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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식왕 클리어러-8화 (8/245)

# 8

독식왕 : 클리어러 008화

3

나는 월요일까지 암젤과 같이 훈련을 하기로 했다.

아직 새끼 고양이 한 마리밖에 소환하지 못하는 그녀이지만, 아쉬운 대로 현실에서의 실전 감각을 찾는 데 도움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나는 그녀를 데리고 아파트 뒤편에 있는 경로당 건물로 갔다.

경로당이라는 간판만 붙어 있을 뿐, 폐건물이 된 지 오래인 곳이었다.

이곳에 온 이유는 놀이터처럼 노출되어 있는 장소에서 훈련하는 것보다 남의 눈에 띄지 않는 곳에서 하는 편이 나을 거라고 생각해서이다.

경로당 안은 먼지가 가득했다. 곳곳에 거미줄이 쳐져 있는 건 기본이고 벌레들이 잔뜩 꼬여 있기도 했다.

“어휴, 꼭 이런 데로 와야겠냐옹? 나 먼지 알레르기 있는 거 모르냐옹?”

“응, 몰라.”

내 단호한 대답에 암젤이 입술을 쭉 내밀었다.

“시간 없으니까 빨리 시작하자.”

소환술을 사용하라는 말에 암젤의 표정이 바뀌었다. 그녀 역시 능력이 초기화된 현재 상태에 답답함을 느끼고 있었다.

스킬을 자주 사용하면 숙련도를 얻을 수 있다. 베테랑인 그녀가 그런 기본적인 사실을 모를 리 없다.

암젤의 몸이 은은한 핑크색으로 빛나고, 몇 미터 앞에 예의 조그만 새끼 고양이 한 마리가 나타났다. 이번에 나타난 녀석은 암갈색 털을 가지고 있었다.

나는 새끼 고양이를 맨몸으로 상대하기로 했다.

아직 무기씩이나 꺼낼 단계는 아니었기 때문에.

“캬아악!”

고양이가 날카로운 울음소리를 내며 정면에서 달려들었다. 지난번에 봤던 녀석보다는 용감한 놈이었다.

나는 높이 도약한 고양이를 몸을 반 바퀴 틀어 피해내고 잽싸게 꼬리를 낚아챘다.

그 상태로 바닥에 패대기쳤다.

펑!

역시 허무할 정도로 약한 소환수다.

나는 암젤에게 소리쳤다.

“한 마리 더!”

훈련을 시작한 지 여섯 시간 지난 뒤 처음으로 휴식을 갖기로 했다. 내 체력에는 문제가 없었지만 암젤이 너무 힘들어했기 때문이다.

암젤은 혀를 빼물고 헉헉거렸다.

“주인님은 괴물이다옹. 어떻게 나를 조금도 배려하지 않냐옹.”

“불평하지 마. 그래도 덕분에 레벨이 올랐잖아.”

여섯 시간의 강행군으로 내 레벨이 하나 올랐다. 암젤 역시 한 번의 소환술로 고양이 두 마리를 소환할 수 있게 됐다.

“목마르다옹. 물 좀 먹게 해달라옹.”

나는 투덜대는 고양이를 데리고 경로당을 나왔다. 때마침 아파트 주위를 순찰하던 경비원이 우리를 발견했다.

“어? 학생, 왜 거기서 나와? 혹시 숨어서 담배 피웠어?”

“네? 아닌데요?”

아무래도 경비 아저씨는 나를 고등학생으로 보는 듯했다.

“아니긴 뭐가 아니야? 학교 갈 시간에 이런 데 숨어서 담배나 피우고! 자네, 몇 동 몇 호 살아?”

아무래도 이 나이 지긋한 경비원은 내 얘길 들어줄 생각이 없는 듯했다.

내가 난감해하며 눈을 찡그릴 때, 암젤이 한숨을 내쉬었다.

“피곤해 죽겠구만 별게 다 말썽이다옹.”

