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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식왕 클리어러-45화 (45/245)

# 45

독식왕 : 클리어러 045화

다른 부분은 ‘30억 벌기’ 퀘스트와 크게 다르지 않으니 그런가 보다 했다. 하지만 내 시선을 사로잡은 것은 아래쪽에 적혀 있는 보상이었다.

히든 클래스.

십 년 동안 갇혀 있었던 가상현실 게임에도 숨겨진 클래스가 존재했다. 그리고 이것들은 일반 클래스보다 훨씬 뛰어난 성능을 자랑했다.

게임 후반부를 진행하는 동안 그나마 덜 지루할 수 있었던 이유가 바로 이 히든 클래스를 찾아다녔기 때문이다.

조건을 알기도 어렵고 설령 안다고 하더라도 달성하기가 결코 쉽지 않았기 때문에 현실로 돌아오기 직전까지도 모든 클래스를 찾아내지 못했다.

솔직히 내가 놓친 히든 클래스가 몇 개인지 아직도 모른다.

그런 획득하기 힘든 클래스를, 단순히 퀘스트를 달성하는 것만으로 손에 넣을 수 있다니!

다시 한 번 의심을 하게 된다.

이런 보상을 걸 정도면 나를 각성시킨 이는 내가 꼭 퀘스트를 달성해 주었으면 하는 마음이 있다는 것이다.

퀘스트를 하나라도 실패하면 항목이 지워진다고 하는 것도 그만큼 퀘스트 달성을 종용하는 의미이리라.

그가 누구든 내 심리를 정확하게 꿰뚫어 보고 있었다.

‘흠.’

복잡한 마음으로 퀘스트 창을 들여다보고 있을 때, 갑자기 티코이가 외쳤다.

“주인님! 방금 상품이 판매되었습니다.”

“그래?”

나는 얼른 티코이의 옆으로 가서 모니터를 들여다보았다.

아까까지만 해도 한 자리 수였던 방문객 수가 빠르게 늘고 있었다.

티코이가 나를 올려다보고 말했다.

“주인님이 저를 E급 던전의 마스터로 만들어주셨으니 내일 당장 그곳에 들어가 보겠습니다. F급 던전보다 쓸 만한 아이템이 많을 테니까요.”

“그래. 같이 가 보자, 티코이.”

“저, 그리고 괜찮다면…….”

“응?”

“E급 던전에도 연구실을 만들어도 될까요? 던전의 환경을 연구하는 일이 제 성장에 도움이 될지 모르니까요.”

“물론이지. 하고 싶은 대로 해.”

“고맙습니다, 주인님.”

티코이가 여우 귀를 쫑긋거리며 기뻐했다.

2

나는 예약 사이트에 들어가 세 번째 NPC가 있을 가능성이 큰 던전의 상황을 알아보았다.

다행히 다음 주에 이틀, 자리가 비어 있다.

F급 던전이니까 3일 이상을 할애해서 공략할 필요는 없었다. 나는 누가 그 자리를 낚아채기 전에 얼른 예약을 했다.

카오스 게이머 닷컴 상점의 방문객 수는 하루가 다르게 늘어났다. 티코이의 말로는 암거래를 하는 소비자들이 정보교환에 적극적이라 게시판을 중심으로 천천히 소문이 퍼지고 있는 것 같다고 했다.

문의를 해오는 메시지에 적힌 문자는 한국어가 대부분이었다.

이 점은 우리로서도 다행이다. 외국의 누군지도 모를 고객들에게 판매를 하는 것보다 한국 고객을 상대로 거래를 하는 편이 나았으므로.

이왕이면 우리 측 신분은 감춘 채로 상대가 누구인지 알면 더욱 좋다.

상품의 판매 현황을 모니터링 하던 중에 반가운 일이 있었다. 바로 E급 던전을 공략한 정산금이 입금된 것!

퀘스트 달성 조건에는 지금까지 입금된 금액은 제외한다는 조항이 있었다.

E급 던전 공략 정산이 늦어진 것이 결과적으로 도움이 된 셈이다.

늦어서 죄송하다는 말로 시작된 문자의 마지막에는 세후 정산 총액이 적혀 있었다.

3억 1천만 원.

F급 던전 정산금보다는 많을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했지만 무려 그 세 배에 달하는 액수였다.

덕분에 얻어야 할 수입의 부담감이 크게 줄었다.

암거래의 장점은 판매금액이 선입금 된다는 것이다. 만약 배송하는 데도 시간을 소요했다면 절대 기한 안에 퀘스트를 완수할 수 없었을 터다.

