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다크니스 로드-465화 (465/468)
  • 465/468 회

    < --신혼 여행-- >

    아버지가 말하길, 자기랑 상성이 안좋아서 싸우면 질 가능성이 있는 절대자가 몇 있다고 하는데. 그중 한명은 정지와 불변의 절대자다.

    아버지가 가진 능력중 하나이면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진화'는 그의 능력에 의해서 막힌다고 한다.

    요컨데 정지와 불변의 절대자는 아버지 한정으로 마이너스. 아버지는 플러스다. 그러니 플러스 마이너스 제로.

    하지만 시작과 기원의 절대자. 이름으로 들어보아 어떤 능력을 가지고 있는지 조금은 짐작이 간다.

    아마 상성이 어쩌구 하기 전에 그가 하자는건....... 제로다. 0, 영, 아무것도 없음.

    하지만 모든 숫자는 0에서 시작한다. 그만큼 가능성을 되돌리고 시작점으로 돌아가게 만든다.

    "적지만, 창조의 절대자의 기운이 느껴지는군. 인연이 닿은자여, 그와 무슨 관계인가?"

    "아버지야, 그것도 둘째아들"

    "그것 참 호재(好在)라! 그가 결혼한다고 했을때가 얼마 전인것 같은데. 벌써부터 자식까지 장성해 이만큼이나 크다니"

    아버지랑 사이를 보면 그리 나쁘지만은 않은것 같다.

    결혼 이야기를 전해줬다는걸 보면 최소한 하객으로 올수도 있었을테지, 설마 내가 블러디어나 그런 새끼들에게 결혼식 청첩장은 보내지도 않았는데. 아버지야 그러겠어?

    "인연이 닿은자여, 그대의 이름은 무엇인가?"

    "류한, 팬텀 류한 더 다크니스 로드"

    "다크니스 더 디스페어의 뒤를 이은건가? 아...... 아니군. 그녀가 아직도 심연속에서 군림하고 있지 않나. 다크니스 로드는 이번대에는 정원이 가득 차 버린것이로군"

    "뭐, 그렇지"

    내가 로드가 되서 안건데. 로드는 같은 로드가 두명 이상 있을 수 없다.

    예를 들어서, 절대자는 그 강한 만큼 자심이 담당한 개념의 50퍼센트의 소유권을 가진다. 그에 한해서 절대적인 힘을 발휘할 수 있는것도 그때문.

    하지만 로드는 20퍼센트 정도다. 마치 주식 투자와 같다.

    50퍼센트는 건들 수 없는 영역, 그렇다면 남은 50퍼센트에서 해결해야 하는데 로드로서 소유할 수 있는 크기는 최소가 20퍼센트. 그 이하로 떨어지면 로드에서 떨어질거다.

    그 20퍼센트를 유지하기 위해 의지의 크기라던가 컨트롤이 필요하니 어지간해서는 안떨어진다. 아무튼 최소가 20퍼센트다. 50을 20으로 나누면 2 하고도 10이 남는다.

    즉, 별짓을 다해도 같은 로드는 두명 이상 나오지 않는다.

    만약 정원이 차버린 로드를 하려면 그 로드를 죽여야겠지. 아니면 내려오길 바라던가.

    "시대가 오는 것인가? 운명의 절대자의 예언이 맞아 떨어진 모양이로군"

    "운명의 절대자가?"

    "그녀는 가끔 기분이 좋다면 예언을 해주곤 하지. 예전에도 종종 들었고. 그것으로 인해 내가 이곳에 있지 않은가?"

    무슨 예언을 한거냐 운명의 절대자.

    그녀에게 좋은 감정이 없는 나는 또 무슨 흑막짓거리를 하려고 했길래 예언까지 했나 생각했다.

    "그 음침하고 기분 나쁘고 사람 비웃는듯한 여자는 그리 믿지 않는게 좋은데. 아무리 같은 절대자라도 말이지"

    "무슨 소리인가? 음침하고 기분 나쁘다니? 운명의 절대자 그녀는 여성형 절대자 중에서 활발하면서도 밝은 성격....... 아아아, 그런 것이였나. 망가져 버린 것이로군"

    무언가 말하려고 했던 그는 이내 이해 했다는듯 말을 끊었다.

