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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식왕 클리어러-60화 (60/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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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식왕 : 클리어러 060화

나 역시 D급 던전에 대해 조사를 해보지 않은 것이 아니다. 높은 던전의 등급일수록 구할 수 있는 정보가 적기는 하지만, 그래도 D급 정도면 거기 등장하는 몬스터에 대한 정보 정도는 어렵지 않게 구할 수 있다.

자체적으로 판단해 볼 때, 우리 파티원들만으로 D급 던전을 공략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라고 생각했다.

아마 중간층까지는 어떻게 버텨볼 수 있겠지만, 셋이서 꼭대기 층까지 정복하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은 일일 터다.

이런 때일수록 조급한 마음이 든다. 이미 정점을 한 번 찍어본 적이 있는 내가 그런 잡몹들에 부담감을 느끼다니.

‘어쩔 수 없이 돌아가야 하나.’

가장 쉽게 생각할 수 있는 방법은 낮은 등급의 던전을 반복 공략해서 레벨을 쌓는 것이다. 그다음에 더 등급의 던전에 도전한다.

게임을 하는 사람들이라면 모를 수가 없는 패턴이다.

‘진짜 노가다를 해야 하나?’

만약 내가 하는 것이 PC나 콘솔 게임이라면 밤을 새워서라도 밀어붙여서 레벨을 올렸겠지만 현실은 다르다.

던전을 고르고, 예약을 하고, 며칠에 걸쳐 그것을 공략한다.

생각하는 것만으로 매우 귀찮고 기운이 빠졌다.

던전에 나오는 몬스터가 모두 본 적 없는 새로운 종이라면 호기심이라도 생기겠지만 그것도 아니니.

레벨을 올리는 방법 중에 다른 것으로는 스킬 스톤과 스탯 스톤을 흡수하는 방법이 있다.

하지만 무턱대고 살인을 한다는 것도 안 될 말이다.

증거가 남기 힘들다고는 해도 너무 티 나게 행동하면 꼬리가 잡힐 테고, 게다가 그렇게 살인을 많이 하다가는 그야말로 게임과 현실의 구분이 무너지게 된다.

그렇게 행동하면 카오스 게이머들과 내가 다른 점이 무엇이겠는가?

거기까지 생각했을 때 문득 한 가지 방안이 떠올랐다.

파티원이 부족하면 충원을 하면 된다. NPC를 찾는 것은 시간이 많이 걸리기 때문에 할 수 없다고 하더라도 인간 게이머와 함께 공략하는 것이라면 단기간에도 가능하다.

며칠 전에 유진이와 했던 통화 내용이 생각났다.

같이 던전 공략을 하러 들어가자고 했었지.

나는 미소를 지었다.

‘역시 좋은 친구는 인생이 보탬이 되는구나.’

6

“뭐? D급 던전?”

내가 던전 공략을 함께 하자고 했을 때 기쁜 반응을 보였던 유진이는 이어진 말에 깜짝 놀랐다.

“왜 하필 D급 던전인데? 가벼운 마음으로 공략하려면 F급이나 E급이 낫지 않아?”

“D급에 들어가면 돈을 많이 벌 수 있잖아. 우리 어머니와 누나가 나 때문에 고생을 많이 했는데, 얼른 좋은 집으로 이사를 시켜드리고 싶어서 그래.”

“…….”

이 말은 유진이가 지금 같은 반응을 보일 때를 대비해 준비한 멘트다.

거짓말은 아니지만 개인적으로 돈은 암거래를 통해 더 많이 벌 수 있다. 집에 빚도 더 이상 없고.

예상했던 대로 그 말을 들은 유진이에게서 다른 반응이 왔다.

그녀는 머뭇대며 조심스럽게 말했다.

“미안해. 나는 네가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지 몰랐어.”

“아니야. 갑자기 무리한 말을 해서 내가 더 미안하지. 너한테 너무 부담을 줬나 보다. 그냥 네 말대로 F급이나 E급 던전 중에 골라서 들어가자.”

“아니!”

갑자기 유진이가 큰 목소리를 냈다.

“네가 아직 경험이 적어서 말하기 곤란하기는 했지만 솔직히 D급 이상은 들어가야 진짜 던전을 공략할 맛이 나긴 하지. 대신 D급 이상의 던전은 적정 인원수가 확보가 돼야 돼. 당장 동원할 수 있는 사람은 두 명 생각이 나긴 하는데, 며칠 내로 더 많은 숫자를 구할 수 있을지는 확신이 안 서서 그래.”

“그거라면 걱정 마. 내가 아는 게이머가 두 명 있으니까.”

“네가 아는 게이머?”

“지난번에 던전에 들어가서 알게 됐는데 둘 다 실력이 좋더라고. 내가 부탁하면 같이 가준다고 할 거야.”

