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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식왕 클리어러-19화 (19/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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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독식왕 : 클리어러 019화

    로또.

    당첨 등수에 따라서 전체 스탯이 상승한다.

    물론 지금 이 스킬을 사용한다고 반드시 당첨된다는 보장은 없다. 하지만 밑져야 본전이니까.

    내가 손해 보는 것은 스킬을 사용하며 소모되는 마나밖에 없다.

    그리고 소모된 마나는 시간이 흐르면서 자연히 회복된다.

    나는 망설임 없이 스킬을 사용했다.

    “로또.”

    처음 스킬을 사용했을 때처럼 주변 공기가 느려졌다. 암젤이 날더러 뭐라고 말을 하는데 길게 늘어지는 바람에 무슨 소리를 하는지 알 수 없었다.

    “뭐~~~~ 하~~~~~”

    수십 개의 구슬이 허공에 떠올라 저네들끼리 섞이며 뱅글뱅글 돌았다. 나는 이미 한 번 스킬을 사용한 전력이 있으므로 구슬이 개봉되는 동안 손 안의 종이를 들여다보았다.

    8, 11, 27, 29, 39, 42.

    파각 파각 파각.

    구슬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나는 실눈을 뜨고 허공을 올려다보았다.

    8.

    “오케이!”

    40.

    “쳇!”

    나머지 번호는 27, 5, 11, 42, +9였다.

    마지막은 보너스 번호니까 제하고.

    “어?”

    내 얼굴이 환희로 물들었다.

    [축하합니다! 로또 4등에 당첨되었습니다!]

    [당첨자의 모든 스탯이 20초간 30퍼센트 상향됩니다.]

    “나이스!”

    시간이 흐름이 정상으로 돌아오자 암젤의 말도 정상 속도로 돌아왔다.

    “……거냐옹?”

    두 번 연속으로 4등에 당첨되다니. 실제 로또를 구입했다고 치면 엄청나게 운이 좋은 것이다.

    물론 레벨을 올리면서 확률이 많이 올라가긴 했어도 아직 4등 당첨 확률은 1/12에 불과했다.

    나는 로또 스킬의 당첨 확률 또한 행운 스탯의 영향을 받는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것을 감안해도 물론 방금은 굉장히 운이 좋았지만.

    스탯이 높아졌다고 해도 그 지속 시간은 20초에 불과하다.

    나는 재빨리 스킬 강화석을 손에 쥐고 강화를 시도했다.

    처음 잡은 강화석은 잿빛으로 바뀌어버렸다.

    [강화에 실패했습니다.]

    두 번째, 세 번째도 실패.

    여섯 번째 강화석을 손에 쥐었을 때 20초의 시간도 끝나가고 있었다.

    [강화에 성공했습니다. ‘토네이도 스피어’의 등급이 한 단계 올라 등급 B가 되었습니다.]

    [스킬의 기억이 활성화됩니다.]

    [‘토네이도 스피어’의 레벨이 30이 되었습니다.]

    “나이스!”

    토네이도 스피어를 강화하려고 했을 때 어차피 내 현실적인 목표는 C등급이었다. 운이 따라준다면 B등급도 가능할지 모른다고 생각했다.

    현재 내 레벨을 감안할 때 A등급 이상은 마나 소모량이 커서 비효율적이니까 더 강화할 필요는 없었다.

    나는 남은 강화석 여덟 개를 모두 인벤토리에 넣었다.

    로또 스킬을 강화에까지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은 정말 대단한 소득이다.

    ‘아저씨한테 밥 한번 사야겠는데?’

    나는 남은 6,000GP를 써서 500GP짜리 하급 포션 두 개, 그리고 5,000GP짜리 인벤토리 확장권을 샀다.

    인벤토리는 10레벨마다 조금씩 확장되지만 그걸 기다리느니 차라리 GP로 확장권을 사는 게 나았다.

    던전에서는 몬스터를 죽이고 나오는 결정석까지 챙겨야 하니 더 넓은 공간이 필요하기도 했다.

    볼일을 마친 나는 암젤에게 말했다.

    “나가자.”

    천막을 걷고 나가자 메시지가 떠올랐다.

    [퀘스트 ‘상점에서 처음으로 아이템 구입하기’을 달성했습니다.]

    [보상으로 경험치 +500이 주어집니다.]

    게임 진행 초반에는 달성할 수 있는 퀘스트가 많다.

    나는 웃음을 지은 뒤, 인벤토리에서 창을 꺼냈다.

    [피오리오의 창]

    등급 : 레어

    효과 : 근력 +5, 체력 +5, 행운 +3. 창을 이용한 스킬 사용 시 마나 증폭 +7%, 찌르기 효과 ×120%

    비고 : 창술 하나로 큰 족적을 남긴 피오리오는 훗날 연습이 지금의 자신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그가 손바닥에 피물집이 잡혀가며 연습을 했던 바로 그 창. 창술사 지망생들에게는 소장 가치 1,000퍼센트.

    등급이 레어인 것에 비해 위력이 떨어지는 무기이다 보니 소장 가치가 높다는 것을 유독 강조한다. 하지만 지난번엔 목창을 사용했던 나인지라 피오리오의 창은 손에 쥐는 것만으로 뿌듯한 기분이 느껴졌다.

    일반적인 레어 수준에는 못미처도 현재 상점에서 구입할 수 있는 어떤 창보다 두 배는 더 성능이 좋다. 아마 레벨 30까지는 바꿀 필요성을 느끼지 못할 것이다.

