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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식왕 클리어러-75화 (75/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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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독식왕 : 클리어러 075화

    6

    [메인 퀘스트 ‘카오스 게이머 다섯 명 이상 처치하기’를 달성했습니다.]

    [보상으로 ‘랜덤 보상 상자(넘버링 아티팩트 전용)’을 얻었습니다.]

    데이비드 정을 죽이고 나자 반가운 메시지가 떴다.

    [레벨 60이 되었습니다. 스탯 포인트 3을 얻었습니다.]

    [기존 클래스를 진화하거나 새로운 클래스를 선택할 수 있습니다.]

    나는 미리 생각해 두었던 대로 신궁 클래스를 진화시켰다.

    [‘신궁’ 클래스가 ‘전설의 궁사’로 진화했습니다!]

    [궁술 사용 시 위력이 증가합니다.]

    [궁술 스킬 구사 시 마나양이 감소합니다.]

    [구사할 수 있는 스킬의 범위가 넓어집니다.]

    [무기술 전반에 대한 이해도가 상승했습니다.]

    [‘전설의 궁사’ 클래스의 기억이 활성화됩니다.]

    [‘전설의 궁사’ 숙련도가 최고도가 되었습니다.]

    [궁술 스킬 구사 시 원소 효과를 추가하는 것이 가능해졌습니다.]

    [추가 스킬 한 개를 얻을 수 있습니다.]

    열거된 새로운 스킬 중에서 내가 선택한 것은 ‘하트 브레이커’였다.

    [스킬 ‘하트 브레이커’를 얻었습니다.]

    [업적 초고속 클리어의 효과로 스킬의 레벨이 Max가 되었습니다.]

    ‘하트 브레이커’ 역시 ‘백 개의 창’처럼 S급 스킬이었다. 화살에 마나를 응축해 일점사를 날리는 스킬이다.

    이 기술 역시 백 개의 창처럼 정해진 마나양 없이 발동 당시 내게 남아 있는 마나로 위력을 조정할 수 있다.

    심장을 부순다는 이름처럼 적의 약점을 찾아가 강력하게 꽂히는 궁술 최고의 스킬 중 하나이다.

    [무기술을 기반으로 한 클래스 두 가지를 2차까지 진화했습니다.]

    [‘무기 숙련자’의 경지에 도달했습니다.]

    [보유 클래스와 무관하게 모든 무기에 일정 수준 이상의 숙련도를 갖게 됩니다.]

    [클래스의 기억이 활성화되어 ‘무기 숙련자’의 숙련도가 최고도가 되었습니다.]

    [모든 무기의 숙련도가 상급이 됩니다.]

    ‘드디어!’

    내가 다른 클래스를 택하지 않고 창술가와 궁사를 2차에 걸쳐 진화한 이유는 바로 이 메시지를 보기 위해서였다.

    ‘무기 숙련가’는 ‘웨펀마스터’로 가는 마지막 단계이다.

    무기 숙련가만 되어도 모든 무기 사용이 능숙해지고 일정 수준 이상의 버프를 받을 수 있다.

    당장 내게 적용할 수 있는 것은 히루도의 창을 반으로 나누어 쌍검으로 만들었을 때, 창이나 활을 사용하는 것만큼 능숙하게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이다.

    ‘좋아.’

    만족스러운 기분으로 주변을 훑었다. 피를 쏟으며 쓰러진 데이비드 정의 시체를 보고 성가시게 됐다는 생각에 눈살이 찌푸려졌다.

    던전에서 게이머끼리 살인이 일어나면 시체가 저절로 녹아서 사라진다. 하지만 이곳은 던전이 아니기 때문에 시신이 남게 될 것이었다.

    그런데…….

    나는 밑에서부터 천천히 녹고 있는 데이비드 정의 시체를 보고 깜짝 놀랐다.

    ‘뭐야, 이게?’

    마치 던전에서 그런 것처럼 그의 시신이 사라지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고 보니 아까 죽인 카오스 게이머들의 시체는 이미 없어지고 보이지 않았다.

    ‘왜지?’

    원래 게이머들이 죽으면 장소와 무관하게 녹아서 사라지는 것인데 나만 모르고 있었던 걸가?

    그럴 리는 없다.

    지금, 이 상황에서만 발생하는 특이한 현상이다.

    ‘……퀘스트와 관련이 있나?’

    내게 퀘스트를 부여한 존재는 현계와 이계 사이에 대결의 탑을 세울 정도로 절대적인 능력을 지닌 존재이다.

    게이머의 시체가 사라지게 하는 것 정도는 어려운 일이 아닐 터.