“그래?”

유진이의 음색에 조금 못마땅한 기색이 묻어났다.

“전에는 너 솔플이 좋다고 했잖아 우리 길드에는 들어오고 싶지 않다고 했으면서 다른 게이머들하고 사귄 거야?”

“……그냥 우연히 알게 돼서 대화만 조금 나눴을 뿐이야. 당분간 일정이 없다는 말을 들은 것 같아서 부탁하면 되겠다 싶은 거지.”

“그래……. 여섯 명 정보면 충분히 할 만하지. 대신 시간 문제가 좀 걸리기는 하는데, D급 던전을 공략하려면 최소 일주일 이상은 걸리는 거 알지? 어떻게 할 거야? 초반 다섯 개 층 정도만 공략해도 어느 정도 수입은 나올 텐데.”

거기까지는 생각지 못했다.

초반 다섯 개 층이라면 당연히 내게는 의미가 없다.

내 목표는 어디까지나 던전 마스터를 물리치고 차원문의 열쇠를 사용할 조건을 달성하는 거니까.

“초반 다섯 개 층 말고 후반 다섯 개 층은 안 될까?”

내가 이렇게 묻는 것은 믿는 구석이 있기 때문이다.

던전을 공략할 때 파티원 중 절반 이상이 해당 던전의 층을 공략한 경험이 있으면 파티원 전원이 세이브 존으로 이동할 수 있다.

우리 쪽 세 명, 유진이 쪽 세 명이라고 하면 우리는 경험이 없더라도 유진이 쪽 인원들만 경험이 있으면, 단번에 워프하는 것이 가능하다.

물론 이것은 유진이가 동원한다는 게이머들이 같은 길드원이라는 가정에서 하는 이야기였다.

웬만한 길드라면 당연히 D급 던전은 공략한 경험이 있을 테니까.

“나는 상관없지만 네가 괜찮겠어? D급 던전부터는 그 전 단계보다 차이가 많이 나는데.”

“괜찮아. 내 성격 알잖아, 도전 정신 투철한 거.”

“하하.”

유진이는 고민 없이 대답했다.

“좋아. 그럼 그렇게 알고 내 친구들한테도 얘기할게. 예약도 내가 할 테니까 너는 날짜 맞춰서 준비만 잘해.”

“고마워, 유진아.”

“뭘, 너랑 던전 들어갈 생각하니까 나도 신나는데.”

유진이의 마지막 말이 내 입가에 자연스러운 미소를 짓게 했다.

7

D급 던전 공략 날짜는 수요일로 잡혔다. 수요일부터 금요일까지 3일에 걸쳐서 세 개 층을 공략한다는 계획이다.

전화로 얘기할 때는 다섯 개 층을 공략하자고 했지만 아무래도 그러면 너무 본격적이라 부담이 될 수 있었다.

길드원들은 합동 공략을 할 때와 개인 스케줄을 소화하는 기간이 따로 있는데, 합동 공략이 잡히지 않은 기간에 너무 무리를 하면 컨디션을 유지하기가 힘들었다.

내 입장에서는 부탁을 들어준 유진이와 그녀의 길드원들이 고마울 따름이다.

남은 기간은 던전 관리를 하면서 보냈다.

코어는 크게 신경을 쓰지 않아도 혼자 알아서 균형을 잘 유지했다. 오히려 건드리지 않는 게 균형 유지를 위한 최상의 방책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다만 암거래 상점 관리를 위해서는 직접 아이템을 공수해 와야 했다.

상점 규모를 크게 만들지 않은 것은 잘한 일이었다. 안 그랬다면 종일 이 일에만 매달려야 했을 테니까.

카오스 게이머 닷컴에서 연락이 와서 새로운 상품의 우선 판매권 계약을 맺었다.

계약은 전처럼 구두로 하고 선금을 받는 식으로 이루어졌다.

가급적 PHASE 2 메인 퀘스트가 시작될 때까지 미루어서 ‘부’ 퀘스트를 달성하는 데 활용하고 싶었지만, 사정이 이렇게 되었으니 어쩔 수 없는 일이다.

계약 내용은 리에고 등불 100개를 제공하고 30억을 받는 것이었다.

플레지킹 스팅보다 10억의 금액이 더 많아지게 된 것이다.

단순히 생각하면 리에고 등불은 필수가 아닌 아이템처럼 보일 수 있지만, 다른 의미에서는 플레지킹 스팅보다 활용도가 높은 아이템이라고 볼 수 있었다.

그렇게 만든 데에는 티코이의 놀라운 능력이 큰 역할을 했다.

그가 가진 스킬 중 하나인 ‘업그레이드’는 비단 장비를 업그레이드하는 데만 사용되는 게 아니었다.

