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대치동 클래스-247화 (246/252)
  • 247화. 외전 (22) - 입취캠프 (1)

    제주도 당일치기로 짧은 여행을 다녀오고 약 한 달쯤 뒤.

    서울시 교육 프로그램에 참여 중인 학생들의 시험이 끝났다.

    “와….”

    서울 북부 청소년 센터에 모인 멘티 학생들은 너나 할 것 없이 꼬리표 또는 성적표를 펼치고는 말을 잇지 못하고 있었다.

    “모두! 성적 상승 축하한다!”

    단 한 명의 예외도 없이, 모두의 성적이 올라간 것이었다.

    “감사합니다!!!!”

    학생들이 기쁜 듯 소리를 질렀다.

    충분히 그럴 만도 했다. 지금까지 공부에 있어서는 성취라는 성취를 제대로 내지 못했던 녀석들이었다.

    그러나 이번만큼은 그렇지 않았다.

    ‘성실성이 판도를 갈랐지.’

    멘티 학생들이 지금까지 공부로 성과를 내지 못했던 주된 요인은 절대적인 공부시간이었다.

    공부를 제대로 하는 방법도 몰랐고, 어떤 문제집을 풀어야 하는지도 몰랐다. 옆에서 공부시간을 체크해주는 파트너도 없었고, 학습법에 대한 개념 자체가 부족했다.

    그런 방향성을, 이번 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해소할 수 있었고, 강제적이기는 하나 억지로라도 공부를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었다.

    향상 폭의 차이는 있었지만, 그래도 모두가 성적 향상이라는 결과를 낼 수 있었다.

    “좀 올랐어?”

    “어… 그게….”

    지효는 한층 더 올라간 자신의 성적표를 보면서 예진이에게 물었다. 예진이는 얼떨떨한 얼굴로 성적표를 지효에게 보여주었다.

    “…아.”

    “왜 그래?”

    지효는 예진이에게 성적표를 나에게 보여줘도 되냐고 물었다. 예진이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음….”

    예진이의 성적표를 확인한 나는 미간을 좁혔다.

    “예진아.”

    “네?”

    “잠깐 와라.”

    나는 아직 성적 향상의 기쁨이 가시지 않은 강의실을 향해 크게 말했다.

    “자 진정하고! 이번 성적표 토대로 입시 상담, 취업 상담 해 줄 거다! 준비들 하고 있어!”

    학생들의 얼굴에 다시금 긴장이 서렸다. 녀석들의 표정을 확인하고는 살짝 웃으면서 상담실로 준비해둔 강의실로 이동했다.

    * * *

    상담실에는 나뿐만 아니라 다른 졸업생들도 함께 들어왔다. 녀석들이 원했다기보다는, 내가 요청한 것이었다.

    “그때그때 멘티들에게 필요한 게 생길 거야. 각자, 도와줄 수 있는 게 보이면 바로 도와줘.”

    내 뒤에서 대기하고 있던 녀석들이 알겠다며 답했다.

    첫 번째 상담자는 예진이였다.

    예진이는 성적표를 꺼내면서 자리에 앉았다.

    성적표를 제일 먼저 확인한 은장이가 놀라며 말했다.

    “대박!!! 예진아 수학 빼고 다 올랐네!!”

    은장이의 말대로 예진이는 수학을 제외한 모든 과목 성적이 1등급이 되었다.

    아쉽게도 수학은 3등급이었다.

    중간고사와 기말고사는 나쁘지 않게 봤지만, 수행평가에서 조금 깎인 탓이었다.

    “쌤, 예진이 대박 났는데요!?”

    “수학만 3이고 나머지는 모두 1이잖아. 완전 수직 상승 아냐?”

    정석이도 옆에서 거들었다.

    “…부족해.”

    “네?”

    내 말에 졸업생들이 고개를 돌렸다. 예진이도 내 심각한 표정을 확인했는지 얼굴을 굳혔다.

    “예진아.”

    “네, 쌤.”

    “수학이랑 미술, 세특 끝났냐?”

