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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식왕 클리어러-119화 (119/245)

# 119

독식왕 : 클리어러 119화

[통로는 양방향 모두에서 사용될 수 있습니다.]

[한 번 사용하면 사라지게 되며, 조건이 채워지지 않는 한 다시 열리지 않습니다.]

나는 메시지의 내용을 분석해 보았다.

그러니까 이 통로가 영구적인 것은 아니라는 얘기다. 한 번 사용하고 특정 조건이 달성되지 않으면 다시 열리지 않는다.

조건이 무엇인지는 알려주지 않았다. 호기심에 들어갔다가 영영 돌아오지 못할 수도 있다는 뜻.

또 통로는 양방향에서 사용될 수 있다고 한다. 우리가 건너갈 수도 있고, 반대쪽으로 건너올 수도 있다는 얘기일 터.

이 말은 곧 우리가 사용할 수 없다고 해서 통로를 방치하면 안 된다는 뜻과 같다.

어떤 놈이 이계에서 넘어올지 모르기 때문에.

나는 바위를 향해 스킬을 날렸다.

‘백 개의 창!’

꽝!

와르르르-

바위가 깨어지며 통로가 막혔다. 물론 임시방편일 뿐이지만 당장 취할 수 있는 조치 중에 이보다 나은 것은 없어 보였다.

던전을 소유하게 되었으니 만에 하나 이곳에서 변고가 발생해도 즉시 알 수 있을 것이다.

나는 찜찜한 마음을 거두고 통로에서 멀어졌다.

Chapter 36 - 69위 군주

1

제락스는 요즘 들어 근심이 가득 했다. 자기 바로 아래에서 벌어지는 상황이 심상치 않았기 때문.

언제나 군주 순위에서 하위권을 차지하고 있었던 그는 큰 욕심이 없었다. 그저 언제까지나 군주 자리를 차지하고서 지금의 세력을 유지할 수 있길 바랐다.

순위를 끌어올리고자 하는 욕심도 없고 영지를 늘리고픈 생각도 없다.

아라돈과는 다른 의미에서 안주를 택하고 있는 것.

물론 과거 왕위 쟁탈전에도 참여하지 않았다. 자기보다 세력이 강한 군주들이 원군을 요청하면 관계를 무너뜨리지 않는 선에서 돕는 척하는 것이 전부였다.

‘젠장! 로치온 놈이 아메리오의 영지를 차지할 줄이야.’

로치온의 이름은 어떤 군주든 모르는 자가 없다. 물론 그가 유명하기보다는 아버지인 락시움의 유명세에 힘입은 바가 크지만, 어쨌든 그의 지금 실력은 이미 과거 아버지의 것을 뛰어넘었다는 소문이 나 있었다.

자신의 자리는 언제나 안전하다고 여겼다. 바로 아래에 있는 아메리오가 자신 이상으로 겁쟁이였기 때문에.

더불어 아라돈은 평화주의자이고 슬라둠은 무능의 극치였다.

그런데 얼마 되지 않은 시간 동안에 커다란 변화가 생겼다.

아라돈이 슬라둠을 무너뜨리고, 속세로 돌아온 로치온이 아메리오의 자리를 차지했다.

더구나 둘 모두 오더 성향의 군주였다. 과거 아라돈과 락시움의 관계가 돈독했던 만큼, 지금 둘의 관계도 못지않게 가까울 것이 틀림없다.

만에 하나 둘이 연합하여 자신을 쳐들어온다면…….

아니, 그 전에 로치온이 자기를 노린다면 꼼짝 없이 성을 내어주어야 할 것이다.

‘이럴 줄 알았으면 순위가 높은 군주들에게 아부라도 떨어두는 거였는데!’

순위가 낮은 군주가 높은 군주와 동맹을 맺는 것은 흔히 있는 일이지만, 이럴 경우 당연하게도 관계가 불평등하게 이루어질 수밖에 없다.

대개는 순위가 높은 군주가 무리한 조건을 걸어 하위 군주의 성장을 막은 뒤 영원히 자기 세력권 안에 두는 것이 정석이다.

그렇게 이루어진 세력도가 제법 넓게 분포되어 있었다. 그런 관계는 말만 동맹이지, 실질적으로 지배를 받는 것이나 다름없다.

그저 목숨을 부지하고 명목상으로나마 군주직을 유지하는 것뿐.

‘이계로 갈 수만 있다면…….’