    그녀가 밝았다고? 망가져버렸어?

    뭔가 있었구나. 그것밖에 가능성이 없다.

    "그런 그녀가 그렇게 되었다면, 나는 그런 그녀의 행동을 존중해줘야 할 수밖에 없는게지. 그녀의 계획에는 이미 내가 해야할 역할이 정해져 있겠지. 그게 그녀가 바란다면 그대로 움직여주는 체스말이 되어주는 수밖에"

    "그년이 무슨 일을 할지 알고 있는거야?"

    "...... 말을 삼가하게 다크니스 로드. 최소한 내 앞에선 그녀를 무례하게 말하는건 그만 두었으면 좋을텐데"

    "내가 여태까지 그년한테 쌓인게 얼마나 되는지 알면 그런말 안나올껄?"

    다크 로드 캐슬의 추락에, 다른건 다 봐줘도 일리엘의 죽음까지 끼어들었다.

    죽여버려도 시원치가 않다.

    "네 아버지의 친구로서, 그리고 그녀도 그중 한명인데 버릇없게 말하는것으로 보아. 약간의 훈계가 필요할지도 모르겠군"

    "뭐?"

    "제네시스(Genesis)"

    투웅! 하고 격렬한 무언가가 내 몸을 ?

    고 지나가는 듯 했다.

    피할수도 없고 오로지 저항할 수밖에 없는 무언가. 하지만 내 힘은, 의지로도 마치 폭풍에 밀려오는 해일을 그저 바닷가에 조금 있는 방파제로 막을수 없는것처럼 밀려나간다.

    힘이 사그러져간다. 내 육체는 물론 로드로서의 힘조차도.

    비상식적이면서 일어날 수 없는 일은 단숨에 일어나 버렸다.

    짧은 내 금발이, 나의 청년년기에나 볼 수 있었던 금발이 만져진다. 거기에 눈도 아마 푸른색일거다.

    "뭘.... 어떻게!"

    "그저, 그대의 모든것을. 15세의 생일때로 되돌려 버린것 뿐"

    이런 미친......!!

    시작과 기원. 그렇다면 그는 어떤것이든 그 시작점으로 돌릴 수 있다.

    아버지가 진화의 힘을 써도, 그는 언제고 그것을 0으로 만들 수 있다는 소리다.

    게다가 난 평범한 로드도 아니다, 오버 로드인데도 불구하고 저항도 하지 못했다.

    "운명의 절대자는 정지와 불변의 절대자의 짓궂은 장난으로 인해 어린애의 몸으로 성장을 할수가 없었지. 우리 절대자라도 어느정도 성장은 있는데 말이야. 그렇다는건 절대자에게도 같은 절대자의 힘은 통한다는 소리지"

    "그게 뭐!"

    "고작 로드 정도야, 절대자가 아니고서는 그렇게 까다롭지 않으니 힘이 없던 상태로 되돌리는것도 간단한 것이지. 거기에 이게 있다면 영구적으로도 가능하...... 음?"

    제네시스는 자신의 허리춤을 뒤적뒤적거리다 잡혀야 할것이 만져지지 않자 허리를 돌려서 자신의 바지와 옷들을 살펴보았다.

    이내 인상을 찡그리면서 신음성을 내뱉는다.

    "...... 그러고 보니 자기 전에 거짓과 진실의 절대자에게 제네시스 트리거(Genesis Trigger)를 빌려줬었군, 빌어먹을 거짓말쟁이놈"

    "당신, 알고 보니 은근히 허당이구나?"

    대충 십 몇초정도 지나니까 다시 원래대로 돌아온다.

    내 힘이, 전부가. 여태까지 쌓아올려왔던 모든것이.

    심연이 다시 한번 나를 반겨준다.

    "큭...... 아무튼, 운명의 절대자가 무엇을 하던. 그것은 본인이 생각해둔 목적이 있어서 그랬겠지. 그녀는 오래전부터 비극보다는 희극을 좋아하는 그런 여성이였어. 무엇을 바라고 있던 그 끝은 희극이라 나는 믿을 것이다"

    "..... 둘이 친구야?"