    다른 과목들이 모두 1등급이 된 건 정말 큰 성과였다. 적어도, 지금까지의 성적이 모두 3, 4등급이었으니 말이다.

    그러나 문제는 수학과 미술이었다.

    “교대생에게 필요한 지식은 기본적인 국수영사과뿐만이 아니다.”

    “그럼요?”

    “생각해 봐. 초등학교 선생님이 어디까지 가르치시는지.”

    은장이와 민주가 잠깐 생각에 잠겼다가 입을 벌렸다.

    “예체능…!”

    “그래. 미술 성취도가 B야. 게다가 수학은 3등급인데, 이걸 봐라.”

    나는 예진이의 성적표를 펼쳤다. 그리고는 들고 있던 볼펜으로 예진이의 수학 성적 중 원점수 부분에 동그라미를 쳤다.

    “원점수가 67점, 평균은 48점. 표준편차는 22점, 성취도는 D가 나왔다. 수강자수는 200명이 조금 넘고. 이게 무슨 뜻인지 알고 있냐?”

    내 말에 학생들 모두가 숨을 죽인 채 나를 바라만 봤다. 모두가 답을 내놓을 수 없는 상황이었다.

    “예진이의 학교 학생들이 수학에 매우 취약한데, 예진이는 그중에서는 그나마 조금 수학을 한 정도이지, 잘한다고 말할 수는 없다는 뜻이야. 그리고 이거도.”

    나는 예진이의 성적표 중 작년 성적표를 꺼냈다.

    “작년 영어를 보면 이번 수학과 똑같이 3등급이야. 그런데 성취도가 A가 나왔지?”

    “어, 그렇네요.”

    예진이가 이게 어떻게 된 일이지, 하며 고개를 갸웃했다.

    “같은 3등급이지만, 이런 한두 개의 차이 때문에 평가 내용이 달라지게 된다. 음악, 체육도 작년에는 A였는데 올해 미술은 B가 떴으니까 이 부분도 평가에서 깎이게 되고.”

    예진이의 성적표가 이번에 수직상승한 것은 맞았다. 하지만, 그것과 함께 동시에 평가되어야 하는 것이 있었다.

    바로, 발전가능성 및 성실성이었다.

    “학생부종합전형에서는 이 모든 사항들을 토대로 지원자의 역량을 점검한다. 그런데 예진이는 다른 건 몰라도, 이번 수학 성적과 미술 성적이 이렇게 말하고 있어.”

    학생들의 얼굴에 긴장감이 서렸다.

    “이 학생은 한 두 문제만 더 틀렸어도 수학이 4등급이었겠구나. 수학은 다소 소홀히 했구나. 3학년 때 다른 과목들 챙긴다고 예체능 과목은 그냥 놨구나.”

    “헉…!”

    내 말을 들은 예진이가 짧은 숨을 삼켰다.

    “어떻게 아셨어요!? 저 3등급 턱걸이고, 미술은 하루 전에 벼락치기만 했어요….”

    “이 모든 사항들을 고려하면 얼추 유추할 수 있지. 이제 알겠냐? 내가 왜 수학, 미술 세특 끝났냐고 물어보는지.”

    지금 시점에서 부족한 학업역량을 채울 수 있는 방법은 추가 탐구활동뿐이었다.

    쉽게 말하면, 내가 성적은 다소 부족할지 몰라도 기본적인 호기심 충족이라든가 탐구 역량은 부족하지 않다는 것을 보여 주는 것이다.

    물론, 이런 내용을 추가한다고 해서 무조건 긍정적인 효과를 보이지는 않는다.

    다만, 잘 모르는 분야여도 두려워하지 않고 끊임없이 도전한다는 점만 보여 줄 수 있어도, 일부나마 단점을 극복할 수 있었다.

    지금 예진이에게 부족한 게 바로 이런 사항들이었다.

    “수학 쌤이랑은 별로 안 친한데….”

    “이번 기회에 친해져 봐. 고3이잖아? 부탁드리면 잘 받아 주실 거야.”

