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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식왕 클리어러-103화 (103/245)

# 103

독식왕 : 클리어러 103화

자유롭게 떠돌다 보니 나름의 혜안도 생겼다.

왕이 군주들의 시선을 돌리기 위해 만든 방책.

지금은 모든 군주가 이계로 건너갈 수 있다는 희망에 차 있다. 이곳에서는 가망이 없어도 이계로 건너가면 자신이 왕이 될 수 있다고 믿고.

한발 떨어져서 보는 작금의 상황은 상당히 흥미로웠다. 자신 또한 이계에 호기심이 없는 게 아니었다.

이곳은 수십만 년 동안 카오스 군주들이 집권했지만 이면의 세상은 어떨지 모른다.

만약 그곳을 차지하여 이곳의 왕과 한판 싸움을 벌인다면 어떻게 될까?

생각할수록 자신의 꿈을 이루는 방법은 그것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결국 속세에 복귀하기로 결심하고 가장 먼저 자신이 존경했던 군주 아라돈을 찾아가기로 했다. 비록 서열은 높지 않지만 오더 군주로서의 아이덴티티만큼은 어느 군주보다 강했던 이.

자신이 아라돈의 영지에 당도했을 때는 막 신기한 일이 벌어지던 참이었다. 전쟁과 정복을 멀리했던 아라돈이 슬라둠의 땅을 차지한 것.

자신이 떠나 있던 사이 그의 정체성이 바뀐 것은 아닌가 싶어 조사를 해보았다.

곧 슬라둠이 이유 없이 자기 영지에서 증발을 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빈 땅으로 남겨졌던 영토에 아라돈이 진출했다.

그가 슬라둠의 땅을 차지한 것은 오더 군주로서 정체성을 바꾼 것이 아니라 행동 방식에 변화가 생긴 것이라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이런 일이 생긴 이유가 무엇일까?

로치온은 고민을 해보았다.

‘이유가 없어.’

적어도 이 땅에는 그것에 해답을 내려줄 만한 사건이 일어나지 않았다. 슬라둠 같이 욕심 많은 자가 자기 땅을 버리고 사라졌다는 것도 말이 안 되고, 아라돈이 하루아침에 자신의 방식을 바꾸었다는 것도 말이 안 된다.

이곳에서 이유를 찾을 수 없다면 답은 좀 더 먼 곳에 있을 것이다.

이계.

왕의 정책으로 이계와 연결하는 기초 작업이 이루어졌다.

이미 몇몇 군주는 그곳에 얕게나마 발을 내딛기 시작했다고 했다.

혹시 슬라둠이 사라지고 아라돈이 태도를 바꾼 것이 이계의 어떤 사건, 혹은 인물과 연결되어 있는 것은 아닐까?

그 해답은 아라돈이 가지고 있을 것이다.

조사를 하고 고민을 하는 사이 상황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기 시작했다. 70위 군주 아메리오가 아라돈을 노리고 자신과 연합할 군주를 찾는다는 소식이 돌았다.

“음…….”

그는 이백 년 만에 속세로 돌아가면서 아무런 성과 없이 아라돈을 만나러 가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

적어도 선물이라도 하나 들고 가면 모양새가 좋겠지.

그래서 먼저 아메리오를 만나기로 했다. 그를 속여 동맹을 맺으려는 생각으로.

“로치온, 처음 뵙는군요.”

아메리오가 군주의 좌에서 몸을 일으키지도 않고 말했다.

로치온은 주위를 쓱 둘러보았다. 거의 삼백에 가까운 병사가 도열해 있었다. 넓디넓은 방 안에 거의 빈틈이 없을 정도로 병사가 채워져 있다.

‘흥!’

아메리오는 원래 의심이 많고 소심한 자이다. 어쩌면 그런 성격 때문에 낮은 순위나마 군주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자질이나 능력은 슬라둠보다도 보잘 것 없는 것이 바로 아메리오다.

자신이 혼자 찾아왔다는 것을 알면서도 수백의 병졸로 에워싸다니, 군주의 품위를 아는 자라면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저와 동맹을 맺고자 찾아오셨다고요?”

아메리오가 슬쩍 웃음을 지으며 물었다.

“그렇소. 귀하가 동맹을 맺을 친우를 찾고 있다기에.”

“군주의 친우는 군주만 될 수 있는 걸 모르십니까? 당신도 이곳을 떠나 있는 사이 개념이 약해진 모양이군요.”

사람을 약 올리며 속을 떠보는 듯한 말투.