    "친구.... 일까? 글쎄, 나는 사실 동녀(童女) 취향이라, 어쩌면 남녀간의 이야기일수도 있겠지"

    "뜬금없이 커밍아웃! 하지만 깔수가 없어!"

    아니, 잠깐만 기다려봐.

    그가 있다면 루이넬도 예전에 성인식을 치루기 전에 풋풋하고 파릇파릇하던 루이넬로 돌아갈 수 있다는건가?

    "저기, 있잖아. 일단 괜찮으면 우리집 갈래?"

    나는 아까전만 해도 힘을 순간적으로 잃어버렸다는 사실은 그냥 마음에 두지 않고 날려버렸다.

    난 이쪽이 더 중요해.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해?"

    "여러가지. 그녀가 무슨 계획을 짠건지 어느정도 예측해보는 것이다. 그대와 닿은 인연만으로는 부족할터니까"

    "내가 어디가?"

    "그대가 절대자가 되어도. 기껏해야 절대자 한명이다. 절대자가 두명이 모인다면 법칙을 바꿀 수 있고. 세명이 모인다면 세상의 개념조차도 틀어버릴수가 있지. 하지만 이상하군. 내가 보기론 그녀의 계획에 필요한 절대자는 셋. 그대가 절대자에 오른다고 해도 둘이 부족하다"

    "다른 절대자가 있잖아?"

    "원래의 법칙과 개념들에 순응하며 살아가는 우리가 멋대로 그것들을 바꿀리가 없지 않나. 그건 오로지 태어날때부터 절대자가 아닌 로드를 거쳐 절대자가 된 자만이 가능한 일이지"

    나 말고 후에 두명쯤 더 절대자가 나오는건가?

    호오, 이거 기대된다. 과연 어떤 녀석이 될까?

    형은 아니다. 형은 이미 실패해버린 존재. 비록 무력은 강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반 절대자는 절대자가 아니다. 대충 형이 장악한 개념의 범위는 45퍼센트에서 49.9퍼센트 정도. 완벽하게 절대자는 아니니 그정도일거다.

    후에 두명의 절대자가 나온다면 어떤 절대자가 될까. 궁금하다.

    "그런데 있잖아. 아까 나를 15세 생일 때로 되돌린것처럼. 한사람도 999세 생일때나 200세 생일 때로 되돌리거나 할 수 있어?"

    "물론이다. 그게 되지 못한다면 절대자란 이름은 버려야지"

    "만세!"

    그렇다면 나는 언제나 환영이다. 루이넬은 지금도 예쁘지만 귀여운건 옛날이 더 귀여워! 어린애를 귀여워 하는건 사람의 본능이다. 나를 욕할거면 우선 강아지나 고양이 새끼를 귀여워 하는 사람들부터 욕해야지. 사람들도 아기는 귀여워 하잖아.

    루이넬을 과거의 모습으로 돌린 다음에 사진을 찍어서 남겨둬야지. 거기에 더불어서 옷도 사러 갈거다.

    드레스라던가 아니면 원피스나 가벼운 옷도 좋고, 보이쉬한 계열도 좋으니까 닥치는대로 입혀보고 사진찍고 부비부비해줘야지!

    "경박하지만 꽤나 솔직한 욕망이군. 하지만 그래도 나이에 걸맞는 행동으로 조금 자제심을 가지는게 좋지 않겠나"

    "뭐 어때서? 난 한창 혈기 넘치는 30대인데다 루이넬이랑은 결혼한지 1년 조금 넘는 신혼이라고"

    "삼십대... 라고? 로드가 고작해야 삼십대의 나이라고?"

    나는 현재 잘은 모르겠지만 대충 30대다. 초반인지 중반인지는 나도 나이를 안세어서 모르지만 대충 감으로 계산하고 있으니 그정도쯤 된다.

    "잠깐만. 그렇다는 이야기는...... 하하하! 그런것이였나. 세명이 아니라 네명이였어.... 그녀도 괴물을 만들어서 어쩌자는건지"

    "이해 못할 소리는 하지 말아주고. 설명좀 해주겠어?"