    예진이는 고개를 끄덕이며 곧장 동석이를 향해 말했다.

    “선배님!”

    “네, 네?”

    “저 수학 세특 어떤 거 넣으면 좋을까요?”

    예진이의 적극적인 세특 주제 추천 공세에 동석이가 잠시 주춤했다. 그러다 밝게 웃으면서 예진이에게 말했다.

    “그럼 교과 과정부터 살펴보면서 이야기해 보죠!”

    “아, 미술은 내가 추천해 줄게! 교대랑 미술이면 내가 최근에 했던 활동이 있어!”

    채영이도 옆에서 예진이를 도와주겠다며 나섰다. 나는 녀석들을 보면서 살짝 미소를 지었다.

    “그럼 다음 학생들도 불러 와라.”

    그날, 나는 모든 멘티 학생들 상담을 해 주었다. 1인당 15분 내외의 상담이었기에 가능했다. 상담을 기다리는 학생들은 남은 기간 동안의 수행평가 방향이나 방학 공부법 등을 배워나갔다.

    그리고 며칠 뒤, 본격적인 입취캠프가 오픈되었다.

    * * *

    “여러분 안녕하세요!”

    입취캠프에 참여하게 된 최지은, 한지현은 물론이고 박 선생도 와서는 학생들과 반갑게 인사를 나눴다.

    “안녕하세요!”

    학생들이 교사들을 향해 인사를 했다.

    이제는 멘토링이 진행되고 시간이 제법 지나서인지 다들 프로그램 준비 과정에서의 예절이라든가 매너를 잘 알고 있었다.

    멘티 학생들은 자리에 똑바로 앉아서 교사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일 준비가 되어 있음을 보여주었다.

    “환영해 줘서 고맙습니다. 이제 약 한 달간, 매주 주말마다 입시와 취업을 도와주는 입취캠프가 열릴 거예요!”

    이번 캠프는 서울시 교육 프로그램에서 진행되는 교육 과정 중 하나로, 당장 진학 또는 취업을 해야 하는 고3 학생들을 대상으로 하는 캠프였다.

    진학을 희망하는 학생들에게는 입시에 사용한 자기소개서 준비 또는 면접 준비를 도와준다.

    취업을 희망하는 학생들에게는 이력서 준비나 취업용 자기소개서 준비, 취업용 스펙을 쌓기 위한 활동 추천 및 준비 등을 상담 때 이야기해 준다.

    “각자 나눠 준 반 있죠? 해당 반으로 이동하면 됩니다!”

    최지은의 안내에 따라 학생들이 해당되는 강의실로 이동했다.

    졸업생 녀석들도 각자의 역량에 따라 담당 반을 나눠주었다.

    예를 들면, 취업에 강한 태성이와 은장이, 민주, 채영이가 취업반 멘토를 담당하는 식이었다.

    동석이, 명천이, 태웅이, 경필이는 진학반을 담당했고 말이다.

    “고졸 취업은 이력서에 들어갈 내용들도 결국 학생부에서 생각해 봐야 해. 확실하게 성과라 할 만한 활동이 대부분 학교에서 있었으니까, 떠올리기도 좋을 거야.”

    “선배는 어떻게 아세요?”

    “내가 기업 대표니까?”

    “헐… 맞네요.”

    특히 태성이의 조언들은 정말 뼈와 살이 되는 조언들이 많았다. 만약 자신이 고졸 취업 준비생의 면접을 본다면 이런 걸 물어볼 거다, 이력서에서는 무엇을 중요하게 볼 거다, 라는 식의 조언들이었다.

    ‘기업 대표는 폼으로 하는 게 아니었네.’

    녀석의 성장을 확인하니 괜히 미소가 지어졌다.

    ‘입시 쪽이야 뭐 걱정할 거 없고.“

    진학을 희망하는 학생들에게 대입 상담을 해주는 건, 지금까지도 열심히 해왔던 분야였기에 어렵지 않았다. 그건 최지은, 한지현 선생도 마찬가지였다.

