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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식왕 클리어러-99화 (99/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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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독식왕 : 클리어러 099화

    그런 집요한 눈빛을 보게 되면 알 수 있다.

    이놈은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자신을 노릴 거라는 사실을.

    놈이 만약 새로 팀을 만들어 던전 공략을 다녔다면 금방 처리할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공무원이 되었다.

    던전 사고 처리반에 들어간 이유도 자신들을 쫓기 위해서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그래도 시간문제지.’

    황철민은 히죽 웃음을 지었다.

    놈도 언젠가 자신의 무력함을 알고 지칠 것이다.

    그리고 그가 포기했을 때 자신이 직접 찾아가 교훈을 주면 된다.

    세상에는 노력해서 될 일이 있고, 안 되는 일이 있다는 것을.

    집요함만으로 넘을 수 없는 벽이 있다는 사실을.

    황철민은 히죽 웃음을 지었다.

    ‘끝내준단 말이야.’

    정직한 인간을 부러뜨리는 희열은 마약보다 달콤하다. 시간이 지날수록 그 달콤함의 강도는 점점 커져갔다.

    4

    던전에 들어간 뒤, 황철민이 멤버들에게 지시를 내렸다.

    “너희 둘은 입구를 지켜. 그리고 셋은 1층 세이브 존에 대기하고, 나머지는 나랑 같이 2층으로 간다.”

    이미 익숙한 방법이기 때문에 멤버들은 알아서 움직였다.

    이런 식으로 팀을 나누는 것은 나름의 노하우가 있기 때문이었다.

    입구를 지키는 둘은 귀환석을 사용해 도망간 놈들을 붙들기 위해 배치시킨다.

    그리고 1층 끝에 있는 인원은 상대의 뒤를 노리는 역할을 했다. 만약 1층만 공략하고 돌아간다거나 하는 변수가 생길 경우에 연락책으로 삼는다. 이들이 뒤를 잡고 있으면 나머지 멤버들이 합류하여 끝장을 낼 수 있는 것이다.

    이번에는 카오스 게이머 닷컴에서 약속한 보수가 평소의 세 배가량 되었다. 자세한 내막은 몰라도 얼마 전까지 피스&호프의 부길드장이었던 노아가 조성오와 손을 잡은 것을 보면 중요한 일이 틀림없었다.

    아마도 길드장인 니콜라스가 직접 신경을 쓰는 일일 터.

    황철민은 이것이 기회라는 사실을 잘 알았다.

    단순히 보수도 보수지만 길드장에게 잘 보이면 좀 더 편하고 돈이 되는 일감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입구에 배치된 멤버 둘만 빼고 나머지는 귀환서를 이용해 각자의 포지션으로 이동했다.

    화악-

    시야를 덮은 빛이 사라졌을 때 황철민, 그리고 그를 따라온 두 명의 멤버는 움찔 놀랐다.

    자신들을 기다리고 있는 사람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조성오, 그리고 또 한 명의 익숙한 얼굴.

    “이한호……?”

    한호는 입꼬리를 들어 올렸다. 그의 몸은 흥분으로 가볍게 떨리고 있었다.

    “그래. 나다, 이 새끼야.”

    황철민은 미간을 좁혔다.

    ‘어떻게 된 거지?’

    분명 조성오가 던전을 예약한 시간은 열 시라고 했다. 만약 먼저 들어왔다면 자신에게 언질이 있었을 것.

    혼란스러운 상황이지만 그걸 신경 쓸 때가 아니었다.

    눈앞의 이한호가 자신의 몸을 변형시키고 있었다.

    ‘그래, 이런 능력이었지.’

    자신처럼 이한호도 변신형 능력자였다. 그것도 상당한 실력을 지닌.

    그런데…….

    모습이 그때와는 뭔가 달랐다. 늑대와 형상이 비슷해지는 한호의 몸에 검은색의 굵은 문신들이 보였다.

    때문에 모습이 마치 맹수처럼 보인다.

    “크르릉!”

    무턱대고 달려드는 그에 맞서서 자신도 변신을 하는 수밖에 없었다.

    “크와앙!”

    비슷한 모습의 수인화 능력.

    검은 줄무늬를 가진 늑대와 붉은 털을 가진 늑대가 맞붙었다.

    5

    나와 파티원들 그리고 이한호가 적들보다 먼저 던전에 들어올 수 있었던 이유는 간단했다.

    관리소 직원에게 기억 삭제 스킬을 사용한 것.

    때문에 직원은 우리가 먼저 왔다는 사실을 잊고 연락을 하지 않은 것이다.

    나는 우리 앞에 모습을 드러낸 세 명의 적을 응시했다.