    "거절하지, 이건 때가 되면 자동으로 알게 될 일일테니까. 그대의 기준으로도 그리 멀지 않았어. 기껏해야 십 몇년 수준이겠지"

    "여태까지 30년 살아온 사람한테는 십 몇년도 길거든?"

    내 인생의 3분이 1이나 되는거니까. 그리고 막상 살면 십년도 길다.

    아마 내가 40대나 50대쯤 ?

    을때겠지..... 잘만하면 그때도 절대자에 오를지도 모르겠지만 지금은 아직 무리다. 평소에도 꼬박꼬박 강해지곤 있지만 시간이 아직 그리 지나지 않아 허락해주는데는 한계가 있다.

    "뭐, 좋다. 그녀가 그런것을 바란다면 나는 그걸 위해 움직여주면 그만인것을. 후에는 누군가와 적대할지 모르겠군"

    "누구?"

    "글쎄, 재능있고 혈기 넘치는 루키라던가? 뒤를 걸어오는 자들을 봐주는건 마치 어린아이의 재롱을 보는것만 같아서 귀엽지"

    "그러다 한대 맞으면? 절대자라도 로드라면 한방쯤은 먹일텐데?"

    "그대는 어린아이와 놀다가 실수로 급소에 맞아서 아프다고 화를 내나?"

    아, 그렇구나.

    나는 예전에 고아원에서 살아서 애들이랑 같이 논적이 하루도 빠지지 않을 정도로 많다. 그러다가 투닥거리면 실수로 명치라던가 사타구니 사이라던가 맞아서 아플때도 있지.

    하지만 그때는 설령 약간의 투정을 부릴지언정 화를 내진 않는다. 투정도 화내는거에 속할지도 모르지만 그건 그냥 표현이니까 괜찮을거다.

    어른의 관용이라는 거구나. 그러다가 훅가면 쪽팔릴텐데.

    "아, 난 잠깐 사냥좀 했다가 들어갈건데. 무력적으로 해결할거면 문제 없지만 나라 하나를 상대해야 할지도 모르니까 귀찮아지거든. 기왕이면 조용히 들어가는 쪽으로 선택해서 따라와주면 안될까?"

    "사회, 라는 것은 마음을 가진 존재들이 모여 이루는 합동체지. 딱히 그걸 부술 마음은 없다. 기척을 죽인다면 눈앞에 있어도 보이지도 않을테고 설령 들킨다고 하더라도 기록 자체가 없었던 때로 돌린다면 손쉽게 가능하다"

    굉장하네 그거. 역시 절대자다. 나도 기척을 죽이면 하지 못할것도 없지만 취향에 안맞는다고 해야하나..... 나는 어째 흥미 있는거에만 실력이 느는것 같다.

    싸우는거라던가 그런쪽 말이야.

    주변에서 제네시스의 기척으로 황급히 도망치던 나이트 클래스의 ADC한마리를 잡아 질질 끌어온다. 본래는 캠프에서 차량이나 헬기가 소식을 보내면 온다는데 그것도 다 돈 써서 장비를 맞춰야 하는것인터라 괜한 돈낭비할거 그냥 차라리 내가 끌고가는 편이 나을것 같아서 안샀다.

    나는 캠프로 돌아왔다. 갈때 한시간 걸렸으니 아무리 늦어도 한시간이면 돌아간다. 잡은 ADC의 뿔을 잡아 질질 끌어도 걷는 속도는 전혀 줄지 않았서 왕복 두시간이면 충분했다. 그런데 끌고오다보니 나무가 걸리적 거리더라, 다 부쉈지만.

    기겁을 하면서 사람들이 놀라 물러나고 캠프쪽에 대충 신고한 후에 적절한 금액은 통장으로 넣고 오늘 가는 버스를 탈 수 있었다.

    뭐야 이거, 3일도 아니고 하루면 끝이잖아. 아까 본 3인조랑 만날 시간도 없겠네. 다음에 보면 되겠지 뭐.

    "지구도 참 이상하군. 이능은 없지만 또 이상한 쪽으로 발달한 곳인가?"

    "또... 라니? 다른 지구도 알아?"

