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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식왕 클리어러-101화 (101/245)

# 101

독식왕 : 클리어러 101화

내가 이 생각을 하는 것은 검은 공예사라는 직업이 가진 특성 때문이었다. 공예품에 검은 숨결을 집어넣어 생명력을 부여할 수 있다고 하니까.

‘한번 해볼까?’

사체를 구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나는 소환술을 사용하기 위해 의상을 바꾸었다.

“모르돈.”

평상복이었던 내 의상이 마법사용 방어구로 바뀌었다.

검은 소환술로 소환수를 불러냈다.

“카리스.”

회오리 속에서 검은 뼈로 이루어진 스켈레톤 병사가 모습을 드러냈다.

본래 레벨이 낮지 않고 검은 소환술로 버프까지 받은 터라 당당한 위용을 자랑하며 눈을 빛냈다.

“크르르…….”

검과 방패를 들고 내 명령을 기다린다.

눈구멍에서 비치는 기운이 높은 충성도를 드러냈지만, 나는 냉정하게 말했다.

“슬롯에서 해제한다.”

[‘카리스’를 슬롯에서 해제합니다.]

[‘카리스’는 소환수로서 자격을 상실하고 죽음의 세계로 돌아갑니다.]

“끄으으…….”

마지막 내뱉은 신음이 마치 나를 원망하는 것 같다.

와르르…….

생명력을 잃은 카리스가 죽으면서 바닥에 검은색 뼈다귀가 쏟아졌다.

몬스터가 던전에서 죽으면 녹아서 사라지지만 던전 밖에서는 죽어도 사체가 그대로 남는다.

그런 점에서는 게이머와 동일하다는 뜻인데, 때문에 초기에는 몬스터들을 밖으로 끌어내 사육하려는 시도도 많이 이루어졌다.

하지만 그것이 헛된 기대였던 이유는 밖으로 끌려 나와 죽임을 당하는 경우 사체가 지닌 특별한 능력이 사라져 버리기 때문이었다.

특별한 관리를 통해서 재료의 가치를 30~40퍼센트까지 살려낼 수 있지만 거기 소요되는 비용을 고려하면 수지가 맞지 않는 일이었다.

더구나 몬스터를 사육하는 일도 아무나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니 결론은 게이머들이 해야 한다는 이야긴데, 게이머들은 몬스터 사육을 하느니 차라리 던전에 들어가 사냥을 하는 편을 더 선호했다.

어쨌든, 지금 내 앞에 한 무더기의 카리스 뼈다귀가 남았다.

일반론적인 이야기로 던전 밖에서 죽은 몬스터의 사체는 그것이 지닌 효력을 상실한다.

하지만 내게는 그것을 되살리는 방법이 있었다.

나는 뼈다귀를 하나씩 주웠다.

[‘카리스 머리뼈’ ×1을 얻었습니다.]

[‘카리스 어깨뼈’ ×1을 얻었습니다.]

[‘카리스 가슴뼈’ ×1을 얻었습니다.]

…….

이런 식으로 시스템 상의 아이템으로 전환하면 다시 그것이 지닌 가치를 회복하는 것이다.

나는 아이템화한 카리스 뼈를 다시 바닥에 놓았다.

그 뼈다귀들을 하나하나 모양을 맞추어 원래의 형태로 되돌렸다. 생명력이 사라진 상태라 그저 처음 모양으로 뼈다귀를 늘어놓는 것에 불과했다.

‘이것도 공예라고 할 수 있나?’

내 의심은 곧바로 떠오른 메시지와 함께 사라졌다.

[공예품이 완성되었습니다.]

[검은 공예술을 적용할 수 있는 대상입니다.]

[공예품 ‘카리스’에 숨결을 불어넣으시겠습니까?]

“그래.”

슈우욱-

미처 의식하기도 전에 내 코와 입을 통해 검은색으로 화한 마나가 쑥 뽑혀 나왔다. 그것은 바닥에 있는 카리스의 뼈다귀 하나하나에 꼼꼼히 스며들었다.

잠시 후.

키릭, 키리릭.

카리스의 몸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동시에 나타난 정보창.

이름 : 카리스

레벨 : 42

스탯 : 근력 38 /체력 35 /민첩 35 /행운 6

남은 시간 : 1시간

마지막에 남은 시간이 있는 것을 보니 역시 ‘일시적인 생명력’을 불어넣은 것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숨결을 얻은 검은 공예품은 당신의 명령에 복종합니다.]

[생명력이 소진되거나, 당신이 스스로 ‘부서져라’라는 명령을 하면 공예품은 망가지고 숨결로 되돌아옵니다.]

“그래?”

검은 소환수의 경우에도 소환 시간이 남은 상태에서 소환 해제하면 그만큼의 마나가 회복되었다.

