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5화. 공교육의 희망
옥상에서의 한바탕 소동이 끝나자마자 나는 신 기자와 마주했다.
사건의 전말을 들은 신 기자가 눈을 끔뻑거리더니 입을 틀어막았다.
“……대박.”
“네?”
“미쳤다, 미쳤어. 강 선생님, 이거 진짜 대박 특종감이에요. 미쳤다, 내가 강문고 전담이라 다행이다 진짜!!”
그리고 신 기자의 기사가 그날 저녁 뉴스와 오후 기사는 물론이고 다음 날까지도 포털사이트에 도배가 되었다.
<학생의 극단적 선택을 막은 참교사 대활약!>
<강문고 강명문 교사, 제자를 구하고 내신 조작 사건을 들춰 내다!>
<입시실적에 찌든 대한민국 공교육의 한 줄기 빛! 강문고 강명문 선생님 본격 분석!>
각종 기사는 물론이고 칼럼까지 작성되면서 인터넷에 내 이름이 사라지지를 않았다.
“강명문 선생님과 인터뷰 좀 할 수 있을까요?”
“저희 강명문 선생님하고만 만나면 됩니다! 들여보내 주세요!”
당연히 학교가 떠들썩해질 수밖에 없었다. 그 모습을 한 교감이 뿌듯하게 바라보면서
“한국고는 맛볼 수 없는 순간이야! 으하하하!”
라며 환호성을 질렀다.
댓글도 난리였다.
-이런 선생님 왜 우리 학교에는 없냐?
-전국에 한 명 있을까 말까 할 듯
-나 강문고 다니는데 저 선생님 진짜 개쩐다. 수업도 잘 가르침.
-작년 졸업생이다. 저 선생님 특강 덕분에 목표대 이상으로 붙었다. 질문 받는다.
작년 졸업생이라는 녀석은 내 눈에 걸리기만 해라 아주.
어쨌든, 그렇게 나는 하루아침에 유명인사가 되었다.
이사장, 한 교감, 강 교장 등 많은 사람들이 기뻐했고, 자랑스러워했다.
“하…… 창피하게 진짜.”
그러나 정작 당사자인 나는 창피해서 고개를 들고 다니기가 어려웠다. 지나가는 선생들, 직원들, 학생들, 심지어 매점 아주머니까지 나를 보면 잡아세웠기 때문이다.
“쌤! 저랑 셀카 하나만요!”
“셀카는 왜?”
“왜긴요! 트위티에 자랑해야죠! 우리 학교에 공교육의 희망, 강명문쌤 있다고!”
“공교육…… 뭐?”
겨우 셀카를 찍고 나오면
“강 선생님, 여기 싸인 좀 해 줄래요?”
“싸인이요?”
“우리 딸이 중학생인데 선생님 팬이래요. 선생님 때문에 강문고 오고 싶다고 그래요. 공교육의 희망이 계신 학교로 가야 한다나 뭐라나.”
이런 일들도 생겼다.
“학생을 구했으니까 뭐 그럴 수야 있다고는 쳐도…….”
아무리 그래도 이건 좀 너무하다 싶었다.
“그리고 그 이상한 별명은 뭡니까? 공교육의 희망이니 뭔 아이콘이니…….”
그러나 내 불평을 들은 박 선생이 고개를 좌우로 저었다.
“선생님 진짜 요즘 화제의 인물이에요.”
“그 정도입니까?”
“그럼요. 친구들이 선생님 소개 좀 해달라고 난리인걸요. 그리고…….”
박 선생이 장난스럽게 웃으면서 말하다가 목소리를 낮췄다.
“우리 아빠도 선생님 보고 싶어 해요.”
“박 검사님이요?”
그러자 박 선생이 고개를 끄덕이면서 부연 설명을 했다.
“이번에 내신 조작 사건도 터졌잖아요? 그거 때문에 그러시는 거 같아요.”
유미는 자살방조죄를 기본으로 해서 체포되었다. 이사장은 유미가 가진 문제를 파헤치다가 유미가 자살방조죄는 물론이고 내신 조작에도 관여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지금 그 건으로 조사를 하시려는 거 같아요. 관련해서 선생님도 만나려고 그러시더라고요.”
