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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식왕 클리어러-24화 (24/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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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독식왕 : 클리어러 024화

    Chapter 10 - 던전 마스터, 혹시 우리 구면?

    1

    [퀘스트 ‘열 시간 안에 4층 돌파’를 달성했습니다.]

    [보상으로 경험치 +6,000, GP +30,000을 얻었습니다.]

    [히든 퀘스트 ‘네 시간 안에 F급 던전 4층 돌파’를 달성했습니다.]

    [보상으로 경험치 +12,000, ‘아르바난의 활(바자야)’ ×1을 얻었습니다.]

    [레벨 22가 되었습니다. 스탯 포인트 3을 얻었습니다.]

    혹을 붙이고 달려오긴 했지만 결과적으로 히든 퀘스트를 달성할 수 있었다. 다만 이번에는 나도 꽤 무리를 한 터라 숨이 턱까지 차올랐다.

    타이밍 맞게 레벨이 오르지 않았더라면 결승선에서 쓰러지는 추태를 보일 뻔했다.

    “헤엑, 헤엑. 죽겠다옹. 오늘 진짜 한 층 더 올라갈 거냐옹?”

    암젤은 혀를 빼물고 벌렁 옆으로 누워 버렸다.

    이 고양이 이거 묘족의 품위는 얻다 두고.

    “허억, 허억.”

    “하이고~ 죽겠다.”

    다른 게이머들이 세이브 존에 도달하자 암젤은 언제 누워 있었냐는 듯 벌떡 몸을 일으키고 턱을 치켜들었다.

    “그렇게 빨리 가실 줄은 몰랐습니다. 세이브 존에 꿀 발라둔 것도 아닌데 왜 그렇게 서두르십니까?”

    “아무것도 안 한 우리가 이렇게 숨이 찰 정도니 원.”

    그들은 원망스러운 눈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고스트형 능력자가 숨을 고르다가 문득 암젤과 눈이 마주쳤다. 그는 홀린 듯이 고양이에게 손을 뻗었다.

    “아, 아름다워…….”

    그들은 쫓아오는 동안 목격한 각성수의 위용에 완전히 넋이 나가 버렸다. 인생의 목표가 단순히 ‘돈 많이 벌기’에서 ‘돈 많이 벌어서 각성수 키우기로’ 바뀌었을 정도다.

    “캬아악!”

    “히끅!”

    가뜩이나 피곤해서 신경이 날카로워진 암젤이 이빨을 드러냈다.

    “야, 이 개념 없는 놈아! 각성수님에게 함부로 손을 대려고 그래?”

    매지션 형 게이머는 암젤을 완전히 아이돌로 여기게 되었다. 암젤을 보는 그녀의 눈이 반짝반짝 빛났다.

    그녀 입장에서는 카메라가 없는 것이 안타까울 따름이었다. 물론 던전 안에서 전자 기기는 사용할 수 없지만.

    암젤은 귀찮다는 듯 게이머들에게서 몸을 돌렸다.

    그때 고스트형 능력자의 등에 업혀 있던 신체 강화형 능력자가 신음을 흘렸다.

    “으으…….”

    그제야 모든 게이머가 상황이 여유롭지 않다는 깨달았다. 신체 강화형 능력자의 다리가 시퍼렇게 부어올라 있었던 것이다.

    “아, 이거 어떡하지?”

    두 명의 동료는 안절부절못했다.

    나는 포션을 줄까 잠깐 생각했지만 그럴 필요는 없다고 여겼다. 포션은 상처를 낫게 하고 생명력을 연장하는 효과가 있을 뿐이지, 중독 증상을 호전시킬 수는 없다.

    차라리 관리소에 가서 응급처치를 받는 것이 나을 것이다.

    나는 암젤에게 눈짓을 했다. 그러자 그녀가 어쩔 수 없다는 얼굴로 걸어가 신체 강화형 능력자의 다리를 할퀴었다.

    “끄아악!”

    다른 두 명의 동료들은 황당하다는 얼굴로 암젤과 나를 번갈아 보았다.

    내가 말했다.

    “중독된 피는 흘려보내는 게 낫습니다. 데리고 빨리 관리소로 가세요.”