    두 사람은 지금까지 학생들을 상담해준 경력, 교내 학생들 자소서 및 면접 수업을 해 준 경험을 살려 멘티들을 지도했다.

    “이 소재는 1번 문항에 어울리지 않아. 다른 걸 찾아볼까?”

    “자소서를 안 본다면 면접을 정말 빡쎄게 볼 확률이 높아. 학과와 관련된 심층 질문도 준비해봐야겠는데?”

    두 사람의 조언들을 토대로 멘티 학생들은 진학 준비를 위해 준비된 강의실에 자리를 마련하고 노트북을 폈다. 면접 준비가 중요한 학생들도 기출문제를 만들기 위해 열심히 타이핑을 했다.

    그렇게 시간이 제법 흘렀고, 드디어 마지막 학생까지 상담이 끝난 순간이었다.

    “으~아! 세 시간을 계속 상담만 해줬더니 몸이 뻐근하네요.”

    “그러니까요. 학생들이 연이어서 오니까 입도 금방 말라가요.”

    최지은과 한지현이 기지개를 켜면서 중얼거렸다.

    “고생들 많으십니다.”

    “고생은요, 이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죠.”

    “그럼요. 이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셔야 합니다.”

    이어진 내 말에 최지은과 한지현의 얼굴이 굳어졌다.

    “…네?”

    “아, 벌써 문항 1개를 완성한 녀석이 있나 봅니다. 얼른 첨삭해 주셔야죠.”

    “그럼, 그럼! 얼른 가요! 내가 자리도 마련해 놨어요!”

    옆에 서 있던 박 선생이 최지은의 등을 밀었다.

    “어… 어어어…?”

    얼떨결에 자리에 앉은 최지은은 이어진 자기소개서 첨삭으로만 세 시간을 더 앉아 있게 되었다.

    당연하게도, 나와 박 선생은 그날 교육 프로그램 일정이 마무리된 후 최지은에게 원망 아닌 원망을 듣게 되었고 말이다.

    * * *

    예진은 남은 기간 동안 최선을 다해서 학생부를 채워나갔다.

    -응? 이제 곧 방학인데 언제 하려고?

    -저 할 수 있습니다, 선생님!

    -어… 그럼 일상 속 수학 주제로 PPT 만들어와. 그럼 생기부에 넣어 줄게.

    수학 선생님과도 이야기를 나누자마자, 그날 밤을 지새우면서 자료를 만들었다. 센터의 임정훈에게 노트북을 빌리는 것도 잊지 않았다.

    -쌤! 감사합니다!

    -아냐. 고장만 내지 마라!

    임정훈도 선뜻 노트북을 빌려주었다. 그러면서도 임정훈은 예진을 기특하게 바라봤다.

    -왜요?

    -아냐, 이제는 정말 거리낌 없이 말할 수 있구나 해서.

    임정훈의 말대로 예진이 노트북을 빌리는 순간, 그 옆에는 지효와 다른 학생들이 서성이고 있었다.

    이전의 예진이었다면 다른 친구들이 보는 앞에서 노트북을 빌려달라고 말하지도 못했을 터였다.

    그러나, 토론대회를 다녀온 이후 예진의 모습이 확연히 달라졌다.

    ‘이거 잘만 하면….’

    정말 강명문 선생님이 말씀하신 것처럼, 경기교대에 붙을 수 있는 건 아닐까?

    물론 임정훈은, 그런 생각은 밖으로 꺼내지 않고 예진에게 노트북을 빌려줄 뿐이었다.

    ‘나중에 꼭 맛있는 치킨이라도 사드려야지!’

    예진은 합격해서 임정훈에게도 무언가 보답을 해주겠다는 다짐을 했다. 강명문 선생님에게도, 자신을 도와준 동석 선배를 비롯한 여러 선배들에게도 말이다.

    -쌤! 저, 초등학교에서 벽화 그리기 활동이 초등학생들의 정서발달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간단하게 찾아봤는데, 이거로 넣을게요!

