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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식왕 클리어러-98화 (98/245)

# 98

독식왕 : 클리어러 098화

Chapter 29 - 복수

1

박중철이 사라진 것은 꽤 이슈가 되었다. 근래 그와 그의 기업이 저지른 범죄가 관심의 초점이 되었던 상황이라 그가 잠적했다는 사실이 비중 있게 다루어진 것이다.

그가 사라지기 전에 주고받은 메시지 등으로 판단컨대 밀항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언론과 일반인들은 그와 같은 악질적인 범죄자가 도망을 치게 허용한 허술한 법망을 비난했다.

정부는 경찰력을 동원해 항구를 수색하고 중국에 협조 요청을 할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물론 내 입장에서는 그것들이 모두 삽질이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그래도 동정의 여지는 없다.

박중철이 밀항을 한다는 얘기를 이한호가 알려주지 않았더라면 실제로 그를 놓칠 뻔했으니까.

나는 그런 상황에서 느꼈을 상실감을 떠올리고 가슴을 쓸어내렸다.

박중철을 죽임으로써 반드시 해야 할 일 리스트가 하나 지워진 기분이다.

원래 이 정도로 깔끔하게 해결될 일이 아니라고 생각했지만, 투시자의 눈으로 정보창을 볼 수 있어 그가 아버지를 직접 죽인 원흉이라는 사실을 알았다.

“음…….”

해야 할 일이 해결되자 모든 게 다시 제자리로 돌아왔다.

나는 이번 메인 퀘스트는 달성하는 데 꽤 시간이 지체되고 있음을 자각했다.

‘퀘스트도 두 가지밖에 없는데.’

특수 퀘스트를 제외하면 꼭 달성해야 할 퀘스트는 두 개뿐이었다. 물론 그 내용이 결코 쉽지는 않았지만.

‘일단은 C급 퀘스트 공략 쪽부터 노려볼까?’

카오스 게이머를 죽이는 것은 내 뜻대로 되지 않는 일이다. 무작정 눈을 부릅뜨고 다니면서 찾아 죽일 수도 없는 노릇이니까.

물론 정 안되면 그 방법도 고려해 봐야겠다고 생각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C급 퀘스트를 지금 수준으로 도전한다는 것은 불가능한 미션에 가까웠다.

단순히 던전을 통과만 해도 되는 거라면 돌개 보드를 타고 질주를 하면 되겠으나, 던전을 소유하기 위해서는 모든 던전 퀘스트를 달성해야 한다.

‘그래도…….’

뾰족한 방법이 없을 때는 노가다가 답이다. 위급한 상황에 처한 아라돈이 걸리기는 하지만 그쪽 일은 내가 해결할 수는 없는 부분이었다.

나는 알맞은 D급 던전을 검색했다.

D급 던전을 한두 개 더 공략하면 레벨을 올려 C급 던전에 도전할 수 있겠지.

소유한 던전을 재차 공략하는 방법도 있지만 그보다는 새 던전을 물색하는 게 나을 것 같았다.

겸사겸사 새로운 합성 아이템이나 재료를 얻을 수 있을 테니까.

공략 던전을 고르는 기준은 예약일이 빠른 곳이 최우선 선택지일 수밖에 없었다.

열심히 검색을 하는 중에 테이블에 꺼내놓았던 핸드폰이 울렸다.

요즘은 습관적으로 발신자부터 확인을 한다.

노아의 기자회견 이후로 나에 대한 관심이 전보다 대폭 증가한 상황이었으니까.

나는 최대한 조용히 이 관심이 사그라지길 바랐지만 아마 그것은 불가능하지 않을까 싶었다.

노아가 기자회견에서 나를 보통 띄워놓은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의 말마따나 내 이름은 해외에까지 전파되었다.

유튜브에 누군가가 미국, 일본 방송에 내 얘기가 나온 것을 캡처하여 올린 것을 보고 나서 알았다.

간단히 말하면 그 나라들에서는 나처럼 희소한 능력자가 한국에 나왔다는 사실을 부러워하고 있었다.

화면에 떠 있는 발신자의 이름은 이한호였다.

나는 반갑게 전화를 받았다.

“한호 형.”

“성오야.”

나는 그의 목소리가 평소와는 조금 다르다는 것을 깨달았다.

“무슨 일 있어?”

“놈들이 한국에 들어왔다.”

그 말을 듣자마자 나는 한호가 말하는 놈들이 누구인지 알아챘다.

“그래?”

순간적으로 반가운 생각이 먼저 들었다. 놈들이라면 퀘스트를 달성하는 데 도움이 될지 모르니까.

