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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식왕 클리어러-62화 (62/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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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식왕 : 클리어러 062화

9층으로 올라가자 유진이와 그녀의 동료들이 암젤과 아린을 신기한 눈으로 보고 있었다. 계단을 다 올라가자마자 의상이 바뀌어 있었다는 것도 놀랄 일이지만, 그녀들의 옷 자체가 평범하지 않았다.

둘 중에서 특히 암젤이 입은 것은 묘족의 코스프레 No.2였다.

그러니까 그 여자 경찰 의상.

‘아뿔싸.’

나는 미처 생각지 못했던 일에 이마를 찌푸렸다.

유진이는 뭔가 묻고 싶은 게 많은 눈치였지만 초면이라 말을 하지 못했다.

그녀가 고개를 돌려 나를 발견했다.

“왔니?”

내 의상을 본 그녀의 얼굴이 다시 복잡해졌다.

암젤과 아린만큼은 아니지만 피오리오 세트도 일반적인 게이머 방어구와는 거리가 있었다.

일반 게이머들의 의상이 평상복에 주안점을 두고 디자인된 의상들임에 반해, 우리가 입은 것은 가상현실 게임의 배경을 기반으로 한 것이다.

온갖 몬스터와 마법, 스킬들이 판을 치던 세상이었니까. 그곳에서는 자연스러웠을지 몰라도 현실에서는 어색한 모습인 게 당연하다.

“그 옷 어디서 산 거야?”

“인터넷에서 구입했는데, 이상해?”

“음…… 처음 보는 모양이라서. 게이머 방어구 만드는 디자이너 중에는 독특한 사람이 많다고 하던데, 요즘은 정말 다양한 물건이 나오나 보네.”

“가격이 싸서 구입했는데, 디자인이 좀 이상한가 보구나. 내가 이런 걸 잘 몰라서.”

“글쎄, 너보다는…….”

유진이의 고개가 암젤과 아린 쪽으로 돌아갔다. 두 NPC들은 저네들이 이상한 시선을 받고 있다는 것도 모르고 있었다.

유진이는 고개를 저었다.

“아무려면 어때. 빨리 가자.”

어두컴컴한 던전에는 짙은 안개가 깔려 있었다. 퀴퀴한 냄새가 곳곳에서 풍겨온다.

유진이가 걸음을 옮기며 설명했다.

“이 층에는 메티카, 카리스 두 종류의 몬스터가 나와. 알고 있니?”

“응, 게임으로 치면 좀비랑 스켈레톤 같은 몬스터들 말이지?”

“역시. 너랑은 얘기가 잘 통하는구나. 메티카나 카리스라는 이름보다 당연히 좀비, 스켈레톤이 더 쉽지. 뭐 하러 그런 어려운 이름들을 붙이나 몰라.”

몬스터들의 이름은 특별한 유형의 게이머들이 정한 것이다.

브레인형이라고 불리는 이 게이머들은 전투 능력은 전무한 반면에 몬스터나 결정석, 아이템에 대한 이해도가 높았다.

다른 게이머들이 전투에 치중된 능력을 갖게 된 대신 이들이 각성해서 얻은 능력은 높은 지능이었다.

전반적으로 머리가 좋아지기도 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특징은 보통 인간들은 모르는 지식을 갖게 된다는 것이다.

결정석이 대체 에너지로 쓰일 수 있다는 것도, 던전과 몬스터로부터 아이템을 얻을 수 있다는 것도 모두 이들을 통해 알게 된 사실이다.

브레인형 게이머들이 하는 일은 보통 아이템이나 방어구 등을 제작하는 것이었다.

비록 던전에 들어가 몬스터와 싸울 수는 없지만 이들이 올리는 수입은 전투 능력을 가진 게이머들 못지않았다.

아니, 평균적으로 보면 전투 능력자들보다 더 많은 돈을 벌었다.

던전에 들어가 위험한 일을 겪을 우려도 없다 보니, 전체 게이머들 중에 가장 편하게 수입을 올리는 유형이라고 볼 수 있었다.

브레인형 게이머들은 내 입장에서도 신기했다.

나는 가상현실 게임에서 십 년 동안 구르고 알아낸 정보를 이들은 각성과 동시에 갖게 되는 것이니까.

하지만 이들이 가진 지식의 폭은 넓지 않다.

딱 방어구나 아이템을 제작하고, 그것의 수준을 높이는 정도.

유진이는 계속 말했다.

“그래도 게임 속의 좀비나 스켈레톤보다 이놈들이 훨씬 강해. 방심은 금물이야.”