    신체 강화형 능력자의 다리에서는 검은 피가 줄줄 흘러내렸다. 그의 표정이 조금 전에 비해 한결 편안해졌다.

    그제야 동료들이 감사 인사를 했다.

    “오늘 고맙습니다. 덕분에 살았습니다.”

    내가 살짝 고개를 끄덕이자 그들은 귀환서 앞으로 걸어갔다.

    마지막으로 매지션형 능력자가 암젤에게 말했다.

    “각성수님, 다음에 또 봬요.”

    세 명의 게이머가 사라지자 이제 조금 여유가 생긴 기분이었다.

    나는 바닥에 주저앉았다.

    일단 신경이 날카로워진 고양이를 달래기 위해 남겨둔 꿀물을 꺼내어 컵에 따라주었다.

    “오~ 허니!”

    암젤은 두 손으로 종이컵을 꽉 붙들고 그 안에 고개를 처박았다.

    꿀꺽 꿀꺽.

    “캬아아~!”

    그 모습을 보고 피식 웃음을 지은 나는 인벤토리에 들어온 새 무기를 꺼냈다.

    [바자야]

    등급 : 레어

    효과 : 근력 +3, 민첩 +5, 행운 +4. 활을 이용한 스킬 사용 시 마나 증폭 +10%, 관통력 ×130%, 시위를 당겼을 때 시력 ×150%

    비고 : 궁술 하나로 전설을 만들어낸 궁신 아르바난. 그녀가 창조한 신화의 밑바탕에는 분신과도 같은 활들이 있었다. 그녀가 평생 동안 다룬 세 대의 활 중 첫 번째의 이름은 바자야. 승리의 활을 겨누는 당신의 어깨에 아르바난의 축복이 깃들 것이다.

    “음.”

    나쁘지 않았다. 이 정도면 당분간은 상점에서 활을 살 일이 없을 것이다.

    나는 바자야를 벽을 향해 겨누었다.

    가상현실 게임에서 활을 사용할 때는 화살이 따로 필요치 않았다. 시위를 당기는 순간 마나로 생성된 화살이 저절로 장전된다.

    바꿔 말하면 쏠 때마다 마나가 소모되니, 한 번에 많은 양의 화살을 쏠 수는 없었다.

    물론 레벨이 높고 마나가 풍부하다면 수백 대의 화살을 까맣게 뿌릴 수도 있다.

    시위를 당기는 동시에 마나 화살이 장전되었다. 나는 그것을 벽을 향해 쏘았다.

    퍽-!

    던전의 암벽에 마나 화살이 박혔다. 일단 생성된 화살은 목표에 박히는 순간 모양을 유지한다.

    뽑아내고 나서도 약 일 분 가량은 형태를 보존했다.

    나는 벽에서 화살을 뽑아냈다. 그것을 바닥에 놓고 인벤토리를 열어 베툴루킹의 독주머니를 꺼냈다.

    재료 두 개를 나란히 놓은 뒤 ‘메뉴-합성’을 활성화시켰다.

    ‘화살+베툴루킹의 독’은 실패할 확률이 없는 레시피였다. 독의 양에 따라 결과치가 달라질 뿐이다.

    재료 사이에서 번쩍 하고 빛이 나더니 곧 두 재료가 합쳐졌다.

    [합성에 성공했습니다!]

    [‘베툴루킹 독화살’ ×20을 얻었습니다!]

    촉이 새까만 화살 한 대가 완성되었다. 독화살을 쏘고 싶을 때는 이 화살을 시위에 걸면 된다. 그러면 그다음부터 나가는 화살은 자연스럽게 독화살이 되는 것이다.

    개수가 남으면 다시 이 화살을 인벤토리에 되돌리면 된다.

    베툴루킹 독화살을 인벤토리에 넣자 그 옆에 ‘×20’이라고 숫자가 표시되었다.

    나는 가만히 생각에 잠겼다.

    처음 계획은 오늘 안에 던전 5층까지 전부 공략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제까지 소요된 시간이 결코 짧지 않았다. 게다가 체력이 많이 소진됐다.

    게임 안에서 몇 날 며칠 전투를 해도 멀쩡했던 때와는 사정이 다르다.

    지금 내 레벨은 고작 22에 불과했다.