레벨 70이 넘는 한호가 어려워하는 놈들이니 레벨 80이 넘는 놈들일 확률이 농후하다. 적어도 몇 놈은 확실히 그럴 테지.

“언제까지 한국에 있을 것 같아?”

“놈들이 사용하는 것이 대포폰이라서 자세히 알기는 어려워. 하지만 과거 경험으로 이번에 들어온 건 한국에 특별한 일이 있어서일 거야.”

“일?”

“놈들이 주로 활동하는 주 무대는 중국이야. 중국이 일반인 게이머들을 사냥하는 데 더 조건이 좋기 때문이지. 놈들이 한국에서 사냥을 한 것은 카오스 게이머 닷컴의 인정을 받기 전까지야.

그 뒤로는 카오스 게이머 닷컴의 직접 수주를 받아 움직이고 있지. 한국에 들어온 건 이게 2년 만인데, 아마 블러드스톤 사냥 말고 다른 지령을 받고 들어온 것이 분명해.”

“그러니까 그 일을 끝내기 전까지는 한국에 있을 거라는 거지?”

“응, 일단은 놈들의 동향을 지켜볼 생각이다. 만만치 않은 놈들이고, 그만큼 신중할 필요가 있으니까.”

“알았어. 나한테 놈들에 대해 아는 만큼 자료를 보내줘. 노아한테도 물어볼 테니까.”

“응, 고맙다.”

전화를 끊고 나서 얼마 지나지 않아 한호가 자료를 보내왔다. 그곳에는 일당의 이름과 사진이 나와 있었다. 대강의 프로필과 활동 내역도 함께였다.

나는 한호 형이 어떤 기분일지 대충은 알 것 같았다.

어제 나 역시 복수를 했으니까.

물론 상황이 같지는 않다. 나는 박중철이 아버지를 직접 죽인 원흉이라는 사실을 모르고 있었지만, 한호 형은 놈들이 누구인지 알고 있으면서도 몇 년 동안이나 손을 대지 못했다.

심지어 공무원이 되어서도 불가능했던 일.

이번 기회를 절대 놓치고 싶지 않을 것이다.

나는 던전 정보가 띄워진 노트북을 껐다.

2

노아와 나는 약속을 하고 카페에서 만났다. 지난번에 한호와 만났던 다방식 카페. 손님이 적고 좌석이 확실히 구분되어 있어 비밀스러운 대화를 나누기에 적합했다.

노아에게 내가 받은 정보를 보내주고 내용을 간단히 메시지로 알려주었는데 만나자고 연락이 왔다.

직접 대면한 노아는 심각한 얼굴이었다.

“놈들이 카오스 게이머 닷컴과 관련이 있는 것은 분명합니다. 이런 자들이 전 세계에 깔려 있죠. 한호 씨가 파악한 대로 카오스 게이머 닷컴은 이들을 직간접적으로 움직여 원하는 것을 얻습니다.

직원을 직접 움직이는 경우보다 차라리 이런 식으로 컨트롤하는 자가 더 많죠. 일이 잘못되면 간단히 연결을 끊어버릴 수 있으니까요. 그리고 이자들이 이번에 한국에 들어온 것은 분명 지령을 받고 왔을 것입니다.”

“집히는 게 있나요?”

“모르시겠습니까?”

“네?”

나는 노아의 표정에서 이 일이 한호뿐만 아니라 우리와도 연관이 있음을 직감했다.

“설마…….”

“네. 놈들의 목적은 성오 씨, 그리고 저일 겁니다.”

“음…….”

나는 의자에 등을 기댔다.

노아의 말을 듣고 보니 확실히 그럴 확률이 높았다.

“그래도 크게 걱정할 건 없습니다. 놈들이 카오스 게이머 닷컴과 닿아 있더라도 실질적으로는 따로 움직이는 조직이라 보는 게 맞습니다. 놈들만 확실히 쳐 내면 뒤에 다른 줄기가 딸려 나올 가능성은 없다는 거죠.”

“어떻게 하는 게 좋을까요?”

“이 경우에는 선수필승입니다. 놈들이 우리 정보를 파악하고 행동에 나서기까지는 적어도 하루 이틀의 시간은 걸릴 거니까요.

놈들이 움직이기 전에 먼저 알았다는 것이 큰 메리트입니다. 제 동료를 몇 사람 붙여드리겠습니다. 확실하게, 그리고 한꺼번에 놈들을 처리하죠.”

“네.”

노아는 자기 앞에 놓인 커피를 한 모금 마셨다.

그의 표정이 복잡 미묘해졌다.

“이 커피는 참…… 전통적인 스타일이군요.”

“맛있죠?”

