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다크니스 로드-464화 (464/468)

464/468 회

< --신혼 여행-- >

루이넬이 인터넷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이야, 세상 참 좋아졌네. 노트북 사이즈보다도 더 줄어들었는데 컴퓨터 용량이 기본 하드가 1테라 바이트야. 이 사이즈에 진짜 되는건가?

하기야 발전하면 기계도 좋아지니까. 내가 고아원에서 쓰던 컴퓨터가 옛날 컴퓨터라 오히려 그때쯤에도 유행 좀 지난 컴퓨터가 성능이 더 좋더라.

"흠, 이렇게 지정된 공간에서 많은 정도를 얻을 수 있다면 이점도 있겠지만 반대로 단점도 있을것 같은걸. 예를 들어서 방안에만 틀어박혀 산다던가"

"혹시 뭐 히키코모리 문제에 관한 신문 기사라도 읽은적 있어?"

"아니, 추측했을 뿐이야. 사람은 편함을 추구하니까, 그건 마족도 다르지 않고. 그래서 귀족 계급이 만들어지기도 한거고"

사람들은 편함을 원한다.

편함을 위해 욕구가 발산되고 그 욕구가 진보를 불러일으킨다. 그리고 좀더 편하고 좋아지기 위해. 걷기 힘드니 말을 타고, 말타는게 힘드니 운송 수단을 발명하고.

소식을 전하는게 힘드니 편지를 발명하고, 편지 전하는게 힘드니 전화기를 발명하고.

그런게 바로 사람이다.

컴퓨터란 존재의 등장으로 세상은 큰 번혁이 일어났지만 반대로 그만큼의 반작용도 일어났다. 만약 예전에 봤던 영화처럼 로봇들이 반란을 일으킨다거나 하는 미래가 오면 아마 다 엿될지도.

"그래도 나쁘진 않아. 이거, 다크 로드 캐슬이나 마계에서도 써볼까?"

"이쪽의 컴퓨터보단 형한테 부탁하는게 좋을꺼야. 그쪽은 마법과 과학을 합친 마도공학이 발달했으니까 마법을 쓰는 컴퓨터나 그런것도 있겠지. 형이라도 거래엔 얄짤 없을테니까 기술 거래라도 해야지"

"기술 차이가 많이 나는데...... 할만한게 있어?"

"파편 충돌 에너지 생성장치. 이 지구를 이렇게 만든 것이기도 하지만 제어된다면 그만큼 쩌는것도 없어. 그리고 다크 로드 캐슬에 있는건 일루전 로드가 만든 신형이고. 형이 만든거랑은 구조가 약간 달라도 기술 교류는 해볼만 해. 그리고 각각의 차원에 특산물이나 그런게 있듯이 기술 교류 걱정은 할 필요 없어"

그런데 우리, 왜 신혼 여행중에 일걱정 하고 있는거지.

기왕 휴가 나온거 좀 행복하게 있으면 안될까?

"우린 천생 마왕인걸. 팬텀도 알고보면 자기 사람에게는 상냥하고"

"아냐, 아냐, 아냐. 전혀 아냐. 난 내 사람에게 상냥한건 맞는데 그 범위가 좁아. 내가 끌까지, 최후의 순간까지 구해줄 사람은 두종류 밖에 없어"

하나는 내 동료와 가족들, 안면이 있는 녀석들이고.

다른 하나는 심연속에서 빛을 그리워 하며 구원을 바라는 녀석들.

내 의지이자 지켜야 할 것이다.

"인터넷은 뭐가 많은걸. 네이버, 구글, 파이어폭스, 크롬......"

"뭐야, 다 익숙한것들이네"

"어? 이게 뭐지? 일베저장소?"

"거긴 안돼"

나는 마우스를 움직이는 루이넬의 손을 잡아 아예 창을 꺼버린다.

휴, 위험할뻔 했다.

이 세계에서 ADC는 훌륭한 연구거리이자 식량이다. 물론 높은 등급은 어느정도 허가받은 사람만이 먹을 수 있겠지만 그렇다곤 해도 소비량이 장난이 아니라고 한다.

폰 클래스의 ADC의 고기를 먹어도 일주일 내내 원기 가득하고 부부사이도 좋아지는 마술이 펼쳐지는데 그 이상의 등급이라면 가히 엘릭서가 부럽지 않을 것이다.

