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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식왕 클리어러-39화 (39/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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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독식왕 : 클리어러 039화

    6

    던전 최하층은 몇 미터 전방이 보이지 않을 만큼 안개로 덮여 있었다.

    집 근처의 F급 던전을 공략했을 때도 경험했지만 던전 마스터가 나오는 층은 특유의 분위기가 있다.

    마치 보스가 나오기 전 자연스럽게 분위기가 잡히는 것과 같다.

    7층에는 두 종류의 몬스터가 출현한다.

    추그니다와 숄크.

    추그니다는 사슴형 몬스터, 숄크는 들소형 몬스터이다.

    단순히 생각하면 사슴보다 들소가 강한 게 당연하지만 둘 중 서열이 앞서는 것은 사슴형 몬스터인 추그니다였다.

    여기에는 이유가 있다.

    바로 던전 마스터가 추그니다의 진화형인 추그니다킹이기 때문.

    일반적인 추그니다는 숄크보다 약하지만 추그니다킹은 숄크보다 훨씬 강하다.

    때문에 숄크들은 추그니다킹의 일족이라고 할 수 있는 추그니다를 공격하지 않고 오히려 보호하는 역할을 자임하고 있었다.

    얼마 걷지 않아 안개 속에서 풀을 뜯고 있는 추그니다 한 마리가 나타났다.

    추그니다는 생긴 모습 또한 일반 사슴과 크게 다르지 않아 전혀 위협적으로 보이지 않았다.

    실제 레벨도 20에 불과하고 공격법도 일직선으로 달려와 뿔로 들이받는 것밖에 없다.

    나는 바자야를 꺼내어 활을 겨누었다.

    ‘유도살!’

    B등급이 되면서 훨씬 묵직한 위력을 발하게 된 마나 화살이 몬스터를 향해 날아갔다.

    중간의 바위와 나무를 꺾어져 들어가 정확하게 목표를 찾아간다.

    동시에 좌측 안개 속에서 두두두- 땅을 울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예상했던 상황이라 나는 재빨리 뒤로 물러났다.

    암젤이 퓨마를 소환했다.

    “크릉!”

    근육질의 맹수가 돌진하는 들소의 목을 낚아챘다.

    내가 쏜 화살은 추그니다의 엉덩이를 맞추었다.

    퓨마가 숄크를 상대하는 동안 나는 화살 몇 대를 더 쏘아 사슴의 숨통을 끊어놓았다.

    [퀘스트 ‘추그니다 한 마리 처치하기’를 달성했습니다.]

    [보상으로 경험치 +700이 주어집니다.]

    [공통 퀘스트 ‘숄크 한 마리 처치하기’를 달성했습니다.]

    [보상으로 경험치 +800이 주어집니다.]

    바쁘게 사냥을 할 때 암젤과 나는 거의 대화를 나누지 않았다. 상황이 닥치면 자연스럽게 서로의 행동을 예측하고 움직인다.

    이처럼 호흡이 잘 맞는 파트너가 있다는 것은 말할 것도 없이 굉장히 마음 편한 일이었다.

    두 시간쯤 전진하자, 멀리 커다란 나무 한 그루가 보였다.

    그 아래 조그마한 호수가 자리 잡고 있다.

    기묘한 모양으로 가지를 늘어뜨리고 있는 나무는 던전 입구에 있는 것과 같은 종이었다.

    나무 아래 커다란 몸집의 던전 마스터가 몸을 말고 잠들어 있었다.

    추그니다킹은 일반적인 사슴형 몬스터와 생긴 모양부터 딴판이었다. 덩치와 무게가 서너 배에 달하고 털 색깔도 갈색이 아닌 짙은 회색이었다.

    주변의 안개가 한층 짙어졌다. 마치 우리를 중심에 두고 차츰 벽을 좁혀오는 것과 같았다.

    기분 탓인지 공기가 희박해진 것 같은 느낌도 든다.

    추그니다킹이 게으른 눈을 슬며시 뜨고 귀찮다는 듯 느리게 몸을 일으켰다.

    태생부터가 보스의 기질이 몸에 밴 녀석이다.

    “푸르릉!”

    머리를 낮추며 콧김을 내뿜었다.

    겉모양을 보았을 때, 이 몬스터의 가장 큰 특징은 바로 거대한 뿔이다.

    몸뚱이가 아닌 뿔만 본다면 마치 잎사귀가 없는 커다란 나무를 보는 것 같았다. 양 갈래로 뻗은 무거운 뿔이 왕관처럼 던전 마스터의 머리에 얹혀 있었다.

    암젤이 표범을 소환했다.

    “크르릉!”

    표범은 고양이과 맹수 중 호전적인 기질로 유명하다. 수준 차가 현저함에도 불구하고 돌진을 감행했다.

    “캬아악!”

    표범이 맹렬히 접근하자 추그니다킹도 더 이상 거만한 자세로 있지는 않았다.