‘리에고 등불’은 사용 제한 시간이라는 단점이 있는데, 그것을 보완해 내는 데 성공했다.

발상은 이차원의 주머니에서 시작되었다.

리에고 등불은 이차원의 주머니에 있는 동안은 생명력을 소모하지 않는다.

거기 더해 티코이는 리에고 등불이 이차원의 주머니에 있는 동안 생명력을 회복할 수 있는 기술을 발명했다.

그것은 가상현실 게임 안에서도 절대 상상할 수 없었던 획기적인 것이었다. 나는 새삼 게임 안에 있을 때 그를 파티에서 내쳤던 사실을 후회했다.

이렇게 유능한 녀석인 줄 알았으면 절대 그런 일이 없었을 텐데.

덕분에 사용 시간이라는 치명적인 약점을 가지고 있던 리에고 등불은 반영구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아이템이 되었다.

등불의 성능을 확인한 데이비드 정은 매우 기뻐했고 협상의 줄다리기를 길게 가져갈 것도 없이 30억의 가격에 우선 판매권 계약을 맺게 되었다.

이로써 내 통장의 잔액은 70억 가까이로 불어났다.

전에 F급 던전을 공략하고 얻었던 결정석은 던전 관리소와 거래하지 않았다.

티코이가 혼자서 했던 방식대로 시세 차익을 이용해 판매를 하기로 한 것이다.

지난번 던전에서의 일을 통해 던전 관리소와 국가 시스템이라는 것이 믿을 것이 못 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시세 차익을 이용해 판매를 하자 던전 관리소를 통하는 것보다 최소 10퍼센트 이상의 수익을 더 얻을 수 있었다.

이런 방법이 있는데도 게이머들이 이용하지 않는 것은 단지 모르기 때문이었다.

국가에서는 이런 방법이 있다는 것을 최대한 감추려고 한다.

기업들 또한 국가와 마찬가지 입장이니 대다수 게이머가 단순히 던전 관리소만 이용하는 것이다.

물론 시세 차익을 크게 만든 데에는 티코이의 대단한 분석 능력이 발휘되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완성됐습니다.”

티코이가 업그레이드를 마친 모르돈 세트와 히루도의 창을 가져왔다.

겉으로 보기에도 장비의 위용이 몰라보게 달라졌다.

[히루도의 창+(쌍검 변용 가능)]

등급 : 유니크

효과 : 근력 +30, 체력 +25, 민첩 +25, 창을 이용한 스킬 사용 시 마나 증폭 +75%, 검을 이용한 스킬 사용 시 마나 증폭 +70%

찌르기 효과 ×250%, 베기 효과 ×210%

부가 효과 : 원소 저항 +70%, 크리티컬 확률 +13%

[모르돈의 팔찌+]

등급 : 레어

효과 : 민첩 +9, 행운 +7, 마법 스킬 사용 시 마나 증폭 +12%, 마법 스킬 사용 시 쿨타임 -11%

[모르돈의 신발+]

등급 : 레어

효과 : 민첩 +9, 행운 +7, 마법 스킬 사용 시 마나 증폭 +12%, 쿨타임 감소 -11%

[모르돈의 바지+]

등급 : 레어

효과 : 체력 +7, 행운 +6, 마법 스킬 사용 시 마나 증폭 +11%, 마법 스킬 위력 증가 ×130%

[모르돈의 로브+]

등급 : 레어

효과 : 체력 +10, 행운 +10, 마법 스킬 사용 시 마나 증폭 +18%, 마법 스킬 위력 증가 ×130%

세트 효과 : 마법 스킬 사용 시 마나소모량 -25%, 마법 스킬 위력 +20%, 마법 관련 직업 숙련도 증가 속도 +40%

전처럼 30퍼센트 정도 성능이 향상되었다. 아린 또한 강화된 자신의 하프와 방어구를 보고 대단히 기뻐했다.

“와! 이렇게 느낌이 좋은 장비는 처음이에요!”

아린은 더 좋다는 표현으로 ‘느낌이 좋다’고 했다.

당연히 그녀 역시 지금 가지고 있는 장비보다 훨씬 좋은 물건을 사용한 경험이 많다.

다만 티코이의 손을 거친 장비들은 단순히 성능만 업그레이드한 것이 아니라, 사용자에 맞추어 적합도까지 올려놓았다.

나만 해도 그가 손을 본 방어구를 착용하고 무기를 손에 들면 마치 맞춤옷처럼 만족감을 느꼈다.

방어구에는 대개 전에 사용했던 NPC의 이름이 붙는데, 그것은 곧 그들에게 맞춰졌던 장비라는 뜻이다.

그런 장비를 티코이는 우리에게 맞추어 재창조를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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