박 선생의 말을 들으면서 나는 앞으로 어떻게 움직여야 할지를 고민했다.
차장검사와 함께 움직이는 것도 나쁘지는 않겠지만…… 결국 내 본분을 놓칠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말씀은 감사하지만, 지금은 때가 아닌 것 같습니다.”
“입시 때문이죠?”
박 선생이 이유를 묻자 맞다고 답했다.
“역시. 강 선생님이면 입시 준비 해야 해서 아빠 안 만날 거라고 제가 호언장담을 했거든요.”
“내기라도 하신 건 아니죠?”
“글쎄요, 어떨려나요?”
농담을 주고 받는 사이 신 기자에게 전화가 왔다.
[선생님, 기사들 보셨죠?]
“아무리 그래도 너무 정신이 없네요. 이렇게까지 될 일인가…….”
그 말에 신 기자가 대뜸 소리를 질렀다.
[이렇게까지라니요! 당연히 되어야죠! 강 선생님은 지금 공교육의 희망이 되고 있는데 그렇게 말씀하시면 어떡해요!]
“역시 기자님이 저를 그렇게 부르고 다녔군요?”
내가 서늘한 목소리로 말하자 신 기자가 말하기를 잠깐 멈추었다. 그리고는 아무것도 모른다며 능청스럽게 말했다.
[아뇨, 저는 아닌데요. 아무것도 모르겠는데요.]
“이봐요, 기자님…….”
[아! 국장님 잠시만요! 죄송해요 끊을게요!]
신 기자는 누가 봐도 수상쩍게 전화를 끊었다. 손으로 핸드폰을 세게 쥐면서 속으로 욕을 집어 삼켰다.
‘후…… 그래, 좋게 생각하자.’
어쨌든 이번 일로 내 주가는 한층 더 뛰었다. 더는 입시만 생각하는 교사니 그런 소리를 듣지는 않을 것이었다.
그렇기에 지금처럼 평판이 올라가는 일은 좋은 일이기는 했다.
그러나 아직 방심하기에는 일렀다.
‘아직 경필이가 남았다.’
강문고등학교, 2011년에 벌어질 대형 사건사고. 그중 마지막이라 할 수 있는 경필이 사고가 남아 있었으니까.
비록 내가 참여하는 행사는 아니지만, 경필이의 사고도 대비를 해야 했다.
대비책을 생각하면서 이사장실을 찾아갔다. 이사장은 나를 보자마자 두 팔을 활짝 벌리며 외쳤다.
“공교육의 희망! 우리 강명문 선생님, 어서 들어오세요!”
어째 이사장이 저 이상한 별명을 만든 게 아닐까 생각하면서 이사장실로 들어갔다.
“지금 이사진이 강 선생님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알아요?”
찻잔을 건네는 이사장이 만족스럽게 웃으면서 말했다.
“이제는 쉽게 건드릴 수 없는 존재로 인식하고 있어요.”
이사장은 이사진들끼리 한무회 이사의 처분에 대해 논의하고자 모인 자리에서 그들이 나누는 이야기를 듣고 왔다.
이사장이 있었기에 그들이 대놓고 이야기를 하지는 않았지만, 그들이 작게 속삭이는 말의 일부를 듣고 왔던 것이다.
그리고 유미 건에 대해 말했다.
“송유미는 퇴학시킬 거예요.”
퇴학이라는 단어에 나도 짐짓 놀랐다. 보통 이런 사건이 있으면 자퇴를 하도록 하지, 퇴학으로 이어 가지는 않았으니까.
게다가 사건 발생 하루 만에 결정되었다.
“결단이 빠르셨네요.”
“그럼요. 교장선생님, 교감선생님 모두 동의했어요. 오늘 결정됐으니 내일 바로 처리될 거예요.”
송유미의 퇴학 소식에 속으로 기뻐했다.
“잘하셨습니다.”
내 솔직한 감상을 들은 이사장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내 앞으로 몸을 숙였다. 그리고는 진중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래서 말인데 하나 더 부탁이 있어요.”
