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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식왕 클리어러-115화 (115/245)

# 115

독식왕 : 클리어러 115화

“이게 우리 현장의 조감도입니다.”

소장이 자랑스럽게 보여준 그림에는 으리으리한 정경이 펼쳐져 있었다.

한창 공사가 진행 중이라 그림과 현장의 풍경은 많이 달랐지만, 어쨌든 이것이 완성된 후의 모습이라고 생각하니 비현실적이 느낌이 많이 들었다.

드넓은 부지의 3분의 1 정도에 건물이 지어지고 있었는데, 그것들 중 대부분이 주택과 편의 시설이었다.

“요구하신 대로 남은 부지는 후에 필요하면 추가 주택지로 개발할 예정입니다. 이곳에는 수영장이 만들어질 거고요. 게이머용 훈련 시설, 테니스 코트, 볼링장, 그리고 극장도 들어설 예정입니다.”

“……집들이 꽤 크네요.”

“네, 조노아 사장님 요구대로 모든 집이 베버리 힐즈 풍의 펜트하우스로 만들어질 예정입니다. 집들은 각각 특색이 있어서 각자 개성에 맞게 거주하실 수 있도록 설계했습니다.”

‘베버리 힐즈?’

그게 뭐지? 지명인가?

아무튼 이 정도 규모라면 가상현실 게임 안의 영주 부럽지 않은 생활이 가능할 것 같았다.

갑자기 어머니와 누나를 지금의 티코이 집으로 이사하게 한다는 것이 미안해하게 여겨졌다.

“가장 신경 쓰는 있는 것 중 하나가 보안입니다. 조성오 사장님이 보안에 민감하시다고 들어서 부지 전체가 요새처럼 철저히 보안이 유지되게끔 할 예정입니다.”

“좋네요.”

내 칭찬에 소장의 얼굴 가득 미소가 떠올랐다.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사장님!”

나는 필요할 때 쓰려고 인벤토리에 넣어둔 현금 다발을 꺼냈다. 돈 쓸 일이 많지 않아서 인벤토리에서 직접 현금을 꺼내는 일은 드물었다.

가상현실 게임에서도 건물을 지을 때 인부들에게 격려금 따위를 주면 건물의 완성도가 올라가곤 했다.

“이걸로 회식이라도 하세요.”

나는 대략 삼백만 원쯤 되는 돈을 소장에게 건넸다.

“아이구! 감사합니다, 사장님!”

우리는 아이스티 한 잔씩을 대접받고 사무실을 나왔다.

‘공사가 잘 진행되고 있어서 다행이네.’

무너져가는 아파트에서 베버리 힐즈 풍의 펜트하우스로 이사하다니, 이 정도면 꽤 괜찮은 변화지 않나 싶었다.

“사장님, 또 들러주십시오!”

소장과 직원들의 배웅을 받으며 멀지 않은 곳에 있는 던전으로 향했다.

6

이번에 공략할 C급 던전은 총 22층의 규모였다.

테마는 계곡.

어둠 속성을 가진 몬스터들이 주로 출몰하며, 특이하게도 지능을 가진 인간형 몬스터들이 전략적 행동을 하기도 했다.

던전 안에 입장하자 이곳에서 달성할 수 있는 퀘스트 목록이 쭉 나열되었다. 지난번에 한 번 C급 던전을 공략한 적이 있는 터라 크게 걱정이 되지는 않았다.

나와 NPC들의 가장 큰 특징은 성장이 빠르다는 것이니까.

C급 던전 하나를 공략하는 동안 레벨이 20 이상 올랐으니, 공략을 시작하기 전과 후의 전력에 큰 차이가 난다.

전문 어그로꾼인 수보타는 지난번보다는 조금 편안해 보였지만 여전히 얼굴에는 두려운 기색이 많았다.

나는 그를 던전에 익숙하게 만들기 위해서라도 자주 데리고 다녀야겠다고 생각했다.

지난번 던전 공략 때 수보타의 활약은 그만큼 대단했으니까.

앞으로도 공략하기 부담스러운 던전이나 적을 만났을 때 그의 유니크한 능력은 큰 도움이 될 것이다.

그때를 위해서라도 자기 역할이 집사에만 국한되지 않는다는 것을 충분히 인식시킬 필요가 있었다.

던전은 테마에 맞게 들어서자마자 양옆으로 높은 계곡이 세워져 있었다.

완만한 경사를 이루는 언덕이 우리 앞에 쭉 이어져 있다.

경계를 늦추지 않고 걸음을 내디뎠다. 시간 안에 공략하는 것이 퀘스트 중 하나이니 적당히 빠른 걸음으로 나아갔다.