고양이가 말을 하는 것을 보고 경비원의 눈이 똥그래졌다.

“어? 어?”

암젤의 두 눈이 보라색으로 빛났다.

경비원의 표정이 3초가량 멍해지더니 갑자기 딴 곳을 보고 삿대질을 했다.

“어이! 거기! 학생들이 대낮부터 모여서 담배를 피워? 너네 같은 놈들 때문에 아파트 평판이 안 좋아지는 거 몰라?”

경비원이 호통을 치는 방향에는 아무도 없었다.

암젤이 환각 스킬을 사용한 것이다. 경비원이 혼자 소리를 고래고래 지르는 동안 우리는 유유히 그곳을 빠져나왔다.

집에서 식사를 한 뒤 곧바로 훈련을 하기 위해 나왔다.

암젤이 투덜대는 것은 가볍게 무시했다.

그녀는 레벨 업을 향한 내 열의가 강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고, 나 역시 그녀가 입으로만 투덜댈 뿐 실전에 임하면 금방 진지해진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같은 훈련이 계속되었다. 고양이가 두 마리로 늘어나자 내 실력이 훨씬 더 빨리 살아나기 시작했다.

나는 훈련을 통해 점점 싸움의 감각을 찾아가고 있었다.

조그만 고양이만 상대하는 일이 지겹기는 했지만 원래 게임이란 것이 많든 적든 노가다가 필요한 법이다.

경로당 창밖으로 오후의 어스름이 내려앉기 시작했을 때, 드디어 레벨이 하나 더 올랐다.

땀투성이였던 몸에 상쾌한 기운이 들어찼다.

획득한 스탯 포인트를 분배하고 나니 움직임이 전보다 훨씬 기민해졌다.

암젤의 소환수들도 한층 덩치가 커졌다.

나는 그제야 인벤토리에서 창과 방패를 꺼냈다.

기본적으로 던전에 들어갔을 때 사용하게 될 장비는 이 두 가지이다.

실전에 임하기 전에 충분히 익숙해질 필요가 있었다.

푹! 푹!

창을 찌를 때마다 어김없이 고양이의 몸통이 꿰였다.

나는 훈련을 할수록 가상현실 게임 안에서 능력자를 각성시킬 발상을 한 이계인에게 감탄했다.

그 효과가 이렇게 직접적으로 나타나고 있기 때문에.

현실로 돌아와 알게 된 사실이지만 내가 접속했던 게임은 세상에 없는 것이었다.

시스템만 게임의 방식을 차용했을 뿐, NPC나 몬스터들 모두 어떤 게임에도 등장하지 않는 존재들이었다.

더구나 던전 정보를 조사하며 알아낸 놀라운 사실 중 하나는 그 안에 출몰하는 몬스터가 모두 내가 게임 안에서 상대했던 놈들이라는 것이다.

이것으로 확실해졌다.

내가 십 년 동안 했던 게임은 이계인이 나를 조련하기 위해 만든 하나의 가상공간이었다는 것이.

나를 위해 세계 하나를 창조했다는 것은 어떤 의미에서 대단히 특별대우를 받은 느낌도 들지만, 어쨌든 그 때문에 가족이 고통받은 걸 생각하면 좋은 감정은 들지 않았다.

그 능력을 조금만 할애해 아버지의 죽음을 막을 수는 없었던 걸까.

감정이 고조되자 창끝의 움직임이 사나워졌다. 암젤이 소환해낸 고양이들은 일분이 되기 전에 모두 사라졌다.

펑! 펑!

암젤에게 또 소환수를 불러내라고 시키려는 찰나, 완전히 녹초가 된 그녀의 모습이 보였다. 눈이 게슴츠레한 것이 투덜거릴 기운도 없어 보였다.

나는 들고 있던 창과 방패를 인벤토리에 되돌렸다.

“오늘은 이만 하자.”

4

다음 날도 같은 훈련을 했다.