특히나 그중에서 가장 좋은건 하나, ADC의 세포를 줄이고 정제해서 만들어 낸 약품은 그야말로 만병통치약이다. 즉, 약제이기도 한 것이다. 그게 굳이 중간계로 치자면 트롤뿐만 아니라 오크나 오우거에게서도 난다는 것이 그 넓이가 크다.

아무튼 간에 존나 좋아서 나라에서 허가받은 비아 뭐시기 하는 약같은 거라고.

그런 ADC를 잡아오려면 가끔 도심 속에서 나타나는 녀석들보다는 차라리 국경선 밖으로 나가서 잡는게 훨씬 편하다고 한다. 그래서 나는 3일 안에 끝내버리게 움직이는 중이고.

대충 퀸 클래스 정도로 잡아와서 몇달 쉬자. 루이넬이랑 당분간 오순도순 현대 문명의 기술을 느끼며 보내고 싶다. 음..... 생각해보니까 나는 클럽 같은데도 가본적이 없네. 애초에 그때는 미성년자였지만.

야밤에 차끌고 나가서 어디 춤추는 클럽 같은데 나가봐야겠다. 젊은 남녀라면 한번쯤은 가봐야지. 솔직히 호기심이 들기도 하고.

협회에 출장인지 아니면 출근인지 국경선 밖으로 나간다고 신청한 후에 밖으로 나간다. 보아하니 장비도 있는걸 보아 기본적으로 레이드와 같은 분위기가 든다.

간다고 해서 적합자 혼자만 가는것도 아니고 마치 롤롤 거리는 게임마냥 서포터나 원딜이나 그런것도 나누어져 있는 모양. 근데 이능이 없어서 서포터는 그냥 싸운 후에 치료를 하는 쪽이다. 원딜은 기본적으로 총기를 쓰는 편이고.

아무리 육체능력이 좋아져도 활은 그리 좋지 못하다. 차라리 좀 더 쩌는 총기를 만들어서 쓰는게 훨씬 좋다. 강한 육체인만큼 반동을 견딜 수 있을테니까.

그런데 난 맨몸으로 마실 나오듯 나왔다. 청바지에 티셔츠.

따로 국경선 밖에는 캠프가 있는 모양. 그곳까지 또 연결된 루트로 차량이 다니고 그 일대나 좀 더 멀리 원정을 가는듯하다.

나갈 적합자들은 마치 MT가는것 마냥 협회 소속 건물에서 모인다. 이후 차량을 타고 캠프로 이동.

신청자가 어느정도 차면 나간다는데 보통 이틀에 한번 아니면 삼일에 한번 텀을 두고 나간다. 생각보다 빠르네. 돌아가는 차도 어느정도 있겠다.

"다들 모이셨습니까? 차량에 탑승한 이후 인원 점검을 합니다. 혹시나 지금이라도 사정으로 인해서 빠지실 분은 빠져주십시오"

레알 무슨 MT같다. 이런 경우엔 즐기러 가는게 아니라 돈 벌러 가는거겠지만.

차량에 탑승한 후 나는 배정받은 버스에 올라탄다. 버스는 어디 관광 버스같은 딱 단체로 여행갈때 쓰는 그런 차량이지만 외관을 보니 여간 단단한게 아니다. 흠...... 어디 ADC라도 잡아서 외피를 벗겨 쓴건가? 재질이 금속질이지만 다듬은 흔적은 많이 보이지 않는다.

유리도 강화 유리인것 같다. 총으로 쏴도 안깨지겠네.

보통 MT라면 짐칸에 술이나 술이나, 혹은 술같은걸 주로 싣고 가겠지만 보니까 총기만 우수수수, 거기에 약간의 식량과 물품이 전부다.

아, 생각보다 쓸쓸하다 적합자 판정은 나만 받아서 루이넬은 데려가지 못한다. 옆구리가 시려.

"오? 자네 신입인가?"

잠깐 눈을 붙이려고 하던중에 누군가 말을 건다. 붙임성 좋은걸, 그런 사람은 딱히 싫어하지 않는다.

눈을 뜨니 동안으로 보이는 중년 남성이 말을 걸고 있었다. 내 옆에 앉으려는건지 머리 위의 짐칸에 따로 짐을 넣고 있었다.

