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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식왕 클리어러-65화 (65/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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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식왕 : 클리어러 065화

카오스 게이머 닷컴은 당장 귀화제에 집중을 했다.

한국 지부에서뿐만 아니라 본사에서도 아이템의 레시피를 알기 위해 적극적인 연구를 한 것이다.

하지만 아무리 시도를 해도 같은 아이템을 만들어낼 수 없었다.

성분은 ‘플레지킹 스팅’과 ‘플레지 허니’ 둘밖에 없는데, 똑같은 방식으로 제조해도 귀화제를 만들 수 없었다.

이러한 사실 때문에 한국 지부는 질책을 받았다. 우선 판매권 계약이 아니라 정확한 레시피를 아는 게 더 중요해졌으니까.

직접 지시를 하지 않았지만 이 경우 지부가 택할 수 있는 방법은 하나밖에 없다.

‘마음에는 안 들지만…….’

이런 방식에 노아는 대단한 거부감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피스&호프와 카오스 게이머 닷컴이 굴러가는 방식은 그랬다.

원하는 게 있으면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고 얻어냈으니까.

어쨌든 이어서 들려온 소식은 레시피를 뺏으려는 공작이 실패로 돌아갔다는 것이었다.

한국 지부에서 직접 올라온 보고는 아니다.

하지만 본사는 모든 지부에 연락책을 심어두고 있었다.

연락책을 통해 네 명의 게이머가 동원되어 돌아오지 못했다는 보고를 받았다.

이것 자체가 큰 문제는 아니다. 1차 시도가 실패했다면 2차, 3차 시도를 하면 되니까.

그렇게 진행되는 줄 알았던 일이 오늘 다른 방식의 보고로 이어졌다.

메일에는 한국 지부장이 직접 사용했다는 표현이 적혀 있었다.

황금알을 낳는 거위.

라이에 등불은 저절로 날아다니며 던전을 밝히는 아이템이라고 한다. 마치 생명이 있는 것처럼.

한국 지부는 1차 물량을 받아 곧바로 분석에 들어갔다. 그리고 이번에도 결과는 같았다.

재료는 대단치도 않은 것들이었다. 하지만 아무리 시도를 해도 같은 아이템을 만들 수 없었다.

보고 내용은 여기까지였다. 한국 지부에서 아이템을 만들지 못했다면 본사에서 하더라도 결과가 다르지 않을 것이다.

어차피 시도할 수 있는 방법은 제한적이니까.

‘내가 해도 안 되겠지.’

노아는 소파에 등을 기댔다. 그나마 남아 있던 숙취가 완전히 날아가는 기분이었다.

이런 신선한 감흥을 느껴본 것이 언제인지도 모르겠다.

‘형이 관심을 가지면 안 될 텐데.’

피스&호프의 길드장 니콜라스는 독점욕이 강한 사람이었다. 목적을 이루기 위해서는 그 어떤 일도 서슴지 않는다.

덕분에 피스&호프는 겉으로 긍정적인 이미지를 유지하면서도 이면으로는 카오스 게이머 닷컴과 같은 세계 최대의 암거래 사이트를 운영할 수 있었다.

니콜라스는 변수를 싫어한다. 그의 목표는 피스&호프, 그리고 카오스 게이머 닷컴을 세계 제일로 성장시키는 것이었다.

앞으로의 세상은 점점 더 게이머가 중심이 되어갈 테니 세계 최고 길드의 수장이 된다면 모든 것을 거머쥘 수 있다는 계산이었다.

변수가 생기면 계획에 차질이 생기고, 그것을 바로잡기 위해서는 공력이 소모된다. 그런 일이 있기 전에 변수 자체를 없애 버리는 것이 니콜라스의 방식이었다.

‘안 돼.’

노아는 턱을 쓰다듬었다. 한국 지부의 지부장이 누구인지는 모르지만 아주 적절한 표현을 썼다.

황금알을 낳는 거위.

귀화제와 라이에 등불을 제작한 자는 틀림없이 황금알을 낳는 거위다. 보고에는 나와 있지 않지만 아마 이 제작자는 지금까지보다 더 많은, 더 뛰어난 아이템들을 제조할 수 있을 것이다.

니콜라스와 달리 자신은 고착화되어가는 게이머계에 권태를 느끼고 있었다. 처음에는 무한한 가능성 때문에 가슴이 뛰었건만.

변화를 싫어하는 기득권층이 곧 이쪽 세계마저 지루한 세상 안에 편입시켜 버렸다.

노아는 턱을 찍으며 한참 생각했다.