‘이래서는 별 차이가 없잖아.’

검은 소환수를 슬롯 해제하여 공예품으로 되살린 것에 불과하다. 오히려 검은 소환술의 버프가 사라지면서 레벨만 낮아진 것.

물론 레벨 이외에도 차이는 존재한다. 공예품이 된 몬스터는 시간이 다 되면 영영 사라지지만, 검은 소환술로는 다시 불러내는 게 가능하다.

그리고 검은 소환술의 경우 소환수를 부리는 데도 집중력과 마나가 소모되지만, 공예술은 그렇지 않다는 것.

‘장단점이 있다는 건가?’

하지만 이 정도 장단점이라면 그저 선택의 문제가 될 뿐이다.

‘어디…….’

나는 시험 삼아 공예품을 망가뜨려 보았다.

“부서져라.”

“키익!”

카리스가 깜짝 놀라 나를 바라보았다. 그 동작이 순진해서 순간적으로 마음이 약해질 뻔했다.

[공예품을 정말 부수겠습니까?]

“그래.”

와르르…….

또 한 번 카리스가 뼈다귀가 되어 바닥에 쏟아졌다.

화아악-

뽑혀 나온 검은 숨결이 내게로 돌아온다.

스으읍-

코와 입으로 숨결이 스며들자 마나가 회복되는 게 느껴졌다.

“응?”

나는 뭔가 위화감을 느꼈다. 방금 회복된 마나가 공예품을 만들 때 소모되었던 양과 정확하게 일치했기 때문이다.

남은 시간과 무관하게 무조건 그만큼의 숨결을 되돌려 주는 건가?

일리가 있는 추측이었다. 내가 검은 공예술로 하는 일은 공예품에 ‘숨결’을 불어넣는 것이니까.

그것을 단순히 생명력을 불어넣는 행위 자체로 판단한다면 같은 양의 마나가 되돌아온다고 해도 이치에 맞는다.

이 능력으로 자신을 유폐시킨 마법사에게 복수를 했다고 하더니, 과연 대단한 기술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정도면 마나 사용량이 많은 검은 소환술에 비해 나름의 메리트는 있는 셈이다.

물론 도중에 부수면 공예품 자체가 망가져 버리기는 하지만, 움직일 때 추가로 마나를 소모하지 않는다는 점을 생각하면 충분히 장점이었다.

어쩌다 보니 나는 검은 공예술 자체에 빠져들고 있었다.

‘뭔가 더 없을까?’

이 기술이 가지고 있는 또 다른 장점.

그것만 알아낸다면 충분히 C급 던전을 공략하는 데 활용할 수 있을 것 같은데.

공예술이 가진 장점이라면 물론 공예도 ‘예술’의 영역에 속하는 만큼 무한한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들 수 있을 것이다.

정해진 레시피 없이 창의력을 발휘하여 더 유용하고 멋진 공예품을 만드는 게 가능하다.

‘응?’

그렇게 생각하자 머리를 스치는 한 가지가 있었다. 아이템을 제조하고 개발하는 능력을 언급할 때 반드시 떠오르는 한 명의 NPC.

물론 티코이에게 공예품을 대신 만들 게 할 수는 없다.

검은 공예술에는 내가 직접 공예품을 만드는 과정까지 포함되니까 그가 만든 공예품에 숨결을 불어넣는 것은 불가능할 터.

대신 내가 생각한 것은 티코이가 만들어낸 적 있는 개조품이었다.

아스도라퀸.

그는 결정석을 이용하여 아스도라퀸을 업그레이드했다. 그것이 똑같이 작용한다면 내 공예품도 업그레이드하는 것이 가능하지 않을까?

단순하지만 효과적인 발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인벤토리에 들어 있는 결정석 몇 개를 꺼냈다. 결정석은 동일한 종류를 겹쳐 쌓는 것이 가능하기 때문에 인벤토리를 많이 차지하지 않는다.

아직 결정석 거래는 보류하고 있는 상황이라 내 인벤토리에는 많은 양의, 그리고 다양한 결정석이 있었다.

당연히 높은 등급의 던전에서 레벨이 높은 몬스터를 죽이고 얻은 결정석이 더 효용이 높을 것.

때문에 D급 던전의 상위층에서 얻은 결정석을 먼저 꺼냈다.

다시 바닥에 쏟아져 있는 뼈다귀를 몬스터의 모양으로 맞추었다. 결정석은 뼈다귀 사이사이에 끼워 넣었다.

[공예품이 완성되었습니다.]

[공예품 ‘카리스’에 숨결을 불어넣으시겠습니까?]

“그래.”