    슬쩍 몸을 뒤로 빼는가 싶더니, 타이밍에 맞추어 뿔을 내밀었다.

    콰악-!

    단 한 번의 공격으로 표범은 곧장 소환 해제 되어버렸다.

    암젤은 연이어 퓨마를 소환했다. 퓨마는 추그니다킹의 뒤편에서 나타났다.

    던전 마스터는 재빨리 몸의 방향을 바꾸었다.

    펑!

    퓨마 또한 큰 도움이 되지 못한 채, 소환된 지 30초 만에 사라졌다.

    하지만 암젤의 소환술은 던전 마스터의 관심을 돌리려는 의도에 불과했다.

    그사이 추그니다킹에게 접근한 나는 놈의 몸뚱이에 스킬을 꽂아 넣었다.

    ‘토네이도 스피어!’

    쿠과과과-

    수차례의 돌풍이 한 치 어긋남 없이 모두 몬스터의 몸을 강타했다.

    퍽! 퍽! 퍽!

    마창사가 된 덕분에 스킬의 위력이 훨씬 강해졌다. 아울러 내가 창을 휘두를 때마다 화려한 섬광이 터져 나왔다.

    단순히 시각적인 효과뿐만 아니라 실제 광역 효과를 갖춘 이펙트였다.

    “푸르릉!”

    화가 난 추그니다킹이 앞발을 들었다.

    거대한 뿔은 전방 150도 이상을 커버할 정도였다. 나는 사슴이 몸을 돌리는 타이밍에 맞추어 바닥을 굴렀다.

    몬스터의 측면을 파고 든 뒤 다시 창을 찔렀다.

    푹-!

    “크아아!”

    같은 패턴의 공방이 여러 번 반복되자, 추그니다킹은 마치 성난 들소처럼 날뛰기 시작했다.

    흥분한 몬스터 옆에 붙어 있는 것은 위험한 행동이므로 나는 재빨리 거리를 띄웠다.

    새까만 던전 마스터의 동공이 빨갛게 물들었다.

    콰가각-!

    머리 위에 있던 뿔이 뻗어 나가더니 1초도 안 되는 사이에 공간을 완전히 덮어버렸다.

    하지만 이 역시 예측 범위에 있는 패턴이다.

    몸집이 작아 상대적으로 쉽게 뿔을 피해낸 암젤과 달리, 나는 몸을 납작 숙여 스킬을 피한 뒤, 추그니다킹에게 다가갔다.

    뿔을 확장시키는 스킬을 사용한 추그니다킹은 반대로 완벽하게 자기 몸을 노출시킨 상태가 되고 말았다.

    나는 시원하게 스킬을 터뜨렸다.

    ‘건샷 스피어!’

    쾅!

    포탄 터지는 소리와 함께 길어진 창이 정확하게 사슴의 목줄기를 찌르자, 던전 마스터는 긴 울음을 터뜨렸다.

    “크와아앙!”

    7

    추그나다킹과의 싸움은 한 시간이 넘게 이어졌다.

    원래대로라면 더 빨리 끝날 수 있는 싸움이었지만 이렇게까지 길어진 데는 내게 또 다른 의도가 있었기 때문이다.

    추그니다킹의 뿔은 상당히 고가에 팔리는 아이템이다.

    일반 녹용처럼 약으로 쓰이는 것이 아니라, 강도가 높고 가공이 용이한 고급 소재로 각광받았다.

    주로 게이머용 장비를 만들거나 고가의 가구 혹은 장식품을 만드는 데 쓰인다.

    다만 얼마나 품질이 높은 뿔을 획득하느냐는 절단하는 타이밍에 달려 있었다.

    만약 추그니다킹의 뿔이 최대 한도로 커진 상태에서 절단할 수 있다면 아이템은 훨씬 비싼 가격에 팔리게 된다.

    자르고 난 뒤에는 원래 사이즈로 돌아오지만 재료 자체의 경도가 높아지고 빛깔 또한 고급스러워진다.

    때문에 나는 추그니다킹에게 최대한의 대미지를 입힌 상태에서 타이밍만 노리고 있었다.

    온몸에 피칠갑을 한 몬스터는 움직임이 느려졌다.

    나는 거리를 벌리고 일부러 몬스터가 기운을 회복할 시간을 주었다.

    남아 있는 모든 힘을 쥐어짠 던전 마스터가 분노로 가득 찬 울음을 토해냈다.

    “크와아아!”

    동시에 눈이 핏빛으로 물들었다.

    쫘악-!

    눈 깜짝할 새 확장된 뿔이 사방의 안개를 꿰뚫었다.

    나는 몸을 숙인 채, 히죽 웃음을 지었다.

    기력이 빠진 추그니다킹에게 최후의 일격을 가했다.

    푸악-!

    거대한 사슴의 몸이 꿰뚫리며 피가 쏟아졌다.

    [퀘스트 ‘추그니다킹 한 마리 처치하기’를 달성했습니다.]