가장 앞에서 걷고 있던 암젤이 갑자기 걸음을 멈추고 말했다.

“나타났다옹!”

그녀가 그렇게 말함과 동시에 땅 밑이 진동을 했다.

쿠르르르!

“모두 피해!”

밑도 끝도 없이 피하라는 것은 성의 없는 지시이지만, 곧 그렇게 말한 이유가 우리 앞에 펼쳐졌다.

언덕을 타고 커다란 바위들이 굴러 내려온 것.

이 던전의 전체 층을 장악하고 있는 ‘토누크’라는 몬스터는 지능이 비교적 높고 전술적 행동에 능하다.

무리마다 리더가 있어 마치 병사들처럼 규율된 움직임을 보였다.

피하라고는 했지만 그것을 해석하는 방식은 제각각이었다.

트레앙은 거인으로 변신해 굴러오는 바위를 도끼로 후려쳤다.

꽝-! 꽝-!

언덕을 굴러 내려오는 바위가 파편을 뿌리며 산산조각이 났다.

칼리타의 대응 방식도 그와 비슷했다.

그녀가 ‘거대화’ 스킬을 사용하자 밝은 빛이 뿌려지며 모습이 변화했다. 아름답고 날렵한, 그러나 몸집은 매우 큰 여우.

파티에 들어오면서 능력이 일취월장한 그녀가 앞발로 바위를 부수었다.

쾅-! 쾅-!

그녀가 바위를 부수는 장면은 박력이 있으면서 동시에 우아해 보이기도 했다.

암젤은 몸집이 조그맣기 때문에 바위를 피하는 데는 큰 문제가 없었다. 그녀는 잽싸고 유연하게 바위 사이를 잘 뚫고 전진했다.

아린의 대응 방식은 방패의 곡이었다. 그녀는 자기에게 굴러오는 바위를 방어해 내는 한편 내게 굴러오는 바위도 막아주었다.

무리 중 유일하게 수보타만 어쩔 줄 몰라 하며 머리를 감싸고 뛰어다녔다.

“아이고! 나 죽는다!”

무작위로 굴러오는 바위 중 하나가 그의 몸을 때렸다.

“아이쿠!”

2단계에 걸쳐 강화된 신체와 패시브 ‘무통’ 탓에 대미지를 받지는 않았지만, 바위의 힘에 떠밀려 함께 언덕을 굴러갔다.

“아이고~~ 나 굴러가요!”

암젤이 목소리를 듣고 슬쩍 뒤를 돌아보더니 한숨을 내쉬었다.

곧 그녀가 소환한 치타들이 빠르게 역주행을 해 수보타를 구출해 냈다. 치타는 수보타를 등에 업고 날렵하게 언덕을 다시 올라갔다.

“고마워! 고양이!”

나는 시력을 돋구어 토누크 놈들의 동향을 살폈다.

언덕 위에서 덩치 큰 놈들이 바위를 굴리고 있었고, 검이나 창, 방패 따위로 무장한 놈들은 우리가 올라오는 것을 지켜보며 백병전을 준비하고 있었다.

평균 레벨은 40~50인 녀석들이다. 무리의 리더가 60~70 정도 레벨을 가지고 있었다.

물론 이는 아래층 기준이었고, 층이 높아질수록 녀석들의 수준도 동반 상승할 것이다.

만약 다른 몬스터들처럼 지능이 낮아 단순하게 맞부딪쳐 왔다면 어렵지 않았을 상대지만, 지금처럼 지형을 이용한 전술을 사용할 줄도 알았기 때문에 까다로운 놈들이었다.

더디기는 해도 우리는 천천히 언덕을 올라가 토누크 무리가 서 있는 곳에 거의 다다를 수 있었다.

불과 백여 미터를 앞두었을 때, 갑자기 놈들이 등을 돌리고 언덕을 뛰어 올라가기 시작했다.

“어쭈! 도망가는 거냐옹!”

“비겁한 놈들아! 이리 안 와!”

나는 상황 자체에 위화감을 느꼈다. 던전 안의 몬스터들은 기본적으로 게이머들을 공격하도록 프로그래밍되어 있으니까.

그것은 몬스터의 지능이 얼마나 높은가 와는 관계가 없다.

‘뭐지?’

나는 주위를 둘러보았다.

뭔가 생각하는 것이 있으니까 이런 상식 밖의 행동을 하는 것이다.

내 시선이 계곡 위에 머물렀을 때였다. 그 뒤로 불쑥불쑥 몸을 일으키는 토누크들이 보였다.

놈들의 손에는 저마다 활이 들려 있었다.