카리스가 몸을 일으키자 뼈다귀 사이사이 꽂아두었던 결정석이 우수수 떨어졌다.

“……부서져라.”

“키익?”

와르르…….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합성을 하는 것도 아니고 그냥 뼈다귀 위에 결정석을 올려놓은 것뿐이니까.

‘어쩌지?’

조금 생각하다가 나는 예전 가상현실 게임에서 사용했던 방법을 써보기로 했다.

그때 나는 다수의 클래스가 있는 상태에서 공예사 클래스를 얻었기 때문에 모든 속성을 다룰 줄 알았다.

불 속성을 이용해 재료를 용접한 적도 많이 있다. 같은 방식을 이번에도 적용해 보기로 했다.

“파이어.”

화륵!

손바닥 위에 불이 붙었다. 아직 이것을 쏘아 보내거나 떨어뜨리는 등의 스킬은 사용할 수 없지만, 불 자체를 다루는 거라면 문제가 없다.

‘잘될까?’

손바닥 안에 있는 불의 기운이 결코 약하지는 않지만 결정석을 녹을 수 있을지는 생각해 볼 문제였다.

그래도 시도나 해보자 싶어 결정석을 손으로 쥐었다.

화르륵-

불의 세기를 높여 한참을 태우자 결정석이 조금씩 녹아내렸다.

“음…….”

나는 고개를 갸웃했다.

이 정도로 시간을 들여 조금밖에 녹여내지 못한다면 당연히 실전에 사용하기는 힘들다고 봐야 한다.

게다가 이런 식으로 녹여도 뼈다귀에는 어떻게 붙여야 할지 난감하다.

고민은 또 다른 해결책을 찾았다.

나는 내가 보유하고 있는 또 다른 속성인 ‘라이트’를 발현시켜 그것으로 뼈다귀를 만져 보았다. 그러자 손이 닿은 부위에서 검은 연기가 피어오르며 뼈다귀가 부식되기 시작했다.

이번에는 두 가지 방법을 동시에 사용했다. 한 손에는 ‘파이어’를 활성화해 결정석을 쥐고, 다른 손에는 ‘라이트’를 활성화해 뼈다귀에 구멍을 뚫어냈다.

일부분이 녹은 결정석을 뼈다귀에 생긴 구멍에 끼워넣는다.

마지막으로 ‘워터’ 속성을 사용해 해당 부위의 온도를 낮추었다.

치이이익-

불완전하기는 하지만 어쨌든 결정석이 떨어지지 않게 붙이는 데는 성공했다.

같은 방식으로 뼈다귀 여기저기에 결정석을 접합했다.

욕심을 부려 열 개를 접합했는데, 더 이상은 공간이 없을 정도였다.

제작 시간은 약 한 시간.

속성 에너지를 계속 사용한 터라 내 이마는 땀으로 흥건했다.

“후우…….”

내 머릿속에는 이미 실전 적용 따위의 문제가 지워져 있었다.

순수한 호기심.

결정석을 박아 넣은 공예품이 과연 제대로 작동할까?

[공예품이 완성되었습니다.]

[검은 공예술을 적용할 수 있는 대상입니다.]

[공예품 ‘카리스+’에 숨결을 불어넣으시겠습니까?]

“오!”

나는 신이 나서 즉각 대답했다.

“그래!”

이번에 완성된 카리스는 결정석이 붙인 채로 몸을 일으켰다.

이름 : 카리스+

레벨 : 65

스탯 : 근력 55 /체력 50 /민첩 53 /행운 11

남은 시간 : 1시간

“와…….”

거의 검은 소환수로 만든 정도로 버프가 붙었다.

기뻐하고 있는 나와는 달리 카리스는 뭔가 문제가 있어 보였다.

키릭, 키리릭-

상당히 어색해하면서 제대로 움직이지 못하는 것이다.

부자연스럽게 빽빽이 박아 넣은 결정석이 카리스의 움직임을 방해했다.

“쳇!”

나는 도저히 안 되겠다 싶어 공예품을 다시 부수었다.

와르르…….

사실 한 시간이나 힘을 쏟아 공예품을 만든다는 것 자체도 문제였다. 이러느니 그냥 소환술을 사용하는 것이 낫지.

“에라, 모르겠다.”

나는 좀 쉬어야겠다 싶어 침대에 벌렁 드러누웠다.

잠시 그러고 있다 보니 갑자기 떠오르는 생각이 있었다.

‘합성!’

지난번 경험으로 스킬 스톤끼리 합성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알았다. 스킬 스톤에 적용되는 방식이 일반 결정석에도 똑같이 적용될 수 있지 않을까?

나는 몸을 일으킨 뒤 바닥에 쏟아진 결정석을 다시 모았다. 메뉴를 열고 합성 모드에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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