 다소 위험한 상황에 처해도 서로를 믿고 도전적인 마음을 가질 수 있으니까요.

빠른 성장을 위해서는 안전한 사냥만 해서는 안 됩니다. 우리는 각성자들을 게이머라고 부르는데, 재밌게도 이 명칭이 실제 게임과 연결되는 점이 하나 더 있습니다.

바로 등급을 높이기 위해서는 많은 경험치를 주는 몬스터와 싸워야 한다는 것이죠. 실력이 향상되는 것이 수치화하여 당장 눈앞에 보이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많은 게이머가 이 점을 간과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미르가 추구해야 할 것은 도전적인 던전 공략, 그리고 그것을 통해 길드의 장점인 팀워크를 향상시키고 나아가 개개인의 실력 향상도 꾀하는 것입니다.“

제니는 말을 마치고 다시 한 번 미소를 지었다.

미르 멤버들은 모두 넋 놓고 그녀를 바라보았다.

지금까지는 갑자기 들어와 길드의 물을 흐려놓은 피스&호프와 파견 멤버들을 부정적으로 생각했는데, 그 관점이 방금 전의 몇 분으로 완전히 바뀌게 되었다.

‘역시 잘나가는 길드의 게이머라 생각하는 게 다르구나.’

‘안주만 꾀하면서 적당히 돈 벌 궁리만 했다니 부끄럽다.’

평소에는 결코 해본 적 없는 진취적인 생각까지 하게 되었다.

특히 유진은 남들보다 더욱 눈을 빛냈다.

제니가 말한 것이 무엇인지 그녀는 다른 누구보다 더 잘 이해했다. 지금도 그녀가 가장 많은 여가를 할애하고 있는 것이 바로 게임이니까.

빨리 레벨 업을 하기 위해서 강한 몬스터를 사냥해야 한다는 것은 상식이나 다름없다.

그것이 현실 게이머들에게도 적용될 수 있다는 사실을 자신 역시 간과하고 있었다.

그녀는 가슴이 두근두근 뛰는 것을 느꼈다.

능력을 활용해 사냥을 하는 것 자체가 게임을 하는 것처럼 즐거운 일이지만, 지금은 더 빨리 성장할 수 있는 비결까지 알게 되었다.

할 수만 있다면 지금 당장에라도 던전에 들어가고 싶었다.

제니는 자신에게 집중된 시선을 하나하나 마주 본 다음 말했다.

“이론만 가지고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법이죠. 열흘 뒤에 던전을 예약해 두었습니다. 저희가 함께 들어가 어떻게 사냥을 하는 것이 효율적이고, 어느 정도 집중력을 발휘해야 하는지 직접 보여드리겠습니다. 그것이 파견자로서 저희가 하는 마지막 일이 될 것입니다.

그동안 본의 아니게 불편을 끼쳐드린 점 파견 멤버의 대표로서 다시 한 번 사과드립니다.“

제니는 미르 멤버들 앞에서 허리를 숙였다. 이제 회의실 안에는 그녀에게 반감을 가진 게이머가 아무도 남지 않았다.

심지어 그녀들은 그 동안 옹졸한 마음을 품고 있었던 스스로를 부끄럽게 여겼다.

9

나는 파티원들을 모아 쌍둥이 던전이 있는 남산으로 갔다. 멤버의 규모가 작지 않기 때문에 택시 두 대에 나누어 타야만 했다.

나만 편하게 부가티를 몰 수는 없어서 함께 택시를 탔다.

일반적으로 게이머는 고소득 직종이다. 그런 이유로 던전 주변 주차장에 고급 자동차들이 빼곡히 주차되어 있는 것은 흔한 풍경이었다.

우리 역시 얼마 안 있으면 각자 슈퍼카를 몰게 될 것이다.

노아가 나 이외의 다른 멤버들에게도 모두 자동차를 지급하겠다고 했으니까.

지금은 대부분의 멤버가 티코이네 집에서 함께 생활하기 때문에 주차공간이 없어 각자 자가용이 없을 뿐이다.

멀리서 던전을 바라본 나는 가볍게 경탄을 했다.

외관만 보아서는 던전이 두 개나 있는 걸로 보이지 않는다. 하나는 지하 형으로 아래로 뚫려 있고, 다른 하나는 공중 형으로 하늘에 둥실 떠올라 있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멀리서 보기에는 하나의 던전만 드러나 보일 뿐이다.

등급이 낮은 던전들은 형태가 고만고만하지만 등급이 높아질수록 기상천외한 모양의 던전이 많다.

남산 던전처럼 하늘에 둥실 떠올라 있는 형태도 그리 드문 것만은 아니었다.

공중 형 던전 아래로 직선의 빛이 뻗어있는데, 그 안으로 들어가면 던전 안으로 입장할 수 있는 구조였다.