    단순히 게임 안에서의 기억에 의존해 계획을 세웠던 나는 그 갭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어쩌면 오늘 세 개 층을 연속 돌파한 것만으로 꽤 무리를 한 것일 수 있다.

    위층에 올라가는 것이 망설여지는 또 하나의 이유는 바로 던전 마스터가 존재한다는 사실 때문이었다.

    어차피 D급 수준의 몬스터일 테지만 자고로 보스전은 신중하게 치러야 하는 법이다.

    게임에서 통용되는 법칙이 던전이라고 다를 것은 없다.

    갑자기 암젤이 몸을 부르르 떨었다.

    “왜? 쉬 마려?”

    “그게 아니라 불길한 느낌이 들어서 그렇다옹.”

    “불길한 느낌?”

    “이 위층에서 불쾌한 느낌이 전해진다옹.”

    “그야 당연히 그렇겠지. 던전 마스터가 있으니까.”

    “아이 참!”

    암젤이 내 허벅지를 꾹꾹 눌렀다.

    “그게 아니다옹. 약간은 익숙하기도 하고, 그립기도 하고 그런 느낌이다옹.”

    나는 암젤의 얼굴을 가만히 들여다보았다. 그녀의 얼굴에 나타난 조그마한 변화가 눈에 띄었기 때문이다.

    이마에 있는 별 모양의 문신이 희미하게 빛나고 있었다.

    애석하게도 거기에 대해 깊이 생각할 여유는 없었다.

    귀환서가 놓인 곳에서 환한 빛이 부서지더니 남자 한 명이 나타났다.

    관리소 직원이 나를 보고 다급하게 말했다.

    “아. 여기 계셨네요. 다행입니다.”

    “저를 찾으러 온 건가요? 왜요?”

    “방금 전에 던전 5층의 폐쇄 결정이 내려졌습니다. 죄송하지만 여기서 그만 복귀를 해주셨으면 합니다.”

    “폐쇄 결정이요?”

    “5층을 공략하던 중인 게이머 네 명이 중상을 입었습니다. 자세한 원인은 저희도 파악 중입니다. 일단 게이머님들의 안전을 위해 폐쇄 결정을 내렸으니 부디 따라주시기 바랍니다.”

    나와 암젤은 서로 마주 보았다.

    암젤이 그것 보라는 듯 말했다.

    “느낌이 좋지 않다고 했잖냐옹.”

    2

    나와 암젤은 하는 수없이 직원을 따라 밖으로 나왔다. 관리소 앞은 어수선한 상황이었다.

    구급차가 와서 게이머들을 실어 나르고 있었다.

    그들의 부상 정도가 심각해서 관리소의 조치만으로는 치료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피투성이가 돼서 비명을 질러대는데, 왜 급히 폐쇄 결정이 내려졌는지 알만했다.

    나는 구급차 앞에 서 있는 익숙한 직원에게 다가갔다.

    “아저씨.”

    그가 나를 돌아보고 반색했다.

    “아, 무사하셨군요. 역시 다른 층은 이상이 없었나 봅니다.”

    “갑자기 무슨 일인가요?”

    직원은 떠나는 구급차를 바라보다가 한숨을 쉬었다.

    “저도 잘 모릅니다. 이유를 알고 싶어도 당장은 방법이 없습니다. 직원들의 수준이 5층 안까지 들어가 상황을 살펴볼 정도가 아니니까요.”

    “저 게이머들의 수준이 낮았던 거 아닌가요? 아니면 준비가 덜 갖춰졌든지.”

    “그럴 리가요. 저 멤버로 와서 벌써 세 번이나 공략을 했던 사람들입니다. 그런데 오늘만 저렇게 곤경을 당했다는 것은 말이 안 되죠. 멤버 중 하나가 귀환석을 가지고 있지 않았더라면 아마 더 큰일을 당했을 겁니다.”

    직원은 자신의 이마를 짚었다.

    “아, 길드에 조사를 의뢰하면 치러야 할 의뢰비에, 접대비에…… 내 잘못도 아닌데 시말서를 써야 하고 고과에도 영향이…….”

    혼잣말치고는 꽤 적나라했다.

    내가 말했다.

    “제가 알아볼까요? 5층에 무슨 일이 일어난 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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