그것이 요즘 제락스가 바라는 유일한 희망이었다. 대리인을 찾는 탐색을 밤낮으로 멈추지 않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계에서 세력권을 형성한다면 더 이상 이곳의 직위에 연연할 필요가 없다.

자신이 69위에 처져 있는 것도 겨우 이만큼의 세력을 선대에게 물려받았기 때문이다.

만약 이계에 먼저 나가 자신의 세력지를 선점할 수 있다면, 다른 군주들이 발을 뻗기 전에 탄탄한 기반을 마련해 둔다면 당연히 이곳에서보다 나은 지위를 누릴 수 있을 것이다.

‘그나저나 로치온 놈은 왜 아무것도 안 하고 있는 거지?’

아메리오의 영지는 홀랑 집어삼킨 주제에 아무런 동향을 보이고 있지 않으니 그게 더 이상했다.

차라리 행동에 나설 기미가 보인다면 먼저 다가가 항복을 하는 방법도 있을 텐데.

‘제발……. 가만히만 있어다오.’

제락스는 불안한 마음으로 그렇게 기원했다.

2

로치온은 요즘 나름의 계획으로 분주했다.

이미 자신이 군주가 되었다는 사실이 널리 선포된 이상, 다른 군주들이 자신을 경계할 것이 틀림없었다.

과거 아버지에게 밀려 수치를 당했던 군주, 그리고 왕위 쟁탈전에서 밀려났던 군주들 모두 그때의 원망을 자신에게 풀려고 할지 모른다.

다행인 것은 현재 모든 군주의 관심이 이계에 쏠려 있다는 것.

그래서 이 기회를 잘 활용할 생각이었다.

우선 아메리오의 무능으로 덩달아 약해진 병졸들을 훈련시켜야 한다. 이제는 자신의 휘하에서 움직이게 되었으니 더욱 규율이 강하고 실력이 있는 병사들로 거듭나게 만들어야 한다.

또 하나 신경 쓰는 일은 아라돈을 돕는 것이었다.

그는 앞으로도 자신과 꾸준히 동맹 관계를 유지할 군주다.

그가 힘을 기를 수 있게 돕는 것도 자신의 임무 중 하나였다. 이미 성장 가능성 자체가 별로 없는 아라돈에게 기대를 갖는 것보다 좋은 자질을 가진 그의 자녀들의 성장세를 기대해 보아야 한다.

그래서 요즘 그는 아라돈의 두 자녀를 직접 훈련시키고 있었다.

아직은 섣불리 순위 쟁탈에 나서서는 안 된다. 70위 군주가 되었다는 것은 아직 큰 경계심을 일으키는 일이 아니겠으나, 더 적극적으로 움직였다가는 지금 수준에서 결코 이길 수 없을 만큼 강한 군주가 나서게 될 수도 있다.

더구나 지금은 믿는 구석이 있었다.

바로 얼마 전 결투의 탑에서 만난 이계인인 조성오.

처음엔 방심 투성이인 모습에 실망했지만, 나중에 직접 무기를 맞대고 보니 생각을 달리 하게 되었다.

그는 온갖 기술을 함께 사용할 수 있었다. 창을 다루는가 하면 활을 쏘기도 하고, 심지어 마법까지 사용한다.

잘은 몰라도 그 이상의 능력을 감추고 있다고 있다는 생각도 들었다.

물론 체술과 마법 모두에 능한 자를 찾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지만, 그만큼 자연스럽게 구사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자신이 그와 싸우면서 느낀 가장 큰 감각은 바로 종잡을 수 없다는 것이었다.

잠재력이 어느 정도일지 전혀 예상할 수 없다는 것은 부정적인 의미보다 긍정적인 의미가 크다.

능력의 한계가 분명하다면 얼마든지 그 수준을 가늠할 수 있었을 테니까. 그가 사용한 능력이 자신의 예측 범위를 완전히 넘어섰기에 뭐라 단언하기 어려웠던 것이다.

‘어쨌든.’

아라돈은 그의 성장 속도가 경이롭다고 했다. 그렇다면 군주들을 상대하면서 점점 강해질 거란 이야기다.

조성오의 먹이로 주기 위해서라도 자신이 적극적으로 나서는 건 지양해야 할 일이다.

더구나 그가 군주를 쓰러뜨리면 해당 영지는 비게 된다. 다른 군주가 차지하기 전에 세력을 흡수하면 전력의 손실 없이도 손쉽게 힘을 키울 수 있었다.