    카오스 게이머를 죽이는 것 자체가 퀘스트였으니, 귀찮은 일이 생기지 않게끔 처리를 해주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게 정답인지 아닌지는 몰라도 내게 나쁠 것이 없는 상황이었다.

    바닥에 남은 옷가지들만 챙겨서 인벤토리에 넣었다. 그러면서 회수한 부수입들.

    게이머와의 싸움으로 얻을 수 있는 가장 큰 보상은 블러드 스톤과 콜드 스톤이다.

    보상의 질적인 면을 따지자면 몬스터를 죽이는 것보다 같은 게이머를 죽이는 게 나았다.

    그렇다고 무턱대고 살인을 하고 다닐 수는 없겠지만.

    회수한 블러드 스톤과 콜드 스톤의 개수는 총 여섯 개였다. 졸개들에게서 각 하나씩 나왔고 데이비드 정에게서 두 개를 얻었다.

    두 개의 블러드 스톤 중 하나는 ‘피부강화’ 스킬로 데이비드 정에게 나온 것이었다.

    그에게 얻을 수 있는 스킬은 두 개였는데, B급 스킬인 ‘피부강화’보다는 ‘더블 고스트’가 등급도 높고 더 가치 있는 스킬이라고 할 수 있었다.

    하지만 더블 고스트가 아닌 피부강화가 나온 것이 결과적으로는 더 나았다.

    우리 파티는 다른 게이머들과 개념이 다른 능력을 사용하기 때문에 더블 고스트 스킬을 흡수할 수 있을지 분명치 않다.

    고스트형 능력자에게 팔 것이 아니라면 가지고 있어봤자 짐만 되는 물건인 것이다.

    나는 이것을 직접 흡수할까 하다가 생각을 바꾸었다.

    “수보타.”

    “네?”

    그의 몸은 아직 절반이 찌그러진 채 원상복구 되지 못했다.

    “이거 네가 흡수해.”

    수보타는 내가 내민 블러드 스톤을 두 손으로 받아 들고 되물었다.

    “이게 뭔가요, 주인님?”

    “그걸 흡수하면 네 피부가 더 단단해질 거야.”

    “네? 정말인가요?”

    반응으로 미루어 단단한 피부를 갖는 게 그에게 얼마나 큰 열망이었는지 알 수 있었다.

    솔직히 맞으면 맞는 대로 찌그러지는 수보타를 보는 내 기분도 썩 좋지 않았다.

    그렇게 시원치 않아서는 제대로 된 방패 역할을 할 수 없지 않겠는가?

    수보타는 블러드 스톤을 높이 치켜들었다.

    “피부야! 강해져라!”

    ‘뭐 하는 거야? 이놈?’

    어이없는 마음에 내심 혀를 차는데 블러드 스톤에서 빛이 터졌다.

    “오! 우왓!”

    붉은색 에너지가 수보타의 몸으로 옮겨 오고 블러드 스톤은 거무튀튀하게 바뀌었다.

    수보타의 얼굴에 경이감이 떠올랐다.

    “주, 주인님…….”

    “느껴져?”

    “네……. 이 수보타 더 강해졌나이다!”

    “잘됐네. 앞으로도 잘 부탁해.”

    내 말에 수부타의 표정이 미묘해졌다. 강한 피부를 갖게 된 것은 좋은데 앞으로도 오늘처럼 샌드백 역할을 맡게 된다면 그것은 좀 고민해 봐야 할 문제였기 때문에.

    두 번째 블러드 스톤은 매지션 능력자에게 나온 것으로 ‘힐’ 스킬을 품고 있었다.

    나는 이번에도 그것을 아린에게 주었다. 두 번째이기 때문에 아린은 익숙하게 결정석을 받아 흡수했다.

    “감사합니다, 주인님.”

    남은 네 개의 결정석은 모두 콜드 스톤.

    각각 근력 5, 민첩 4, 행운 3, 행운 2를 올릴 수 있는 스탯 스톤이다. 레벨로 따지면 4가 넘게 올라야 얻을 수 있는 스탯 포인트를 확보한 것이다.

    나는 그것들을 하나하나 차례로 흡수했다.

    ‘잊은 건 없겠지?’

    나는 방금 전까지 격전을 치른 훈련실을 휘둘러보았다.

    옷가지까지 모두 치운 까닭에 흔적은 조금도 남지 않았다.

    “깔끔한데?”

    앞으로 닥칠 후폭풍이 조금 걱정되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데이비드 정을 내버려 둘 수도 없었으니까.

    해야 할 일을 한 것에 불과하다.

    나는 NPC들과 함께 훈련실을 나왔다. 건물을 빠져나오며 다시 한 번 CCTV 교란 장치를 사용하고 마주쳤던 모든 직원에게 기억 삭제 스킬을 사용했다.

