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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식왕 클리어러-104화 (104/245)

# 104

독식왕 : 클리어러 104화

스킬 목록이 쭉 이어진 뒤에 쐐기를 박는 메시지가 이어졌다.

[현재 마법 서클이 1단계이므로 스킬을 사용하는 데 제한이 있습니다.]

‘그래, 이게 현실이지.’

하지만 일단 지옥불의 수정구를 흡수함으로써 기본적인 불 속성 스킬이 모두 열렸고 획득과 동시에 전부 S등급이 되었다.

업적 ‘초고속 클리어’의 효과로 레벨도 만렙.

십 분간의 고통이 즉시 사라진다.

‘가 볼까? C급으로.’

5

“주인님, 꼭 제가 갈 필요가 있을까요?”

“한 번만 더 징징거리면 그 입을 꿰매버리겠다옹.”

암젤의 엄포에도 수보타의 불평은 계속되었다.

“저는 수만 년간 집사 역할에만 전념했던 사람입니다. 몬스터 사냥에 따라가 봤자 짐만 될 뿐입니다요.”

“그것 말고 슬라둠 전용 샌드백도 했었잖아.”

“헙!”

내 팩트 지적에 모터를 단 듯 불평을 쏟아내던 수보타의 입이 닫혔다.

내가 수보타를 데리고 가기로 한 것은 물론 이번 공략이 쉽지 않을 거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어떤 의미로 수보타는 최강의 파티원이다.

고통을 느끼지 않는 불사의 몸!

“연습한 것만 제대로 해. 알았지?”

“어떻게 싸움도 못하는 제가 적을 도발합니까? 제발 한 번만 봐주십시오! 주인님.”

수보타는 내 측은지심을 이용할 생각인 것 같은데, 나는 그런 생각은 조금도 없었다.

수보타에게는 ‘무통증’이라는 패시브가 있다.

결국 이런 말들이 다 엄살이라는 뜻. 게다가 수만 년 동안 샌드백 역할을 하면서도 주인을 떠나지 않은 초인적인 인내심과 충성심도 있었다.

나는 그의 등을 두드렸다.

“너는 네 자신을 너무 과소평가하고 있어.”

“아! 주인님의 칭찬에도 기뻐할 수 없는 현실이 슬픕니다요!”

공략 대상으로 점찍은 C급 던전은 예전 한강 공원이 있던 자리에 있었다. 물론 던전이 생성되면서 공원으로서 기능은 상실한 지 오래다.

관리소로 가자 젊은 여직원이 대뜸 내게 말을 걸었다.

“조성오 씨 맞으시죠?”

지금까지 봐온 중에 가장 활발한 직원이었다.

“네, 안녕하세요.”

직접 인터뷰를 한 것은 한 번밖에 되지 않지만 언론에 적지 않게 노출되었으므로 내 얼굴을 알고 있는 것은 이상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 직원이 내게 말을 건 의도는 다른 데 있는 듯했다.

“노아 씨는 실제로 보면 어떤가요? 역시 잘생겼죠? 감사합니다. 조성오 씨가 힘써준 덕분에 노아 씨가 한국 사람이 됐어요. 드림 컴 트루라더니, 그게 사실이었어요.”

“……꿈이 참 소박하시네요.”

나는 길게 얘기를 나누고 싶은 생각이 없어서 얼른 확인 절차를 마치고 던전으로 향했다.

“후우~”

총 20층 규모의 던전은 겉으로 보기에도 으리으리했다. 하늘을 찌를 듯 높은 얼음벽이 세워져 있다.

이번에 공략할 던전의 테마는 빙하였다.

빙하라고 해도 게이머들이 못 견딜 정도로 기온이 낮은 것은 아니고, 이곳에 등장하는 몬스터의 종류가 모두 추운 환경에서 나올 법한 유형이라는 특징이 있다.

전반적으로 눈발이 날리고 바닥이 미끄럽기 때문에 환경의 특이성에 대한 준비가 필요하다고 알려졌다.

물론 나는 이미 가상현실 게임에서 경험해 본 조건이다.

자세히 알려지진 않았어도 소량의 정보로 어떤 몬스터가 나오겠구나 하는 추측이 가능했다.

나를 선두로 모든 파티원이 하나하나 던전 입구를 통과했다.

물론 이번에도 필수적으로 달성해야 할 퀘스트만 완수하면 돌개 보드를 타고 날아갈 생각이었다.

그렇더라도 최하 2주 이상은 걸릴 거라고 마음의 준비를 했다.