로치온은 속으로 코웃음을 흘렸다.

“내가 알기론 당신의 요청에 화답한 군주가 없는 것으로 알고 있소. 호의를 가지고 찾아왔는데, 그런 식으로 모욕한다면 이만 돌아가겠소.”

로치온이 몸을 돌리자 아메리오가 황급히 말했다.

“아니오. 내 말이 기분 나빴다면 미안합니다. 물론 당신의 호의에는 감사하고 있소.”

“그런데?”

“이해가 안 되는 게 있어서…… 왜 당신은 과거 당신 아버지의 영지로 먼저 찾아가지 않았소? 그곳이라면 여기보다 훨씬 환영을 받을 텐데.”

“몰라서 묻는 것이오? 과거 그곳은 왕이 직접 관리하고 있소. 내가 돌아갈 것을 호시탐탐 기다리고 있는 것이지. 나는 그곳에 도착하는 즉시 왕에게 죽임을 당할 것이오.”

“호오…….”

아메리오는 마치 모르고 있던 일인 양 심각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한마디로 당신이 오갈 데 없는 처지라는 거군요.”

“……한마디만 더 날 모욕하면 가만있지 않겠소.”

쿠웅-!

로치온이 서 있는 자세 그대로 위압감을 발산했다. 병사들은 저도 모르게 발이 굳고 숨을 멈추었다.

아메리오도 덜컥 놀라 몸을 곧추세웠다.

‘대단하군!’

아메리오는 자신이 불러들인 삼백 명의 부하로도 이자를 상대하기 힘들지 모른다고 생각을 했다.

‘진심일까?’

한 치 흐트러짐 없이 서 있는 로치온에게 슬쩍 스킬을 걸었다.

‘마인드 리더!’

로치온의 머리 위로 감정 메시지가 떠오른다.

[진심]

“음!”

아메리오는 즉시 떠오르는 문자에 감탄사를 터뜨렸다. 말투를 바꾸어 공손하게 물었다.

“호의로 찾아오셨다는 것은 믿겠습니다. 하지만 세상에는 조건 없는 거래가 없지 않습니까? 이번에 절 도와주시면서 대신 원하는 게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슬라둠이 사라지고 72위 군주 자리가 비었다는 것은 당신도 잘 알 것이오. 나는 비록 큰 욕심은 없지만 그래도 군주 자리 하나쯤은 차지하고 싶소. 아라돈을 물리치고 과거 슬라둠의 영지를 준다면 나는 앞으로도 영원히 당신과 동맹 관계를 유지하겠소.”

“…….”

아레리오는 눈알을 뒤룩뒤룩 굴렸다.

‘갑자기 나타난 주제에 욕심이 많기는!’

하지만 다시 생각하니 나쁜 조건은 아니었다. 자기보다 서열이 높은 군주와 손을 잡았다면 그 이상의 보상을 내놓아야 했을 거니까.

심지어 아라돈의 영지를 고스란히 바칠 각오도 하고 있었다.

지금 아라돈을 치려는 이유는 미래의 위협을 미리 제거하려는 것에 불과하다.

하지만 지금 로치온의 제안을 받아들이면 아라돈의 영지는 완전히 자신의 차지가 되고 영구적으로 든든한 동맹까지 생긴다.

계산을 마치고 나서도 한참 고민하는 흉내를 냈다.

“음…… 당신의 뜻이 그렇다면…… 알겠소. 내가 좀 손해를 보아야지. 그렇게 합시다, 로치온.”

“고맙소.”

로치온은 웃음을 지었다.

‘가소롭군.’

이자는 방금 자신의 마음을 들여다보려고 했다. 하지만 그와 자신의 능력 차이는 까마득하다. 자신에게 걸어온 스킬을 조작하여 원하는 결과를 내비치는 것쯤은 어렵지 않았다.

어쨌든.

‘첫발은 잘 내디뎠군.’

4

나는 마음을 굳히고 C급 던전을 공략하러 가기로 했다.

검은 공예사 클래스 하나만 믿고 도전하기는 조금 위험한 게 사실이지만 힘들다 싶으면 공략 속도를 늦추더라도 천천히 레벨을 올리면서 나아가는 방법도 있다.

C급 중에서 난이도가 비교적 낮다고 알려진 곳으로 가급적 빠른 예약이 가능한 던전에 예약을 했다.

예약을 마친 나는 내게 있는 보상 하나를 사용하기로 했다.

