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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식왕 클리어러-127화 (127/245)

# 127

독식왕 : 클리어러 127화

“저, 조성오 이계인님.”

나는 뒤에서 들린 토비의 목소리에 돌아보았다.

‘이계인님?’

“그냥 조성오라고 불러.”

“아, 네……. 혹시나 해서 묻는 건데 이 토누크 부락을 공격하실 생각이신가요?”

“그럴 건데, 왜?”

“이곳은 모든 토누크 부락 중에서도 가장 핵심인 곳입니다. 토누크 족의 우두머리가 있는 곳이니까요.”

“알고 있어.”

내 자신감 있는 태도에 토비는 더 말을 하지 못했다. 나는 심각한 표정의 그에게 개인적으로 궁금했던 것을 물어보았다.

“그런데 등 뒤에 이런 몬스터 마을이 있으면 불안하지 않아? 베루니는 왜 이걸 그냥 놔둔 거지?”

“아직은 여기에 신경 쓸 겨를이 없기 때문입니다. 만다툼이 언제 쳐들어올지 모르는 상황이니까요.”

“음…….”

나는 베루니가 처한 입장을 생각해 보았다. 만다툼에 반기를 들고 일부 독립 세력을 이끌고 있는 상황.

직접 싸움을 걸지 못하는 이유는 군주와 싸워 이길 자신이 없기 때문이리라.

거기다 언제든 위협이 될 수 있는 거대한 토누크 군락지가 바로 뒤에 있다. 그야말로 사면초가와 같은 입장.

이런 상황임에도 꿋꿋하게 버티고 있는 자체가 용기 있는 행동일 수 있겠지.

‘어쨌든.’

그건 당장 내가 고려할 사항이 아니다. 내 목표는 어디까지나 토누크 부락에 있는 코어를 획득하고 퀘스트를 달성하는 것이기 때문에.

어느덧 파티원들도 싸울 준비를 마쳤다.

나는 티코이에게 말했다.

“너는 여기서 토비랑 같이 대기하고 있어.”

“네…… 주인님.”

티코이는 약간 섭섭한 기색이었지만 전투형이 아닌 한계를 스스로도 잘 인지하고 있는 터라 담담히 내 말을 받아들였다.

토누크 부락에 진입할 수 있는 방법은 두 가지였다.

평지로 돌아가서 부락 입구로 진입하는 방법과 20여 미터 높이의 언덕을 내려가 마을로 직접 침입하는 방법.

평지로 돌아 들어가면 필연적으로 경비병들의 눈에 띄게 될 것이다. 그러면 후방 부대가 싸움에 대비할 시간을 벌어주는 꼴이 될 테고, 싸움은 더욱 힘들어질 것이 뻔하다.

나는 인벤토리에서 세 대의 돌개 보드를 꺼냈다.

그것 중 두 대를 아린과 트레앙에게 주고, 세 팀으로 나누어 탑승했다.

나와 암젤, 아린과 수보타, 그리고 트레앙과 칼리타가 각각 한 대의 돌개 보드에 올라탔다.

티코이와 티보에게 말했다.

“다녀올게.”

발을 굴려 돌개 보드를 타고 언덕을 미끄러져 내려갔다.

쐐애애액-

“야호!”

마치 썰매를 타는 것처럼 신나는 기분이었다.

7

역시나 토누크 부락의 핵심 세력이 모인 부락이라서인지 전투는 결코 쉽지 않았다.

던전 최상층에 있던 놈들처럼 개개인의 레벨이 낮지 않아 죽이는데 꽤 애를 먹었다.

우리는 마름모꼴 대형으로 전진을 했다.

가장 전방에서는 수보타가 호루라기를 불며 어그로를 끌었다.

삐익-! 삐이익-!

용기의 물약을 마셨기 때문인지 평소보다 확실히 용감해진 모습을 보였다. 토누크들은 그가 부는 호루라기 소리에 몹시 짜증을 내며 무섭게 공격해 왔다.

덕분에 평소보다 두 배는 더 어그로가 잘 끌리는 느낌.

그 뒤에서 트레앙과 칼리타가 전방공격을 주도했다.

새로운 장비를 착용한 그녀들은 한 눈에 보아도 전투력이 크게 상승한 모습이었다.

트레앙의 쌍날도끼에 토누크 병사들이 속절없이 쓰러지고, 칼리타의 빙결폭풍은 필드를 얼어붙게 만들었다.

그 뒤에는 나와 암젤이 자리했다. 암젤은 소환술을 사용하고, 나는 마법 공격을 퍼부었다.

가장 뒤쪽에는 아린이 따라오며, 혼란의 곡을 연주했다.