그녀의 말대로 게임 안에서 좀비나 스켈레톤은 능력이 그다지 높지 않다. 대놓고 잡몹으로 묘사되는 보통이니까.

하지만 던전 안에서 나오는 놈들은 달랐다.

레벨이 30~35 사이이고 움직임은 느리지만 높은 공격력과 방어력을 지니고 있다.

“끄으으으…….”

전방에서 저벅대는 발소리와 함께 기분 나쁜 목소리들이 들렸다.

바로 메티카가 다가오는 소리.

“물러나 있어.”

유진이가 전방으로 달려 나갔다. 자연스럽게 그녀의 동료 두 명도 따라나선다.

나는 던전에 오기 전 암젤과 아린에게 말해두었다.

오늘은 너무 눈에 띄게 행동하지 말라고.

목표는 어디까지나 던전 마스터를 사냥하기 위한 루트를 뚫는 것이다.

괜히 튀게 행동했다가는 이상한 눈길만 받게 될 테니까.

유진이는 달리면서 피부의 색깔이 바뀌었다. 그녀의 마나의 반응해 입고 있는 방어구에서도 희미한 빛이 났다.

그녀의 두 손이 허리춤에 달린 두 개의 곡도를 움켜쥐었다.

손잡이를 잡자마자 무기에도 자연스럽게 마나가 코팅된다.

‘웨펀형이라…….’

유진이의 능력은 자체로 가치가 매우 높다. 단순히 멀티 능력자라서 그런 것이라기보다는 신체 강화와 웨펀형, 두 가지 능력의 상성이 좋기 때문이다.

안개 속에서 몬스터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누더기 같은 옷을 입고 팔다리를 흐느적거리며 걸어오는 좀비들.

게이머들을 발견한 놈들이 보이는 반응은 두 가지였다.

일단 발걸음이 빨라진다. 입을 벌리고 독액을 뱉어내는 놈도 있었다.

“캬아아악!”

세 마리 중 한 마리가 토해낸 독액이 유진이를 향해 날아왔다. 그녀는 허리를 숙여 자연스럽게 그것을 피했다.

왼손의 곡도를 휘둘러 전방에 있는 좀비의 목을 가른다. 오른손의 곡도로 다시 한 번 놈의 머리통을 찍고, 180도 몸을 회전시켜 뒤에서 따라오는 좀비의 심장을 찔렀다.

“크에엑!”

물 흘러가듯 자연스러운 동작으로 두 마리 좀비에게 타격을 입힌다.

세 마리 중 마지막 한 마리는 유진이의 공격에 다리를 베이고 몸통이 기울어졌다.

유진이가 전열을 흩뜨리고 난 뒤 다음으로는 고스트형 능력자의 후속타가 이어졌다.

혜리라는 이름의 게이머는 키가 큰 여자 고스트를 소환해 냈다.

고스트는 길고 날카로운 손톱을 가지고 있었다. 까만 손톱으로 좀비의 몸통을 갈가리 파헤쳤다.

마지막은 매지션형 능력자인 현아의 몫이었다. 그녀는 빙결 계열 마법을 사용했다.

우지직-

현아가 쏟아낸 냉기가 좀비들의 발을 묶었다.

“크아아악!”

실로 오랫동안 같이 호흡을 맞춰왔다는 것을 알 수 있는 깔끔한 콤비네이션이었다.

손을 쓰는 데 전혀 망설임이 없고, 각자의 역할을 정확하게 인지하고 있다.

하지만.

“으음.”

나나 NPC들은 그 광경을 객관적인 시선으로 바라보았다.

‘이 정도군.’

나쁘지 않기는 하지만 크게 뛰어나다고 볼 수는 없는 움직임이다. 내 눈에는 쓸데없이 화려하기만 한 것처럼 보였다.

메티카는 회복력이 뛰어난 몬스터이다. 다양한 공격을 여러 번 퍼붓는 것보다 때린 데를 또 때리는 편이 나았다.

세 명이서 같은 수의 메티카를 잡는 데 약 십 분이 소요되었다.

그녀들은 자신만만한 얼굴로 우리를 돌아보았다.

‘우리만 믿어’ 하는 표정.

암젤이 내 귀에 속삭였다.

“쟤네 뭐냐옹? 지금 저거 해놓고 잘난 척하는 거냐옹?”

“그냥 넘어가.”

솔직히 유진이의 실력은 뛰어나다고 할 수 있었다. 움직임이 기민하고 레벨에서 오는 파워도 인상적이다.

하지만 같은 레벨이라고 감안했을 때 나라면 훨씬 파괴적인 모습을 보일 수 있을 것이다.

나를 논외로 하더라도 박철웅만 해도 유진이와 비슷한 레벨에 훨씬 살벌한 기세를 보였었다.