6

“야! 못생긴 펭귄들아! 여기다! 날 잡아봐라!”

수보타는 엄살을 부린 것과는 달리 자신의 역할을 충실히 이행했다. 그 모습을 보니 처음 던전에 함께 들어갔던 아저씨 한 명이 생각났다.

수보타의 도발에 펭귄형 몬스터들이 바닥에 쭉쭉 미끄러지며 추격을 했다.

얼굴이 일그러진 게 반드시 잡아서 갈기갈기 찢어놓겠다는 분노가 보였다.

“잘한다! 수보타!”

수보타에게 몬스터들의 시선이 쏠린 사이, 우리는 비교적 쉽게 사냥을 했다.

암젤이 호랑이를 불러내고, 트레앙은 괴력을 가진 거인으로 변신해 도끼를 찍어댔다. 아린은 혼란의 곡을 연주하고, 나는 멀리서 바키움으로 몬스터들의 급소를 노렸다.

“크악!”

“케액!”

생각했던 것보다 어려움을 겪지는 않았다.

하지만 이제 겨우 1층에 왔을 뿐이고, 그런 것치고는 전진하는 속도가 결코 빠르지 않았다.

1층에 나타나는 몬스터들의 레벨이 50대이다.

우리 레벨이 72이니 압도적인 전력이라고 보기는 어려웠다.

네 시간 동안 체력을 모두 소진할 정도로 힘든 싸움을 치른 뒤에, 1층에서 달성해야 할 모든 퀘스트가 완료되었다.

나는 돌개 보드를 꺼냈다. 그것을 다른 NPC들에게도 나누어 주었다. 수보타는 트레앙의 보드에 같이 탔고, 암젤은 고양이로 변신해 내 보드에 탑승했다.

겨우 1층 공략으로 피곤에 지친 얼굴들을 보는 것은 처음이다.

나는 보드를 운행해 각자의 옆으로 이동했다. 그리고 그들의 등에 손을 대고 불의 기운을 보내주었다.

“주인님, 감사합니다.”

“오빠 손 따뜻해!”

대충 기운을 회복한 우리는 눈바람을 맞으며 세이브 존으로 묵묵히 날아갔다.

어려운 사냥터에서 사냥을 할 때의 최대 메리트.

[레벨 74가 되었습니다. 스탯 포인트 3을 얻었습니다.]

역시나 레벨이 빨리 올랐다.

한 층을 공략하는 것으로 레벨이 2나 오른 것은 초반 이후 처음 있는 일이었다.

오늘은 그만 돌아가 휴식을 취해야 하나 조금 고민했지만 마음을 굳히고 2층으로 올라갔다.

이계의 상황이 얼마나 급박하게 돌아가고 있는지 모르니까.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하루라도 빨리 퀘스트를 완료하는 것이다.

C급 던전 공략 3일째 되는 날.

우리는 5층에서 처음으로 데미 마스터를 만났다.

데미 마스터가 출몰하는 지점 200미터 앞에서 나는 비장의 무기를 꺼냈다.

검은 공예술.

어제 나는 두 가지 작업을 했다. 하나는 던전에서 죽였던 몬스터들을 검은 소환수로 만드는 작업, 그리고 또 한 가지는 놈들을 슬롯 해제하여 뼈다귀로 해체하는 작업이었다.

뼈다귀의 적당한 부위에는 결정석을 박아 넣을 수 있는 구멍을 뚫어두었다.

지금 내 인벤토리에는 D+++로 강화한 결정석이 잔뜩 있다.

해체된 뼈로 형태를 잡은 뒤 구멍에 결정석을 꽂았다.

[검은 공예품으로 만들 수 있는 작품입니다.]

[숨결을 불어넣으시겠습니까?]

“그래.”

스읍-

내 코와 입에서 빠져나온 기운이 뼈다귀 사이로 스며들었다.

“크으으…….”

“크르르르…….”

어제까지 우리는 괴롭히던 몬스터들이 아군이 되어 부활했다. 공예품으로 유지할 수 있는 시간은 한 시간에 불과하다.

하지만 그 정도 시간이라면 데미 마스터를 상대로 승기를 잡기에 충분했다.

Chpater 31 - 로치온

1

“되게 꾸물거리는군.”

로치온은 아메리오의 행태를 보고 혀를 찼다. 자신과 손을 잡은 뒤에도 한참 동안이나 준비를 한답시고 의미 없는 시간을 보냈다.

‘그렇게 싸우기가 겁이 나면 애초에 아라돈을 공격하겠다고 말이나 하지 말지!’