‘흥미로워.’

자신이 속세를 떠나 있을 때는 짐작조차 할 수 없었던 그림이다.

훈련의 끝에 자신의 한계를 실감하고 모든 것이 끝났다고 여겼다. 하지만 슬라둠과 아라돈에게 일어난 변고를 알게 되고, 거기 직접 가담함으로써 이 땅에 진정한 변화가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바라는 것이 있다면 부디 헤레디투스를 비롯한 강력한 카오스 군주들이 그의 존재를 늦게 인지했으면 하는 것이다.

로치온은 진지한 얼굴로 중얼거렸다.

“조성오, 멈추지 말고 성장해서 부디 왕이 되기를…….”

3

C급 던전을 공략하고 하루 동안 휴식을 취한 나는 다음 단계인 군주와의 대결을 준비하기로 했다.

그동안 이계에서는 이렇다 할 접촉이 없었다.

두 명의 동맹 중 로치온은 방법이 없어서 그랬다 치더라도 아라돈은 필요하면 한호를 통해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었을 것이다.

‘크게 신경 쓸 만한 상대가 아니라서 그런가?

나는 수보타를 불러 69위 군주에 대해 묻기로 했다.

“69위 군주는 제락스라는 자입니다.”

수보타가 말했다.

“주인님께서는 크게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그자는 아메리오보다 강하지만, 그저 그뿐입니다. 지금 주인님의 수준이라면 넉넉하게 물리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래?”

“네, 충분합니다.”

수보타는 자부심이 넘치는 얼굴이었다.

“다만 제락스를 넘으면 그 뒤로는 훨씬 어려울 수가 있습니다.”

“왜지?”

“카오스 군주들은 저네들끼리 어지럽게 세력권을 나눠 갖고 있습니다. 68위 군주를 상대하더라도 단순히 그것으로 끝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지요.”

“이를테면 68위 군주를 건드리면 다른 실력 있는 군주가 내 존재를 알아차릴 수 있다는 거야?”

“네, 충분히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렇군.”

수보타가 다시 청소를 하러 간 뒤 나는 PHASE 4 퀘스트를 달성하고 얻은 보상을 확인하기로 했다.

늘 경건함과 기대심을 동시에 갖게 하는 순간.

‘로또.’

시간이 느려지고 일곱 개의 공이 허공에 떠오른다.

파각 파각 파각-

[축하합니다! 로또 4등에 당첨되었습니다.]

[1분간 모든 스탯이 40퍼센트 상향됩니다.]

역시 이번에도 무난한 4등이다.

나는 첫 번째 보상인 랜덤 보상 상자(유니크급 장비 제한)를 꺼냈다.

심호흡을 한 차례 한 뒤 상자를 열었다.

화악-

밝은 빛이 터진 후 메시지가 떠올랐다.

[‘코리우스의 검’을 얻었습니다.]

내 앞에 길쭉한 일자형의 검이 놓였다.

“음.”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슬슬 검을 사용하고 싶다고 생각했는데, 원하는 대로의 결과가 나온 것.

내가 가상현실 게임에서 가장 많이 사용했던 무기는 바로 검이었다.

현실로 돌아와서 사정에 맞추다 보니 창과 활을 먼저 사용하게 되었을 뿐.

코리우스의 검은 내가 주력으로 사용한 적이 없는 검이다. 무기에 관한 한은 워낙 선택지가 다양했기 때문에 전부 다 사용해 볼 기회가 없었다.

당연히 수준 높은 무기를 갖게 되면 그 아랫단계의 무기는 거들떠보지 않게 되기 때문에 사용하지 못하고 지나친 무기가 훨씬 많았다.

코리우스의 검이 기억에 남는 것은 이 무기를 사용할 기회가 있었을 때 꽤 고민을 했던 기억이 있기 때문이다.

이것과 다른 검 두 종류를 앞에 두고, 단순히 선택적인 차원에서 다른 검을 택했었다.

‘이런 식으로 인연이 닿게 되다니.’

그때는 비록 선택받지 못했지만 새로운 기회가 생겼다.

나는 일단 코리우스의 검을 치워두고, 두 번째 보상을 꺼냈다.

‘명예’ 퀘스트를 달성하고 얻은 랜덤 보상 상자(넘버링 아티팩트 전용).

로또의 효과가 끝나기 전에 빨리 상자를 열었다.

화악-

[아티팩트 ‘부활의 심장’을 얻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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