"요즘 적합자는 그리 들어오지 않는데 말이야. 서창수라고 하네. 올해 7년차 적합자지"

"류한, 아..... 혹시나 해두는 말인데 얼굴보다 나이 꽤 많으니까 반말해도 뭐라 하지 말고"

내 나이가 올해 30이 넘어서 초반 아니면 많으면 중반쯤 된다. 진짜 60대 할아버지가 오지 않는한 존댓말할 생각 없다. 내가 여태껏 존댓말 써본 사람도 그리 많지 않고 말이야.

"적합자중에 노안은 찾기 힘드니까 이해하네. 나도 50대거든"

"...... 아무리 봐도 30대로 밖에 안보이는데"

ADC의 세포 참 쩌는구나. 솔직하게 말해서 탐나는데 이능을 섞으면 어떻게 될지 그래서 그냥 냅두는게 좋을것 같다.

이런걸로 발전해도 좋겠지만 후에 부작용이 클것 같다. 나와 같은 타입으로 육체가 강해지더라도 마찬가지로 정신이 성장하는데는 엘릭서가 없으면 큰 효용은 못본다.

"자네, 이번이 처음이지?"

"그런데?"

"나도 그런 때가 있었지. 인간미 없게 어지간한 놈은 처음 보는 사람인걸 알면서도 뭐 하나 가르쳐주는 놈이 없나"

딱히 가르쳐주지 않아도 몸으로 때우면 그만이다.

그래도 호의를 가지고 해주는건데 나쁠건 없.... 진 않겠지.

나는 작게 미소를 지었다.

서창수, 그는 꽤나 쓸만한 정보를 알려줬다. 아마 적합자에게는 기본적인 지식이기도 하겠지.

하지만 그정도 뿐, 나는 은혜를 입었으면 갚는다. 내 좌우명이 '여자와 어린애, 그리고 노약자에게는 친절히'지만 형의 좌우명은 '은혜는 10배, 원한은 100배'와 같이 은혜는 잊지 않는다. 원한도 물론이고.

보통이라면 ADC한두놈 잡아다가 줄테지만.

내가 괜히 로드이고 그것 빼고도 전쟁터에서 구른 짬이 적지 않다.

그리고 심연이 꿈틀거리면서 알려준다.

서창수, 이새끼는 명실상부 심연에 속한 녀석이다. 요컨데 욕망이 도를 넘어 빛에서 탈선한 어둠. 그리고 무엇보다도 피냄새가 난다.

실제로 나는건 아니라 감 같은것. 정도를 넘은 녀석은 어떻게 ?

건 그 표가 나기 마련이다.

사람은 구원받을 수 있다. 하지만 나락으로 떨어졌을 때의 이유는 무슨짓을 하건 사라지지 않는다. 죽어서 환생하면 또 모를까.

설령 죄값을 받고 죄를 뉘우쳐도 죄를 지었다는건 달라지지 않는다.

녀석에게서는 더러운 토사물 냄새가 난다. 음, 최강의 참견쟁이 팬텀!

살짝 개드립이였다.

꿈틀꿈틀 거리면서 심연이 반응한다. 인상 좋은 얼굴로 참 거지같은 짓을 많이 했구나.

일단은 속아주기로 했다.

마치 만화 초반에 나오는 친절하지만 사실은 악독한 역할의 캐릭터 같다고 할까. 후에는 호되게 당하는 그런 쪽이다.

어느덧 버스는 캠프에 도착했다. 말이 캠프지 어느정도 건물을 갇추고 있어서 없는게 없을 정도.

버스에서 짐을 내리고 각자 방향대로 향한다. 사냥을 할 사람은 사냥을, 잠깐 쉴 사람은 쉰다.

서창수는 진득하게 내 옆에 붙어있다. 무언가 얻어먹을게 있다는 듯이 행동하는게 기분이 나쁘다.

"자넨 이제부터 어떻게 할텐가? 바로 나가서 사냥을 할 생각인가?"

"빨리 끝내고 집으로 돌아갈거야. 이번달 할당량을 채우면 되니까"

"하하, 초보라서 아직 뭘 모르는구만. 등급이 진짜로 높은 적합자가 아닌 이상 다른 팀원들을 구해서 단체로 사냥하는 편이 더 편하고 안전하지"

"상관 없어"

혼자 사냥하는 편이 더 편하다.