이미 이곳에 오기 전에 아라돈의 진영을 확인했기에 아메리오의 군세라면 충분히 아라돈을 압도하고도 남는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더불어 아라돈을 찾기 전에 이곳에 오길 잘했다고 생각했다.

자신이 아라돈 진영 쪽에 있었다면 아마 더 상대하기 힘들었을 테니까. 아메리오는 다른 군주와 손을 잡기 전에는 절대 혼자 움직이지 않았을 것이다.

아메리오 하나라면 몰라도 다른 군주까지 합세했다면 아무리 자기가 아라돈의 진영에 있더라도 쉽지 않았을 터.

로치온은 그래도 아메리오를 채근하지 않았다.

어차피 시간을 벌면 아라돈이 태세를 정비할 여력이 많아지는 거니까.

여유 있게 수련을 하던 어느 날 전령이 뛰어왔다.

“아메리오 님이 출진 준비를 하시랍니다. 내일 아라돈의 영지로 출발한답니다.”

‘드디어!’

로치온은 입꼬리를 올렸다. 근질거리던 몸을 풀 시간이 왔다.

2

13일.

C급 던전을 공략하는 데 걸린 시간이다.

처음에 잡은 기간이 최소 2주였는데, 그것을 하루 앞당겨 목표를 달성했다.

한 층, 한 층 올라갈 때마다 레벨이 올라 덕분에 공략이 쉬워진 것도 있지만, 그렇게 따지면 적의 레벨도 함께 올라갔다.

던전 마스터는 프살무스라는 백곰형 몬스터로, 레벨이 100에 이르렀다.

마지막 층에 다다랐을 때 우리 레벨이 89였으니까, 우리보다 11이 높았던 셈이다.

던전 마스터의 강력함은 단순히 레벨 차이로 환산할 수 없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한 던전의 수장을 맡고 있는 놈이니까.

나름의 버프가 부여되어 있다.

장장 일곱 시간의 혈투 끝에 놈을 잡아내는 데 성공했다.

아울러 나는 처음으로 C급 던전을 소유하게 되었다.

[메인 퀘스트 [영토] - 3. ‘C등급 던전 한 개 획득하기’를 달성했습니다.]

[보상으로 ‘스킬 에그(A급 이상 보장)’를 얻었습니다.]

[PHASE 3의 모든 퀘스트를 완수했습니다.]

[보상으로 ‘차원문의 열쇠’ ×1을 얻었습니다.]

공략을 마쳤을 때의 레벨은 91.

마법사 클래스를 3서클까지 열었다.

‘힘든 만큼 보람이 있네.’

더불어 전투에는 큰 쓸모가 없을 줄 알았던 파티원 한 명의 재능을 확인하는 시간이기도 했다.

“수보타, 앞으로도 잘 부탁해.”

“히익!”

집에 도착한 나는 샤워를 마치고 바로 잠이 들었다. 2주 가까운 시간 동안 피로가 쌓인 터라 열두 시간 넘게 잠을 잤다.

깨어나서 바로 어머니가 차려준 밥을 먹었다.

“맛있어요!”

역시 지쳤을 땐 집밥이 최고다. 십 년 동안 집밥을 그리워 한 경험이 있는 나는 그 사실을 사무치게 잘 알고 있었다.

박중철 사건이 외견상으로는 흐지부지 마무리되었지만 집안 분위기는 나쁘지 않았다.

어머니와 누나는 박중철이 실제로 아버지를 살해한 원흉이라는 사실을 모른다.

다만 간접적으로 영향을 준 절반은 원수에 가까운 인물이기는 했고, 방송에 나와 악의적인 인터뷰를 해서 속을 뒤집어 놓았었다.

그런 그가 완전히 사회적 악인으로 찍혀 중국으로 도망쳤다는 사실은 나름의 해피엔딩이었다.

“천천히 먹어~”

“회사는 다닐 만해?”

“응, 바쁘긴 한데 좋아하는 일이라서 힘든 줄 모르겠어.”

누나는 아는 선배의 인터넷 쇼핑 회사에 들어갔다. 병원에서 일할 때보다 월급이 적고 거의 매일 야근을 해서 몸은 힘든 것 같지만, 그래도 전보다 훨씬 생기 있어 보였다.

C급 던전을 공략한 게 바로 어제지만 나는 서둘러야 할 필요를 느꼈다.

아라돈에게 여태 연락이 없는 점이 불안감을 증폭시켰다.

‘하루쯤 더 쉬고 싶지만.’

나는 그 생각을 속으로 삼키고, 암젤과 함께 티코이네 집으로 건너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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