    미술 선생님도 예진에게 자유주제로 무언가 해 오면 적어 준다고 했었다. 예진이 가지고 온 한글 파일을 확인한 미술 교사는 예진을 향해 웃으면서 꼭 생기부에 넣어 주겠노라 밝혔다.

    ‘이제 남은 건….’

    학생부에 들어간 내용 중 적절한 소재를 찾아서 교대용 자소서를 작성하는 일이었다.

    예진은 멘토링 시간에 받은 자소서 상담, 첨삭을 떠올렸다.

    -핵심은 교직인적성이야.

    강명문의 말대로, 예진의 자소서는 교직인적성과 관련된 이야기들을 많이 넣어야했다. 거기에 한 가지가 더 추가될 계획이었다.

    -전문가가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 주자.

    아직은 고등학생이기에 정말 전문가스럽지는 않겠지만, 전문가가 되겠다는 의지를 보여줄 수 있는 사례를 일부나마 보여 주라는 뜻이었다.

    피드백 내용들을 떠올리면서 노트북을 열심히 두드리던 예진은 뒤에서 자고 있던 어머니가 뒤척이는 소리를 들었다.

    ‘아.’

    자소서에 집중하느라 부모님이 주무시는 것도 잊고 있었다. 예진은 최대한 타이핑 소리를 줄이고서 한글 파일에 글자를 하나하나 적어내려갔다.

    경기교대의 자기소개서 4번, 대학별 자율문항.

    질문은 이랬다.

    <초등교사에게 필요한 자질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작성하고, 그 자질을 갖추기 위해 했던 노력을 구체적으로 기술해 주시기 바랍니다.>

    이에 예진은 망설임 없이 키보드에 손을 올렸다.

    <교사의 역량 중 하나로 저는 예체능 능력을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학교 미술 시간에 저는 초등학생들의 벽화그리기 활동이 초등학생의 정서발달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알아본 적이 있습니다.>

    ‘주요 과목을 공부한다고 소홀히 했던 건 사실이야. 하지만, 이 과목들도 챙겨야 해.’

    강명문과의 상담 내용을 떠올린 예진은 자신의 자소서 방향을 확실히 구축했다.

    그건 바로, 주요 교과목과 연계한 예체능 과목의 활용이었다.

    ‘예체능이 비주류라고 생각하면 안 돼.’

    이전까지는 자신도 그런 마음이 없지는 않았었다. 그렇기에 이번 시험에서도 미술 과목 공부에 소홀히 했었다.

    ‘초등교사가 되려는 나는, 더더욱 그러면 안 돼.’

    하지만 이제는 아니었다. 예체능 분야의 폭넓은 방향성을 알아보면 알아볼수록, 초등교육에 반드시 필요한 역량임을 알아간 것이다.

    ‘그게, 초등교사에게 필요한 자질이야.’

    교대를 향한, 교사를 향한 예진의 마음.

    그 간절한 바람은 로드맵이 되었고.

    지금, 입시 준비를 통해 점차 형태를 갖춰 나가고 있었다.

    <그림을 수업 시간에만 배우지 않고, 실제 자신의 그림이 학교에 남아 많은 친구들에게 보여질 수 있는 경험은 학생에게 특별한 기억으로 남을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특히, 이는 학생 참여 수업의 형태로도 보여 줄 수 있다는 판단에 학생들의 자율적인 학습 태도 신장을….>

    그리고 그런 딸의 모습을, 예진의 어머니와 아버지가 살며시 바라보고는 이불을 덮었다.

    딸에게 보여 주고 싶지 않은, 부끄러운 모습을 보일 것만 같았기에.

    대학을 가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딸에게 부끄럽지 않은 부모가 되기 위해.

    밤새도록, 임정훈에게서 빌려 온 노트북 불빛이 각자의 생각이 담긴 예진의 집 안을 희미하게 비추고 있었다.

    **본 글에 나오는 용어, 사건, 학교명, 기관명 등은 허구입니다**

    - 다음 화에 계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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