    7

    노아 알렌은 호텔 룸에서 누군가와 통화를 하고 있었다.

    “그래, 모두 제거했다고?”

    “네, 전부 다섯 명이었습니다.”

    “잘했어, 캐미. 나중에 보자.”

    “네, 부길드장님.”

    “……나 이제 부길드장 아니야. 잊었어?”

    “아, 죄송합니다.”

    “죄송할 것까지야. 그런데 어쩌면 호칭을 바꿀 필요가 없을지도 모르겠다.”

    “그건 무슨 말씀이시죠?”

    “나중에 말해줄게.”

    노아는 전화를 끊고 핸드폰을 내려놓았다. 캐미는 그가 피스&호프에서 데리고 나온 다섯 명의 게이머 중의 하나이다.

    그녀가 처리했다고 하는 것은 데이비드 정이 조성오를 살해하기 위해 동원하려 했던 행동 대원들이다.

    이래저래 한국 지부에서만 벌써 열 명이 넘는 행동 대원이 죽은 셈이다.

    카오스 게이머 닷컴 소속으로 움직이는 게이머의 숫자가 그리 많지 않다는 것을 감안하면 피스&호프 입장에서는 굉장한 손실이다.

    ‘그래도 뭐.’

    얼마 되지 않아 그 자리는 금방 채워질 것이다. 피스&호프의 시스템은 그만큼 단단하게 이루어져 있으니까.

    ‘계란으로 바위 치기지.’

    지금처럼 졸개들을 아무리 죽여봤자 니콜라스 알렌이 건재하다면, 피스&호프는 무너지지 않는 철옹성이나 다름없다.

    똑똑.

    노크 소리가 들렸다. 이 방에 자신이 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노아는 미소를 머금고 일어나 문을 열어주었다.

    “부길드장님.”

    “어서 와, 카일.”

    카일 역시 피스&호프에서 데리고 나온 다섯 명 중 하나이다. 이들의 특징은 노아를 진심으로 믿고 따른다는 사실이었다.

    노아는 부하를 대할 때도 친구를 대하듯 했다. 우정을 중시 여기는 성격이라 어느 정도 시간을 함께 보낸 부하 직원이라면 그의 인간적인 매력에 빠지곤 했다.

    두 사람은 테이블을 사이에 두고 마주 앉았다.

    노아는 눈을 빛내면서 상체를 내밀었다.

    “어땠어?”

    “그게…….”

    카일은 쉽게 입을 열지 못했다. 당시의 장면을 떠올리며 상황을 정리하는 듯 보이던 그가 이내 말했다.

    “상식에 어긋나는 장면이 너무 많아서 어떻게 말씀을 드려야 할지 모르겠네요.”

    “상식에 어긋나다니? 뭐가?”

    노아의 눈빛은 마치 어린아이처럼 반짝반짝 빛났다. 카일은 작게 한숨을 쉬고 처음부터 차근차근 말을 했다.

    “그러니까 CCTV를 교란하고 이상한 기술을 사용해서 직원을 따돌렸다는 거지? 동료 중에는 호랑이를 소환하고, 하프를 연주하는 능력자가 있었고 말이야. 나머지 한 명은 아무리 맞아도 쓰러지지 않는 맷집을 가지고 있었다고?”

    “네, 제가 본 대로만 말씀드리는 겁니다. 그리고…… 제 눈으로 보고도 믿기 힘들지만 싸움이 시작되기 전에 입고 있는 옷이 한순간에 바뀌었습니다. 한 명만 그런 것이 아니라 전부요.”

    “그건 뭐지? 옷이 바뀌게 하는 것도 스킬인가?”

    들으면 들을수록 놀라운 일뿐이었다.

    “이건 제가 잘못 본 게 분명할 텐데, 그 무한에 가까운 맷집을 가진 게이머는 나중에 쥐를 닮은 형태로 변신까지 했습니다.”

    카일을 자기가 말해 놓고도 겸연쩍은지 착잡한 표정을 지었다.

    반면 노아는 방긋 웃었다.

    “네가 잘못 보았을 리가 없지.”

    “그게…….”

    훈련실에서 데이비드 정이 달아나려 했을 때 그를 걷어찬 것은 바로 카일이었다. 그는 노아의 명령으로 조성오를 따라가 피치 못할 상황이 되면 도움을 주려고 했었다.

    결과적으로 큰 도움이 되기도 했지만 그보다 더 기억에 남는 것은 조성오 일행의 믿기 힘든 기행이었다.

    노아는 양손으로 자기 얼굴을 벅벅 문질렀다.

    “아! 역시 한국에 오길 잘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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