메인 퀘스트 명예의 보상이었던 랜덤 보상 상자(넘버링 아티팩트 전용).

편안한 상황이라면 천천히 열어봐도 되겠지만, 지금은 힘든 도전을 앞두고 있으므로 무엇에든 도움을 받아야 한다.

상자를 열기 전에 로또를 사용했다.

일련의 과정이 지나갔다.

[축하합니다! 로또 3등에 당첨되었습니다.]

[1분간 모든 스탯이 150퍼센트 상향됩니다.]

“오케이!”

나는 주먹을 불끈 쥐었다.

한 번쯤 나올 때가 됐다고 생각했지.

현실적으로 4등이나 5등에 당첨될 확률이 훨씬 높다고 해도 가끔 한 번씩은 터져 줘야 자연스럽다.

나는 기대심을 품고 상자를 열었다.

화악-

상자 안에서 쏟아지는 빛이 시야를 덮었다.

그 빛이 사라진 자리에는 검붉은 색을 지닌 구슬 하나가 덩그러니 남았다.

“오!”

이것 역시 알고 있는 아이템이다. 히든 클래스나 스킬이라면 모르는 게 있을지 몰라도, 백 개밖에 되지 않는 넘버링 아티팩트는 꿰고 있으니까.

[지옥불의 수정구]

넘버 : 79

효과 : 화염의 마신 시바타는 자신의 대를 이을 자식들이 서로 이간질에 싸움만 일삼는 것에 좌절하여 자신의 힘의 정수를 물려주지 않겠다고 결심, 수정구에 봉인하여 아공간에 던져 버렸다.

후에 그의 자식들이 필사적으로 구슬을 찾고자 했으나 결국 찾지 못했고, 화염의 마신이라는 영예로운 호칭은 시바타의 대에서 끊기게 되었다.

다양한 아티팩트 중에는 각 속성을 대표하는 것들이 적어도 하나씩은 있는데, 그중에서도 ‘지옥불의 수정구’는 화염 속성을 담고 있는 가장 중요하고 강력한 아티팩트였다.

나는 벌써 이것을 가져도 되나 하는 의구심이 들었다.

아직 내 마법사 서클은 1단계에 불과하니까.

파이어 속성을 가지고 있어도 그것을 무기에만 담아낼 수 있을 뿐 아직 화염 속성 스킬이 하나도 없기 때문이다.

말하자면 배보다 배꼽이 크다는 이야기.

‘그래도…….’

없는 것보다 있는 것이 당연히 낫다. 언제가 꼭 얻어야 할 아티팩트이기도 했고.

나는 구슬을 집어 들었다.

[‘지옥불의 수정구’를 사용하시겠습니까?]

“그래.”

손 위에 있는 구슬에서 확 하고 화염이 일어났다. 마치 용암이 흘러내리듯 구슬에서 빠져나온 기운이 내 손바닥에 넘쳐흘렀다.

그것은 팔을 타고 몸 전체로 뻗치기 시작했다.

“윽!”

그나마 마법 클래스를 가지고 있고 레벨이 70이 넘긴 시점이기 때문에 이 정도이지, 수준이 더 낮았다면 괴로움에 혼이 나갔을지도 모른다.

고통에는 익숙한 편이지만 지옥불의 수정구를 흡수하는 일은 결코 편하지 않았다.

입술을 질끈 물고 이것이 지나가기만을 기다렸다.

지옥불의 수정구를 흡수하는 일은 말하자면 화염 속성에 관한 한 모든 단계를 뛰어넘어 단숨에 최고 수준에 이르는 길이다.

고통을 견뎌내면 그 이상의 과실이 주어진다.

온몸이 이글이글 타오르는 듯한 감각은 약 십 분간 계속되었다.

“하아…….”

벌려진 입술에서 뜨거운 김이 흘러나온다.

[패시브 ‘파이어’가 ‘지옥불’로 진화했습니다.]

[스킬의 기억이 활성화되어 레벨이 Max가 되었습니다.]

[2서클 마법 ‘파이어 볼’을 얻었습니다.]

[3서클 마법 ‘파이어 볼트’를 얻었습니다.]

[4서클 마법 ‘파이어 인챈트’를 얻었습니다.]

[5서클 마법 ‘파이어 월’을 얻었습니다.]

[6서클 마법 ‘파이어 레인’을 얻었습니다.]

[7서클 마법 ‘대폭발’을 얻었습니다.]

[8서클 마법 ‘지옥의 겁화’를 얻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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