“네, 건강에 좋을 것 같진 않지만 확실히…… 맛은 괜찮네요.”

나는 노아가 한국식 다방커피의 맛을 이해한다는 데 만족했다.

나 역시 커피를 마셨다. 달달한 커피가 들어가자 머리가 조금은 더 잘 돌아가는 느낌이 들었다.

한꺼번에, 확실하게, 그리고 빨리 해치워야 한다.

나는 방법을 연구해 보았다.

‘역시 유인하는 방법밖에 없겠지?’

조용히 놈들을 처리할 수 있는 곳.

다행히도 그런 곳이라면 널려 있었다.

나는 내 생각을 노아에게 말했다.

“좋은 생각입니다. 저는 카오스 게이머 닷컴의 입김이 닿는 한국 던전들을 알고 있습니다. 그중 하나에 예약을 하죠. 그래야 놈들이 더 빨리 행동에 나설 테니까요.”

우리는 함께 구체적인 계획을 세웠다.

3

이틀 뒤.

황철민 일당은 던전으로 걸어가고 있었다.

“이렇게 빨리 기회를 잡을 줄이야. 너무 쉬운 거 아니야?”

“카게컴이랑 일을 하면 뭐든 일사천리라 좋아.”

“그런데 뉴스에도 나올 정도로 유명한 놈인데 왜 F급 던전을 예약한 거지?”

“노아랑 통화한 내용을 들어보니까 무슨 재료를 구하기 위해서라던데. 같이 아이템 제작 사업을 한다잖아.”

“언론에서 한국의 새로운 가능성이라고 엄청 띄워주던데, 괜히 나라에 죄를 짓는 기분이란 말이야?”

“요즘 같은 글로벌 시대에 누가 국적을 따지냐?”

낙관에 빠진 그들은 저네들끼리 킬킬거렸다.

관리소를 통과하면서 황철민은 직원에게 간단히 눈인사를 보냈다. 직원도 쓱 쳐다보고 잠깐 눈만 맞추었을 뿐 금방 모른 척을 했다.

카오스 게이머 닷컴의 입김이 미치는 던전.

서울에 집중되어 있기는 하지만 한국에도 그 숫자가 결코 적지 않았다.

자기네들끼리 일반인 사냥을 할 때보다 카오스 게이머 닷컴과 손을 잡은 뒤가 훨씬 수월하다.

이들은 세력이 크고 치밀해서 일감을 줄 때는 구체적인 계획까지도 함께 짜주었다. 자신들은 그저 처리하고, 보고만 하면 되는 것이다.

‘등급도 빨리 오르고 말이야.’

황철민은 현재 상황에 만족했다. 비록 카오스 게이머 닷컴이 자기네들과 일정한 선을 긋고 그 이상으로 가까워지는 것은 꺼리고 있다는 것을 알지만 그래도 상관이 없다.

주는 일감만 받고 나머지는 자유롭게 생활할 수 있으니 더 좋다.

그는 게이머들을 죽이는 것이 몬스터를 잡는 것보다 등급을 올리는 데 더 도움이 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실력이 빨리 늘고, 거기다 돈까지 많이 번다면 더 바랄 것이 없다.

게다가 카오스 게이머 닷컴은 이미 절대 무너지지 않을 거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큰 세력을 구축하고 있었다. 그들과 연결되어 있다는 것은 평생 든든한 직장에 다니는 것과 같다.

조성오라는 놈이 예약한 시간이 오전 열 시라고 하니까, 그 삼십 분 전에 와서 자리를 잡고 있을 생각이었다.

이왕이면 몬스터 사냥을 하고 힘을 빠졌을 때를 노리는 게 수월하다. 게이머끼리의 싸움은 언제나 변수를 고려해야 하니까.

상대가 섣불리 귀환석을 사용하지 못하도록 퇴로를 완전히 막는 것도 필요하다. 과거 자신 역시 한 놈을 놓치는 바람에 꽤 애를 먹었으니까.

놈이 자신들을 고소하고 집요하게 굴었기 때문에 따돌리기가 상당히 성가셨다.

물론 카오스 게이머 닷컴 측에서 알아서 처리를 해주기는 했지만 그때 일을 계기로 한국 쪽 일보다는 주로 중국 쪽 일을 하게 되었다.

한 번 용의선상에 오른 인물들이 자주 모습을 보이는 건 좋지 않다는 이유.

‘이한호…….’

그 이름을 아직도 기억한다. 놈이 자신을 바라보던 처절한 눈빛도.

물론 그런 일이야 부지기수로 겪는 것이지만, 여태 잊지 않은 것은 언젠가 놈을 직접 처리해야겠다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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