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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식왕 클리어러-89화 (89/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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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독식왕 : 클리어러 089화

    “뭐가 이렇게 시끄러워?”

    사무실 문을 열고 중년의 남자 한 명이 들어왔다. 그는 방 안의 풍경을 쓱 둘러보더니 드래곤파워 멤버들에게 말했다.

    “협조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이제 돌아가셔도 됩니다.”

    “진짜요?”

    드래곤파워 멤버들은 의자에서 벌떡 일어났다.

    “나 참. 선의로 와줬더니 사람을 살인자 취급 하지 않나.”

    “아주 개 같은 꼴만 보고 가네.”

    “죄송합니다.”

    방금 사무실에 들어온 던전 사고 처리반 반장이 허리를 숙였다.

    “살펴 가십시오.”

    그는 드래곤파워 멤버가 모두 나갈 때까지 허리를 펴지 않았다.

    “저놈들이 뭐라고 그렇게까지 하십니까?”

    퉁명스러운 목소리에 반장이 그제야 몸을 폈다.

    “이 과장, 자네 정말 이런 식으로 일할 건가?”

    “제가 왜요?”

    “자네가 젊은 나이에 과장 자리에 앉은 것은 다 공무원으로서는 희소한 B급 능력자라서야. 가만히 시키는 일만 잘하면 더 높은 자리에 올라가는 것도 시간문제일 텐데, 뭐 하러 자꾸 사서 문제를 만드는 건가?”

    “문제를 만들다니요? 문제가 해결이 안 돼서 그러는 건데?”

    한호의 목소리 톤이 높아지자 반대로 반장은 표정을 부드럽게 바꾸었다.

    그는 한호에게 걸어와 어깨에 손을 올렸다.

    “누가 자네 고충을 모르나? 여기 있는 모두가 마찬가지야. 하지만 어쩌겠나. 던전에 CCTV가 달린 것도 아니고, 그 안에서 일어나는 일을 우리들이 알 도리가 없어요.”

    “물적 증거가 없으면 정황 증거만으로도 취조를 할 수 있게 해야 되는 것 아닙니까?”

    “취조를 하면 뭐하나? 잡아넣지를 못 하는데. 게다가 저네들끼리 지지고 볶든 말든 우리랑 무슨 상관이야?”

    “네? 그게 무슨 말씀입니까?”

    한호가 눈을 부릅떴다.

    반장은 자기가 실수를 했다는 것을 깨닫고 헛기침을 했다.

    “커흠, 아무튼 너무 강하면 부러지는 법이네. 더구나 우리 같은 조직 사회에서는 모나면 깎아내는 것밖에 다른 방법이 없어.”

    그는 한호의 어깨를 살살 주물렀다.

    “자네 앞길은 탄탄대로인데 뭘 걱정하나? 나만 믿고 따라오면 내가 꽃길만 걷게 해줄게.”

    “후우~”

    한호는 결국 한숨을 내쉬었다. 이런 식으로 부딪치는 게 한두 번도 아니고, 입씨름을 해봤자 소용없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반장이 웃음을 지었다.

    “그래그래. 다 좋은 게 좋은 거잖나? 자네도 게이머 생활 접고 공직에 들어온 게 다 편하게 살자고 그런 거잖아. 인생은 가늘고 긴 게 최고네. 자네도 더 나이 들면 알게 될 거야.”

    말 같지도 않은 소리를 해대고 스스로 만족하며 반장은 사무실을 나갔다.

    “시발!”

    한호는 키보드를 머리 위로 들어 올렸다가 마음을 바꾸고 다시 내려놓았다.

    오늘 이미 책상을 부쉈는데, 키보드까지 박살 내면 정신감정을 받으라는 말까지 나올지 모른다.

    그는 책상 위에 놓여 있는 커피 잔을 들어 한 모금 마셨다. 이미 식어버린 커피지만 마음은 조금 진정되었다.

    ‘시발 놈들…….’

    그게 누구를 향해 하는 욕인지 스스로도 분간이 안 간다. 무능한 조직을 탓하는 것인지, 아니면 속만 뒤집어놓고 간 드래곤 나부랭이들 때문인지.

    ‘이름이 드래곤파워가 뭐야, 어휴. 한심한 것들.’

    그들을 참고인으로 부른 건 얼마 전 던전에서 행방불명자가 나왔기 때문이다. 그런 사건이 적지 않은 편이지만 이번엔 너무 확실한 정황이 있었다.

    팀이 같이 들어가서 한 명이 나오지 못했는데, 누구도 관리소에 보고는커녕 언급조차 하지 않았다.