나는 언덕 위로 도망가는 토누크들을 쫓고 있는 NPC들에게 소리쳤다.

“위다!”

내 외침에 NPC들이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바로 그때, 계곡 위에서 비처럼 화살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쏴아아-

계곡 위에 수십 마리의 토누크가 숨어 있었기 때문에 그들이 빠르게 쏟아내는 화살은 시야를 완전히 덮을 정도였다.

포위된 공간 안에 떨어지는 화살.

나는 놈들이 이 정도로 쓸 만한 전략을 구사할 줄은 몰랐다.

그것도 1층부터.

매번 같은 전술을 구사하는지, 우리가 특히 재수가 없는 것인지는 모르지만 쉽게 벗어나기 어려운 상황인 것만은 분명했다.

‘방심했네.’

지난번 C급 던전을 공략한 경험 때문에 이번에도 어렵지 않게 해낼 수 있으리라 생각했었다.

말 그대로 세게 뒤통수를 맞은 기분.

콱! 콱-!

화살이 워낙 빈틈없이 떨어지는 바람에 모든 NPC가 그것을 완벽하게 피할 수 없었다.

특히 덩치를 크게 만든 트레앙이나 칼리타에게는 치명적이었다.

그나마 칼리타는 지금 상황이 몸집을 키운 상태에서는 불리하다는 것을 알고 본모습으로 돌아왔다.

하지만 트레앙은 공격을 받으면 받을수록, 다시 말해 화가 나면 날수록 변신 상태가 강하게 유지되는 특징을 가지고 있었다.

이미 몸에 몇 대의 화살을 맞은 그녀는 눈이 새빨개져서 벽을 향해 달려갔다.

깎아지를 듯한 벽을 붙잡고, 그것을 기어 올라간다.

하지만 곧 어깨에 화살을 맞고 아래로 굴러 떨어졌다.

“우어어!”

쾅! 쾅!

이성을 잃은 그녀가 벽을 후려쳤다.

“트레앙! 정신 차려!”

나는 그녀를 향해 외쳤다.

아무리 화살 몇 대 맞고 쓰러질 만큼 그녀의 맷집이 약하지 않다 하더라도 계속 같은 상황에 놓여 있으면 언젠간 목숨을 잃을 것이다.

나는 동료들을 끌어모아 커다란 방패로 보호막을 만들고 있는 아린에게 말했다.

“아린! 트레앙을 도와줘!”

“네! 주인님!”

그녀는 곧바로 내가 하는 말을 이해했다.

방패의 곡을 연주하면서 천천히 트레앙이 있는 쪽으로 이동했다.

방패가 트레앙의 머리 위를 가리고, 그제야 거칠게 포효하던 그녀가 조금씩 안정되어 갔다.

나는 히루도의 창으로 화살을 쳐서 떨어뜨리며 생각을 했다.

단순히 생각했을 때 해법은 하나뿐이다.

계곡 위에서 쏘는 토누크들의 화살은 마나로 만들어진 것이었다. 다시 말해 그들의 마나가 떨어지면 더 이상 화살을 쏠 수 없다는 뜻.

화살이 끊긴 사이에 언덕을 올라가 위에 있는 녀석들을 쓰러뜨리면 세이브 존까지 가는 길이 뚫리게 된다.

하지만 그럴 경우 싸움 자체가 굉장한 혼전이 될 수밖에 없다.

언덕 위에 놈들과 싸우는 동안 활을 든 놈들도 마나를 회복할 것이고, 그러면 다시 머리 위의 화살을 신경 써야 할 테니까.

‘방법이 없을까?’

나는 내가 가진 능력으로 놈들을 처리할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생각했다.

활을 마주 쏘는 것은 일단 적절치 않은 방법이다. 위에서 아래를 향해 화살을 쏘는 것과 아래에서 위로 쏘는 것은 엄연히 다르기 때문이다.

이십 미터가 족히 넘는 계곡 위로 화살이 미칠지 알 수 없고, 만약 미친다 하더라도 위력이 약할 수밖에 없다.

마찬가지 이유로 마법 스킬을 사용하는 것도 적절치 않았다.

‘응?’

나는 불현듯 내가 가지고 있는 스킬 한 가지에 생각이 미쳤다.

‘왜 그 생각을 하지 못했지?’

얼마 전 나는 동료를 하나 더 얻은 보상으로 새로운 히든 클래스를 얻었다.

점프의 달인.

‘점프+++’ 스킬이라면 이 정도의 계곡을 뛰어오르는 것도 가능할 것이다.

나는 창으로 화살을 뚫으며 계곡 벽을 향해 달려갔다. 그리고 힘껏 무릎을 굽혔다가 위를 향해 점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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