이사장이 찻잔을 좌우로 돌렸다. 향긋한 녹차 향이 이사장실을 가득 메웠다.
“행사를 하나 열어 주세요. 바른 학교 만들기 정책 제안 프로젝트.”
이사장의 말에 내가 눈을 크게 떴다. 그 반응이 만족스러웠는지 이사장이 기대가 된다며 이야기를 했다.
“강문고에는 최근 두 가지, 아니 세 가지 사건이 터졌어요.”
“그렇습니다.”
“하나는 학생의 극단적 선택. 또 하나는 급식비리. 마지막으로 내신 조작.”
세 가지만으로도 강문고는 지금 검경의 타겟이 되기에 충분했다. 실제로 지금 강철면 교장은 검경의 전화를 쳐내고 있는 중이기도 했다.
“그래서 학교에서도 이 문제들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학교를 변화시키고자 노력한다는 걸 보여 주고 싶어요.”
이사장은 강문고가 잘못된 점을 깔끔하게 인정하고, 더 나은 학교로 나아갔으면 한다면서 대회를 계획한 배경을 설명했다.
설명을 모두 들은 내가 일정을 가늠하고는 말했다.
“올해도 6월에 감사가 있으니 지금부터 준비해서 중간고사가 끝난 직후에 하면 좋겠습니다.”
“좋아요. 그런데 강 선생님, 저는 정말 감사를 위해서라든가, 기사에 내보내고 싶어서 이 프로젝트를 계획하는 게 아니에요.”
고개를 들고 이사장을 바라봤다. 이사장은 씁쓸하면서도 기대에 찬 눈빛을 하고 있었다.
그 눈빛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짐작하기에는 어렵지 않았다.
“알겠습니다. 변화하려고 노력하는 모습을 학생들에게 보여 주고 싶으신 거군요.”
“맞아요.”
방금 이사장이 학교의 큰 문제 3개를 언급할 때 태웅이 사건을 먼저 이야기한 것 자체가, 그녀의 최우선 순위가 학생이라는 걸 보여 주고 있었다.
게다가 정책 발표라든가 정책 제출, 이런 걸로도 할 수 있을 텐데 제안이라고 한 것도 학생들의 의견을 적극 반영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이었다.
“알겠습니다. 추진해 보겠습니다.”
고개를 끄덕이고 자리에서 일어선 나를 향해 이사장이 한 마디를 덧붙였다.
“이 프로젝트도 입시에 도움이 되겠죠?”
이사장실 문을 열면서 뒤를 돌아 이사장의 질문에 답했다.
“물론입니다.”
* * *
송유미는 경찰에 체포된 후 검찰로 송치되어 조사를 받고 있었다.
그리고 조사는 중앙지검 차장검사인 박성혁 검사가 담당했다.
“내신 조작하는 건 알고 있었나?”
“…….”
“어머니와 연관된 일이라는 것도 알고 있었고?”
“…….”
대답이 없는 송유미를 향해 박성혁 검사가 서류를 내려놓았다.
“침묵으로 일관하는 건 좋지 않아. 아무리 청소년이어도 지금 이건 심각한 중범죄야.”
“…….”
“친구 자살방조, 내신 조작, 부정한 청탁까지. 그걸 네 부모가 한 것뿐 아니라 학생도 대가를 받았다는 증거가 나왔어. 이거 잘못하면 성인 되어서도 빨간 줄 남아.”
박성혁 검사의 말대로 유미는 어머니와 같이 학교 이사들로부터 모종의 대가를 받아왔었다.
그리고 박성혁 검사는 그러한 일들이 벌어졌다는 사실에 대한 정황 증거들을 갖고 있었다.
다만, 확실한 물증은 없었다.
때문에 지금 한 말은 유미를 떠보기 위한 작전이었다.
박성혁의 예상대로 유미는 증거가 있다는 말을 듣자마자 방금 전과는 달리 눈동자를 파들파들 떨었다.
“저, 정말요?”
“그래. 그러니까 솔직하게 이야기해 줬으면 좋겠다.”
박성혁 검사가 책상을 팍! 치며 일어섰다. 그리고는 유미를 향해 의자를 끌어당겨 앉았다. 그는 서슬퍼런 눈을 하면서 유미를 씹어먹을 듯 노려봤다.