생각에서 깨어난 그는 자신의 펜트하우스를 둘러보았다. 재산은 조 단위를 넘어가고 자신이 원하면 안지 못할 여자가 없다.

하지만…….

‘그래서 뭐?’

자신에게 그것들은 중요한 게 아니다. 자신은 이미 카오스 게이머 닷컴과 형 니콜라스가 만든 새장 안에 갇혀 버렸다.

냉정히 생각했을 때 피스&호프와 카오스 게이머 닷컴은 자신이 없어도 충분히 굴러갈 것 같았다.

‘이곳에 더 있을 필요는 없지.’

과감한 결정이지만 입가에는 오히려 미소가 떠올랐다.

2

“뭐라고? 진심이냐, 노아?”

신경질적인 인상에 단단한 체구를 가진 남자, 그가 미간을 찡그렸다.

피스&호프 본사.

넓은 길드장실에 니콜라스와 노아 두 형제가 대면하고 있었다.

“응, 내가 없어도 길드는 잘 굴러가잖아. 난 욕심나는 거 없어. 그냥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려는 것뿐이야.”

“네가 하고 싶은 일이 뭔데?”

한참 동안 형의 얼굴을 마주보던 노아는 한숨을 내쉬었다. 말하고 싶지 않지만 어차피 알려지는 것은 시간문제다.

차라리 지금 말하는 것이 후환이 적을 것이다.

“한국에 있는 새로운 개발자. 그에게 호기심이 생겨서 그래.”

“……OG 말이야?”

“응, 알고 있었네?”

“고작 그런 시답잖은 것 때문에 네가 가진 것을 모두 포기하겠다는 거냐?”

“내가 가진 거?”

노아는 피식 웃음을 지었다.

“냉정히 말하면 내 힘으로 얻은 것은 아니지. 형이 나한테 나눠준 것에 불과하잖아.”

“네가 아니면 피스&호프는 이만큼 성장할 수 없었다.”

“처음엔 그랬는지 몰라도 지금은 아니야. 길드에는 더 이상 내가 필요 없어. 형도 알잖아.”

“흠…….”

니콜라스는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보통 때는 감정의 동요를 전혀 드러내지 않는 그이지만 지금은 그러지 않을 수 없었다.

동생이 길드를 떠나겠다고 하다니. 상상도 못 했던 일이다.

형제지만 전혀 다른 성격…….

알고는 있지만 이렇게 다를 줄은 몰랐다. 자신이 동생 입장이라면 가진 것들을 절대 포기할 수 없었을 것이다.

니콜라스의 고민이 깊어졌다. 그동안 노아는 핸드폰을 꺼내어 게임을 했다.

어차피 형은 고민이 끝날 때까지 입을 열지 않을 테니까.

십 분이 지났다.

니콜라스의 입술이 무겁게 떼어졌다.

“좋다. 노아, 네 뜻대로 해라.”

“정말이야? 형?”

“대신 길드를 나가는 순간 우리는 더 이상 형제가 아니다. 네가 피스&호프에 방해가 된다면 나는 다른 자를 대하는 것과 똑같은 방식으로 너를 대할 것이다.”

“형…….”

노아는 형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그의 표정에는 한 점 흔들림이 없었다. 십 분 전보다 훨씬 냉정해진 얼굴이다.

이렇게 되면 이미 마음을 정했다는 뜻이다. 자기가 무슨 말을 하든 달라지는 것은 없다.

“알았어, 형. 나도 오늘 이후로는 형을 남이라고 생각할게.”

“네가 필요한 직원 다섯 명만 데리고 나가. 그들도 마찬가지야. 우리 길드에 적대적인 행동을 하면 뒷일을 책임지지 않겠다.”

“알았어.”

노아는 마지막에 형이라고 덧붙이려던 것을 그만두었다. 그는 몸을 일으켰다.

미소를 짓고 24년 간 혈육이었던 남자에게 인사했다.

“잘 있어.”

달칵.

문이 닫히자 니콜라스는 미간을 더욱 가늘게 좁혔다.

상상 이상이었다. 친동생이 충격적인 사실을 전했는데도 자신은 크게 감정의 동요를 느끼지 않았다.

십 분 동안 수많은 가정을 떠올려 보았다. 그리고 실상 자기에게 동생은 필요한 존재가 아니라는 결론을 내렸다.

아니, 차라리 없는 것이 낫다.

길드 내의 신망은 자신보다는 동생에게 더 몰리고 있었다.

길드의 구심점은 둘이 아니라 하나가 되어야 한다. 그리고 그것은 당연히 자신이어야 했다.

그는 동생에게 거짓말을 했다. 길드에 방해가 되면 가만있지 않겠다고 한 것.