역시 싸움은 목숨을 걸고 하는 것과 편안하게 하는 것에 큰 차이가 있는 모양이다.

현실의 게이머들은 대체로 절박함과는 거리가 먼 던전 공략을 하고 있으니까.

매뉴얼대로만 하면 죽는 것은 고사하고 큰 부상을 입을 염려도 없다. 그런 환경에서 레벨이 높아지고 등급이 올라봤자 실력은 떨어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나는 결심을 했다.

원래라면 크게 눈에 띌 생각이 없었지만 막상 던전에 들어오니 몸이 달았다.

던전 마스터를 제외하면 이제껏 별 볼 일 없는 몬스터들만 상대해 왔으니까.

‘에라, 모르겠다.’

다음번 메티카들이 나타났을 때 나는 히루도의 창을 꺼내 들고 달려 나갔다.

“잠깐! 성오야!”

유진이가 깜짝 놀라 소리쳤지만 이미 나는 메티카들 앞에 바짝 가까워져 있었다.

“크르르르…….”

독액을 뿜어내려는 좀비의 입안에 창을 꽂아 넣었다.

콱-!

그 상태로 스킬을 터뜨린다.

‘건샷 스피어!’

쾅!

메티카의 머리통이 뒤통수까지 꿰뚫렸다.

“끄으으으…….”

좀비 몬스터의 난감한 점은 재생능력이 매우 뛰어나다는 점이었다.

히루도의 창 위로 끈적한 체액이 흘러내리며, 창과 함께 살갗이 들러붙으려고 했다.

그 타이밍에 다시 한 번 스킬을 터뜨렸다.

‘건샷 스피어!’

쾅-!

두 번 연속 스킬을 얻어맞은 좀비의 머리통은 절반가량 날아가 버렸다. 나는 비틀대는 메티카의 가슴팍에 다른 종류의 스킬을 쏘았다.

‘토네이도 스피어!’

퍼버버벅!

가슴이 갈가리 파헤쳐지며 첫 번째 좀비가 무너지듯 쓰러졌다.

[퀘스트 ‘메티카 한 마리 처치하기’를 달성했습니다. 보상으로 경험치 +300을 얻었습니다.]

연이어 달려오는 두 마리 좀비들.

나는 그들에게 새로 얻은 A급 스킬을 날렸다.

‘엑스 자 파동!’

번쩍!

하얗게 그어진 파동이 메티카들을 덮쳤다. 같은 타이밍에 암젤이 세 마리 퓨마를 소환했다.

“크르릉!”

갑자기 나타난 맹수 소환수들을 보고 길드원들은 기겁을 했다.

소환술을 사용하는 능력자가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매우 보기 드문 능력이었고, 알려지기로 대단한 소환술을 사용하는 것은 아니라고 했다.

비슷한 계열의 능력이라고 할 수 있는 고스트형보다 한 수 아래라고 평가받는 것이 바로 이쪽 세상의 소환술사였다.

“크릉!”

“크르릉!”

퓨마들의 레벨은 메티카들보다 높다. 좀비들은 맹수에게 벗어나지 못하고 허우적댔다.

마지막 일격은 내가 날렸다.

‘유도살!’

바자야의 활로 쏜 화살이 메티카들의 머리통을 꿰뚫어 숨을 끊어놓았다.

우리가 같은 숫자의 좀비 떼를 물리치는 데 걸린 시간은 오 분.

유진이와 동료들이 걸린 시간의 딱 절반 정도이다. 게다가 누가 보더라도 더욱 능숙하고 깔끔한 솜씨였다.

길드원들은 입을 벌린 채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잠시 후 혜리가 유진이의 옆구리를 찔렀다.

“야, 초보라고 하지 않았어?”

현아도 놀란 음성으로 말했다.

“저 여자 뭐야? 소환수로 퓨마를 소환했잖아. 경찰복으로 갈아입은 걸 봤을 때는 그냥 돌아이인 줄 알았는데.”

유진이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그녀가 성오와 던전에 들어가고자 한 것은 오랜만에 돌아온 친구와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자 하는 순수한 마음이었다.

경력도 자신이 몇 년이나 더 많으니까, 자연스럽게 그에게 몬스터를 사냥하는 노하우를 알려줄 생각도 했다.

하지만…….

‘누가 누구를 가르친다는 거야?’

성오의 움직임을 본 그녀는 어이가 없었다. 그는 마치 메티카 사냥법을 잘 아는 것처럼 능숙하게 사냥을 해냈다.

흡사 경력이 십 년 이상은 된 베테랑 게이머를 보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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