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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식왕 클리어러-58화 (58/245)
  • # 58

    독식왕 : 클리어러 058화

    화악-

    [모르돈의 팔찌를 얻었습니다.]

    [모르돈의 신발을 얻었습니다.]

    [모르돈의 바지를 얻었습니다.]

    [모르돈의 로브를 얻었습니다.]

    [모르돈 세트를 완성했습니다!]

    [세트 효과가 발동합니다!]

    [마법 스킬 사용 시 마나 소모량이 20퍼센트 감소합니다.]

    [마법 스킬의 위력이 15퍼센트 증가합니다.]

    [마법 관련 직업 숙련도 증가 속도가 30퍼센트 빨라집니다.]

    “와…….”

    나는 메시지를 보고 놀랐다. 마치 마음을 읽은 것처럼 원하는 보상이 나왔기 때문이다.

    지금 내가 가지고 있는 방어구는 피오리오 세트, 아르바난 세트 두 가지이다.

    둘 다 히든 클래스를 달성하고 얻은 방어구지만 솔직히 성능은 그리 좋다고 볼 수 없었다.

    다만 현재 레벨을 감안했을 때 나쁘지 않은 정도이다.

    근거리, 원거리 전투 계열 방어구는 갖췄다 하더라도 마법 스킬을 사용하기 위한 방어구는 없었다.

    원래라면 여유 있게 생각해도 되는 문제지만, 얼마 전 ‘검은 소환술사’ 클래스를 얻고 나서 사정이 바뀌었다.

    소환술사도 넓은 의미에서 보면 마법사 관련 클래스니까.

    그런 생각을 하는 중이었는데 모르돈 세트가 나왔다.

    가상현실 게임 공간에서도 꽤 오랫동안 유용하게 사용한 적이 있는 방어구였으므로 이름만 보고도 반가운 마음이 들었다.

    [모르돈의 팔찌]

    등급 : 레어

    효과 : 민첩 +7, 행운 +5, 마법 스킬 사용 시 마나 증폭 +10%, 마법 스킬 사용 시 쿨타임 -10%

    비고 : 모르돈은 역사상 가장 위대한 마법사를 언급할 때 빠지지 않고 거론되는 인물이다. 화려하고 다양한 마법 스킬을 보유한 마법사는 아니지만, 몇 안 되는 스킬을 최고 수준까지 끌어올려 다른 마법사들과는 차별되는 업적을 이루었다.

    그가 사용한 장비도 주인의 성격을 닮았다. 한 번 제작하면 수십 년 동안 바꾸지 않았기 때문에 단순하지만 깊은 멋이 깃든 것으로 유명하다.

    [모르돈의 신발]

    등급 : 레어

    효과 : 민첩 +8, 행운 +5, 마법 스킬 사용 시 마나 증폭 +10%, 쿨타임 감소 -10%

    [모르돈의 바지]

    등급 : 레어

    효과 : 체력 +5, 행운 +5, 마법 스킬 사용 시 마나 증폭 +8%, 마법 스킬 위력 증가 ×110%

    [모르돈의 로브]

    등급 : 레어

    효과 : 체력 +8, 행운 +8, 마법 스킬 사용 시 마나 증폭 +15%, 마법 스킬 위력 증가 ×110%

    마법사 전용 장비의 특징은 전반적으로 행운 스탯을 많이 올려준다는 것이다. 행운은 무형적인 요소이기는 하지만 게임 진행에 있어 오히려 다른 스탯보다 큰 역할을 할 때가 많다.

    나는 만족스러운 기분으로 심플하고 고급스러운 디자인의 모르돈 세트를 감상했다. 가상현실 게임 안에서 오래 사용했던 장비라 하더라도 그것을 현실에서 다시 보는 기분은 색달랐다.

    며칠 내 던전에 들어갈 일은 없을 테니 티코이에게 업그레이드를 맡기는 게 좋겠다고 생각했다. 히루도의 창도 함께.

    티코이는 여전히 고심에 빠진 얼굴이었다. 가끔 뭔가가 생각난 듯 키보드를 두드려 댔다.

    아직 말을 걸 상황은 아닌 것 같아 나는 내 할 일을 계속했다.

    새로 얻은 아이템 중 아직 확인하지 않은 것은 이제 하나밖에 남지 않았다. 동시에 가장 미스터리한 물건이기도 했다.

    차원문의 열쇠.

    아무리 기억을 더듬어도 같은 아이템을 본 기억이 없다.

    인벤토리에 들어 있는 것은 말 그대로 황금색의 커다란 열쇠였다.

    느낌이지만 이것이 실제 문이나 상자를 여는 데 사용될 것 같지는 않았다.

    상당수 아이템이 그런 것처럼 열쇠라는 것도 상징적인 의미가 아닐까?