    "지구는 몇 없는 다중 차원이지. 각각의 세계가 달라도 몇종류의 거의 흡사한 행성이 존재하는데, 그중 하나가 지구다"

    "그럼 지구 말고 다른 곳도 있다는 소리야?"

    "하나의 명칭으로서 다수가 존재하며 흡사한 행성은 지구만 있는게 아니다. 엄청난 낭비지, 창조의 절대자가 공들인 세계는 지구만 있는게 아니니까"

    "아버지가 공들였다고? 어떻게?"

    "일단 기본적으로 인간들만 있다던가. 외부로부터의 간섭이 들어오지 않는 한 지구에는 지적 생명체는 인간밖에 나지 않는 환경이다. 다른 차원에는 인간과 이종족도 있는데도 불구하고 말이지"

    "그건 알고 있어"

    "거기에 이능이 있는곳도 드물지. 아예 없는곳도 있고 약간이나마 있는곳도 있고. 있지만 알아내지 못한곳도 있고, 발견해서 발달한 곳도 있다"

    "..... 평행세계?"

    "지구 자체는 그렇게 볼 수 있겠지"

    한마디로 지구라는 세계와 역사 자체는 거의 흡사한데 사람이 다르다는건가?

    하기야 한마디도 나오지 않는 단역 1의 이름같은거 누가 알고 있으려고.

    큰 줄기는 같으니 작은 줄기는 전혀 다른 것인가. 나무도 자세히 보지 않으면 다 거기서 거기로 보일테니까.

    "그래서, 그쪽은 이제 뭘 할거야? 전성기 시절의 절대자라면...... 혹시 제 1차 차원 전쟁에 참가하지 않았지?"

    "카오스가 나를 영입하러 오긴 했었지만 거절했다. 류현도 마찬가지고"

    "전쟁 싫어하나보네"

    "부질없을 뿐이다"

    하기야 전쟁은 기술의 발전도 낳지만 반대로 그만큼의 희생을 필요로한다.

    사람의 목숨을 담보로 한 기술의 발전. 차라리 천천히 발전하는 쪽이 더 나은데.

    집으로 돌아오는 버스를 탄 나는 캠프에서 국경선을 넘어 다시 한국으로 돌아왔다. 아, 좋다. 나는 은근히 매연 냄새가 이상하게도 좋단 말이지.

    요즘 시대는 기름값이 비싸져서 자가용은 사치중에 사치라고 한다. 그나마 버스나 택시쪽이 운행해서 다행이지..... 옛날보다 돈은 훨씬 많이 들지만.

    서민 죽어나가는 소리좀 안나게 해라.

    나는 집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그전에 선물 삼아서 오늘 돈번걸로 옷이라던가 어울릴만한걸로 몇벌 사왔다. 참고로 어린애용. 남자가 여자옷사면 이상한 눈으로 보겠지만 그게 소아용이라면 자식 옷 사는구나, 하는 선택지가 있어서 어느정도 완화된다.

    왜 소아용인지는 말하지 않아도 알사람은 안다.

    "아, 왔어? 어.... 그런데 옆에 있는 사람은 누구?"

    "아버지 지인이야. 우연이 만났어"

    "...... 우연히 만날 사람은 아닌걸로 보이는데"

    절대자를 우연히 만날 확률은 높지 않다. 오히려 보통 사람은 스쳐 지나가는것 조차 드물다. 1퍼센트 대 이하 정도일까? 차원을 넘을 수 있는 초월자들 만이 그나마 만날 확률이 높을지도 모르지만 멈춰있는 시계랑 1분씩 빨리가는 시계랑 둘중에서 더 잘맞는 시계를 고르라면 전자다. 최소한 멈춰있는 시계는 하루에 두번은 맞는 시간을 가리키니까.

    그런고로 가만히 있는 사람이 더 만나기 쉬울지도 모른다. 그래봐야 새발의 피지만.

    루이넬은 커피를 타기 위해 물을 끓인다. 커피 포트도 쓸 수 있지만 그것 보다 직접 끓이는 쪽이 물 온도를 조절할 수 있어서 좋다. 느긋하게 기다릴 수도 있어서 좋고. 나는 루이넬의 뒷태를 감상할 수 있어서 더 좋다.