    그들이 평소 사이가 나빴다는 진술도 확보한 상태였다.

    너무 뻔히 보이는 상황인데, 딱 하나 물증이 없다.

    던전에서 발생하는 사고는 늘 이런 식이다. 겉으로는 몬스터에게 희생되는 게이머의 숫자가 적어지고 있다고 말하지만, 실상 게이머 간의 범죄로 사망하는 게이머의 숫자는 빠르게 늘어나고 있었다.

    사건 해결률이 10퍼센트가 채 되지 않을 정도니까. 거의 무법지대라고 봐도 무방하다.

    더구나 한국은 던전 범죄 해결률이 특히 더 낮았다.

    초기부터 권력욕을 가진 게이머들이 로비를 적극적으로 해댔으니까. 요즘은 정치인들이 길드뿐만 아니라 개인 게이머와도 줄을 대고 있는 형편이다.

    일반인들과 게이머들의 세상이 확연하게 경계가 지어진 것도 한몫했다.

    아까 반장이 씨부린 대로 게이머는 일반인들과 다른 생명체인 것처럼 취급하는 의식이 팽배했다.

    더 이상 던전 브레이크로 민간의 안전이 위협받는 상황도 아닌 터라, 부패를 하든 말든 상관 않고 그들에게서 조금이라도 더 뽑아낼 게 없나 고심하는 상황이었다.

    ‘이러다 큰코다치지.’

    슬슬 지구상의 모든 군대를 동원해 전쟁을 해도 게이머들을 이길 수 없을 거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물론 핵무기를 사용하지 않았을 때의 가정이지만.

    일반인들은 게이머에게 독점되어 가는 돈과 권력에 대해 무감각하다.

    애초에 나와는 다른 존재들이니 그들이 돈을 많이 벌든 말든 자기와는 상관이 없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게다가 그들이 한 명이라도 더 죽으면 백만분의 일의 확률이라도 어쨌든 자기가 각성할 확률이 생긴다.

    그런 의식이 더욱 게이머 생태계를 바라보는 시선을 냉정하게 만든 것인지도 모른다.

    이한호는 B급 게이머였다. 각성한 지 올해로 5년째인 그는 처음엔 남들처럼 던전 공략을 했었다.

    꽤 수준 있는 변신형 게이머였던 덕분에 파티를 만들어 리더를 하기도 했다.

    무엇 하나 부족할 게 없었던 시절.

    그러나 문제가 촉발된 것은 어이없는 사건 하나 때문이었다.

    던전 안에서 시비가 붙었다. 몬스터를 사냥하는 중에 난입한 다른 팀이 결정석을 두고 자기네 것이라고 우겼던 것이다.

    한눈에도 질이 낮은 무리였기 때문에 한호는 재수가 없다고 생각하고 그냥 넘어가려고 했다.

    하지만 그들 쪽에서 욕을 하며 도발을 하기 시작했고, 급기야 파티 간에 무력을 사용하는 상황까지 이르게 되었다.

    싸움을 시작하고 얼마 되지 않아 깨달았다.

    함정에 빠졌다는 것을.

    겉으로는 양아치인 것처럼 굴었지만 알고 보니 상당한 실력을 감추고 있었다. 더구나 팀원들끼리 손발까지 잘 맞았다.

    어렴풋이 들었던 사실이 생각났다. 게이머가 죽으면 특별한 결정석이 나온다는 얘기. 그리고 그것을 수집하기 위해 게이머들을 사냥하는 무리가 있다는 것을.

    안 되겠다고 생각한 그는 팀원들을 후퇴시키려고 했다.

    하지만 싸움은 너무 깊숙이 얽혀 있었고, 더구나 그중에는 자신의 약혼자가 있었다.

    그녀를 구하기 위해서라도 계속 싸우는 수밖에 없었고, 결국 비극적인 상황을 맞고 말았다.

    가까스로 귀환석을 사용했을 때, 검을 든 상대 게이머가 자신을 붙잡고 있던 약혼녀의 팔을 잘라 버렸다.

    결국 밖으로 나온 것은 자기 혼자였고, 돌아갔을 때는 이미 깨끗이 자리가 정리된 후였다.

    당연히 신고를 했다.

    하지만 돌아온 대답은 증거 불충분, 관계자의 증언만으로는 죄를 물을 수 없다 등의 성의 없는 답변이었다.

    복수할 생각도 했지만 놈들을 찾는 것 자체가 불가능해 그마저도 할 수 없었다.

    절망에 빠져 지낸 일 년.