    ‘차원문이라니, 어떤 차원으로 간다는 거지?’

    내가 떠올릴 수 있는 단 한 가지 가능성은 바로 가상현실 게임 공간이다. 그곳이 내가 상상할 수 있는 유일한 ‘다른 세상’이기 때문이다.

    ‘잠깐…….’

    나는 생각을 한 단계 넓혀보았다. 세상에 각성자는 나 하나가 아니다. 자그마치 이십만 명이나 되는 각성자가 있다.

    나는 가상현실 게임 시스템을 통해 각성하고 아직도 그 영향력 안에 있지만, 다른 각성자들은 대체 뭘까.

    애초에 나를 각성시킨 이와 다른 게이머들을 각성시킨 이가 같은 존재이기는 한 걸까?

    인간을 각성시킨 존재가 유일하다면 그 방식이 서로 다르다는 것을 이해할 수 없고 성향이 오더와 카오스로 나누어진다는 것도 설명하기 어렵다.

    그렇다면…….

    나는 새삼스러운 눈으로 열쇠를 보았다.

    차원문이라는 것이 가상현실 게임 공간이 아닌 제3의 공간과 연결되는 문이라고 한다면, 그곳에 나나 다른 게이머들을 각성시킨 존재들이 있다고 한다면…….

    이 열쇠를 통해 보다 큰 비밀에 접근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생각을 하다 보니 자꾸 내 추론이 맞을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다. 메인 퀘스트 PHASE 1을 완수하고 나서 얻은 아이템이라는 점이 그런 의심을 더욱 부추긴다.

    나는 마른침을 삼키고 열쇠를 꺼냈다.

    열쇠는 인벤토리에서 나오자마자 환한 빛을 발산했다.

    동시에 메시지가 떠올랐다.

    [‘차원문의 열쇠’를 사용하려면 특정 조건을 충족해야 합니다.]

    [조건: D급 던전의 던전 마스터 한 마리 이상 물리치기(파티원 조력 허용)]

    ‘D급 던전?’

    어이가 없었다. 이 보상을 얻기 위해 다섯 개나 되는 메인 퀘스트를 달성했는데, 이제 와서 또 조건을 추가하다니.

    “쳇.”

    그래도 어쩌겠는가? 상대는 말이 통하지 않는 시스템이다.

    진행이 너무 쉽게만 이루어져도 오히려 이상한 일일 테고.

    열쇠를 다시 인벤토리에 집어넣는데, 때마침 티코이가 내 쪽을 보고 말했다.

    “주인님.”

    “응? 방법이 생각났어?”

    “네, 좋은 방법인지는 모르겠지만, 아마도 유일한 방법이 아닐까 싶습니다.”

    유일한이라는 말은 대개 불길하게 들리게 마련이지만, 지금은 이것저것 따질 때가 아니다.

    한 가지라도 방법이 있다는 게 어딘가?

    “그게 뭔데?”

    “정면 돌파를 하는 겁니다. 가만있으면 상대는 계속 자신들의 지위를 이용해 우리를 압박하려 들 테니까요. 다음번에 자객을 보낼 때는 더 철저하게 나올 겁니다. 그러면 우리는 막을 도리가 없을 거고요.”

    “그렇겠지.”

    자그마치 세계 3대 길드니까. 동원할 수 있는 인력은 넘쳐 날 것이다.

    게다가 놈들의 영향력은 던전 관리소에까지 미칠 정도다.

    나는 티코이에게 계획을 들었다. 단순한 작전이지만 그래서 더 알아듣기 쉬웠다.

    솔직히 내 생각에도 이것 말고는 다른 수가 없을 것 같았다.

    티코이가 걱정스러운 얼굴로 물었다.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방법을 마련하느라 고생했어. 하자. 놈의 스케줄을 알아냈다고 했지?”

    “네, 그쪽 길드 데이터를 해킹해서 알아냈습니다.”

    별것 아니라는 식으로 이야기했지만 나는 그것이 보통 기술로 가능한 일이 아니라는 것을 알았다.

    길드의 데이터망에 침투해 정보를 빼내다니.

    그것도 지부장의 스케줄이라고 하면 꽤 중요한 정보일 텐데.

    티코이는 화면에 띄운 스케줄 표를 내게 보여주었다.

    “오늘 오후에는 길드에 있다는 거네? 잘됐네. 시간 끌 것 없겠어.”

    “네? 오늘 가실 겁니까?”

    “오래 끈다고 뾰족한 수가 나오는 건 아니잖아. 언제 가든 마찬가지니까, 빨리 할수록 좋지.”

    “네……. 알겠습니다. 조심하십시오, 주인님.”

    “걱정 마. 네 말대로라면 놈은 날 해코지하지 못할 거야.”

    대화를 마친 나는 화제를 바꾸었다.