아린은 중간중간 연주를 바꾸었다. 경미한 부상은 치유의 곡으로 직접 치료를 해주었고, 파티원이 포션을 복용할 때는 방패의 곡을 연주해서 커버를 해주었다.

마을 심층부로 들어갈수록 싸움은 점점 더 격렬해졌다. 더욱이 우두머리가 있는 곳을 중심으로 세 대의 투석기가 있어서 전진하는 데 애를 먹었다.

세 시간이 넘는 격전이 치러진 뒤.

차근차근 몬스터들을 물리친 결과 대다수의 토누크 병사를 물리치는 데 성공했다.

투석기를 움직이던 몬스터들은 내가 파이어볼을 날려 쓰러뜨렸다.

“저놈이군.”

나는 후방에 우뚝 서서 명령을 내리고 있는 토누크킹을 발견했다. 애꾸눈에 험상궂은 인상을 가진 놈이었다. 덩치도 일반적인 토누크킹보다 훨씬 컸다.

나는 의상을 바꾸었다.

“소달루스.”

인벤토리에서 코리우스의 검을 꺼냈다.

일직선으로 달려가는 나를 토누크킹이 발견했다.

“키익!”

그는 눈알을 부라리며 검을 치켜들었다.

레벨은 89.

던전 최상층에서 상대했던 토누크킹보다 강한 놈이었다.

카가각!

두 개의 검이 부딪치며 불꽃이 튀었다.

‘삼단 베기!’

챙! 챙! 챙!

토누크킹은 커다란 몸집에 어울리지 않게 동작도 매우 민첩했다. 어지럽게 검격이 엉키는 중에 한순간을 노려 또 다른 스킬을 올려쳤다.

‘승월참!’

챙-!

삼단 베기보다 한층 강력한 공격에 토누크킹이 비틀대며 뒤로 물러났다.

그리고.

‘섀도 커터!’

“킥?”

승월참을 막느라 얼굴을 검으로 가렸던 토누크킹이 갑자기 사라진 내 모습에 당황해했다.

나는 놈의 등 뒤에서 다시 나타나 심장에 검을 쑤셔 넣었다.

푹!

“크아악!”

코리우스의 검을 박아둔 채로 히루도의 창을 꺼냈다.

힘껏 창을 휘둘러 토누크킹의 목을 베었다.

파악-!

커다란 머리통이 굴러 떨어졌다.

[경험치 +23,000을 얻었습니다.]

[레벨 108이 되었습니다. 스탯 포인트 3을 얻었습니다.]

“후우…….”

전장을 바라보니 전투가 거의 마무리되어 가는 모양새였다. 나는 빛이 솟구치고 있는 토누크킹의 거처로 들어갔다.

집 자체는 오두막처럼 허접하게 지어졌지만, 내부가 무척 넓었다.

집 한쪽에는 산더미 같은 전리품이 쌓여 있었다. 대부분이 이계인을 죽이고 얻은 것들인지 갑옷과 무기, 보석, 장신구 같은 것들이었다.

“이건 좀 다르네.”

던전 안에서는 부락을 점령해도 보물을 얻을 수 없었다. 만약 이런 추가 보상이 있었다면 토누크가 등장하는 던전이 게이머들 사이에 더 인기가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보물들보다 내 시선을 더 잡아 끈 것은 벽에 깊숙이 박힌 구슬이었다. 그곳에서 시작된 빛이 하늘 위로 솟구쳐 있었다.

C-001 코어와 쌍둥이처럼 닮은 모양.

나는 코어로 다가가 손을 얹었다.

두근두근.

겉면은 딱딱하지만 마치 살아 있는 것처럼 생명력이 느껴진다.

[코어를 획득했습니다.]

[특수 퀘스트 - ‘1. 차원의 통로 주변을 확보하라’를 달성했습니다.]

벽면이 우르르 진동을 하더니 코어가 그 안에서 뽑혀 나왔다. 그것은 허공에 떠올랐다가 강한 빛을 분사하며 사라졌다.

[C-001 코어가 업그레이드되었습니다.]

[탐색 범위가 확대됩니다.]

[던전 안과 밖의 장악력이 강해졌습니다.]

할 일을 마친 나는 토누크킹의 거처에서 나왔다.

“뭐야, 이건.”

바깥의 상황은 내가 코어를 얻으러 들어갔을 때와는 확연히 달라져 있었다.

부락 입구를 중심으로 대규모 토누크 집단이 진입하고 있었던 것.

다소 늦은 감이 있지만 원군이 도착한 모양이었다.

나는 난처하게 되었다는 생각에 미간을 찡그렸다.