오전 훈련을 절반쯤 진행했을 때 레벨 4가 되었다.

처음에는 새끼 고양이를 닮았던 괴수들이 이제는 암젤보다도 덩치가 커졌다.

나를 앞에 두고도 전혀 겁먹지 않는 모습이 던전에서도 충분히 통할 듯했다.

나는 창과 방패를 자유자재로 다룰 수 있게 됐다. 현실에서 게임을 한다는 것은 레벨이 절대적인 의미를 지니는 것은 아니라는 뜻이기도 하다.

정확히 측정할 수는 없어도 지금 내 실력은 레벨 6, 7쯤 되는 몬스터와도 너끈히 대적할 수 있을 정도였다.

한 달이 넘는 시간을 빈둥거렸지만 감각을 되찾는 데는 이틀이면 충분했다.

갑자기 암젤이 고개를 돌리더니 창가를 향해 이빨을 드러냈다.

“캬아악!”

내 눈이 자연스럽게 그쪽으로 향했다. 그러자 창밖에서 안을 들여다보고 있는 남자 하나가 보였다. 대강 실루엣을 봤을 때 며칠 전 놀이터에서 우리를 지켜보고 있던 남자가 분명해 보였다.

이번에 남자는 도망가지 않았다. 어색하게 웃으며 손을 들어 보였다.

잠시 망설이다가 경로당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왔다.

30대 후반쯤 되어 보이는 남자는 행색이 추레했다. 며칠이나 면도를 하지 않아 턱에 수염이 지저분하게 자라 있었다.

“안녕.”

남자가 인사를 했을 때, 암젤이 털을 곤두세웠다.

“주인님, 어떡할까옹. 처치할까옹?”

“처치하긴 뭘 처치해?”

남자는 고양이가 말을 하는 것을 보고도 놀라지 않았다. 아마 며칠간 우리를 계속 지켜봤기 때문이리라.

나는 그에게서 일반인과는 다른 기운이 흘러나온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것을 확인이라도 하듯 눈앞에 메시지가 나타났다.

[상대 레벨이 더 낮아 정보를 확인하는 것이 가능합니다. 투시자의 눈이 발동합니다.]

이름 : 박광호

레벨 : 3

성향 : 오더(Order) E / 카오스(Chaos) - = 오더(Order)

업적 : -

랭킹 : 195,882위

스탯 : 근력 25/체력 11/민첩 7/마나 숙련도 5/행운 3

스킬 :

액티브-로또(A, Lv5)

패시브-신체 강화(C, Lv5)

이력 : 회사를 쫓겨나듯 그만둔 뒤 인생 역전을 꿈꾸며 로또에 손을 댔다. 그것을 시작으로 불법 도박에 빠져 가산을 탕진했으며 이혼까지 당했다. 일반인이었을 때의 사념이 강하게 작용해 각성한 뒤 ‘로또’라는 특수 스킬을 갖게 됐다.(타입 : 신체 강화형)

자세하게 드러난 이력이 절로 동정심을 자아냈다.

‘어휴…….’

나는 이 남자가 왜 나를 숨어서 지켜봤는지 궁금했다. 성향이 ‘오더’인 것으로 보아 악인은 아니었다. 적어도 시스템 안에서 질서에 어긋나는 행동은 하지 않았다는 뜻이다.

여전히 이빨을 드러내고 있는 암젤이 언제든 스킬을 사용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

머뭇거리던 남자가 입을 열었다.

“자네, 게이머 맞지?”

“네, 아저씨도?”

“응, 초면에 반말을 해서 미안해. 아무리 봐도 자네는 고등학생 정도로밖에 안 보여서.”

“고등학생 아닙니다. 스무 살이에요.”

“아, 그렇군.”

남자는 뒷머리를 긁적인 뒤 나에게 물었다.

“혹시 던전에 들어갈 생각인가?”

“네, 그건 왜 물으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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