다만 지하 형 던전을 먼저 공략한 경우, 최하층에서 공중 형 던전 최상층으로 단번에 워프하는 것도 가능했다.

‘재밌겠네.’

가상현실 게임에서도 이런 이벤트는 흔치 않았다.

특정 조건을 달성하면 단계를 뛰어넘을 수 있다는 식의 이벤트는 게이머의 마음을 설레게 하는 특별한 매력이 있다.

던전은 두 개지만 관리소는 하나였다.

예약을 확인하려고 갔더니 직원이 나를 보고 호들갑을 떨었다.

“조성오 씨 반갑습니다! 팬이에요!”

내가 방송에 나온 것은 노아와 함께 인터뷰를 했던 한 번밖에 없다. 하지만 그 뒤로 간간이 뉴스에 오르내리면서 사진이며 인터뷰 영상이 반복해서 노출되었다.

내 이름을 들어본 사람은 많이 있을지언정 게이머계의 동향에 크게 관심이 있는 게 아니라면 얼굴까지 알아보는 경우가 드물었다.

나는 이 점이 매우 다행이라고 생각했는데, 팬이라고 말하는 관리소 직원을 보자 절로 눈살이 찌푸려졌다.

‘대체 뭐 때문에 팬이라는 거지?’

내 등급이 특출하게 높은 것도 아니고, 아직까지는 딱히 국가 이익에 크게 기여를 한 점도 없다.

“네…… 감사합니다.”

대충 넘어가려고 했는데 직원의 눈이 내 뒤에 있는 멤버들에게 향했다.

“우와! 저분들이 그 소문만 무성한 OG 멤버인가요? 역시 어마어마하게 아름다우시네요!”

대체 그런 소문이 언제 난 것인지 알 수 없는 일이다. 나는 그렇다 쳐도 멤버들이 언론에 노출된 적은 한 번도 없는 걸로 아는데.

“혹시 같이 사진 한 장만 찍어주시면 안 될까요? 괜찮으면 멤버들도 같이…….”

“안 됩니다.”

나는 직원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딱 잘라 거절했다.

안 그래도 귀찮은 일을 피하려고 인터뷰 섭외에 응하지 않고 있는데 쓸데없는 흔적을 남기고 싶지 않았다.

멤버들의 면면을 공식 발표한 것이 아닌데도 아는 사람이 있다는 것은, 이 정보를 소수의 사람이 공유하고 있다는 뜻이다.

혹시 OG 멤버들 사진이 SNS 따위에 전파되면 필요 이상의 관심을 모으게 될 것이 분명했다.

직원의 말마따나 우리 파티원들은 굉장한 미인들이니까.

가뜩이나 화제성이 높아져 있는 상황에 미인 멤버들의 존재까지 알려지면 우리에 대해 궁금해하는 사람들이 더 늘어날 것이다.

단순히 귀찮다는 사실을 떠나 NPC들에게 관심이 집중되는 것은 피해야 할 일이었다.

가까운 예로 피스&호프가 여전히 나를 주시하는 상황이니까.

직원은 시무룩한 표정을 지었다. 그는 이것만은 포기할 수 없다는 듯 내게 종이 한 장을 내밀었다.

좋은 재질의 정사각형 사인지는 척 보기에도 미리 준비한 것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나는 이것까지 거절할 수 없어 대충 사인을 끄적여 주었다.

사인이라기보다는 정자로 이름을 적어준 것에 불과하다.

“감사합니다!”

20대 초반의 남자직원이 감격스러워하며 사인지를 품에 안았다.

“비록 지금은 관리소 직원으로 일하고 있지만 저도 언젠가는 조성오 씨처럼 훌륭한 게이머가 되고 싶어요. 제가 용기를 얻을 수 있게 한마디만 해주시면 안 될까요?”

게이머로 각성했지만 전투능력이 부족하거나, 레벨이 너무 낮은 경우 공무원으로 일하는 일이 흔히 있다.

게이머는 기본적으로 성장이 가능하지만, 공무원을 할 정도로 실력이 부족한 게이머가 훌륭한 게이머를 꿈꾼다는 것은 어불성설이었다.

노오오오력을 해도 안 되는 일.

하지만 부담스러울 정도로 눈을 반짝이는 직원을 보자니 결국 한마디를 해줄 수밖에 없었다.

“힘내세요.”

“네! 조성오 게이머 님의 말씀을 가슴에 새겨 더욱 열심히 정진하겠습니다!”

‘가급적이면 공무원 일만 열심히 하는 게 좋을 텐데.’

나는 쓸데없는 희망을 불어넣어 준 게 아닌가 싶어 자괴감이 들었다.

‘솔직하게 말했어야 하는 건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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