    "좋은 아내군. 흡혈귀인가?"

    "응, 예쁘지?"

    "오래 살아왔으나 보기 드문 미색이로군. 비견될 자들이야 기껏해서 절대자나 그에 준하는 자들인가"

    "생각해보니 초월자중에 못생긴 사람은 없던데"

    "초월자라는것은 어디까지나 부질없는 '완벽함'에 가까워지는 자들이다. 황금비라던가 그런걸 알고 있나? 혹은 완전 생물이라던가"

    "생각하는걸 그만두기라고 할 생각이야?"

    "어디까지나 부질없어도 '완벽'에 가까워진다. 그러니 자연적으로 그 특성상 초월자 중에는 못생긴 사람이 없다고 무방하지, 최소가 봐줄만한 정도다"

    하기야 마족 중에서 못생긴 사람은 찾는게 고역일 정도였고 전형적인 한국인 핏줄인 최강인도 데스 로드의 덕택인지 아니면 초월자가 되서 그런건진 몰라도 잡티 하나 없는 입다물고 있으면 잘생긴 편이였다.

    "그대도 마찬가지겠지. 15세의 생일때의 외모와 지금 외모를 보아. 그 사이에 무언가 계기가 있어서 완벽에 가까워지기 위해 외형이 변화했던것일수도 있고"

    "난 마력이 내 몸을 뜯어고쳐서 그런줄 알았는데"

    재생 능력과 거대한 마력이 내 몸을 휘저어서 이렇게 된줄 알았는데 뭔가 다른 이유도 한두개쯤 있었던 모양이다.

    절대자와의 대화는 많은 도움이 된다. 지금의 나라면 얻을 수 있는 정보가 수없이 많아서 대화를 하는 것 만으로도 앞으로 나갈 계기나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이게 바로 어른에게 어린아이가 조언을 구하는, 그런쪽의 당연한 이야기인가.

    "커피 드세요"

    "감사히 마시도록 하지"

    이내 루이넬이 커피를 내왔다. 적절한 온도, 나와 같은 커피파인 루이넬은 이제 커피 타는 실력도 수준급이 되었다. 참고로 진짜 손님용으로 따로 원두랑 기타 도구들을 사서 구비해 두었다. 여차 할 때는 내가 내올수도 있다. 최상의 커피맛을 보아라!

    "나만 이야기 하니 조금 그렇군. 이쪽도 내가 자고 있는동안 무슨 일이 있었는지 듣고 싶군"

    "어디부터 이야기 해주면 되는데? 제 1차 차원 전쟁 이후?"

    "딱 그 전쟁 시작하기 전이 내가 잠을 청하던 시기다"

    그때쯤이라면 꽤나 이야기가 길어지겠네.

    나는 그에게 내가 알고 있는 쪽의 이야기들을 했다. 아버지가 전쟁에서 승리하고, 블러디어들의 존재들이나, 내가 살아왔던 경험, 루이넬이랑 결혼하고..... 특히나 운명의 절대자에 관해서는 어느정도 개인 사심이 들어갔다.

    "그런가..... 이해했다. 예측이 확신으로 들어섰군"

    "뭘 예측했는데?"

    "자세히 말하면 여러가지로 재미없어지겠지. 하지만 한가지 확실한건 전쟁 시작부터 그녀가 이 일을 계획하고 있었던 것이다. 스스로 오물을 뒤집어 쓰려는건가, 바보같은 여자"

    쯧, 하고 그가 혀를 찼다. 무언가 맘에 안드는것 같은 낌세다.

    오물을 뒤집어 쓰다니....... 운명의 절대자가 무슨 희생이라도 하려는걸까? 그게 나하고 무슨 상관이 있기에?

    "한가지 알려줄것이 있다면....... 후, 조금 충격받을지도 모르겠는데 괜찮겠나?"

    "뭘, 어지간한걸로 이젠 충격 안받아"

    "그런가, 그렇다면 이야기 해줘도 되겠군"

    그는 커피를 한모금 마시고 무덤덤하게 말했다.

    "자네의 삶은 처음부터 운명의 절대자에게 계획되어 있던것이네"

    뭐래?