그때 언덕 쪽에서 두 개의 그림자가 내려오고 있는 것이 보였다. 여우 한 마리와 마법사 한 명.

언덕은 다소 가파르기는 하지만 천천히 내려온다면 충분히 굴러 떨어지지 않고 내려올 수 있을 정도의 경사였다.

여우로 변신해 내려오는 티코이는 그렇다 치더라도 티보가 내려오는 모양새는 조금 신기했다.

마법 지팡이를 타고 날아오고 있었던 것.

컨트롤이 미숙하여 우왕좌왕하기는 하지만, 어쨌든 하늘을 나는 모습을 보니 그도 역시 마법사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먼저 언덕 아래 도착한 티코이가 나는 듯이 내게 달려왔다.

“주인님!”

“위험한데 언덕 위에 있지 뭐 하러 내려왔어?”

“저도 도움이 되고 싶어서 왔습니다.”

“어떻게?”

그것은 티코이를 무시해서 한 말이 아니었다. 그라면 아무 근거 없이 그런 말을 했을 리 없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티코이는 조작하는 토누크 병사들이 죽는 바람에 내팽개쳐진 투석기를 가리켰다.

“저것을 사용하면 되지 않겠습니까?”

“아…….”

좋은 생각이다 싶어 나는 트레앙을 불렀다.

“트레앙!”

“왜? 오빠?”

아직 거인형의 모습을 유지하고 있는 트레앙이 쿵쿵 대며 달려왔다.

“티코이를 도와줘.”

“알았어!”

트레앙은 투석기에 바윗덩이를 장착하는 일을 했다.

“조성오 니임~~”

티보 역시 언덕 아래 당도하여 내게로 달려왔다.

“너는 왜 내려왔어?”

“언덕 위에서도 토누크 놈들이 몰려오고 있습니다! 완전히 포위됐어요!”

“쳇.”

나는 문득 이런 때 순간이동이라도 사용할 수 있으면 좋았겠다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텔레포트’는 6클래스는 되어야 사용할 수 있는 마법이다. 더구나 대규모 인원을 이동시키려면 8클래스 마법인 ‘워프’를 사용해야 할 것이다.

티코이가 투석기로 조준한 곳은 입구 쪽이었다. 나는 그것을 보고 과연 머리가 좋은 녀석이라고 생각했다.

지형상 입구 쪽으로 좁아지는 형세였기 때문에 그곳을 막는다면 토누크 놈들은 언덕 쪽으로 돌아 들어올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러면 방어하는 입장에서는 시간을 벌 수 있을 터.

투우웅-!

트레앙이 세 대의 투석기 모두에 바윗덩이를 장착해 놓았으므로 총 세 개의 바위가 입구 쪽으로 날아갔다.

쿵! 콰앙! 펑!

와르르르-

세 번째 바윗덩이가 떨어지며 큰 충격을 일으켜서 주위 언덕이 무너졌다. 언덕에서 굴러 떨어진 바위들이 입구를 완전히 봉쇄했다.

이제까지 마을로 진입한 토누크들은 대략 오십 마리.

개 중에는 토누크킹도 있었다. 투시자의 눈으로 본 놈의 레벨은 80이었다. 아까 죽인 우두머리만큼은 아니지만 이놈도 꽤 강하다는 뜻.

나는 직접 토누크킹을 상대하기 위해 달려 나갔다.

그리고…….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 나를 마주 본 토누크킹이 높은 소리를 내지른 것.

“키이이익!”

그 목소리를 들은 토누크 병사들이 진격을 멈추었다.

토누크킹은 나를 향해 무릎을 꿇었다.

“킥! 키기기긱!”

잠시 혼란스러워하던 토누크 병사들도 한꺼번에 우르르 바닥에 엎드렸다.

“뭐지?”

내가 의아해하고 있는 사이에 토비가 다가왔다.

“저 토누크킹이 조성오 님더러 우두머리라고 칭했습니다.”

“뭐?”

토비가 토누크 말을 알아들었다는 것도 신기한 일이지만 토누크킹이 나를 우두머리라고 했다는 것은 더 놀랄 일이었다.

그때 한 가지 생각이 머리를 스쳤다.

“아…….”

아까 코어를 획득했을 때 나타난 메시지.

그중에는 던전 안과 밖에서 몬스터들에 대한 장악력이 높아진다는 내용이 있었다.

‘그렇군.’

던전 마스터가 그런 것처럼 던전 밖의 코어를 획득함으로써, 그것을 중심으로 모여든 몬스터들에 대한 지배력을 갖게 된 것 같았다.

“후우~”

나는 언덕 위로도 까맣게 몰려든 몬스터들을 올려다보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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