"자네는 아직 모르겠지만. 이곳도 파벌이 있네. 그 파벌에 속하지 않으면 사냥터도 배정받지 못하고 위험한 곳으로 나가야 하지. 초보인 자네는 아직 파벌이 없으니 사냥하지 못하지 않겠나?"

".... 그런 식이냐?"

"응? 무슨 말인가?"

속닥속닥, 심연속에서 말을 걸어온다.

속지마, 거짓말이야.

파벌 자체는 거짓말이 아니다. 사냥터도 마찬가지. 하지만 어디까지나 그 사냥터에는 그쪽 파벌 인물이 많다는 개념이지 아예 다른 적합자까지 차단하면 엄청난 비난을 받는다.

사냥은 자유. 하지만 이쪽은 우리 영역이니까 되도록이면 사냥하지 않는게 좋아, 라는 뜻이다.

"초보 적합자를 끌어들여서 다른 동료랑 같이 그놈을 미끼삼아 위험한 사냥터에서 ADC를 사냥하고 후에는 배당도 주지 않고 ?

아내고 덤벼들면 사고로 위장해 살해. 그렇게 죽은 놈만 두자리수에 다다르지. 적합자는 꼬박꼬박 들어오니까 한두명씩 사고로 죽어도 별탈 없다고 생각하니 아무도 의심하지 않고 말이야"

"그, 그걸 어떻게....!"

"뭐, 대충"

들을건 다 들었으니까.

평소라면 루이넬이랑 있어서 기분 좋으니 이런 녀석이라도 살려주겠지만. 나를 이용하려고 들고 호구로 보고 있어서 기분이 나쁘다.

"내가 널 죽이진 않아. 나는 너에게 손끝하나 만지지도 않을꺼야"

다만, 살려준다곤 안했다.

나는 피식 웃으면서 걸음을 옮겼다. 그러던 찰나 서창수는 내 어께를 잡으려고 손을 뻗었지만.

그대로 풍덩, 하는 모습과 동시에 자신의 그림자 속으로 빠졌다.

심연속으로. 열댓명가량 그가 간접적으로 죽인 초보 적합자들의 원한이 그를 잠식할 것이다.

내가 죽이진 않았다. 그저, 어둠에 건드릴 놈은 건드려도 된다고 허락했을 뿐.

어둠은 말하자면 지극히 소심한 왕따다. 낯을 가려서 낮선 사람은 피하지만 기회가 생긴다면 자신을 괴롭힌 사람에게는 가차없다.

잘가라, 너도 같은 심연의 어둠이 되겠지.

한사람이 길 한가운데서 죽었음에도 불구하고 아무도 눈치채지 못했다. 그가 다시 심연에서 나오지 않으면 심연으로 빠졌다는 사실은 아무도 모른다. 애초에 즉사니까.

"얼른 사냥이가 가볼까"

루이넬이 기다리고 있을테니까.

"아니, 그러니까 미안하다니까 그냥 가져가라고"

"우리가 거지인줄 알아요!"

"그럼 어쩌라고?"

"현경아, 진정하고. 저쪽도 실수라고 하고 초보라니까 우리가 이해하자. 응?"

"오빠! 오빠는 화나지도 않아?"

나는 이러저러해서 시비가 붙어버렸다. 내가 한건 아니고 사냥터를 쭉쭉 나아가다가 갑자기 ADC가 한마리 튀어나와서 덤벼들길래 반사적으로 주먹을 날려서 죽여버렸는데. 그놈을 잡던 파티가 하나 있던 모양이다.

그래서 소유권 문제로 시비가 붙어버렸는데..... 막타는 내가 먹었지만 사냥하던 사람이 있으니 그걸 넘겨주려다가. 저쪽의 여성이 뭔가 화가난 모양이다.

문득 마음속에 있던 말이 나올뻔 했다. 오늘 마법의 날이냐고. 젠장, 루이넬에게 해도 화를 낼판에 낮선 여성에게 물으면 뺨 맞아도 할말 없을 말이잖아.