    새 옷을 입은 암젤이 꼬리를 살랑거리며 먼저 계단을 뛰어올라 갔다.

    빨간 체크무늬 망토와 모자.

    누가 봐도 집에서 곱게 키우는 애완 고양이의 모습이다.

    그 모습을 보자니 전투 의욕이 떨어지는 것 같아 일부러 나는 고양이를 앞질러 뛰어올라 갔다.

    후다닥.

    이 던전은 기본적으로 모든 층의 구조가 비슷하다.

    바깥에서 보면 아래에서 위로 좁아지는 산의 모양이지만 막상 들어오면 전혀 다른 구조로 바뀌게 된다.

    1층이 가장 좁고, 최상층이 가장 넓은 구조이다.

    던전은 저마다 개성적인 모양을 가지고 있다. 개미굴처럼 땅 속에 형성된 것도 있고, 어떤 것들은 가옥이나 성과 같은 외형을 갖춘 것도 있다고 한다.

    심지어 하늘 위에 떠 있는 던전도 존재했다.

    나는 적당히 2층에서 달성할 수 있는 퀘스트 내용을 숙지했다.

    지도는 볼 필요도 없이 머릿속에 입력되어 있었다. 어차피 던전에 들어오지 못한 날은 따로 할 일이 없었기에 지도를 보면서 동선을 그렸다.

    몇 미터 안으로 걸어 들어가자 ‘왱~’ 하는 독특한 벌레 소리가 들려왔다.

    2층을 점거하고 있는 것은 ‘플레지’라는 벌과 비슷하게 생긴 곤충형 몬스터이다.

    물론 그보다 좀 더 크고 기분 나쁘게 생기기는 했지만.

    이 조그만 몬스터는 매우 빠르고 복잡한 움직임 패턴을 가지고 있다.

    유일한 공격법은 벌처럼 침을 쏘는 것인데, 이는 매우 아프기도 할뿐더러 몸을 마비시키는 효과를 가지고 있었다.

    무서운 점은 플레지가 여러 마리씩 한꺼번에 출현한다는 것이다. 한 번이라도 침에 쏘이게 되면 연속으로 공격에 노출될 확률이 높아진다.

    공격 능력을 상실한 적에게 놈들은 주둥이를 꽂고 체액을 쪽쪽 빨아먹는다.

    여기까지만 살펴보면 매우 무시무시하지만 플레지의 레벨은 5에서 6에 불과하다.

    레벨이 높은 게이머라면 놈들의 침에 그리 호락호락 당하지 않는다.

    그렇더라도 상대하기 까다롭다는 점은 같으며, 그래서 이 던전의 2층을 한 번이라도 통과한 게이머들은 대부분 재차 공략하지 않았다.

    나 역시 게임을 하면서 이 몬스터를 만나면 무척 귀찮아했었다.

    공략법을 알기 전까지는.

    플레지를 공략하는 쉬운 방법을 알고 나서는 여러 가지 의미로 꿀을 빨 수 있었다.

    “암젤, 가자!”

    “야옹!”

    우리는 전속력으로 던전을 질주하기 시작했다.

    점점 나타나는 플레지의 숫자가 많아졌다.

    등 뒤가 왱왱거리는 소리로 가득 찼으며 뒤통수가 근질근질해졌다.

    대략 서른 마리쯤은 꼬인 듯했다.

    나는 뛰는 걸 멈추고 벽에 몸을 붙였다.

    “암젤!”

    “알았다옹!”

    암젤은 덩치 큰 스라소니 세 마리를 소환했다. 소환수들에게 명령해 플레지들을 공격하게끔 했다.

    “캬아악!”

    “캬옹!”

    스라소니들은 적극적으로 허공을 할퀴었지만 잽싼 플레지들은 잘도 도망 다녔다. 몬스터들은 곧 엉덩이의 침으로 반격을 가하기 시작했다.

    서른 마리 플레지가 새까맣게 스라소니의 몸을 뒤덮었다. 불쌍한 스라소니들은 몸이 경직된 채 끙끙거리며 속절없이 공격을 허용했다.

    퍼엉! 퍼엉! 펑!

    스라소니에게 빨대를 꽂으려던 플레지들은 먹잇감이 사라지자 당황했다.

    나는 히죽 웃음을 흘리며 창을 쳐들었다.

    벌들과 마찬가지로 플레지들도 한 대의 침밖에 가지고 있지 않으며 이것을 사용하고 나면 힘이 빠지게 된다.

    적의 체액을 빨아먹으면 체력과 침을 복구할 수 있지만 그러지 못하면 시름거리다가 죽고 만다.

    ‘토네이도 스피어!’

    B등급에 달한 스킬이 강풍을 쏟아냈다.

    단 한 번의 공격에 열 마리가 넘는 플레지가 휩쓸렸다.

    [퀘스트 ‘플레지 한 마리 처치하기’를 달성했습니다.]

    [보상으로 경험치 +50을 얻었습니다.]

    [퀘스트 ‘플레지 다섯 마리 처치하기’를 달성했습니다.]

    [보상으로 경험치 +250을 얻었습니다.]

    서른 마리의 플레지를 모두 처치했을 때는 반가운 메시지가 나타났다.

    [레벨 14가 되었습니다. 스탯 포인트 3을 얻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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