    난데없는 말에 내가 처음 든 생각은 딱 그거였다.

    "그녀 스스로 계획한거겠지"

    "....... 욕하고 싶다. 내가 그녀가 한대로 놀아난거에 불과하잖아"

    "그녀가 할 수 있는건 어디까지나 예측과 약간의 운명의 왜곡이다. 계획대로 한다고 해서 그 계획대로 흘러가지만은 않지 않나? 실패하면 말짱 꽝인것을"

    "그래도 기분이 나빠"

    "책을 본것과 직접 격은것은 다르지. 그래서 여태까지 살아온 삶을 후회하나?"

    나는 루이넬을 보았다. 그녀가 빙긋 웃어준다.

    그거 하나만으로도 나는 후회하지 않는다. 여태까지 격은 고난이 전부 내가 살아오고 있는 증거다.

    "그런데, 왜 하필 나야?"

    "인간이니까"

    "나 말고도 인간은 널려 있을텐데?"

    "가능성이 있으니까. 오래전부터 연구해온 무작위함. 그리고 비틀림의 절대자로 인해 생겨난 불완전함의 미학. 살아있는 트리거기어(TriggerGear)가 바로 인간이지"

    "트리거기어?"

    들어본적 있다. 강인이랑 마찬가지로 최고로 꼽히는 7명의 마법사중 하나. 엘리자베스 트리거기어.

    거기에 블러디어중에도 루카 트리거기어라고 있다. 같은 집안 사람인가?

    "트리거기어는 혈연으로 이어진게 아니다. 엄밀하게 말하자면 조직명이지. 같은 목적을 가졌기에 성을 트리거기어로 할 뿐이니까"

    "목적이라"

    마법사는 궁극의 목적이자 목표가 있다고 한다. 물론 어중이 떠중이는 권력이나 돈, 물질적인 것을 바라겠지만 진짜 마법사는 다르다고 한다. 형에게서 들었지.

    형이 '불가능을 가능으로 바꾸는 마법사'로서 바라는 궁극적인 목표는 세계의 법칙 개변..... 이라고 하긴 한데 반쯤 절대자가 되서 흐지부지 ?

    다고.

    데니스 세이블랜의 '신을 거역하는 최강의 마법사'로서의 궁극적인 목적은 사상 구현. 요컨데 비비디 바비디 부, 생각하면 자기 생각대로 되는것이다. 간단히 말해서 전지전능.

    다른 사람들은 안면이 없으니 모르겠고 최강인의 목표는 들어본적 없다.

    "그 트리거기어의 궁극적인 목적이란게 뭐야?"

    "가능성의 조율. 세계의 중추가 될 수 있는 모든 가능성을 품은 인공적인 존재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제작으로서의 실력은 그 부산물에 불과하지"

    "...... 뭔 소리래?"

    "전 차원을 뒤지다 보면. 아주 희귀하게 모든 가능성을 지닌 존재가 태어난다. 그자는 공통적으로 인간이지. 그리고 무엇이든 할 수 있다"

    "진짜?!"

    전지 전능 클래스 아닌가 그거? 아버지도 전능한것처럼 보이지만 창조 행위일 뿐이다. 부수는것도 창조해서 부수는것 뿐이고.

    "의사, 요리사, 약사, 목수, 공무원, 경찰, 연구자, 발명가, 스포츠맨, 화가, 권력자, 검사, 무인, 마법사, 주술사, 살인귀, 범죄자, 강간범, 영웅, 악당, 대장장이, 상인, 로드...... 심지어 절대자까지. 그 어떤것을 하던간에 가능성이 있는 자를. 말하지"

    "진짜 모든 가능성이야?!"

    "자네가 편중된 존재로서 절대자에 다다를 수 있고, 우연과 운에 맞겨서 절대자에 오른다면 가장 안정적이게 절대자에 오를 수 있는자겠지. 그 안에 기타 문제는 둘째 치더라도 그들은 존재 자체가 예측에서 벗어난 오류지. 전 차원을 뒤져도 한손에 꼽으면 많은 수준일거다. 내가 잠들기 전에도 고작해야 하나가 있었으니까"

    말 그대로 어떤걸 하던 재능이 있다는것인다.