아무튼 그걸 말리는 남성 두명. 사과도 하고 잡은것도 주겠다는데 왜?

"태도가 아니잖아요! 태도가! 말이 그래도 아무리 봐도 사과하는 사람의 태도가 아닌데!"

"아"

진심이 없고 그저 외부의 반응에 그러려니, 하는 느낌으로 일상을 보내서 그런가.

무례도 이런 무례가 없다. 이쪽이 피해를 끼쳤으면 그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를 하는게 옳다.

"미안, 갑자기 이녀석이 튀어나와서 나도 모르게 잡아버렸어. 잡던 사람이 있는줄도 몰랐고 그냥 두면 공격할것 같아서 자기 보호 행위로 했던거야. 그에 대해선 사과할께, 잡은 사체도 넘겨줄테니까 가져가"

"..... 그렇게까지 말한다면야"

그제서야 여성쪽이 물러난다.

인원은 세명, 남성 두명에 여성 한명으로 된 소규모 파티다. 남자쪽은 한명이 검을 들고 있고 다른 한명이 총기를 들고 있다. 여성쪽은 창을 들고 있고.

"실례했습니다. 김석규라고 합니다. 이쪽은 하현경. 그리고 총을 든 남자는 전진한이라고 합니다"

"류한, 오늘 처음 사냥 나왔어"

반말하는건 그리 신경 안쓰는듯 했다. 이곳에 나왔다는 것 자체가 적합자라는거고 적합자중에서 동안인 사람이 한둘이 아닌 모양이니까.

실제 나이는 얼굴보다 연상으로 보니까. 스무살쯤 많은것 정돈 없는 일도 아니니 대체적으로 아는 사람이 아니면 반말을 하는 모양이다. 요상하게 모르는 사람에게 반말하고 아는 사람에게 존댓말하네.

"초보라면 이쪽이 아니라 다른쪽으로 가는게 좋아"

전진한이란 남자가 조용히 말했다. 그는 셋째처럼 과묵한 성격인것 같다. 말은 없지만 그만큼 신중해서 허언은 하지 않는 사람.

셋째는 흥분으로라도 '네 심장을 뽑아 씹어먹어주마'라고 하면 반드시 상대를 죽이고 심장을 뽑아서 씹어먹는다. 비유가 아니고 진짜로 씹어먹는다.

"괜찮아, 나도 좀 하니까 어디가서 죽을일은 없어"

"보니까 같이 가는 동료도 없어보이는데. 당신, 죽으려고 작정한거예요?"

"그정도라면 이놈은 어떻게 잡았겠어?"

"저희가 힘을 빼놓아서 잡기는 쉬웠겠죠!"

내가 무기 하나 없다는 생각은 아직 못했나 보다. 마실 나온 편안한 차림이여서 그런가.

나는 무시하고 숲 더 안쪽으로 들어갔다. 이야기는 이제 끝났으니 딱히 상관 없겠지.

하지만 여성쪽, 그러니까 하현경이란 여자는 계속해서 따라온다. 젠장할, 뭐가 불만인건데. 내가 들어가겠다는데 위험하다고 했는데도 들어가는거면 뭔가 있다고는 생각 안하나?

위쪽에서 내가 SS급이란거 쉬쉬해서 알려지지 않은건가? 보면 적합자들이 대화할때 SS급에 대해서는 들은적 없다.

오호라, 보면 내가 다른 나라에서도 회유받을까봐 비밀로 부친것 같다. 나같아도 전략 병기같은건 숨기겠다.

그런데 내가 활동하면 알려지지 않을까? 아, 활동했다는 내역 조차도 숨기면 괜찮겠구나. 그나저나 그런 눈가리고 아웅거리는 식이 언제까지 통할지.

계속해서 숲 안쪽으로 들어가고 뒤에서 그 세명은 계속해서 날 말리기 위해 ?

아온다. 더 자세하게 말하자면 날 말리기 위해 하현경이란 여자가 ?

아오고, 그런 여자를 다른 두 남자가 ?

아오는 형식이지만.

주변에 너무너무 강한 녀석이 없다. 여기서 한시간쯤 걸어야 그나마 쓸만한 놈이 나오지.

"그쪽은 나이트 클래스가 있다고요! 가만 위험하다니까 자꾸 무시하지 마요!"