“지금까지 몇 번의 내신 조작을 했는지, 그 과정에서 어떤 대가를 받았는지 학생 입으로 직접 이야기해. 그리고 어머니와 유착한 학교 관계자가 누구인지도 아는 만큼 이야기하고.”
유미가 입을 덜덜 떨며 물었다.
“그, 그럼 저는…… 괜찮을까요?”
박성혁 검사는 악마같은 미소를 머금은 채 말했다.
“일반형사재판으로 넘어가지 않도록 도와주지.”
그러자 유미는 지금까지 알고 있는 정보들을 하나씩 이야기했다.
“내신 조작은…… 3번 했어요.”
“방식은?”
“한 번은 시험지 빼돌렸고…… 한 번은 OMR카드를 나중에 수정해서 다시 제출했어요. 작년에는 주관식 문제 틀린 답들 쌤들이 정답처리 해 주셨어요.”
박성혁은 이빨을 뿌득 갈았다. 유미의 말에 따르면 내신 조작에 관여한 선생이 한두 명이 아니라는 뜻이었기 때문이었다.
‘내 딸이 근무하는 곳에서 감히…….’
속으로 분노를 삼킨 박성혁이 다른 질문을 했다.
“좋아. 그럼 학교 관계자는 누구지?”
“저, 저도 잘은 모르지만…… 엄마가 학교 높은 사람이랑 알고 있다고 했어요.”
“높은 사람? 교장?”
유미는 고개를 저었다.
“교장은 아닌데 높다고 했어요.”
“그럼 이사나 이사장이겠군. 그리고?”
이제 유미는 더는 모른다며 고개를 마구 좌우로 흔들었다.
“더, 더는 몰라요. 진짜 몰라요!”
“성적 말고 다른 대가를 받은 건?”
“요, 용돈이요. 용돈 받았어요! 학교 높은 분인데 할머니였어요!”
그 말에 박성혁은 속으로 씨익 웃었다.
“그럼 친구 자살방조는 왜 한 거지?”
“그…… 그건…….”
“대답해. 직접 말하는 거랑, 우리가 찾아서 밝히는 거랑 다르니까.”
유미는 숨을 삼키면서 어렵게 입을 열었다.
“그 사람들이…… 선생님 이력이 망가지도록 도와주면 된다고 했어요.”
“선생님?”
“네……. 강명문 선생님이요.”
강명문의 이름을 들은 박성혁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그러면 대학도 보내 주고 용돈도 많이 챙겨주고……. 대기업 취업까지 시켜 준다고…….”
“미래 로드맵을 다 그려 주겠다?”
박성혁의 말에 유미가 무겁게 고개를 끄덕였다.
“저기, 검사님. 그럼 저 빨간 줄 안 생기는 거죠?”
순진무구한 유미의 질문에 박성혁이 미소를 지었다.
“자백해 줘서 고맙다. 형사재판에서 보자.”
“거, 검사님! 약속이 다르잖아요! 검사님!”
처음부터 박성혁은 유미를 용서해 줄 생각이 없었다. 딸의 근무지에서 생기는 일들이었기도 했고, 죄질이 나쁘기도 했다.
그렇기 때문에 애초에 유미는 형사재판 대상자였다.
‘강명문……. 왜 그렇게까지 공격을 받지?’
그리고 지금 그의 머릿속에는 강명문에 대한 생각으로 가득했다. 무슨 일을 했기에 이 정도까지의 견제를 받는가. 그게 궁금했다.
수사관이 유미를 내보내는 걸 확인한 박성혁은 핸드폰을 집었다.
“어, 강 프로. 나야.”
박성혁은 전화를 받은 인물에게 날카롭게 지시를 내렸다.
“강명문 좀 조사해 봐. 어떤 사람인지. 지금까지의 행적, 인간관계, 특이사항, 취미 등. 뭐든 좋으니 싹 다 알아봐.”
지시를 마친 박성혁이 의자를 뒤로 젖혔다.
“재밌는 선생 같거든.”
**본 글에 나오는 용어, 사건, 학교명, 기관명 등은 허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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