확정되는 거래가 많아질수록 통장의 입금액도 차곡차곡 늘어났다.

드디어 기한의 마지막 날.

나는 입안이 마를 정도로 초조해졌다.

지금까지 통장에 찍힌 금액은 29억 초반대. 벌써 몇 시간째 이 이상 수입이 늘지 않고 있었다.

내 시선은 저절로 경매로 올려놓은 상품 쪽으로 향했다.

추그니다킹의 뿔.

처음 판매를 시작하면서 가장 기대를 많이 한 상품이다. 하지만 그런 것과 무관하게 입찰은 거의 이루어지지 않고 있었다.

물론 방문객들이 이 상품에 관심을 갖지 않는 것은 아니다. 여러 나라의 언어로 쓰인 댓글에는 상품의 완성도에 감탄하는 내용이 많았다. 하지만 관심도와 비교해 참여율은 현저하게 낮다.

안타깝게도 우리 상점에 올라온 추그니다킹 뿔은 너무 완벽한 물건이라는 이유로 판매가 되지 않고 있었다.

추그니다 킹 뿔을 원하는 대다수의 고객은 가공을 하려는 업자들인데 쓸데없이 비싼 재료보다 차라리 저가의 뿔을 구입하는 것이 낫다고 판단한 것이다.

‘경매로 올리지 말았어야 했나?’

이 와중에도 멈추지 않고 흐르는 시간을 긴장된 마음으로 바라보고 있을 때였다.

티코이가 갑자기 기함을 토해냈다.

“주인님! 팔렸습니다!”

그 음색이 평소보다 밝아서 나는 반사적으로 물었다.

“뭐가 팔렸는데?”

“추그니다킹 뿔입니다!”

“뭐?”

나는 깜짝 놀라 모니터를 들여다보았다.

이제까지 상품의 입찰자는 대부분 얼토당토않은 가격만 제시해 놓고 있었다.

입찰자가 적다는 것을 알고 요행 삼아 적은 금액을 적어놓은 것이다.

새로운 입찰자는 없었다. 새로고침을 해보아도 마찬가지다.

“아닌데?”

“메일로 문의가 왔습니다. 경매를 취소하고 즉시 자신에게 팔아 달라고요.”

“그래? 얼마 준다는데?”

티코이가 고개를 들고 웃음이 가득한 얼굴로 말했다.

“오십만 달러입니다!”

“뭐?”

“상대는 카오스 게이머 닷컴 내에서도 큰손으로 유명한 컨슈머입니다. 알아보았는데 중동 거부라는 설이 유력합니다.”

“그래? 장난은 아니라는 거지?”

“물건이 아주 마음에 든 모양입니다. 대금은 바로 입금하겠다면서 빨리 팔아 달라고 재촉하고 있습니다.”

“고객이 원하는 대로 해드려야지!”

흥정을 할 수도 있지만 지금 상황에서는 안 될 말이었다. 가격을 올렸다가 구매 철수를 하면 곤란하니까.

내 시선은 자연스럽게 모니터 우측 하단의 시계로 향했다.

남은 시간은 불과 1시간 20여 분 가량.

티코이는 추그니다킹 뿔의 경매를 취소했다. 참가자들이 불만을 가질 테지만 그걸 신경 쓸 여력은 없었다. 어차피 요행을 노리는 양심 없는 사람들 아닌가?

상품 구입 고객은 바로 감사 인사를 전해 왔다. 메일에는 앞으로도 같은 상품을 더 구입할 용의가 있다고 적혀 있었다.

선물용과 장식용으로 쓸 거라나?

나는 넓은 거실에 걸려 있는 추그니다킹 뿔을 상상해 보았다.

그림이 나쁘지 않다.

되레 이 정도 멋들어진 물건이 가공 목적으로 쓰이면 아깝지.

대금은 바로 입금이 되었다

이로써 최종적으로 통장에 찍힌 금액은 34억 5천만 원이 되었다.

[메인 퀘스트 ‘30억 벌기’를 완료했습니다.]

[보상으로 ‘랜덤 보상 상자(유니크급 장비 제한)’을 얻었습니다.]

나는 가슴을 쓸어내렸다.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당장 인벤토리를 열었다.

인벤토리 안에는 보상으로 들어온 비까번쩍한 보물 상자가 있었다. 나는 그것을 신중하게 두 손으로 꺼냈다.

크기가 크거나 무거운 것은 아니다.

다만 아이템의 중요성을 감안하면 자연스럽게 태도가 조심스러워졌다.