    눈치가 빠르던, 아니면 요령이 있던, 우연이 따라주던.

    그 순간 나는 머릿속에서 번개처럼 스쳐 지나가는 한녀석이 떠올랐다.

    "알고 있는 사람이 있는 모양이군"

    "나는 그냥, 이놈은 쩌는 악당이던 훌륭한 영웅이던 어느쪽이던 될거라고 생각했는데...... 사실 더 많았구나"

    어느쪽이던 갈 수 있는 방향성을 가진 존재.

    그는 눈을 감고 조용히 말했다.

    "바보같은 여자. 무모하면서도 절대자에게도 스케일 큰 계획을 짜고 있군 그래. 어떻게 될지는 두고보면 알겠지"

    제네시스가 미소를 지었다.

    ============================ 작품 후기 ============================

    제 소설 중에서 트리거기어란 떡밥이 나왔네요. 이거 중요함.

    사실 트리거기어란 모든 가능성을 부여하는 무언가를 만들어내는 자들의 통칭인 성이죠. 요컨데 학파명.

    가끔, 아주 가끔. 운명의 절대자가 고의인지 아니면 우연인지 모르지만 진짜로 '모든 가능성'을 가진 사람이 태어납니다.

    그 어떤것을 하더라도 가능성이 있습니다. 물론 가능성은 불확실한 것이기 때문에 이상하게 보일수도 있겠지만요.

    팽귄이 아무리 노력한다 한들 독수리라는 선택지로 갈 수 없지만. 모든 가능성을 지닌 사람은 자기가 원하는대로 그 어떤 것이든 가능성을 가질 수 있습니다. 설령 종족이 다른 것으로, 괴물로, 혹은 성별조차도 여성에서 남성으로, 남성에서 여성으로 갈 수 있는 가능성이 제로가 아니죠.

    제가 여태까지 살면서 소설이랑 기타등등 본 바로는 이 재능을 가지고 있는 다른 픽션 속의 인물은 딱 2명입니다.

    한명의 올마스터의 밀레이온 더 윈드리스. 칭호 보면 알겠듯이 재능은 물론 가능성이 쩔죠. 조금 애매한 면도 있지만.

    다음으론 이건 2차 창작인데....... 동방 기연담의 츠치키 료야죠. 능력 덕분에 세계 하나를 품어서 모든 가능성을 가지고 있을만하긴 한데 본인이 자각이 병신이라 패망. 레알 능력 하나는 로드의 구현화 못지 않은데 말이죠.

    현재 시점에서도 '모든 가능성'을 지닌 사람은 단 둘입니다.

    위에서 말했듯이 길현이. 그리고 나중에 그사람이 나올 소설을 쓰고 있긴 한데..... 이쪽은 재능이 평범해서 선택지가 조금 한정되어 있죠. 아니, 분명 절대자도 될수는 있지만 워낙 재능이 평범해서 되기 전에 죽을겁니다. 이능을 배워도 수명에 구애받지 않게 초월자가 되기 전에 늙어 죽을거 같거든요.

    아직 예정은 그리 안되어있지만. 아무튼 단 두명입니다. 팬텀은 극단적으로 치우쳐져 있는 녀석이고요. 애초에 팬텀이 마법사나 과학자가 될 가능성이나 선택지는 아예 없지 않습니까.

    머리로 하는건 다 선택지에서 없음. 이거시 팬텀 퀼리티.

    아무튼 여기서 말한 다른 소설 떡밥을 하나 주자면.

    일루전 로드(2대)랑 운명의 절대자랑, 엘리자베스 트리거기어. 이 셋이 모이면 가상 현실같은 게임 하나 만드는것도 일도 아니죠.

    가상현실에 쓰는 컴퓨터? 운명의 절대자가 운명 계산하다가 심심풀이로 빼논 연산력 좀 쓰면 널널하게 가능합니다. 100억명이 동시에 쩌는 퀼리티의 게임의 단체 레이드를 뛰어도 렉 안먹음.

    젠장. 나 언제 이 떡밥들이랑 이야기 다 쓰지. 대충 내가 30살 넘으면 반은 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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