"그런놈 잡을 수 있다니까 그러네"

"초보가 항상 하는 말이 그래요! 강해졌다고 자만하다가 높은 등급의 ADC에게 죽어서 먹이가 되는거! 그런 경우만 해도 일년에 열명은 죽어나간다고요!"

쓸데없이 힘 보여주는건 그냥 낭비인것 같아서 아직까지 내가 힘쓰는건 보여주지 않았다. 아름드리 나무라도 뽑아주면 될것 같지만 저쪽의 남자쪽도 젖먹던 힘까지 쓰면 그정도는 할것 같으니 비교 대상은 안되겠지.

그때, 알맞게 전투력 측정기가 되어줄 녀석들이 나타났다.

부스럭 거리며 나타난 염소의 꼬인듯한 뿔이 달린 기이한 동물, 얼굴이나 그런쪽은 어떤 동물이랑 비교해야 될지 모를 정도로 이상하고 덩치는 대충 사족보행인데도 불구하고 어지간한 소보다 크다.

푸륵거리면서 콧김을 내뿜는 녀석들이 대략 셋.

"룩 클래스의 스파이럴 혼.....!"

"근데 나한텐 얄짤 없어"

해설역이 되어버리기 전에 주먹을 날렸다. 깔끔하게 한방.

주변의 나무들이 뜯겨나감과 동시에 권풍이 녀석들의 몸을 쓸어 고깃덩이로 만들어 버렸다. 마력까지 살짝 담아서 발경처럼 날렸으니 안쪽도 진탕되어 재생력이 뛰어나도 나정도 되지 않으면 죽는다.

옛날에는 발경 한번 쓰는것도 힘들었는데, 지금은 생각하면 공간도 격하고 쓸 수 있으니, 격산타우. '산을 쳐서 소를 때린다' 같은 일도 할 수 있는게 감회가 새삼스럽다.

"어, 어떻게......"

"나 말아야, 유래없는 SS급 적합자래. 저번에 중국에서 대충 킹 클래스도 잡았는데"

"설마, 몽골쪽의 킹 클래스인 흑랑을 잡았다는 사람이?!"

아, 그건 소문 났냐?

내가 SS급, 몽골쪽에서 늑대 대가리도 잡았던 적합자인걸 알자 대우가 확 달라졌다. 우선 한현경 쪽의 말수부터가 줄어서 뒤로 물러나 숨는다고 할까.

"뜬소문인줄 알았는데..... 정말 SS급 적합자라니"

"딱히, 그래봤자 처지는 그쪽이랑 같아"

맞는 말이다. 나도 할당량 채우러 나온거니까.

"난 먼저 간다. 혹시나 다시 만나고 싶으면 오늘 대충 일 끝내고 캠프로 돌아가서 있을테니까 찾아보고. 오늘 아니면 내일중으로 갈꺼야"

이것도 인연인데 한잔 해야지. 여기 와서 루이넬이랑만 있으니 사람 사는 냄새가 그리워진다. 같이 술이나 기울이는것도 나쁘진 않겠지.

"저, 저기.....!"

"응, 왜? 무슨 일 있어?"

"..... 괜한 참견 한것 같아서 죄송해요"

딱히, 사람이 걱정해주는건데 귀찮아도 그걸 나쁘게 생각하는것 까진 아니였다. 누군가 걱정해준다는건 좋은 징조다.

게다가 사과까지 했다면 좋았으면 좋았지 나쁜 일은 아니다. 오히려 친해지는 계기가 되지.

"나중에 보자고"

나는 손을 흔들어주면서 또 다시 안쪽으로 향했다. 한시간 거리니까 바짝 걸어야 한다. 뛰기는 싫거든.

감각으로 영역을 넓혀서 주변에서 나이트 클래스인지 뭔지를 찾는다. 어디 있는지 알아야 찾아가지.

대충 감지되는 영역이 주변에 몇킬로미터. 그 안에서 분포된 움직이는 생명체의 숫자는 약 200체...... 어라?

내 감각중에 빈 곳이 있다.

감지가 안되는건 아니다. 다만 뻥 뚫려 있는 느낌으로 ADC쪽이 아예 그쪽으로 가지 않는듯, 비어있는 느낌으로 아예 존재조차 하지 않는 공간이 있다.