‘가상현실 게임 안에 있을 때는 레전드 장비 아니면 거들떠보지도 않았는데.’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는 입장이다 보니 유니크급이라고 해도 크게 기대가 되었다.

무엇이 나오든 지금 내 수준보다 훨씬 좋은 물건일 터.

두근두근.

지체 없이 상자를 열려고 했다가 잠시 멈칫 했다.

‘큰일 날 뻔했네.’

이럴 때 쓰라고 있는 스킬이 있는데.

‘랜덤’이 붙은 아이템을 사용하는데 당연히 행운이 필요하다.

‘로또!’

스킬을 사용하자 몸 안에서 마나가 뭉텅이로 빠져나가는 느낌이 들었다.

익숙한 일련의 과정이 지나간 뒤,

[축하합니다! 로또 3등에 당첨되었습니다! 당첨자의 모든 스탯이 1분간 150퍼센트 상향됩니다.]

“뭐?”

나는 어안이 벙벙해졌다.

‘3등?’

이제껏 스킬을 사용하면서 한 번도 보지 못한 등수다.

S급으로 진화하면서 확률이 많이 오르기는 했어도 여전히 3등 당첨 확률은 1/300에 불과했다.

“좋아!”

나는 기쁜 마음으로 상자를 열었다.

‘제발 쓸데없는 물건만 나오지 마라!’

상자 안에서 밝은 빛이 쏟아졌다. ‘스킬 에그’를 사용했을 때처럼 이는 게임 상의 효과에 불과하다.

실제 아이템이 상자 안에 들어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상자가 사라지고 그 자리에 새로운 아이템이 자리했다.

[‘히루도의 창’을 얻었습니다.]

히루도의 창.

양끝의 날이 곡도처럼 휘어진 기다란 창이다. 시퍼런 날이 범상치 않은 예기를 자랑하고 갈색 바디와 손잡이 부근에 새겨진 문양이 범상치 않은 느낌을 자랑했다.

[히루도의 창(쌍검 변용 가능)]

등급 : 유니크

효과 :

근력 +25, 체력 +20, 민첩 +20

창을 이용한 스킬 사용 시 마나 증폭 +60%, 검을 이용한 스킬 사용 시 마나 증폭 +50%, 찌르기 효과 ×200%, 베기 효과 ×180%

부가 효과 :

원소 저항 +50%

크리티컬 확률 +10%

비고 : 창술과 검술 모두에 능한 자는 한 가지 무기만 선택해야 되는 상황이 되면 좌절을 느낄 것이다. 대륙에 손꼽히는 창술가이자 검술사였던 히루도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고민 끝에 명인을 찾아가 자신만의 무기를 만들어줄 것을 부탁했다. 무사의 바람과 장인의 고뇌로 탄생한 무기!

히루도는 이것을 들고 전례가 없었던 창검 쌍용의 최고 무사의 자리에 오르게 된다.

“오오…….”

나는 창을 들어 올렸다.

피오리오의 창에서는 느낄 수 없었던 뿌듯한 만족감이 양손을 통해 전해졌다.

살짝 무거운 느낌이 드는 게, 확실히 지금 사용하기에는 살짝 부담스러웠다.

하지만 얼마 전 ‘마창사’로 전직을 했고, 숙련도도 최고를 찍었다.

사용하다 보면 레벨이 오르면서 자연스럽게 익숙해질 터다.

나는 창의 중앙에 있는 장치를 알아채고 간단하게 그것을 분리했다. 단단히 결합되어 있던 창이 두 개로 나누어졌다.

날이 일반 창보다 크게 제작되어 있어 검으로 쓰기에도 부족함이 없었다.

오히려 어중간한 검보다는 훨씬 나아 보였다.

아쉬운 점이라면 내 현재 클래스가 마창사, 궁사인 탓에 검술 스킬이 없다는 것.

하지만 어차피 창술가 클래스와 궁술 클래스를 선택한 것도 웨펀마스터가 되기 위한 과정이었다.

웨펀마스터가 되면 모든 무기에 버프를 받으면서 자유자재로 다룰 수 있게 된다.

“좋아.”

정말 다행인 점은 내 클래스와 무관한 장비가 나오지 않았다는 것이다.

어쩌면 그것이 로또 스킬이 가져다준 가장 큰 행운일지도.

나는 즉시 무기를 티코이에게 건넸다.

“업그레이드하는 데 얼마나 걸릴까?”

티코이의 레벨도 어느새 35가 되었다.

그가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이틀이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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