    놈들이 총 여덟 명인 것을 감안하면 일부만 이곳에 온 것이다.

    ‘인원을 나누길 잘했네.’

    놈들을 한꺼번에, 확실하게 끝내기 위해 변수까지 고려를 해야 했다.

    도망을 방지하기 위해 입구에 인원을 배치하고 1층 세이브 존에도 한 명을 배치했다. 그리고 나와 한호를 비롯한 나머지 파티원들은 2층 세이브 존에서 기다렸다.

    이곳에 인원을 모은 이유는 단순하다.

    상식적으로 놈들은 내가 힘이 빠진 순간을 노릴 테니까.

    보통 게이머들이 공략하는 속도는 하루에 한두 개 층이다.

    3층 이상에서 잠복할 확률은 없고, 이 던전이 F급임을 감안해 가장 적당한 곳은 2층 세이브 존일 터.

    나는 이한호의 반응으로 보아 적의 두목이 누구인지 금방 알 수 있었다. 한호와 비슷한 형태의 수인으로 변신한 그의 정보창을 보았다.

    이름 : 황철민

    레벨 : 86

    성향 : 오더(Order) - / 카오스(Chaos) B = 카오스(Chaos) B

    업적 : -

    랭킹 : 30,989

    스탯 : 근력 78 /체력 70 /민첩 81 /행운 34

    스킬 :

    액티브 – 수인화(A, Lv50), 물어뜯기(A, Lv50), 할퀴기(A, Lv50)

    이력 : 각성하기 전에 이미 범죄자였던 황철민이 카오스 게이머의 길을 걷게 된 건 자연스러운 일일 것이다. 게이머를 죽이면 블러드 스톤을 얻을 수 있고, 또 그것을 고가에 팔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뒤 망설임 없이 일반인을 사냥하기로 결심했다.

    자기와 비슷한 성향을 지닌 이들을 모아 팀을 만들고 꾸준히 범죄를 저질러왔다.(타입 : 변신형)

    약점 : 수인으로 변신하여 뛰어난 신체 능력을 발휘하고, 모든 스탯이 고루 발달해 있다. 레벨이 월등히 높다면 근접전으로 맞붙어도 승산이 있겠지만, 그게 아니라면 거리를 벌리고 싸우는 것을 추천.

    보상 : 수인화(60-50%), 물어뜯기(55-35%), 할퀴기(50-40%), 근력 8(75-60%), 체력 7(60-50%)

    ‘레벨 86…….’

    이한호가 74 레벨임을 감안하면 절대로 이길 수 없는 상대였다. 게다가 근접전에 유용한 액티브 스킬을 두 개나 더 가지고 있다.

    서로 조건이 비슷하기 때문에 레벨 차이가 싸움의 승패를 결정짓는 중요한 요소가 될 것이다.

    ‘하지만…….’

    나는 이한호에게 새로 생긴 항목을 보았다.

    업적 : 최초의 동맹자(조성오와 반경 1킬로미터 안에 함께 있으면 모든 능력치가 20퍼센트 상승).

    단순 계산으로 74레벨에 20퍼센트를 올리면 88레벨이 된다. 물론 레벨이 오를수록 필요한 경험치가 늘어나므로 꼭 88레벨이 되는 것은 아니겠지만, 스탯 포인트도 20퍼센트가 오른다는 것을 감안하면 얼추 비슷한 능력을 발휘할 수 있다는 얘기가 된다.

    더구나 둘은 수인화 능력을 가지고 있다. 이 능력은 다른 유형보다 스탯에 의지하는 경향이 강할 터.

    “크릉!”

    “크르릉!”

    두 마리의 수인이 거칠게 싸움을 했다.

    한호는 분노로 눈이 뒤집어졌다. 그야말로 목숨을 걸고 싸우고 있는 상황.

    처음에 여유를 가지고 있던 황철민은 깜짝 놀랐다.

    ‘이 정도였나?’

    분명 예전에 맞붙었을 때도 자기와 비슷한 정도의 실력이었음을 기억한다. 하지만 이한호는 공무원이 되어 던전 공략을 전혀 하지 않았고, 자신은 그동안 꾸준히 게이머들을 살해하며 실력을 키웠다.

    지금 자신과 대등하게 싸운다는 자체가 말이 되지 않는 것이다.

    ‘아니…….’

    그는 자신의 가슴팍을 노리고 떨어지는 한호의 손톱을 가까스로 피하며 생각했다.

    ‘지금 밀리고 있는 것은 나다!’

    싸움에 임하는 각오 자체가 다르다.

    자신을 바라보던 그 눈빛.

    뒤숭숭한 꿈처럼 끈질기게 달라붙었던 기억.

    ‘젠장.’

    퍽!