나도 신경쓰지 않고 있었다면 발견하지 못할 것이다. 세계의 존재 자체에서 벗어나 있기 때문이다. 내 감각의 범위를 벗어날 수 있는 몇 안되는 꼼수인가?

과학 기술이라던가 그런걸로 밝혀내기엔 무리일거다. 저건 아예 이 지구에서 땅은 쓰고 있는데 동떨어져 있는 공간이라..... 마치 다크 로드 캐슬의 이계 구축 시스템과 유사하다.

수준은 저쪽이 더 높다는게 함정.

나는 진로를 바꿨다. 그 텅 빈 공간이 있는 쪽으로 간 나는 얼마 지나지 않아 그 공간의 경계에 도착할 수 있었다.

손을 뻗으면 아무 이상 없이 그냥 뻗어진다. 당연한 결과듯이 겉으로는 아무런 이상이 없다.

"...... 안에 누가 있는건가?"

공간의 크기는 대충 40평 가까이 되려나? 좀 넓은 아파트 수준이다.

이걸 어떻게 해야할까, 생각한 나는 일단 노크를 해보기로 했다.

힘을 담아서, 의지를 사용하면 셋째의 '간섭'만큼의 효율은 아니지만 어느정도 비물질적인 것에도 접촉할 수 있다.

북을 두드리는 느낌과 함께 진동이 일어나는것 같았다.

"아무도 없나? 아니면 자고 있는건가?"

안에 뭐가 있는거지?

차원이 불안정해진 이 지구에서 이런 형식의 고차원적인 힘을 쓰는 사람이라면 최소한 로드급의 강자다.

호기심이 고양이를 죽인다. 이 경우엔 체셔나 라시드쪽이 될지도 모르겠지만. 나는 어떻게 할까 생각했다.

만약 어머니(형쪽)라면?

'그냥 다 부숴버려!'

하고 호쾌한 대답이 나올거다. 이건 당연한 소리지.

"누군진 모르겠지만 안에 있는데 노크해도 대답이 없는건 들어가도 된다는걸로 알겠어!"

나는 힘을 끌어올렸다. 로드의 힘은 물론 데스티니 브레이커를 뿜어낸다. 이정도가 아니면 저건 뚫리지 않는다.

마수의 손과 같이 반투명한 검은색이 내 손을 뒤덮고, 살을 베어버릴듯한 예기가 연기마냥 사방으로 퍼진다.

부순다.

카아아앙!!

격렬한 충돌과 함께 공간이 부서진다. 서서히 부서져 나가는 공간은 천천히 원래대로 돌아가고 안에 숨겨져 있던 것이 드러난다.

그 안에 있던 것은. 한명의 남성 뿐이였다.

조용히 눈을 감고 편히 등받이 의자에 앉아서 수면을 취하는듯한 모습을 하고 있던 남자는 천천히 눈을 떴다.

"...... 드디어 인연이 닿았는가"

"누구?"

나는 경계했다. 저 남자......

절대로, 우리 아버지 아래가 아니다.

형도 아니다, 아버지다. 한때 최강이였던 아버지다.

그래.... 흡사 파괴의 절대자처럼. 그 끝이 보이지 않을 힘이 내 몸에 소름을 돋게 만들며 퍼진다.

그는 절대자다. 그것도 어머니와 같은 전성기 상태의 절대자!

"인연이 닿은 자여. 내 이름을 알려주도록 하지"

그는 조용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가 앉고 있었던 의자가 바스라지며 사라진다.

가볍게 옷의 먼지를 턴, 그래봤자 묻은 먼지조차 없었지만 옷의 주름이라도 피려는듯 옷을 턴 그는 나에게 가볍게 고개를 까닥이며 인사했다.

"내 이름은 제네시스 더 제네시스. 시작과 기원의 절대자다"

============================ 작품 후기 ============================

최강의 종결자. 말하자면 정상 대전의 샹크스라고 할까나?

이 소설을 끝내러 왔다!

이제 레알로 얼마 안남았군. 내일 중으로 완결 할 수 있겠어.

그럼 나이트로드도 올려볼까?

아무튼 시작과 기원의 절대자에 대해서 한마디만 해주자면.

2부 흑막.

존나 4글자로 전부 네타해버렸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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