    [보상으로 경험치 +15.000이 주어집니다.]

    [퀘스트 ‘여섯 시간 안에 던전 마스터 처치하기’를 달성했습니다.]

    [보상으로 경험치 +14,000, GP +33,000을 얻었습니다.]

    [히든 퀘스트 ‘네 시간 안에 E급 던전 7층 공략하기’를 달성했습니다.]

    [보상으로 경험치 +45,000, ‘최고급 스킬 강화석 ×1’을 얻었습니다.]

    [레벨 35가 되었습니다. 스탯 포인트 6을 얻었습니다.]

    나는 추그니다킹의 사체가 사라지기 전에 몬스터의 머리 쪽으로 이동했다.

    창을 치켜들고 힘차게 사슴의 목을 갈랐다.

    팍!

    추그니다킹의 뿔을 회수하는 방법은 직접적으로 뿔을 자르는 게 아니다. 머리를 베면 사체가 녹아내리면서 자연스럽게 뿔이 남는다.

    그것이 모양을 해치지 않으면서 완벽하게 녹용을 습득하는 방법이었다.

    던전 마스터의 사체가 완전히 사라지자 메시지가 떠올랐다.

    [‘추그니다킹 뿔’을 획득했습니다.]

    모르긴 해도 나만큼 완벽하게 추그니다킹의 뿔을 획득한 사람은 없을 것이다.

    수십 차례 사냥을 하면서 저절로 터득한 노하우니까.

    게임에서는 뿔을 팔면 GP를 얻을 수 있었다. 당연하게도 상등품일수록 값을 높게 쳐준다. 그것이 현실에서도 통용된다는 것이 재미있게 느껴졌다.

    인벤토리를 여덟 칸이나 차지하는 추그니다의 뿔을 챙긴 나는 7층을 공략하고 얻은 보상을 떠올렸다.

    최고급 스킬 강화석!

    이 또한 상점에서는 구할 수 없는 아이템이다.

    확률에 의존하지 않고 무조건 등급을 한 단계 올릴 수 있는 효력이 있었다.

    다만 한 가지 단점이라면 대성공이 불가능하다는 것.

    나는 즐거운 고민에 빠졌다.

    ‘어떤 스킬의 등급을 올리지?’

    대답은 오래지 않아 나왔다.

    로또.

    내가 가진 유이한 A급 스킬인 데다가 여러모로 쓸 데가 많은 기술이었다.

    발동 시간은 길지 않지만 강화처럼 행운이 필요한 순간에는 큰 도움이 된다.

    나는 인벤토리에서 보통의 것보다 훨씬 영롱한 빛깔을 띤 주먹만 한 강화석을 꺼냈다.

    [최고급 스킬 강화석을 사용하시겠습니까?]

    “그래.”

    [사용하길 원하는 스킬을 선택하십시오.]

    ‘로또’를 선택하며 나는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강화에 성공했습니다! 스킬 ‘로또’의 등급이 S가 되었습니다.]

    [업적 ‘초고속 클리어’의 효과가 발동합니다.]

    [‘로또’의 레벨이 100이 되었습니다.]

    만약 스킬에 대성공 효과를 덧씌우고 싶다면 상점에서 구입한 강화석을 사용하면 된다.

    하지만 S급 스킬의 대성공 확률은 매우 낮으니까 GP 여유가 아주 많은 상황이 아니라면 필요 이상으로 사치스러운 행동이었다.

    나는 스킬의 변화된 수치를 확인했다.

    [로또]

    타입 : 액티브

    등급 : S

    레벨 : 100/100

    효과 :

    5등-전 스탯 +15%(당첨 확률 4/5)

    4등-전 스탯 +40%(당첨 확률 1/3)

    3등-전 스탯 +150%(당첨 확률 1/500)

    2등-전 스탯 +400%(당첨 확률 1/8,000)

    1등-전 스탯 +2,000%(당첨 확률 1/120,000)

    지속 시간 : 1분

    전반적으로 버프를 받는 퍼센트가 늘어났을 뿐 아니라, 지속 시간도 무려 40초가 늘어나 1분이 되었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이라면 S급 스킬이 되면서 소모되는 마나양도 대폭 늘어났다는 것이다.

    지금 내 수준이라면 딱 한 번 사용하면 마나가 바닥날 수준이었다.

    그래도 지금까지처럼 강화할 때 사용하는 거라면 충분히 활용이 가능할 터다.

    던전 마스터가 사라지자 공간을 가득 메웠던 안개도 흩어졌다.

    아울러 감춰져 있던 단상이 모습을 드러냈다.

    문득 티코이가 말했던 던전 마스터의 방이 어디에 있는지 궁금해졌지만 이 광활한 숲 어디에 그런 게 있을지 짐작도 가지 않았다.

    암젤과 나는 귀환서에 손을 얹었다.

    밝은 빛이 몸을 감싸고 배경이 바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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