    한호의 공격이 황철민의 옆구리를 스쳤다.

    “큭!”

    황철민과 싸우는 한호는 내버려 두고 나는 나머지 놈들을 스캔했다.

    한 놈은 레벨 81, 그리고 또 한 놈은 77이었다.

    전반적으로 실력이 높다.

    ‘다행이네.’

    적 무리의 리더를 한호에게 양보하고도 한 놈의 레벨이 80을 넘겼다. 물론 나보다 레벨이 높지만 전혀 걱정하지 않았다.

    내게는 파티원들이 있으니까.

    암젤, 아린, 트레앙.

    그녀들이 포지션을 잡고 상대를 압박했다. 가장 먼저 튀어 나간 것은 트레앙이었다. 그녀의 변신 동기는 분노와 흥분이지만, 레벨이 일정 수준 이상 되었을 때는 그 감정을 컨트롤할 수 있다.

    한마디로 원하는 때 변신을 할 수 있다는 것.

    붉은 머리칼을 가진 거인이 거대한 도끼를 들고 적을 덮쳤다.

    퍽! 퍽!

    무시무시한 공격에 기세에서 밀린 상대는 함부로 덤비지 못했다. 뒷걸음치는 놈에게 내가 스킬을 걸었다.

    ‘미끄럼.’

    벌렁-

    트레앙과 싸움에 집중하고 있던 놈의 몸이 허공에 둥실 떠올랐다. 기다렸다는 듯이 가슴팍에 떨어지는 도끼.

    퍽!

    “끄악!”

    아린은 혼란의 곡을 연주했다. 가뜩이나 기습을 당해 정신이 없는 놈들이 그 음악을 듣고 더 혼란스러워했다.

    거기다 난데없이 나타난 호랑이는 또 뭐란 말인가?

    “커허엉!”

    “으윽!”

    한 놈이 먼저 쓰러졌다.

    황철민은 한호에게 단단히 붙들려 있는 상황이고.

    무리에서 부두목 역할을 하고 있던 놈은 빠르게 판단을 내렸다.

    ‘달아나야 돼!’

    일반인 게이머는 인벤토리가 없다. 아이템을 넣고 다닐 수 있는 이차원의 주머니를 사용했는데, 그것은 대개 허리춤에 차고 있었다.

    귀환석을 꺼내려고 허리에 손을 가져가는 찰나, 화살 한 대가 날아들었다.

    퍼억-!

    강력한 화살에 주머니가 날아갔다.

    ‘안 돼!’

    그리고 이어진 또 한 대의 화살.

    퍽-!

    그것은 정확히 가슴을 꿰뚫었다.

    “컥!”

    화살은 맞은 부두목은 자신의 가슴이 불로 지지는 것처럼 화끈거리는 것을 느꼈다.

    내려다보니 화살에 시뻘겋게 불이 붙어 있었다.

    ‘속성 공격?’

    고개를 들어 활을 들고 있는 자를 바라보았다.

    앳된 얼굴에 여유가 가득 차있다.

    조성오.

    이런 놈인 줄 알았으면 오지 않았을 텐데.

    후회가 밀려들었지만 그 전에 먼저 죽음의 장막이 덮쳐들었다.

    [레벨 72가 되었습니다. 스탯 포인트 3을 얻었습니다.]

    한 놈을 죽인 것으로 바로 레벨이 올랐다. 역시 피라미 중의 피라미였던 박중철을 죽인 것과는 비교 자체가 되지 않는다.

    [메인 퀘스트 [명예] - 3. ‘레벨 80 이상의 카오스 게이머 처치하기’를 달성했습니다.]

    [보상으로 랜덤 보상 상자(넘버링 아이템 전용)를 얻었습니다.]

    거기다 짭짤한 부수입.

    황철민을 제외한 나머지 두 명에게서 스탯 스톤이 나왔다.

    하나는 근력을 6 올려주는 것이었고, 다른 하나는 민첩을 5 올려주었다.

    셋 중 둘을 해치우고 나자 이곳에서 싸움을 벌이는 것은 이한호와 황철민만 남았다.

    한호의 몸도 피투성이였지만 황철민의 상태는 더 나빴다.

    황철민은 눈알을 굴리며 상황을 파악했다.

    ‘젠장!’

    눈앞의 한호를 상대하는 것도 벅찬데, 이미 자신과 함께 온 두 명의 멤버가 목숨을 잃고 나자빠졌다.

    자신이 이곳에서 살아 나갈 확률은 제로.

    이한호의 살기등등한 눈빛을 보고 생각했다.

    ‘빌어먹을! 내가 사람을 잘못 건드렸구나!’

    그리고 그때, 한호의 손톱이 황철민의 심장을 관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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