    그가 찾은 방법은 게이머를 그만두고 공무원이 되는 것이었다.

    던전 사고 처리반에 들어가 직접 놈들을 응징하는 것.

    게이머가 공무원이 되려는 사례는 거의 없다. 등급이 아주 낮고 성장 잠재력이 거의 없는 게이머의 경우 던전 관리소에서 일하기도 했지만, B등급 이상의 게이머가 공무원이 되는 일은 극히 드물었다.

    때문에 그는 어렵지 않게 원하는 부서에 들어가 빠르게 승진하여 과장 직함을 달 수 있었다.

    하지만 하는 일의 대부분은 대외 홍보를 위해 끌려 다니는 것뿐이었다.

    그나마 이 안에 들어오고 나서 깨달은 것은 조직이 얼마나 부패하고 무능한지였다.

    범인을 특정할 수 있는 사건을 그냥 넘겨 버린 게 셀 수가 없을 정도다.

    자신이 처음에 찾아서 죄를 묻겠다고 생각했던 무리도, 감히 손을 댈 수 없는 조직과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혼자 힘으로 그들을 부수는 것은 불가능하고 윗선에 알려봤자 자기만 해코지당할 확률이 높다.

    한호는 자신이 한계를 인정해야 했다.

    바깥에서 할 수 없었던 일을 안에 들어오면 할 수 있을 줄 알았는데 다를 것이 거의 없다.

    “민희야…….”

    너무 오래 복수심만 불태웠기 때문인지, 사진을 보지 않으면 약혼녀와 보낸 추억도 생각나지 않을 지경이었다.

    차가운 커피 잔을 내려놓은 그는 모니터를 응시했다.

    드래곤파워 멤버 이병수 실종 사건.

    이 건도 결국 종결짓지 못하고 미해결 사건으로 넘기게 되었다.

    사건 문서가 띄워진 창을 닫으려고 했던 그는 눈에 띄는 한 가지를 발견했다.

    동시간대 던전에 있었던 게이머들의 이름.

    시간대가 차이가 나서 피의자로는 상정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 이름 중에 유독 하나가 걸렸다.

    “조성오……?”

    사진을 띄워 보았다.

    “아…….”

    이제야 누구인지 생각이 났다. 검은산 던전에서 외국인이 죽었던 사건.

    초보 게이머에 스무 살밖에 되지 않았는데도 의연한 모습을 보여 놀랐었지.

    ‘응?’

    관련 정보를 보다 보니 뭔가가 이상했다.

    D급이 된 지 얼마 안 돼서 금방 C급이 되었다.

    그가 지난 한 달간 공략한 던전들을 보니…….

    “뭐가 이렇게 빨라?”

    공략 속도가 길드가 공략한 것만큼이나 빨랐다. 게다가 C급 게이머 몇 명이서 D급 던전을 공략하다니.

    백 퍼센트 불가능하다고 볼 수는 없어도 극히 드문 일이었다.

    ‘게다가…….’

    이 이름을 다른 곳에서도 본 것 같다. 그는 인터넷 창을 열어 포털 사이트에서 검색을 해보았다.

    조성오를 입력하자 관련기사가 쭉 하고 떴다. 미국의 유명 게이머인 노아 알렌과 한국에서 길드를 만든다고 한다.

    노아가 부길드장이고 조성오가 길드장.

    ‘이게 대체…….’

    언론은 이런저런 추측을 해대는 상황이었지만 이 일이 자기에게 다가오는 의미는 달랐다.

    자신은 직접 그를 만난 적이 있기 때문이다.

    스무 살밖에 안된 청년이 사람을 죽이고도 눈 하나 깜짝 하지 않았다.

    하지만 인성이 나쁘다거나 뭔가 숨기는 것처럼 보이지도 않았지.

    “음…….”

    그는 방금 전까지 사표를 낼까 고민하던 입장이었음을 잊고, 조성오와 관련된 정보를 진지하게 파헤치기 시작했다.

    Chapter 27 - 특수 퀘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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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 입장에서는 아라돈의 대리인을 찾는 문제가 더욱 중요해졌다.

    PHASE 2 퀘스트를 모두 달성했으므로 자연스러운 수순으로 PHASE 3 퀘스트를 확인했다.

    그런데 이번엔 뜻밖에 세 개의 퀘스트밖에 나타나지 않았다.

    [명예] - 3. 레벨 80 이상의 카오스 게이머 처치하기

    [영토] - C등급 던전 한 개 획득하기

    *특수 퀘스트 - 아라돈의 대리인을 찾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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