설령 그렇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그냥 내버려 둘 생각은 없었다.

피스&길드를 여기까지 키운 것은 자신이지만 동생이 없었다면 결코 불가능했을 것이다.

노아는 자신의 가치를 과소평가하고 있다.

더욱이 그는 피스&호프의 모든 비밀을 알고 있었다. 죽이지는 않더라도 날개를 꺾어놓을 필요는 있겠지.

‘OG라고 했나?’

그는 당장 인터폰을 들어 비서에게 명령했다.

“한국 지부에 연결해.”

3

나는 티코이네 집 거실에 심각한 표정을 하고 앉아 있었다. 내 양옆에는 암젤과 아린이 앉아 있고 테이블 중앙에는 커다란 황금색 열쇠가 놓여 있다.

“뭘 그렇게 고민하는 거냐옹. 차원문인지 뭔지 열어버리면 될 거 아니냐옹.”

암젤의 말에 아린이 고개를 저었다.

“암젤, 다른 세상으로 가는 것은 절대 쉽게 생각할 문제가 아니야. 이 세상은 주인님이 원래 사시던 곳이지만, 이번엔 우리 셋 다 모르는 세상으로 갈 수도 있어. 적응하는 것은 둘째 치고 다시 돌아오지 못하면 어떻게 할래?”

아린은 아마도 지난번에 겪은 일이 트라우마가 된 모양이었다.

나도 사실 그게 마음에 걸렸다.

이 열쇠를 사용해 갈 수 있는 차원이라는 게 과연 어디일까?

가상현실 게임 공간이 나를 성장시키는 곳이었고, 그곳에서 나는 이미 정점을 찍었다.

나를 다시 그곳에 보낼 거라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아무리 생각해도 열쇠를 통해 가게 될 차원은 이제껏 경험하지 못한 새로운 곳이 될 공산이 크다.

‘선택의 여지는 없는 걸까……?’

선택의 여지. 물론 열쇠를 사용하지 않는 방법도 있다. 그냥 모른 척 살던 대로 살 수도 있겠지.

하지만 이쪽 세상에 닥친 불가사의한 일이 단순히 아무런 목적 없이 생긴 일이라고 보기는 어려웠다.

지금은 게이머들이 던전을 공략해서 나름의 균형을 유지하고 있지만 미래에는 어떤 일이 닥칠지 장담할 수 없다.

게다가 나를 각성시킨 이는 암젤을 통해 말했었다. 던전이 생긴 이유는 게이머들을 성장시키기 위해서라고.

게이머를 성장시켜서 대체 어디다 써먹으려는 걸까?

열쇠를 사용하지 않고 일주일이 지나면 나는 내가 각성하고, 퀘스트를 수행하고 있는 이유를 영영 알 수 없게 된다.

‘그건 안 되지.’

팔짱을 끼고 미간을 찡그렸다. 내가 도중에 그만둔 게임은 이제껏 하나도 없다.

타고난 게이머인 내가 고작 1단계 퀘스트만 깨고 게임을 접는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

“좋아. 가자!”

내 말에 아린이 깜짝 놀랐다.

“열쇠를 사용하실 건가요?”

“응. 아린, 미안한데 다른 선택지가 없어.”

“네……. 저도 주인님과 함께라면 어디를 가도 두렵지 않습니다. 지난번엔 주인님과 떨어져야 해서 힘들었던 거예요.”

“은근슬쩍 작업 치지 마라옹. 주인님의 본처는 나다옹.”

“본처 같은 소리 하고 있네.”

나는 테이블 위로 손을 뻗었다. 손가락 끝에 열쇠가 닿자 메시지가 나타났다.

[차원문의 열쇠를 사용하시겠습니까?]

“그래.”

[이차원의 공간에 들어가면 최소 몇 시간은 돌아올 수 없습니다. 입장하기 전에 준비를 갖출 것을 권유합니다. 정말 지금 사용하시겠습니까?]

“잠깐.”

최소 몇 시간은 돌아올 수 없다니, 그 말을 거꾸로 하면 몇 시간 뒤에는 이곳에 돌아올 수 있을 거라는 뜻이다.

나는 일단 핸드폰을 꺼내 전원을 껐다. 그리고 의상을 바꾸었다.

“피오리오.”

평상복 차림이었던 내 의상이 피오리오 세트로 바뀌었다. 눈치 빠른 NPC들이 나를 따라서 자신들도 의상을 바꿔 입었다.

맞은편에서 티코이가 불안한 얼굴로 말했다.

“저도 같이 갈까요, 주인님?”

“아니야. 몇 시간이면 돌아올 건데. 너는 전투형도 아니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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