    “그건 그렇고 장비 업그레이드 좀 해줄래? 마법사 세트를 새로 얻었거든. 하는 김에 창도 손봐주면 고맙겠고.”

    “그런 거라면 언제든지 맡겨주십시오.”

    “아린의 갑옷과 하프도 업그레이드해 줘. 당장은 던전에 들어갈 일이 없으니까 이틈에 해둬야지.”

    “아린의 장비라면 벌써 작업에 들어갔습니다.”

    “그래?”

    마지막으로 나눈 이야기는 차원문의 열쇠에 대한 것이었다.

    내 생각을 이야기하자 티코이가 고개를 끄덕였다.

    “일리가 있습니다. 만약 주인님 말씀이 맞다고 하면 굉장한 일이겠네요. 아직 이쪽 세상에 비밀의 근원에 접근한 사람은 없으니까요. 그 아이템을 통해 많은 것을 알 수 있을지 모릅니다.”

    “그랬으면 좋겠다.”

    3

    피스&호프 길드장실.

    데이비드 정은 심각한 얼굴로 자신의 핸드폰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벌써 몇 번이나 통화를 시도했지만 신호가 가지 않았다.

    던전 관리소의 말에 따르면 밖으로 나온 것은 조성오와 고양이 한 마리뿐이었다고 한다.

    ‘내가 너무 쉽게 봤군.’

    데이비드 정은 자신의 실수를 인정했다. 그렇다고 후회를 하는 것은 아니었다.

    박철웅은 비록 자신이 직접 발탁한 인물이기는 하지만 어차피 그도 소모품일 뿐이다. 다른 것보다 조금 나은 수준의 소모품.

    ‘C급이라는데……. 뭔가가 더 있는 건가?’

    국가에서 수집하는 게이머 정보는 그리 믿을 만한 것이 못된다. 애초에 게이머의 등급을 몇 단계로 나눈다는 것 자체가 유치한 짓이니까.

    게이머들의 능력은 그렇게 간단히 나타낼 수 있는 게 아니다.

    그들의 생리에 대해 가장 많은 정보를 가지고 있는 것이 바로 카오스 게이머 닷컴이었다.

    자신은 누구보다 그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데이비드 정은 조성오의 정보를 다시 한 번 살펴보았다. 특별할 것 없는 몇 줄짜리 정보 중에 눈에 띄는 한 가지가 있었다.

    게이머로 인증 받은 뒤, D급에서 C급으로 오른 기간이 비정상적으로 짧다는 사실.

    만약 각성했을 때 능력이 C급 수준이었다고 한다면 그때 결과치가 이미 그렇게 나왔을 것이다.

    다른 때 같은 정보를 보았다면 던전 관리소의 공무원이 실수를 했을 거라고 생각했을 터다. 드물기는 해도 그런 경우가 아주 없는 것은 아니니까.

    하지만 박철웅을 포함해 네 명의 게이머를 해치운 사실을 생각하면 쉽게 넘어갈 수 없는 문제였다.

    박철웅은 꽤 기민한 인물이었다. 만약 자신이 못 이길 상대였다면 처음부터 그렇게 보고했을 터. 자존심이 세기는 해도 그게 목숨보다 중요하지 않다는 것을 아는 인물이니까.

    ‘뭔가 있어.’

    이렇게 된 이상 택할 수 있는 선택지는 많지 않다.

    예상과 조금 다르긴 하지만 결과까지 달라지지는 않을 것이다.

    조성오라는 놈이 상대를 잘못 택한 것이다.

    레시피를 넘겨주고 싶지 않은 마음은 이해하지만 상대를 봐 가면서 고집을 부렸어야지.

    피스&호프는 그가 어디로 가든, 어디로 숨든지 간에 찾아낼 수 있는 정보망이 있다.

    핸드폰을 주머니에 넣는데, 테이블 위의 인터폰이 울렸다.

    그는 여유 있게 수화기를 집어 들었다.

    “네.”

    “손님이 찾아오셨습니다. 약속은 하지 않았다고 하는데 너무 막무가내라서요.”

    “손님이요?”

    “조성오라고 이름을 말하면 아실 거라던데, 어떻게 할까요?”

    데이비드 정은 깜짝 놀랐다.

    그는 방금까지 자신이 보고 있던 태블릿 화면을 노려보았다.

    그곳에 띄워진 사진과 이름.

    저절로 어금니를 깨물게 된다.

    “지부장님?”

    “제가 아는 분입니다. 이쪽으로 모시세요.”

    “네.”

    몇 분 지나지 않아 노크 소리가 들렸다.

    문을 연 것은 비서였고, 그 뒤로 젊은 남자 하나가 따라 들어왔다. 얼굴을 보니 더 확실해졌다.

    조성오, 그가 확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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